<일요초대석> 민훈기 SPOTV 해설위원

“코리안 메이저리거 6인방, 빅리그 달군다”

[일요시사 취재2팀] 최현목 기자 = 코리안 메이저리거 전성시대. 선수의 양과 질에서 과거 박찬호·서재응·최희섭이 활약하던 때 이후 최고다. 6명의 주전급 메이저리거들이 출격을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이대호 선수의 메이저리그 진출도 가시권에 들어와 7인으로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추신수·류현진·강정호. 이들이 지난 2014~2015년 국내 메이저리그 팬들의 아침을 책임졌다면, 2016년부터는 박병호·김현수·오승환이 대열에 가세한다. 활동범위도 과거 내셔널리그에 국한됐다면, 이젠 아메리칸리그까지 확대. 지구도 동·중·서 가리지 않고 고르게 분포해있다.

이전에 비해 서로 경기장에서 만나는 광경이 자주 포착될 것으로 보인다. 팬들의 입에서 기쁨의 함성이 나오는 건 당연지사. 어느 때보다 풍성한 시즌이 될 것으로 보이는 2016 메이저리그에 대해 <일요시사>는 메이저리그 전문가 민훈기 해설위원과 함께 그들의 활약을 예상해봤다.

다음은 민 위원과의 일문일답.

- 오승환 선수의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행 소식이 들린다. 불펜으로서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과거 임창용 선수의 실패사례도 있다.
▲임 선수 같은 경우에는 기회가 별로 없었기는 했다. 임 선수와 마찬가지로 오 선수 또한 마무리로 가는 것은 아니다. 현지 스카우트들의 판단도 오 선수에 대해 마무리로는 물음표가 붙지만, 중간 구원으로서는 효용가치가 보인다는 평가를 내렸다.

- 몇 회를 맡게 될 것으로 보나?
▲셋업맨 바로 전 6, 7회 정도에 투입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세인트루이스에는 이미 로젠탈이라는 리그 최고급 마무리가 있다. 8회 등판하는 셋업맨도 아닐 수 있다. 그렇다고 패전처리로 갈 것으로 보이지는 않고, 팀이 리드하고 있는 상황이나 긴박한 상황에 등판해서 팀 승리에 기여하는 쪽으로 기용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스프링캠프에서 자기능력 보여주면 좋은 역할을 기대해봐도 될 것이다.

- 힘 싸움에서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이길 수 있을 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힘 대 힘으로 붙는 스타일이라. 메이저리그의 힘 있는 타자들과 어떻게 상대할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 구속만 놓고보면 경쟁력이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워낙 경험이 많고, 또 구원 투수는 구속 이외에 배짱이나 노하우, 경험등이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는 오 선수도 강점이 있는 투수다. 마무리로서 세이브를 200개 이상 한 경험이 있는 선수니까.

- 박병호 선수 얘기로 넘어와서, 계약을 두고 말들이 많다.
▲우리 입장에서는 분명 아쉬움이 남는 계약이다. 그러나 미네소타 트윈스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통 큰 투자를 했다고 볼 수 있다. 포스팅 비용까지 포함하면 박 선수에게 약 3000만불 정도 투자한 셈이 되는데, 1년으로 환산하면 750만불 정도가 된다.

지금 FA로 계약한 김현수 선수가 2년간 700만불이지 않나. 결국 포스팅 시스템이라는 제도 때문에 박 선수에게 가는 몫이 부족해 보이는 것이다. 액수보다 ‘계약기간을 한 3년 정도만 했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 삼진에 대한 우려가 국내외에서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삼진은 선수마다 조금 다르게 적용된다. 구단에서 홈런을 많이 치는 타자를 원한다면, 예를 들어 앞선 타석에서 삼진 3개 당한 선수가 마지막 타석에서 3점 홈런 하나 쳐서 그 경기를 이긴다면 120% 자기 역할을 한 것이다.

