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경제팀] 박호민 기자 = 백종원씨의 빽다방이 갑질 논란에 휘말렸다. 가맹점주에게 고가의 인테리어 비용을 떠넘긴 정황이 발견돼서다. 감독당국의 실질적인 움직임도 있었다.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했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방송인 백종원씨가 대표로 있는 프랜차이즈 빽다방 갑질 의혹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 유사업종의 다른 프랜차이즈에 비해 인테리어 비용이 과도하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회사 대표 백종원씨의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하다.
폭리 취했나
요리연구가이자 기업인인 백씨는 프랜차이즈를 통해 사업을 확장했다. 그는 더본코리아 대표로서 새마을식당, 한신포차, 원조쌈밥집, 본가, 홍콩반점, 역전우동 등 36개의 프랜차이즈를 운영하고 있다.
빽다방 역시 더본코리아가 운영하는 커피브랜드다. 2006년 논현동 먹자골목의 작은 카페로 시작한 빽다방은 대용량 커피에 저렴한 가격이 특징이다.
빽다방은 사업 초기 크게 주목받지 못한 브랜드였다. 공정위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빽다방 가맹점은 25곳에 불과했다. 브랜드가 만들어진지 10년 가까이 되도록 50호의 매장을 넘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올해 백씨가 서민적인 이미지와 구수한 입담을 무기로 각종 방송에서 활약하면서 빽다방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 결과 빽다방은 지난 12월 기준 313호점까지 증가했다. 불과 1년 사이 10배 넘게 고성장한 것이다.
하지만 백씨의 더본코리아는 경쟁업체에 비해 비싼 창업비용으로 가맹점주 사이에서 구설에 올랐다.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창업비용이 경쟁 업체에 비해 과도하다는 지적이었다. 빽다방은 폐쇄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듯 보였다.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창업비용 정보를 모두 삭제한 것.
실제 최근까지 더본코리아 홈페이지에는 빽다방 창업비용이 담긴 정보를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빽다방의 창업비용이 다른 저가 커피브랜드보다 비싸다는 지적이 제기된 후 창업비용 관련 정보가 홈페이지에서 모두 삭제됐다. 더본코리아는 내부 사정으로 창업비용 관련 정보를 홈페이지에서 삭제한다며 창업비용은 창업상담을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가맹점주들의 민원은 감독당국인 공정위까지 전달됐다. 공정위는 창업비용 가운데 빽다방의 인테리어 비용에 주목했다. 경쟁 업체에 비해 인테리어 비용이 눈에 띄게 많았기 때문이다.
빽다방과 경쟁관계로 분류되는 저가형 커피 브랜드의 인테리어 비용(간판·가구류 포함)은 3.3㎡ 기준 200만원 수준이다. 반면, 빽다방은 400만원에 육박했다. 세부적적으로 살펴보면 저가형 커피브랜드로 분류되는 ‘더착한커피’의 3.3㎡ 당 인테리어 비용은 198만원, ‘커피에 반하다’는 175만원, ‘요거프레소’는 193만원 수준이다.
반면, 빽다방은 3.3㎡ 당 인테리어 비용이 385만원에 달했다. 커피에 반하다의 인테리어 비용보다 두 배 이상 비싼 셈이다. 다만, 빽다방의 창업 비용 가운데 가맹비(660만원), 보증금(500만원), 로열티(연간 330만원) 등은 다른 경쟁업체에 비해 큰 차이가 없거나 저렴한 항목도 있어 공정위의 조사가 나올 때까지 신중해야 한다는 여론도 있다.
공정위는 빽다방을 운영하는 더본코리아가 가맹점 인테리어 비용을 합리적으로 책정했는지 조사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내용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더본코리아 전체 브랜드에 적잖은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방송인으로 유명한 백씨의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한데, 이는 더본코리아 매출에 직격탄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백씨 인기와 더본코리아의 매출은 밀접한 관계를 보였다. 실제 백씨가 방송에서 주목받기 시작할 무렵 더본코리아의 매출은 급증했다. 백씨가 본격적으로 방송에 출연한 2014년 영업이익은 630억원 수준이었다. 방송출연 전인 2012년 420억원에 비해 무려 50%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회사 규모도 확장됐다. 2012년 240억원의 자산 수준에서 2014년 490억원으로 두배 이상 확대됐다.
백씨의 인지도가 곧 더본코리아의 성장동력이 된 셈이다. 따라서 조사 결과에 따라 더본코리아의 향후 성장에 먹구름이 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공정위는 인테리어 비용과 관련된 자료 제출을 더본코리아 측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자료를 전달 받은대로 인테리어 비용 적정성 여부와 함께 정보공개서에 허위·과장된 부분이 검토할 방침이다.
더본코리아는 공정위에 요구에 성실히 응해 오해를 풀겠다는 입장이다. 더본코리아 관계자는 한 언론을 통해 “공정위로부터 가맹거래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 받았다”면서 “공정위가 제출된 자료를 검토한 후 조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프랜차이즈 열풍이 불고 있는 상황에서 가맹점주를 위한 세밀한 감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프랜차이즈가 우후죽순 난립하면서 가맹점주가 본사로부터 갑질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며 “영업지역 설정 의무화, 점포환경개선(리뉴얼) 강요 금지 등 가맹거래법이 지켜지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잇단 악재들
한편, 더본코리아는 지난 7월 중순부터 9월 중순까지 두 달 가량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받았다. 지난 10월 국세청으로부터 세금 추징 통보를 받았으나 정확한 추징금액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더본코리아 관계자는 “언론에 알려진대로 탈세 등의 혐의가 인정된 것은 아니다”면서 “회계처리 오류로 세금 추징 처분을 받았다. 금액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