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순수예술 온라인 갤러리인 갤러리블랭크에서 다음달 31일까지 한국화가 박신영의 개인전이 열린다. 전시 제목은 'Black Layers, 검은 층'이다. 한국화와 서양화가 접목된 16점의 회화작품, 전시평문, 작업노트 등이 전시기간 동안 웹사이트에 공개될 예정이다.
한국화가 박신영의 작가적 관심은 현상의 재현이 아닌 해석에 있다. 그는 자신이 본 특정한 광경을 드로잉으로 남기길 즐겼다. 되도록 작은 사이즈로, 선, 점, 색얼룩, 붓자국 등을 이용해 흔적을 남겼다는 것이 박 작가의 설명이다.
풍경을 해석
박 작가의 작업노트에 따르면 그는 드로잉 전 보이는 이미지를 어떻게 함축적으로 나타낼 것인지 생각한다. 마치 도예가가 초벌을 굽고 깨뜨리기를 반복하듯 박 작가는 끊임없이 머릿속에 선을 썼다가 지웠다.
드로잉이 쌓여 풍경이 체화됐을 때 박 작가는 비로소 작업을 시작한다. 그는 본인의 신장보다 훨씬 큰 사이즈의 그림(2m40cm)을 선호한다. 박 작가는 "내 몸집보다 큰 캔버스 앞에서는 내가 그 속으로 들어가 그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또 "시각도 제스처도 한 번에 다 들어올 수 없기 때문에 그 속에서 자유롭게 춤추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라고 덧붙였다.
국내에서 한국화를 전공한 박 작가는 최근까지 프랑스 유학을 다녀온 학구파다. 유학생활 당시 그는 동양화와 서양화의 경계에서 고민했다. 박 작가는 다뤄본 적 없는 재료와 낯선 언어, 새로운 작법의 화풍과 마주하며 적지 않은 두려움을 느꼈다.
한국인이자 이방인이었던 박 작가는 '무엇인가 해내야 된다'는 강박에 시달려 붓을 들지 못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 거듭한 작가로서의 질문은 박 작가의 작업을 더욱 단단하게 만든 바탕이 됐다.
전반적인 그림 구성은 서양화에 가깝지만 사물을 표현하는 방법 등에선 한국화의 영향이 읽힌다. 붓의 동선에 공을 들이고 있으며, 물의 번짐을 이용한 농담의 효과도 곧잘 사용한다. 박 작가는 작업노트에서 "나에게 붓의 제스처란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라며 "자유롭게 이미지 변경이 가능한 공간, 나무와 풀 등은 내가 좋아하는 소재이자 내 필선을 해소하는 공간"이라고 술회했다.
놀이 소재 꼼꼼한 드로잉…한국적 색채
유학 당시 동양화-서양화 경계서 고민
박 작가는 사물을 디테일하게 그리기보다는 자신의 느낌을 입체적으로 전달하는 데 집중한다. 작품마다 반복적으로 선택된 검은색은 몽환적인(혹은 비현실적인) 분위기를 강화한다. 물의 공간감을 드러내는 푸른색 또한 사용빈도가 높다.
박 작가 작품의 주된 모티브인 '놀이'는 회전목마와 같은 놀이기구나 수영장·호수 등과 같은 일상에서 벗어난 공간으로 묘사된다. 박 작가는 놀이기구를 그리게 된 동기에 대해 오래 전부터 기억에 남았던 놀이동산을 언급한 뒤 "마치 숨겨진 보물 같았다"라며 "어느 순간 그 기억이 조금씩 튀어나오더니 그것을 그리고 싶은 욕망이 생겼다"라고 밝혔다.
박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분해된 공간"이라고 정의한다. 작은 이미지 하나하나를 순서대로 보게끔 구도를 짠다고도 했다. 눈에 띄는 건 익명성을 지닌 각 인물들의 행위다. 놀이에 몰두한 사람들, 놀이기구에 탑승한 사람들, 또는 동물과 어울리려는 사람들, 박 작가 작품의 인물들은 시대적 맥락이 거세된 상황에서 흡사 꿈속에 박제돼 있는 듯한 인상을 남긴다. 어떤 이미지를 꿈속에서 취사선택할 것인지는 관객의 몫이다.
놀이를 그려
갤러리블랭크에서는 지난 15일부터 박 작가가 그린 16점의 회화 작품과 전시평문, 작업노트 등을 선보이고 있다. 작품 감상을 돕기 위해 작가와의 인터뷰, 작업 관련 에피소드도 함께 공개했다. 전시는 다음달 31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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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블랭크는?]
갤러리블랭크는 지난 2012년 3월 개관한 순수예술 온라인 갤러리다. 새로운 형식의 대안공간으로 작품을 폭넓게 홍보하고, 지속가능한 아카이브를 제공하며 작가, 갤러리, 관객간의 인식을 환기시키고 보다 진보적인 전시공간을 확립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입체적인 작품 선정을 통해 작가들이 빠르게 변화하는 미술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하고, 작업을 발전적인 방향으로 유도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