2015내셔널리그 신인상을 차지한 시카고 컵스의 크리스 브라이언트는 26홈런 99타점으로 맹활약을 펼쳤지만, 기록한 삼진도 199개로 전체 1위였다. 홈런타자는 전쟁터의 장수와 같다. 전투를 많이 치르다보면 상흔이 많이 남지 않나. 만약 박 선수가 2할 5~6푼 정도의 타율에 그들이 원하는 25개 정도의 홈런, 70~80타점을 올려준다면 삼진은 크게 문제가 안 될 것이다.

- 삼진을 두려워하지 말고 제 스윙을 가져가라는 말로 들린다.
▲그렇다. 아무래도 거포들은 게스히터(구종을 예측해 스윙하는 타자)들이 많다. 그렇게 되면 생소한 변화구에는 삼진을 많이 당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적응해 나가야지 자기 스윙에 변화를 준다면 오히려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자기 것을 지켜나가는 게 중요하다.

미네소타 구단 홈페이지를 보면 지명타자로 분류된다. 적응에 어려움은 없겠나.
▲절대 쉬운 일은 아니다. 야구에서 가장 어려운 포지션 중 하나가 대타인데 지명타자는 한 경기에 대타만 4~5번 들어서는 것과 같다. 지명타자 경험도 많지 않다. 따라서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수비 시 덕아웃에 들어가 상대 투수에 대한 데이터를 찾아보는 등 오히려 잘만 활용하면 적응에 도움이 될 것이다.
 

- 종국에는 1루로 가야한다고 보나?
▲그게 박 선수에게도 유리할 것이다. 미네소타는 굉장히 추운 지역이다. 겨울이 아주 길고 봄도 5월까지 춥다. 덕아웃에 오래 앉아 있어야 하는 지명타자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힘들 수 있다. 나이도 아직 지명타자로 뛰기에는 젊다.

- 1루는 프랜차이즈 스타인 조 마우어의 자리다.
▲마우어는 펀치력이 급감하고 있다. 지난 3년간 홈런이 24개밖에 되지 않는다. 한해 10개도 채 치지 못할 정도다. 또 미네소타 쪽 스카우터들의 얘기로는 박 선수의 1루 수비에 대한 평가가 좋다고 한다. 스프링캠프에서 지명타자로 많이 뛰겠지만 1루수로도 기용이 될 텐데, 이때 자신의 역량을 보인다면 결국 기회가 점점 생기지 않을까 기대한다.

- 볼티모어 오리올스에 입단한 김현수 선수를 두고 1번 타자로 기용해야 한다는 설이 있다.
▲1번 타자 김현수는 무리수다. 1번 타자는 출루도 중요하지만, 루상에 나가 내야를 흔들어주는 플레이도 필요하다. 그런데 김 선수는 그런 유형은 아니다. 아마 2번이나 6~7번으로 기용이 될 가능성이 높고, 쭉 적응해 자신의 능력에 자신감이 붙으면 3번이나 5번의 중심타선으로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 선수에 대해서는 기대가 상당히 크다.


- 기대감 속에는 캠든야즈라는 구장의 영향도 있나?
▲아무래도 있을 수밖에 없다. 박 선수가 있는 미네소타 타깃필드는 상당히 투수 친화적인 반면, 캔든야즈는 전통적으로 투수보다 타자에게 유리한 구장이다. 구장 사이즈도 잠실보다 작다. 특히 우측펜스는 97m가 조금 안 되는 편이라 당겨 치는 왼손타자가 홈런을 치기 용이한 구조다. 현지에서 10~15개 홈런을 얘기하는데 그 이상도 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류·추·강 2016년 맑음…여전한 활약 기대
박·김·오 적응이 관건 “흔들리지 말아야”

- 두 선수 모두 현지 적응에는 문제없나?
▲국내에서 뛸 당시 외국인 선수에 대해 가장 살갑게 다가가는 선수가 박병호다. 영어도 구사력이 좋아 야구에 관한 얘기는 통역 없이 대화가 가능할 정도다. 미네소타가 스몰마켓이라는 점, 몰리터 감독이 스타플레이어 출신이지만 팀 분위기를 부드럽게 끌고 간다는 점을 보면 경기 외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걱정 없다. 단, 박 선수가 약간 예민한 편이라 경기 내적으로 얼마만큼 차근차근 풀어갈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김현수는 자신만의 루틴을 굳혀놓고 있는 선수라 메이저리그 시스템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가 관건이다. 쇼월터 감독이 상당히 깐깐하지만 마음이 열린 사람이니 잘 스며든다면 쉽게 적응이 가능하다고 본다. 가장 중요한 것은 두 선수 모두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것이다.

