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세금 안 내는 거물들 추적 (50)남효열·음영복 아이베넥스 대표

짝퉁기름 4000만리터에 세금폭탄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정부는 항상 세수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돈이 없다"면서 만만한 서민의 호주머니를 털기 일쑤다. 그런데 정작 돈을 내야 할 사람들은 부정한 방법으로 조세를 회피하고 있다.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까지 정부가 걷지 못한 세금은 40조원에 이른다. <일요시사>는 서울시가 공개한 고액체납자 명단을 토대로 체납액 5억원 이상의 체납자를 추적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50화는 843억3400만원을 체납한 아이베넥스의 대표 남효열씨와 음영복씨다.

아이베넥스라는 회사를 이해하기 위해선 프리플라이트라는 회사를 함께 설명해야 한다. 이들은 '가짜 석유'를 판매했던 업체로 법인 체납액 기준 4위와 2위를 각각 기록하고 있다.

먼저 프리플라이트는 2002년부터 교통세 등 31건의 세금을 체납했다. 국세청이 거둘 세금은 1239억500만원이다. 아이베넥스는 2004년부터 부가가치세 등 41건의 세금을 체납했다. 체납한 국세는 788억3000만원이다.

수백억 체납

아이베넥스 전 대표인 최모씨는 2003년부터 교통세 등 16건의 세금을 체납했다. 국세청은 최씨를 상대로 53억6500만원을 과세했다. 아이베넥스는 서울시가 공개한 고액체납자(법인) 명단에도 포함돼 있다. 2004년 7월부터 주민세 등 17건의 지방세를 체납했다. 체납한 세금은 1억3900만원이다.

법인등기부상 아이베넥스의 대표는 남효열씨로 확인된다. 하지만 검찰은 2004년 아이베넥스의 실질적인 사주가 음영복씨라고 밝혔다. 음씨는 재판 과정에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자신은 '짝퉁 기름'을 시판하는 과정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음씨는 2002년 11월 경기 시흥 시화공단 내 공장에서 이른바 'LP파워'라는 유사석유제품을 생산했다. LP파워는 석유제품인 솔렌트, 화학제품인 톨루엔, 메틸알콜을 섞어 만든 가짜 석유상품이다. 혼합 비율은 솔렌트 57%, 톨루엔 34%, 메틸알콜 9%로 구성됐다. 당시 언론에선 알콜휘발유로 불렸는데 아이베넥스는 '기존 자동차 연료인 휘발유에 6대4 비율로 첨가한 뒤 사용하라'고 권장했다.

아이베넥스가 설립된 시기는 2002년 8월이다. 당시 ‘대체석유시장’은 프리플라이트가 선점하고 있었다. 프리플라이트가 판매한 제품은 ‘세녹스’다. 세녹스는 솔렌트 60%, 톨루엔 30%, 메틸알콜 10% 비율로 LP파워와 구성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세부 사용법 역시 휘발유와 6대4 비율로 혼합하도록 권장됐다. 프리플라이트는 후발주자인 아이베넥스가 자신들의 상품을 베꼈다고 주장했다.

이들 가짜 석유가 유통될 수 있던 근거는 환경부가 제공했다. 2001년 환경부는 세녹스에 대한 유해물질 검사 등을 실시한 결과 합법적인 연료첨가제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환경부 승인과 함께 프리플라이트는 시판 준비에 착수했다. 2002년 1월 프리플라이트는 산업자원부에 세녹스 판매와 관련한 질의를 넣었다. 같은 달 산업자원부는 "세녹스가 유사 석유에 해당한다"라고 회신했다.

하지만 프리플라이트는 같은 해 6월부터 세녹스를 판매했다. 산업자원부는 2002년 7월 프리플라이트 대표 성정숙씨를 고발했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프리플라이트는 시중 유통망을 확대했다.

