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총선 출마설 도는 기업인 리스트

여의도 입성 노리는 사장님

[일요시사 경제팀] 양동주 기자 = 내년 4월13일로 예정된 20대 총선이 가까워지자 여의도 입성을 노리는 인사들의 발 빠른 행보가 곳곳에서 눈에 띄고 있다. 특히 경제 문제에 대한 대중들의 높은 관심을 투영하듯 내년 총선에 다수의 기업인들이 도전장을 내밀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미 출마를 선언했거나 출마를 놓고 저울질하는 명망 있는 기업인들을 간추려 봤다.

경제전문가를 표방했던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기업인들의 정계 진출은 익숙한 풍경으로 비춰지고 있다. 대기업 CEO 출신이었던 이 대통령이 표방한 경제살리기와 실용주의 이념이 폭넓게 퍼지기 시작한 까닭이다. 실물 경제전문가인 기업인들의 총선 참여 여부에 관심이 쏟아지는 이유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기업인들이 경제 회복에 일익을 담당할 거란 기대감을 반증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금융권 출신
정치권 기웃

4월 총선을 겨냥하고 있는 기업인 명단을 살펴보면 이름값에서부터 확연히 두드러지는 인물들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정·재계에서 명망을 쌓았거나 대내외적인 활동으로 인지도를 확보한 정몽준, 최양오 등이 대표적이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은 출마 여부를 두고 가장 눈길이 가는 인물로 손꼽힌다. 한 때 월드컵 개최 1등공신이라는 타이틀을 앞세워 대선에 참가할 만큼 정 이사장은 거물급 인물로 통한다. 이미 울산과 서울에서 지역구 국회의원을 지냈고 한나라당 대표도 겸임했다. 비록 고배를 마셨지만 지난해 6·4지방선거에서 난공불락으로 여겨지던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도전장을 내밀 수 있었던 것도 그였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FIFA 회장 출마 과정에서 피해자로 비춰지며 대중들에게 호의적인 인물로 비춰진 점이 호재다. 이미 여당 내부에서도 정 이사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새누리당 서울시당 위원장인 김용태 의원은 “내년 총선에서 이기기 위해 정말 중요한 분들은 모조리 총선에 참여해주길 강력히 권고한다”고 언급하며 정 이사장의 필요성을 공공연하게 부각한 상황이다.


다만 아직까지 정 이사장은 총선 출마 계획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아산 정주영 회장 탄신 100주년 기념 사진전에서 “오늘은 그런 이야기를 하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출마 여부는 다른 자리에서 수차례 이야기했다”고 언급을 회피했다.

최양오 현대경제연구원 고문은 자신을 둘러싼 주변 배경이 총선 출마 가능성을 부채질하는 경우라고 볼 수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처남으로 잘 알려진 최 고문은 김영삼 정부 시절 청와대 행정관을 역임한 이후 줄기세포 제약기업인 차바이오텍 대표이사를 거쳤다. 지난해 김 대표가 새누리당 대표로 선출된 후 2달 만인 9월15일자로 현대경제연구원 고문으로 임용된 바 있다.

최 고문은 최근 내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텃밭인 서울 서초갑에 출마하기로 마음을 굳힌 상황이다. 최양오 고문의 출마 예정지인 서울 서초갑은 이혜훈 전 새누리당 최고위원과 조윤선 전 정무수석비서관의 출마가 예상되는 곳이다.

금배지 야망 품고 저울질 한창
여야 물밑서 될만한 사람 찾기

성일종 엔바이오컨스 대표는 고인이 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친동생이라는 사실이 부각된 경우다. 성 대표는 이미 20대 총선에서 명예 회복을 위해 형의 지역구였던 충남 서산태안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초를 뜨겁게 달군 ‘성완종리스트’ 파문을 계기로 야당으로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었지만 새누리당 공천을 신청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성 대표는 지난 7·30재보선에서 형의 지역구인 충남 서산태안 보궐선거에 출마하려 했지만 일부 공천심사위원이 형제가 지역구를 대물림한다는 문제를 지적해 뜻을 이루지 못한 바 있다. 성 회장이 세상을 떠난 후 동정여론이 일고 있어 성 대표에게 표가 쏠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재계에서 제법 잔뼈가 굵은 기업인 가운데 상당수도 20대 총선 출마를 저울질하거나 소문이 떠돌고 있는 상황이다.
 