- 기존 선수들 얘기도 빠질 수 없다. 팬그래프닷컴에 따르면, 2016년 추신수 선수의 ZiPS(댄 짐보스키가 고안한 야구 예측시스템)가 떨어졌다. 노쇠화의 시작이라는 말도 있는데.
▲야구에서 통계는 굉장히 중요하고 흥미로운 요소다. 그러나 통계 속에 다 담아내지 못하는 것이 있다. 추신수 선수에 대한 얘기는 일반론적인 통계다. 나이가 30대 중반으로 가니 ‘지금보다 쇠퇴할 것이다’라는 예상이다.

그러나 추신수의 2015년 9월의 활약을 보면 타율이 전체 1위 출루율도 1위 OPS(출루율+장타율)는 전체 2위였다. 여러 가지 면에서 9월의 추신수는 20대 절정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앞으로 1~2년 동안은 성적이 하락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

개인적인 욕심이라면 추신수가 2016년 시즌에 개인 통산 세 번째 3할 20홈런 20도루를 해줬으면 좋겠는데, 도루 쪽에서 쉽지 않을 것 같다. 다르빗슈 유도 돌아오고 하니 2016년 텍사스 레인저스의 성적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 타격은 몰라도 수비에 대한 지적은 꼬리표처럼 따라 붙는다. 결국 1루 또는 지명으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 현지 커뮤니티에서도 보인다.
▲시즌 초 텍사스의 한 친한 기자가 “추신수가 원래 수비 잘했던 선수가 맞냐”라고 묻더라. 그런데 후반기 맹활약을 펼치니 수비에 대한 얘기가 현지에서 쏙 들어갔다. 물론 과거에 비해 수비 폭이 좁아진 건 사실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수비에 대한 본능이 좋은 선수고 일단 어깨는 변함없이 강하다.

그런 점에서 1루수로 가기엔 이르다. 팀 사정상으로도 프린스 필더, 미치 모어랜드가 있기 때문에 옮길 수 없다. 앞으로 1~2년 동안 아주 뛰어난 수비수는 아니겠지만 평범한 수준의 수비수는 될 것이다.

- 류현진·강정호 선수는 부상 회복 후 기량 회복이 최대 관건이다.
▲류현진 선수 덕분에 다들 어깨에 관해선 전문가가 다 됐다. LA다저스 구단은 내년 6월 정도면 복귀하지 않겠냐고 전망하는데, 재활 상황을 보면 그것보다 빨리 복귀하는 시나리오도 기대할 수 있을 만큼 상태가 좋다고 한다. 한 가지 우려는 어깨라는 점이다.

팔꿈치와 달리 어깨는 순조롭게 진행되다가도 조금의 통증이라도 있으면 모든 과정이 스톱이다. 경우에 따라 다시 처음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복귀 후 1000이닝 이상을 던진 선수의 비율이 10%가 안 될 정도로 적은 게 사실이지만, 젊은 나이, 좋은 체격, 낙천적 성격 등 재활에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 빠르면 4~5월 복귀가 예상된다.

