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추적> 자승 측근 동국대 보광스님의 비밀

스님이 재산 소유 왜?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이른바 '동국대 사태'가 일단락됐다. 총장 및 이사장 선임 과정에서 외압 시비에 휘말린 이사회는 지난 3일 전원 사퇴를 약속했다. 종단 내 권력투쟁의 불씨가 학교로 옮아 붙은 이번 사건은 조계종 지도부가 신임 총장을 감싸면서 파문이 확대됐다. 총장을 비호하는 배후로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이 지목된 가운데 이들의 숨겨진 '인연'에 관심이 집중된다.

권력이 있는 곳에는 파벌이 존재한다. 집권세력과 대안세력(또는 견제세력)으로 양분된 이들은 서로 권력을 갖기 위해 싸운다. 국회에는 여당과 야당이 있고, 여당인 새누리당 안에도 친박과 비박이 있다.

종교집단도 예외는 아니다. 대한불교조계종(이하 조계종)에는 중앙종회라는 대의기구가 있다. 중앙종회에서 여당은 불교광장이며, 야당은 삼화도량이다. 조계종의 대통령격인 자승 총무원장은 불교광장 소속이다.

‘자승 천하’
동국대 접수

불교광장은 지난해 10월 열린 제16대 중앙종회의원 선거에서 54석(친여 성향 10석 포함)을 얻어 15석을 얻은 삼화도량을 압도했다. 앞서 자승 원장은 지난 2013년 10월 조계종 총무원장 가운데는 최초로 연임에 성공했다. 국가조직에 비유하면 행정부와 국회를 동시에 장악한 것이다.

중앙종회 선거 직후 조계종은 '전리품'인 동국대를 손에 넣으려 했다. 2014년 기준 동국대의 한해 예산은 6300억원 규모로 조계종 연예산인 450억원보다 10배 이상 많았다. 더구나 동국대에는 스님들이 원하는 일자리가 넘쳐났다. 2014년 12월11일 자승 원장 등 조계종 간부 5명은 김희옥 당시 동국대 총장과 동국대 이사장 정련스님을 서울 코리아나호텔 일식당으로 불러냈다.


당시 동국대에선 차기 총장 선거를 둘러싼 공방이 가열되고 있었다. 연임을 노리는 김 총장과 '삼수생'인 보광스님 간의 물밑 경쟁이 치열했다. 그런데 조계종 간부들은 코리아나호텔 일식당에서 "종단의 뜻"이라며 김 총장의 후보직 사퇴를 권유했다. 같은 달 16일 정련스님은 동국대 이사회에서 이 같은 의혹을 폭로했다.

이른바 '조계종 외압' 시비는 동국대가 1년 가까이 내분을 겪게 된 원인이 됐다. 단독후보가 된 보광스님은 종단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총장에 선출됐다.

반면 삼화도량 소속으로 자승 원장과 대립각을 세우던 영담스님은 지난 5월 자신이 몸담은 동국대 이사회에서 해임됐다. 해임 논의는 자승 원장의 사람으로 불리는 일면스님(현재 이사장직 사퇴)이 주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면스님은 정련스님의 임기가 지난 3월 만료되자 신임 동국대 이사장에 선출됐다.

자승 취임하자
요직으로 영전

불교계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이 같은 '권력 독점' 시도가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조계종에 여당과 야당이 있다면 동국대 이사진에는 야당 몫을 남겨두는 게 관행이었다"라고 말했다.

동국대 사태의 불씨는 '비선 논란'으로까지 번졌다. 지난 3월 이른바 '9인회'라는 사조직을 언급한 영담스님은 "자승 원장을 지지하는 9인회 멤버 가운데 보광스님과 일면스님이 있다"라고 주장했다. 지난 4일 조계종 측은 관련 문의에 대한 답변을 주지 않았다.

보광스님은 자승 원장의 측근으로 불린다. 지난 2013년 자승 원장이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에 출마하자 보광스님은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에 부각된 '연구자'로서의 면모 외에 정치적인 이력이 숨어 있는 셈이다. 또한 동국대 사정에 밝은 복수 관계자는 "보광스님이 상당한 규모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취재 결과 청계산 인근에선 보광스님 명의로 된 부동산이 확인됐다. 사찰이 소유권을 갖고 있는 건물에선 유료 낚시터가 운영되고 있었다. 아울러 보광스님이 창립한 학회의 핵심 간부들은 자승 원장의 '중앙집권화' 정책에 적극 협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의혹을 관통하는 두 가지 키워드는 '돈'과 '권력'이다.