‘굽네 치킨’으로 중소기업 성공 신화를 일궈낸 새누리당 홍철호 의원에 이어 페리카나치킨의 양희권 회장이 총선에 뛰어들었다. 양 회장은 올해 초부터 홍성·예산 선거구에 출마 의사를 피력한 바 있다. 홍성·청양선거구는 홍문표 새누리당 의원이 2선에 성공한 지역으로 국회 예결특위위원장까지 맡아 활동해 온 홍 의원이 판세를 굳히는 양상이었다는 게 지역 정계의 분위기였다.

이런 상황에서 양 회장은 공식적으로 출마 입장을 밝히면서까지 지역 정가에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홍성·예산은 현재 새누리당 홍문표 의원과 양희권 회장 이외에 새정치연합에서는 이두원 전 지역위원장과 채현병 전 홍성군수 등이 거론되고 있다.

양 회장은 “그동안 지역민들의 관심과 배려 덕분에 기업을 성공적으로 일구고 이로인해 다양한 사회봉사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며 “이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고향의 발전을 위해 봉사해보고 싶다”고 출마 의지를 밝혔다.

재수·삼수하는
사장·회장님도

김호연 전 빙그레 회장의 출마 여부도 관심거리다. 빙그레그룹의 최대주주인 김 전 회장은 2008년 총선 출마를 위해 대표이사직을 내놓은 이후 6년 동안 회사 경영에 참여하지 않았다. 2010년 천안을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 소속으로 18대 국회의원에 당선돼 정치인으로 활동했지만 2012년 19대 총선에서 낙선했다.

잘 알려진 것처럼 그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동생이자 한화그룹의 창업주인 고 김종희 전 회장의 둘째 아들이다. 다만 지난해부터 빙그레 경영진 복귀를 염두한 움직임이 포착된 이래 총선과 관련된 별다른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공식적으로 출마 의중을 내비치지도 않은 상황이다.

부산 중동구 출마를 준비해온 하준양 리더스손해사정 대표는 내년 총선 때 지역구가 분리되거나 허남식 전 부산시장이 출마한다면 비례대표로 바꿀 생각마저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부산복싱연맹 회장과 부산지식서비스융합협회 사무총장 등 다양한 사회활동을 펼쳐온 '차세대 정치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 대표는 선거구 획정이 마무리될 때까지 선거사무실 개소를 미루기로 한 상태다.

김세환 전 대전시티즌 사장도 발빠른 행보를 밟기 시작했다. 씨티엘 상무를 거쳐 대전시티즌에 몸담았던 그는 지난달 29일 한밭대 평생교육관에서 '세상을 움직이는 것' 출판기념회를 열며 얼굴 알리기에 나섰다. 이 책에 대전시티즌 사장과 대전생활체육회 사무처장 재임 동안의 이야기를 담았다. 새누리당 소속으로 중구 당협위원장 공모에 도전하기도 했던 김 전 사장은 내년 총선에도 출마가 점쳐지고 있다.

신방식 전 제민일보 대표이사는 지난 1일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내년 4월 총선에서 제주시 갑 지역구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신 전 대표는 새누리당 중앙당에 자율적인 후보 경선을 보장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당내 예비후보들에게 아름다운 경선 동참과 함께 정도의 의리의 정치를 실천할 것을 당부했다.

신 전 대표는 제주시 이호동 출신으로 제주중앙고와 제주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제민일보 대표이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제주시협의회장 등을 역임했다. 제19대 총선에서 제주시 갑 지역 예비후보로 나섰다가 공천에 탈락한 뒤 현경대 후보 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았으며, 대선 때는 박근혜 대통령 후보 제주도당선대위 전략기획본부장을 맡았다.

경제전문가 내세워 표심 공략
전국구 인지도 갖춘 거물급도

금융권의 주요 인사들도 총선을 앞두고 요주의 대상이다. 최근 금융권은 연말 인사 태풍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무엇보다 현 정부 들어 임명된 금융권 수장 가운데 상당수가 내년 총선을 위해 차출될 수 있다는 관측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특히 권선주 IBK기업은행장을 비롯해 홍기택 KDB산업은행 회장, 이덕훈 수출입은행장 등이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모습이다.


권선주 기업은행장은 금융권 인사 가운데 총선 차출 1순위로 꼽히고 있다. 2013년 12월 기업은행의 수장으로 취임한 권 행장은 '최초 여성 1급 승진' '최초 여성 부행장' '최초의 여성 은행장'이란 수많은 수식어를 달고 있다.
 

부임 초기만해도 낙하산 인사 논란에 휩싸였지만 경영 실적 등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박 대통령도 올해 초 열린 5개 경제부처 협업 업무보고에서 “권 행장을 본받아라”고 공개적으로 말했을 정도다.

