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전쟁 서막' 시험대 오른 재벌 3세들 막전막후

잘 차려진 밥상에 금수저 얹었다

[일요시사 경제팀] 박호민 기자 = 올해 재벌 3세들은 면세점 사업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실제로 삼성, 한화, 신세계, 두산 등 4개 그룹의 재벌 3세(두산은 4세)들은 일제히 면세점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일각에서는 황금알을 낳는 사업 군으로 분류되는 면세사업에 ‘내 새끼’를 투입해 이른바 자녀들 공적쌓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면세점 사업권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인식은 최근 몇 년동안 지속되온 기조다. 급격히 팽창하고 있는 시장규모가 이를 입증한다. 한국의 면세점 시장은 2010년 4조5000억원, 2011년 5조3000억원, 2012년 6조3000억원, 2013년 6조8000억원, 2014년 8조300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빠른 성장
비중 확대

지난해는 사상 첫 10조원대를 돌파할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5년간 두배 가까이 매출이 확대된 것이다. 중국의 경제성장에 따라 늘어난 중국인 관광객이 국내 면세사업 성장을 이끌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14년 한국에 여행 온 외국인 관광객은 1420만1516명을 기록했다.

전년 1217만5550보다 16.6% 증가한 규모다. 5년 전인 2010년(879만7658명)에 비해서는 61% 확대됐다. 중국인 관광객(요우커)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요우커는 612만6865명으로 전년 432만6869명보다 41.6% 늘었다. 요우커가 전체 외국인 관광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43.1%에 달한다.

면세점에 대한 전망도 밝다. 중국인 관광객이 향후 몇 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빠른 경제성장에 따라 해외여행을 희망하는 관광객이 증가하고 있지만 여권을 소지한 국민은 전체의 6%에 불과해 향후 시장은 급격히 성장할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관세청은 가파르게 증가하는 쇼핑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대기업 2곳(HDC신라면세점·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과 중소기업 1곳(하나투어) 등 총 3곳에 신규 면세점 특허권을 허가했다. 또,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과 SK네트웍스의 워커힐면세점을 사업권을 두산면세점과 신세계디에프에게 넘겨 면세시장을 재편했다.

면세점 사업권을 새로 따낸 이들 기업들은 면세사업을 캐시카우로 키우기 위해 사업경영 역량을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이들은 면세사업에 오너 3세를 참여시켰다는 점이다. 면세점 사업장의 오너일가 3세들의 경영능력을 시험하는 무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간 경쟁도 치열할 전망이다. 경영능력이 한 눈에 비교되기 때문이다.

지난 12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셋째 아들 김동선 한화건설 과장이 공식석상에 얼굴을 비쳤다. 지난달 22일 열린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63스퀘어에서 열린 ‘갤러리아면세점63’ 기자간담회에서다. 김 과장이 언론에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됐다.
 

기자간담회서 김 과장은 한화의 새로운 먹거리 산업인 면세점 사업에 참여할 계획을 밝혔다. 김 과장이 본격적인 경영 수업에 들어간 셈이다. 1989년 생인 김 과장은 김 회장의 세 아들 가운데 막내다. 미국 태프트 스쿨을 졸업하고 다트머스대학교로 진학해 지리학을 전공했다.

“고속성장’ 전망 밝은 황금알 낳는 거위
오너 아들·딸 경영능력 시험무대 주목

그는 갤러리아 승마단 소속 승마선수이기도 하다. 올해 리우올림픽 승마 마장마술 부분에 출전한다. 이번 리우올림픽 출전시 국내 승마 마장마술 선수 중 유일하게 가장 수준 높은 국제승마대회 올림픽, 세계선수권대회, 월드컵 파이널 등 3개 대회를 모두 출전한 선수가 된다.

김 과장은 지난 2014년 10월 한화건설에 입사하면서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경영수업을 받은 기간이 짧아 이번 면세점 사업은 그에게 경영 능력을 입증할 절호의 기회다. 김 과장은 언론의 관심을 경계했다.