강정호 선수의 경우 류현진과는 다르다. 강 선수의 부상은 어깨와는 달리 시간이 해결해줄 수 있는 부분이다. 지금 플로리다에서 귀국도 안하고 꾸준히 재활을 하고 있는데, 현지 얘기로는 상태가 아주 좋아 3월 스프링캠프부터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있다. 내년 시즌에는 고정 3루수로 갈 것이니 올해 못한 20홈런도 이뤄내면서 정착하는 시즌이 되지 않을까 기대를 건다. 단, 소포모어 징크스를 겪지 않기 위해선 더욱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손아섭·황재균 선수는 포스팅에 나섰지만, 무응찰에 그쳤다.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됐는데.
▲두 선수에 대해 현지에서 관심이 없었던 건 아니다. 결정적 이유는 그 두 선수에 대해 메이저리그 구단이 너무 몰랐다는 것이다. 박병호·강정호·김현수는 적어도 한 시즌 이상 지켜봐 왔다. 그런데 손아섭·황재균 선수에 대한 그 쪽 얘기는 “도대체 얼마를 써야 될지 파악이 안 된다”는 것이다.


시즌이 끝나갈 때 쯤 선언했기 때문에 타이밍도 안 좋았고, 어느 정도의 포스팅 금액이 나오지 않으면 롯데구단에서 보내지 않을 것이란 얘기가 현지에서 돈 것도 영향이 있다. 결국 “FA로 나오면 생각해보자”로 선회한 팀들이 꽤 있었다. 손아섭·황재균 선수의 기량 문제는 아니다.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데는 반대한다. 프로선수로서 최고의 무대에서 부와 명예를 쌓고 싶은 마음은 당연하다. 도전하는 길을 막아선 안 되고, 구단과 선수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 데려가는 것이다. 제도적으로 막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

- 2016 메이저리그의 관전 포인트는 역시나 맞대결인가?
▲거기에 덧붙여 우리 선수들이 가세하면서 팀 전력에 얼마나 플러스가 될 것인가. 팀 내 위상은 어떻게 변해갈 것인가. 개개인으로는 박병호의 경우 구단에서 원하는 장거리포를 쏟아낼 수 있을 것인가. 과연 김현수가 국내에서 보여준 타격능력이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까라는 것들이 흥미롭게 전개될 것이다.