홍기택 KDB산업은행 회장 역시 총선 출마설과 연결되고 있다. 홍 회장은 2013년 4월 박근혜 정부 초기 KDB산업은행 회장으로 낙점됐다. 이는 박근혜 정부의 첫 공공기관장 인사였다. 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2007년 한나라당 경선 때 박 대통령을 도왔으며, 2013년에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경제1분과 인수위원을 맡았다.

이덕훈 수출입은행장도 교체론과 함께 총선 출마설이 나돌고 있다. 지난해 3월 수출입은행장에 취임한 이 행장은 이전부터 금융권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사 가운데 하나였다. 서강대 경제학과를 거친 박 대통령과는 서강대 동문이자 금융권의 대표적인 친박 인사로 파악된다. 다만 이 행장은 과거 수은이 지원했던 기업들이 잇따라 쓰러지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구설수에 올랐던 게 취약점이다.

공천룰 변수
눈치만 본다

이외에도 KB국민카드 부사장 출신의 이현희씨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미 새누리당 청주흥덕갑 지역구에 출사표를 낸 상태다. 이씨는 “고향인 청주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제가 가진 역량을 고향을 위해 쓰고싶다”고 사실상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이씨가 도전하는 청주흥덕갑 지역구는 3선의 새정치민주연합 오제세 국회의원이 버티고 있다. 또 새누리당 내에서는 최현호 당협위원장 등과 경쟁을 벌여야 한다. 이씨는 충북 청주 출신으로 청주중·청주고와 서울대학교를 졸업한 뒤 KB국민카드 부사장 등을 지냈다. 그는 지난 18대 총선에서도 당시 한나라당 청주흥덕갑 예비후보로 나섰으나 공천을 받지 못했다.

한편 기업인 출신 총선 참가자들의 성패는 공천룰 확정 여부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지역구 획정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은 데다 공천 룰도 불투명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부 출마자들은 나서야 할 지역구를 아직도 정하지 못했고 나머지 주자들의 공천 불안감 역시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djy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출마설’ 공기업 임원은?

전·현직 경제관료 출신 인사들이 20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출마 채비에 분주한 모습이다. 공직자 사퇴시한은 선거일인 내년 4월13일의 90일 전, 선출직은 선거 120일 전이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내년 공천에서 고등학교를 나온 부산이나 출생지인 대구·경북지역에서 출마를 검토 중이다. 권혁세 전 금융감독원장은 경기 성남 분당갑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성남 분당갑에 출마하면 유승민계로 분류되는 이종훈 현 의원과 당내 공천을 먼저 거쳐야 한다.

재무부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임태희 전 의원도 성남 분당을에서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임 전 의원은 지난해 7월30일 재·보궐선거 때 경기 수원정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박광온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에게 패배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박재완 전 장관도 경남 창원에서 출마 얘기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7월 재보선에서 새누리당의 공천을 받았다가 비리 의혹 등이 불거지며 공천이 취소된 한상률 전 국세청장도 고향인 충남 서산·태안에서 재기를 노릴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국세청에서 조사국장과 서울지방국세청장 등 주요 보직을 거친 그는 올해 4월 관련 의혹에 대해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윤영선 전 관세청장은 고향인 충남 보령·서천 출마 얘기가 나오고 있으며, 이수원 전 특허청장 역시 고향인 강원 춘천에서 출마 예상자 명단에 올라 있다.

야권 인사 가운데는 이용섭 전 의원이 전 지역구인 광주 광산을에서 복귀전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재정경제원 출신인 이 전 의원은 국세청장, 행정자치부 장관, 건설교통부 장관 등 요직을 두루 거친 대표적인 경제통으로 꼽힌다.

재경부 출신으로 경제부총리를 지낸 3선의 김진표 전 의원도 수원 지역에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로 내년 총선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재무부 출신인 이정환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고향인 부산 남구 쪽에서 출마 요구가 있다. 경제기획원 출신인 임해종 전 산업은행 감사는 충북 증평·진천·괴산·음성에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완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김성회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 등 현직 공기업 간부들도 총선과 관련해 이름이 오르내리긴 마찬가지다. 박완수 사장은 경남 창원 의창구, 김성회 사장은 경기 화성갑에 각각 출마할 채비를 갖추면서 사퇴할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총선 출마가 유력한 것으로 여겨졌던 김학송 한국도로공사 사장은 총선 불출마 의사를 명백히 밝혔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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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