그는 이번 면세사업 참여와 관련해 “당장 저의 역할은 최선을 다해 도와드리고 일단 배우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후계구도 관련해서는 아직 저희 삼형제가 다 어리고 아버님도 젊으셔서 그런 걸 논할 단계가 아니고 배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화그룹이 이번 면세점 사업에 거는 기대가 크기 때문에 향후 김 과장의 경영 성과에 따라 후계구도에 변화가 생길 것이란 관측이다. 갤러리아면세점 63을 시작으로 국내 공항·시내 면세점 추가 출점 및 해외 진출을 성사시켜 회사내 신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생각이다.

이날 간담회에 김 과장과 함께 참석한 황용득 한화갤러리아 대표이사는 “최소한 2017년 중반까지는 내부 역량을 강화해 앞으로 시내 또는 공항, 해외 면세점을 착실히 준비해 나가겠다”며 “면세점 사업을 시작하면서 한화그룹의 중추계열사로 일어설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갖게 된 것도 성과”라고 말했다.
 

범삼성가 3세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부문 사장도 면세사업을 통해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정 사장은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외손자로 범삼성가 3세다. 정 사장은 지난 12월초 백화점부문 총괄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백화점부문은 정 사장이 이마트 사업부문은 정용진 부회장이 맡는 모양새다. 정 사장에게 신세계그룹 사상 처음으로 진행하는 서울 면세점 사업의 성과가 중요하다.

면세사업 부문에 향후 5년간 530억원을 투자해 10조원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신세계는 본점 신관의 절반 규모인 7개 층을 면세점 공간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면세점을 중심으로 백화점을 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업계 2위 도약을 위해서 면세점 사업의 성공적인 안착은 상당히 중요하다. 정 사장은 이번 면세점 사업과 같은 큰 프로젝트를 이끌어 본 적이 없다.

패션부문을 중심으로 그룹내에서 입지를 다져온 정 사장이 성공적으로 면세사업을 안착시킬 수 있을지 우려 섞인 시각도 존재한다. 다양한 활동으로 그룹내 존재감을 높였지만 실패한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 화장품 사업 실패가 대표적이다. 정 사장은 2012년 색조화장품 ‘비디비치’를 인수해 100억원 가량의 투자를 했지만 실적 부진으로 체면을 구긴 바 있다. 다만 정 사장이 패션 분야에 대해 잔뼈가 굵어 면세사업을 잘 이끌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는 서울예술고등학교, 이화여대 응용미술학과를 거쳐 미국 로드아일랜드 디자인학교를 졸업했다. 경영수업은 1996년 조선호텔 마케팅담당 상무보로 입사하면서 받기 시작했다. 2009년 신세계백화점으로 자리를 옮겨 부사장으로 재직했다. 3대 주주로 지분 2.52%를 갖고 있으며 조선호텔과 신세계인터내셔널 업무를 맡고 있다. 정 사장은 신세계로 자리를 옮겨 경영에 힘을 보탰다.

좋은 기회
다른 입장

또 다른 범 삼성가의 3세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도 최근 새롭게 면세점 사업을 벌였다. 신라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 사장은 올해 현대산업개발과 손잡고 신규 면세사업권을 따냈다. HDC신라면세점이란 이름으로 지난 12월 말, 용인에 문을 열었다.

이 사장의 경우 다른 3세들과는 다른 상황이다. 경영능력면에서는 검증이 끝난 상황. 이 사장은 올해 6년째 사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그는 오빠인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을 대신해 ‘리틀 이건희’라는 애칭이 붙기도 했다. 그는 호텔신라의 성장세를 이끌며 사장 취임 이후 4배 가량 시총을 늘려 범삼성가 내 탄탄한 입지를 다졌다.
 