서울시 1억3900만원 국세청 788억3000만원
연료제 LP파워 판매 과정서 적발

프리플라이트가 위기를 맞자 아이베넥스에게 기회가 왔다. 2002년 11월 LP파워 생산에 착수한 아이베넥스는 2003년 3월까지 3927만리터의 가짜 석유를 유류취급소에 공급했다. 전국 20개 대리점에서 LP파워가 판매됐다. 약 4000만리터의 기름을 현금으로 환산한 가액은 388억여원이었다. 2003년 1월 산업자원부는 아이베넥스를 검찰에 고발했다.


유사 석유 논란이 확대되자 환경부는 2003년 8월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연료유 부피기준 1% 이내로 첨가제를 사용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개정된 규칙에 따라 세녹스와 LP파워는 가짜 석유로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 이들 제품은 각각 생산단계부터 40% 비율로 휘발유와 섞어 사용하도록 취급됐다.

그런데 법원은 2003년 11월 1심에서 '이들 연료가 휘발유를 사칭해 판매된 것이 아니'라며 프리플라이트 대표 심씨와 아이베넥스 대표 음씨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특히 음씨는 1심 판결 직후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음씨는 이후 재판 과정에서 "LP파워 유통에 개입하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아이베넥스가 재판 중인 2003~2004년에도 LP파워를 생산·유통했다고 설명했다. LP파워는 카센터는 물론 일반 문구점에서까지 판매됐다.

아이베넥스는 2심 판결 직전인 2004년 7월 헌법재판소를 상대로 위헌소송을 제기했다. 유사 석유제품의 제조 금지가 헌법이 규정한 직업수행의 자유, 재산권과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는 것이었다.

앞서 아이베넥스는 가짜 석유 생산이 법적으로 중단된 2003년 8월에도 환경부의 시행규칙 개정과 관련해 '영업의 자유를 침해하고 다른 사업자와의 차별로 인한 평등권 침해, 재산권 침해가 있었다'라며 위헌심판을 청구했다. 프리플라이트 역시 같은 취지로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했다'라며 2003년 9월 위헌심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는 2005년 2월 위헌심판 대상이 된 석유사업법 26조 등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휘발유에 부과되는 각종 조세를 탈세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고 유해 가스의 배출을 억제하여 국민의 건강과 환경을 보호할 수 있으므로 법익의 균형성을 갖췄다"라고 판시했다. 같은 해 11월 헌법재판소는 아이베넥스가 제기(2004년 7월)한 위헌소송에 대해서도 각하 또는 기각결정을 내렸다.

음씨와 성씨를 상대로 한 2심 결과도 뒤집혔다. 먼저 성씨는 2004년 8월 2심에서 징역 1년6개월에 벌금 3억원을 선고받았다. 당시 판결 취지는 세녹스가 인체 유해물질을 배출해 정상적인 연료로 보기 어려우며 세금도 부과되지 않아 탈세에 이르렀다는 것이었다.

음씨 역시 유죄를 선고받았다. 2심 재판부는 LP파워에 대해 "휘발유 대비 40% 비율로 혼합할 것을 예정하고 있다"라며 자동차 연료로 쓸 수 있는 정상적인 석유제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또 제품 내 알코올 비중이 6~7%로 발암물질 배출이 예상되며, 정품휘발유가 아님에도 소비자들 사이에서 정품으로 인식돼 시장질서를 교란하고 있다는 해석도 덧붙였다. 2005년 12월 대법원은 징역 1년6개월에 벌금 5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줄줄이 구속

2000년대 초반을 뜨겁게 달군 가짜 석유 논란은 아이베넥스와 프리플라이트 사주가 연달아 구속되면서 일단락됐다. 하지만 같은 기간 유사 석유를 제조·공급하는 업체가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선의의 피해자가 속출했다. 나이트클럽 사장 변모씨는 2004년 7~8월까지 LP파워 용기에 담은 가짜 휘발유를 판매하다가 적발됐다. 가짜 석유를 흉내 낸 또 다른 가짜 석유가 나온 것이다.

현재 아이베넥스는 폐업한 까닭에 사무실이 남아 있지 않다. 아이베넥스에 부과된 수백억원의 세금은 사실상 환수가 불가능하다. '짝퉁 기름'을 만들어 이득을 챙기려던 일당은 '세금 폭탄'을 맞고 실명마저 공개되는 운명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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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