<chm@ilyosisa.co.kr>



<민훈기는 누구?>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학사
▲중앙일보 LA본사 사회부 차장
▲스포츠조선 미주 특파원
▲스포츠조선 야구부 부장
▲현 Spotv 야구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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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국민의힘 행사에서 영향력을 과시하다가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국민의힘에서 ‘보수의 김어준’을 꿈꾸는 것 같다. 전씨는 과연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했던 영향력을 단번에 얻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지난 8일, 대구 EXCO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구·경북지역 합동연설회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지난 3월 창간한 <전한길뉴스> 소속 언론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선거판 난장판 하지만 전씨는 언론 취재의 한계를 넘어 반탄(탄핵 반대) 성향 후보들의 연설 도중 응원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반대로 찬탄(탄핵 찬성) 성향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들이 연설할 때마다 “내부 총질” 혹은 “배신자” 등 원색 비난을 했다. 이날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는 전씨를 직접 지칭해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지고, 계엄을 계몽령이라고 정당화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같이 투쟁할 수 있겠느냐”면서 비난했다. 그러자 전씨는 김 후보에게 욕설하면서 자신의 지지자들을 격동시켰다. 찬탄 성향 조경태 당 대표 후보가 연설할 땐 자리에서 일어나 한 손을 들고 항의하는 등 지지자들의 조 후보 비난을 유도했다. 그러자, 찬탄 성향 일부 당원들이 전씨에게 물병을 던지면서 항의했다. 한 당원은 전씨에게 “난 20년 차 당원인데, 입당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당신이 왜 이런 난동을 부리느냐”고 따져 물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씨의 전당대회 출입을 막기 위해 대의원이 아닌 일반 당원의 행사장 출입을 금지했다. 이어 전씨에 대한 징계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러자 전씨는 <전한길뉴스> 발행인 신분을 내세워 “언론 탄압”이라며 반발했다. 이처럼 전씨는 국민의힘 당원과 언론인이란 신분을 왕래하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개입하고 있다. 지난달 31일과 지난 7일엔 시사평론가 고성국씨 등과 함께 주최한 ‘자유 우파 유튜브 연합 토론회’에 각각 장동혁·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출연시켜 ‘면접’을 보는 위력을 국민의힘 내외에 과시했다. 특정 진영의 강경파를 대상으로 언론사·유튜브 채널 등을 운영하면서 힘을 과시하는 모델로는 방송인 김어준씨가 있다. 김씨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친문(친 문재인) 강경파 성향 당원·지지자를 대상으로 라디오·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면서 당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당 대표 후보들을 면접하는 형식은 김씨가 지난해 3월 자신의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민주당 총선 후보자였던 이언주·전현희 의원과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출연시켜 객석의 청중에게 큰절을 시킨 것과 비슷하다. 김씨가 지난 6월 기획·진행한 ‘더 파워풀’ 콘서트엔 ▲문재인 전 대통령 ▲민주당 정청래 대표 ▲김민석 국무총리 등 다수의 민주당 내 유력 정치인이 참석했다. 입당하자마자 영향력 과시 물의 당원·언론인 오가며 전대 개입 김씨는 지난 2011년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로 활동하면서부터 민주당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왔다. 물론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한 영향력을 전씨가 단기간에 얻긴 어렵다. 이 때문인지 전씨는 국민의힘에 입당하자마자 ‘10만 당원 양병설’ 등을 주장하면서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하기 위해선 당비를 3개월 이상 납부하고, 연 1회 이상 교육을 받은 책임당원이어야 한다. 전씨는 지난 6월 온라인으로 입당했고, 당 대표 후보 등록일은 지난달 30일부터 단 이틀 동안이었다. 따라서 전씨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수 없었다. 출마 길이 막힌 전씨는 전당대회에서 당원·언론인 신분을 교차하면서 자신을 따르는 당원들을 선동해 영향력을 과시하려고 한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가 민주당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주변 진영 전체를 둘러싼 질서는 20세기 초·중반에 활동했던 이탈리아 사회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의 헤게모니 이론이 갖는 틀과 비슷하다. 그람시는 “자본주의는 견고하게 발전할 것”이라는 대전제를 토대로 “언론·문화 등 각 분야에 진지를 구축해 참호전으로써 상대 세력을 약화해야 한다”는 사상을 정리했다. 