시장에서도 이 사장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다. 이번 현대산업개발과의 협업 역시 그의 경영감각을 드러냈다는 평이다. 당초 이미 면세사업을 하고 있는 호텔신라가 신규면세사업권 심사에서 사업권을 획득할 것으로 확신하는 전문가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현대산업과 손을 잡고 협업을 강조하면서 면세점사업권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이 사장은 HDC신라면세점 사업 외에도 해외 면세사업부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호텔신라는 2014년 10월 중국 마카오 국제공항 면세 사업권을 따내 운영을 시작했다. 또한 지난 3월에는 기내 면세 사업자 세계 1위 기업인 미국 디패스(DFASS)의 지분을 매입했다. 이에 따라 면세사업부에서 차지하는 해외 면세점 매출 비중은 확대될 전망이다.

이 사장은 1970년 생으로 연세대 아동학과를 졸업했다. 1995년 삼성복지재단, 삼성전자를 거쳐 2001년 호텔신라 기획부 부장직을 맡으며 호텔신라와 인연을 맺었다. 2010년에 대표이사 사장 자리에 오른 후 현재까지 사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쉬운 사업이란 평가
맡은 역할은 제각각

최근 경영난으로 대규모 인원 구조조정을 단행한 두산그룹에게는 체질 변화를 위해 면세점사업이 중요한 시점이다. 재계에서는 두산그룹이 중공업 중심의 B2B 기업에서 소비재의 사업으로의 사업영역 확대를 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두산그룹은 2000년대 들어 소비재 기업에서 중공업 기업으로 전환했다. 그룹의 외형은 1996년 매출 4조원대에서 2008년 23조원대로 6배 가까이 성장했다. 그러나 최근 주력 계열사의 부진으로 중공업 중심의 기업경영에 한계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따라서 이번 면세점 사업은 두산그룹의 신성장동력이자 소비재 사업 영역으로 변화를 모색하는 두산그룹에게 중요한 사업으로 평가된다.
 

두산그룹은 중책에 오너일가 4세 박서원 오리콤 크리에이티브총괄 부사장을 낙점했다. 그는 두산 면세점 최고전략책임자로 임명돼 중요한 임무를 수행한다. 박 부사장은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의 장남이자 박승직 창업주의 증손자다.


박 부사장은 오리콤 부사장과 ㈜두산 면세점 전략담당 전무를 겸하면서 내년 봄 동대문 두산타워에 개장할 면세점 사업에 참여한다. 박 부사장은 두타 쇼핑몰, 면세사업 등과 관련된 전략을 담당할 예정이다. 면세사업과 관련된 유통 전략을 수립하는 역할을 맡는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지난 12월1일 박 부사장이 면세점 최고전략책임자로 임명됐다”며 “향후 동현수 사장을 보좌, 면세 사업과 관련된 전략을 담당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 부사장은 주로 광고부분에서 경력을 쌓아왔기 때문에 이번 경영 참여로 승계구도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형제경영으로 유명한 두산그룹은 3세 경영을 지나 4세 경영 체제로 서서히 변화하는 모습이다. 현재 그룹 3세 맏형격인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 박정원 두산 회장, 차남 박지원 두산중공업 부회장 등이 회사의 중역으로 안착했다. 박용성 전 두산중공업 회장의 장남 박진원 전 두산 산업차량BG 사장· 차남 박석원 두산엔진 상무, 박용현 두산연강재단 이사장 장남 박태원 두산건설 부회장 등도 계열사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따라서 박 부사장은 면세사업을 통해 회사의 새로운 먹거리 사업을 발굴하는 목표 외에도 그룹 내 기반을 다지기 위해 성공적으로 면세사업을 이끌어야 하는 상황이다.

무난한 사업
“공적 쌓기”

한편, 재벌 3세 경영인들이 면세사업에 몰리는 것을 두고 단순히 치적 쌓기 아니냐는 분석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다른 사업군에 비해 안정적으로 사업을 꾸려나갈 수 있는 면세사업부문에 오너일가를 투입해 경력을 화려하게 꾸미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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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