각 분야에 구축한 진지는 결정적인 시기에 전개할 기동전의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 자본주의 구조가 뿌리내리면서 러시아 2월·10월 혁명과 같이 한순간에 모든 것을 뒤집는 혁명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람시는 주도권 다툼으로써 체제 내 혁명을 추구하는 취지의 사상을 구체화했다. 우리나라에선 소련 해체가 가시화되던 1980년대 후반부터 기존 노동운동에 문화·예술운동을 접목하는 단체가 활동하는 등 각계에서 다른 방향의 노동운동을 전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민주당을 받치는 양대 축은 각계의 시민단체들과 진보 성향 매체들이다. 대규모 정치 이벤트가 진행될 땐 민주당 지원 사격을 맡으면서, 정치적 명분과 정당성을 구축·홍보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민주당에 인력을 공급하는 역할도 한다. 주요 선거 등 대규모 기동전이 필요한 상황에선 각자의 진지에서 일시에 뛰쳐나와 물량을 공급하는 식이다. 이 같은 구조를 상징하는 사람이 민주당 윤미향 전 의원이다. 정의기억연대 대표로 오랫동안 활동하던 윤 전 의원은 민주당을 통해 국회의원이 됐지만, 횡령 의혹이 유죄로 확정돼 의원직을 잃었다. 같은 당 추미애 의원 등 민주당 일각에선 윤 전 의원의 사면을 강하게 지지했고, 결국 8·15 광복절특사를 통해 사면·복권됐다. 민주당과 그람시 하지만 시민단체와 매체는 대중을 직접 동원하기가 어려운 데다, 매체는 언론 고유의 한계가 있다. 시민단체 역시 시민들의 참여가 부실하다는 핸디캡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도 존재해 왔다. 이 때문에 삼각 구조를 받쳐줄 또 하나의 하부 구조가 필요했다. 이 문제를 해결해준 사람이 바로 김씨였다. 김씨는 지난 1998년 ‘안티 <조선일보>’라는 깃발을 내걸고 <딴지일보>를 창간한 후 풍자·B급 정서·유머를 지향해오고 있다. 당시 <딴지일보>에선 포장마차에서 어묵을 찍어 먹는 용도로 내는 간장의 위생 상태를 취재해 기사화하거나 국가혁명당 허경영 명예대표의 대권 도전 과정을 풍자하는 등 ‘신선한 B급 정서’를 지향해 독자적인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한편으로 김씨에게 평생 따라다닐 놀림거리를 남겼다. 김씨가 <딴지일보>의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용 성인용품을 판매했고, 성인남녀의 만남을 중개하는 사이트를 개설했던 탓이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여전히 김씨를 비판하면서 당시의 전력을 함께 언급한다. 이후 김씨는 ▲황우석 박사 옹호 ▲영화감독 겸 코미디언 심형래씨 옹호 등 숱한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황 박사 옹호는 그럴 듯한 음모론을 제시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근거는 제시하지 않는 김씨의 특성과 깊이 맞물린다. 당시의 논란도 김씨에 대한 비판론을 형성하는 중심축이다. 그랬던 김씨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계기로는 크게 2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를 처음 시작했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 중 1명으로 활동했단 것이었다. 김씨는 당시 민주당 백원우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장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거친 항의를 말리고 고개 숙여 사과하는 문 전 대통령을 주목했다. 이후 김씨는 문 전 대통령의 킹메이커를 자처했고, 이는 ‘나는 꼼수다’ 진행 이후 문 전 대통령의 대세론으로 이어졌다. ‘나는 꼼수다’는 김씨 특유의 B급 정서·음모론이 이명박정부에 대한 다양한 불만과 맞물려 대성했던 방송이었다. ‘나는 꼼수다’는 현재까지 이어지는 김씨의 성향을 구체화한 방송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해당 팟캐스트의 상징으로 통하는 “쫄지 마”는 여전히 회자된다. ‘나는 꼼수다’는 구체적인 사실관계 검증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명확한 당파성을 매개로 특정 정당·진영 사람들이 선호할 음모론과 괴담을 이미 밝혀진 사실관계와 섞어 전달하는 것에 집중했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선을 적당히 왕래하면서 민주당 지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영웅과 악당들 이는 집단의식으로 연결됐고, 김씨에겐 거대한 영향력을, 민주당엔 거대한 지지 집단을 만들어줬다. 김씨는 ‘나는 꼼수다’를 통해 단순·명쾌한 이분 구도를 완성했다. 그를 선호하는 민주당 지지자의 정치관은 “보수진영이란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운다”는 것이다. 이는 정의로운 주인공이 지구 정복을 노리는 악당의 무리에 맞서 싸우는 어린이용 만화의 서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울러 현재 민주당 핵심 지지 세대로 알려진 4050세대가 미국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선호하는 것과 연결해볼 수 있다. 이 세계관엔 초월적인 힘을 갖고 모든 생명체의 절반을 죽여 우주를 정화하려는 악당에 맞서는 영웅들이 등장한다. 이 세계관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사건은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사건이었다. 이들에게 노 전 대통령 사망사건은 거대 악당과 싸워야 하는 당위성을 제공해주는 절대적인 명분이었다. 김씨가 이 사건에 주목하고, 상주로서 백 전 의원의 항의를 제지하던 문 전 대통령을 주목한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우리 고전문학 중 전설은 김씨의 평소 주장과 비슷한 서사 구조를 띠고 있다. 전설은 능력이 뛰어난 주인공이 현실의 한계에 좌절하고 무너지는 비극적인 구조를 취한다. 또 설득력을 부여해야 많은 사람에게 퍼질 수 있어서 실제 존재하는 지역·지명을 매개로 그럴듯하게 전개된다. 여기엔 각박한 현실을 바꿔줄 새로운 영웅의 출현을 기대하는 민중의 소망이 담겨있다. 그래서 조선시대엔 “정씨 성을 가진 영웅이 새 나라를 만들어 왕이 될 것”이란 취지의 예언서가 오랫동안 돌아다녔다. 김씨의 주장은 21세기판 전설이라고 할 수 있다. 김씨는 민주당과 주변 진영을 취약한 상황에서 거대한 악에 도전하는 영웅으로 묘사하고, 지지자들은 그 영웅담에 환호한다. 그러면서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우는 영웅을 또 잃을 수 없다”는 공감대를 공유한다. 그들은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같은 목표를 공유한다. 김씨는 ‘김어준 유니버스’ 혹은 ‘민주 유니버스’를 만들었고, 지지자들은 관객을 넘어선 참여자로서 희열과 보람을 느낀다. <한국일보>는 지난 2017년 이들의 세계관을 소개하면서 “대통령이 국민을 지켜야지, 왜 국민이 대통령을 지켜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완전히 다른 ‘B급 정서’ 카타르시스·도파민 차이 김씨는 ▲세월호 고의 침몰설 ▲천안함 피격 사건 관련 가짜 뉴스 살포 ▲코로나19 대구 확산설 등 주장을 이어가면서 지지자들에게 정치적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했다. 그들이 김씨를 통해 느낀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은 고스란히 민주당의 정치적 자양분이 됐다. 그래서 총선 출마 후보들은 김씨가 보는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큰절을 해야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김씨를 지목했던 것은 김씨에게 엄청난 이익이 됐다. 당시 계엄군은 김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스튜디오 주변을 통제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13일 국회에서 “계엄군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사살한 후 북한 소행으로 공작하려고 했다”면서 “정보 출처는 국내에 대사관이 있는 우방국”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그 우방국은 미국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미국은 국무부·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이를 부인했다. 반면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어준님’의 증언을 허구로 단정하고 비난부터 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과 보수 세력은 민주당과 그 주변 세력처럼 정교한 조직체를 만들지 못했다. 보수 세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피커 역할은 전씨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맡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김씨처럼 진영 전체를 들썩일 수 있는 정치적 유머 감각과 설득력을 갖추지 못했다.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하지도 못한다. 이 때문에 이들의 주장은 강경 보수 지지자들 외 국민 사이에서 웃음거리로 전락한 지 오래고, 국민의힘 내부서도 강하게 비판한다. 국민의힘이 지난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이겼을 당시엔 민주당에 비판적인 2030세대 남성과 6070세대를 아울러 민주당을 지지하는 4050세대와 2030세대 여성을 포위한다는 ‘세대포위론’ 전략이 제시됐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불화 끝에 결별하면서 이 연합은 얼마 가지 못해 해체됐다. 당시 승리를 주도했던 국민의힘 지지층은 이 대표 특유의 합리주의를 지지하는 젊은 유권자와 강경 보수를 지향하는 노년 유권자로 분열됐다. 전씨는 많은 공무원 제자를 거느린 유명 한국사 강사였다. 따라서 적절히 순화된 주장과 교묘하게 선정한 정치적 입지를 섞어서 정치 전면에 나섰더라면,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와 달리 그럴듯한 이야기를 구성하고 유머를 섞는 능력을 보여준 적이 없다. 전씨의 옛 제자들은 그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절대로 정치 전면에 나서지 않는 김씨와 달리, 직접 국민의힘에 입당해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려 하는 등 적당히 선을 긋지도 않는다. 정치인들이 알아서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큰절을 하게 만드는 김씨와 달리, 전씨는 스스로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전당대회서 눈에 띄는 행동을 했다. 전에겐 없는 것들 무엇보다 김씨가 “이 대통령을 능가하는 영향력을 가진 것 아니냐”는 설까지 나올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구축하기까지 15년이 걸렸단 사실도 제대로 통찰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으로 국민의힘은 정치 구조를 통찰하지 못해 민주당이 장기간 공들여 구축한 정치 구조체를 갖추지 못했다. 그런데도 전씨는 ‘전한길 유니버스’ 제작을 멈추지 않는다. 과연 전씨는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