먼저 지난 1월 보광스님은 연구 논문 표절 의혹에 휩싸였다. 당시 동국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표절 판정에 나섰다. 같은 달 14일 보광스님은 "논문 내용이 일부 비슷한 것 뿐"이라며 동국대 이사회에 반론문을 제출했다. "표절로 볼 수 없다"라는 의견을 담은 공문과 함께였다. 공문을 발급한 기관은 대각사상연구원과 한국정토학회로 확인된다.

자승 원장 조계종 행정부·의회 차례로 장악
조계종 내 비선 의혹…정토학회 파워그룹 부상?

보광스님은 1998년 대각사상연구원을 만든 장본인이다. 1998년 3월부터 현재까지 대각사상연구원 원장을 맡고 있다. 한국정토학회 역시 1988년 5월 발기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1998년 2월 정식 출범한 한국정토학회의 초대 이사 가운데는 박범훈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눈에 띈다. 보광스님은 창립 이래 기획·재정을 총괄하는 총무이사로 활동했다.

두 학회는 각각 불교 이론을 연구하는 모임이다. 세부 연구 분야는 다르지만 임원 구성은 상당 부분 일치한다. 신규탁 연세대 교수는 지난 2000년부터 한국정토학회 이사를 맡았다. 신 교수는 대각사상연구원의 연구위원으로도 활동했다. 2014년 한국정토학회 회장(9기)에 취임한 신 교수는 보광스님의 논문 표절 의혹을 적극 반박했다.

보광스님은 한국정토학회에서 지난 2006년부터 2008년까지 5기 회장직을 수행했다. 2008년 6기 회장에 취임한 태원스님은 대각사상연구원의 감사였다. 2010년 7기 회장에 내정된 도업스님도 같은 시기 대각사상연구원의 이사장을 지냈다. 이외에 한국정토학회 이사진과 대각사상연구원 연구진에 함께 등재된 인물은 동국대 김모 교수 등 5명이 더 있었다.

보광스님이 조계종 내 요직을 꿰찬 시점은 회장 임기가 완료된 2008년 이후다. 구체적으로 자승 원장의 총무원장 취임 시기(2009년 11월)와 맞물린다. 2010년 1월 제14대 중앙종회의원에 선출된 보광스님은 같은 해 6월 조계종 화쟁위원회 화쟁위원으로 내정됐다.

또 보광스님은 같은 해 7월 조계종 장학위원회 장학위원장으로 위촉돼 3연임에 성공했다. 장학위원장의 역할은 스님들을 상대로 장학금을 주는 것이다. 당시 조계종은 학기별 국내 기준 최대 1000만원, 해외 기준 최대 3000만원까지 장학금 지급을 약속했다.

자승과 인연
대각회 협조

자승 원장은 취임 후 대형사찰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는 데 공을 들였다. 조계종에 비타협적인 재단과 분원들이 주요 대상이었다. 이 같은 고민 속에 등장한 승부수가 '법인관리법'이다. 법인관리법에는 조계종 산하 200여개에 달하는 법인을 통합·관리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등록제'를 표방한 법인관리법은 '재단에 대한 통제와 규제'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특히 대형사찰들은 조계종이 재단 재산을 빼앗거나 이사회에 개입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반발했다. 법인관리법 시행 과정에서 조계종과 대립한 재단은 선학원과 대각회다. 이들은 규모 면에서 조계종 총무원의 재정적인 지원 없이도 자립이 가능했다.

이 가운데 대각회 이사회는 지난해 8월 법인관리법을 수용하기로 의결했다. 당시 대각회 이사장은 한국정토학회 회장을 지낸 도업스님이다. 도업스님은 지난 7월 또 다른 한국정토학회 회원인 혜총스님에게 이사장직을 넘겼다. 혜총스님은 취임 일성으로 "대각회와 조계종은 한 몸"이라고 말했다.


한국정토학회 9기 회장을 역임한 성운스님은 자신이 속한 선학원에 반기를 들었다. 성운스님은 지난 8월 조계종이 선학원을 상대로 제기한 '이사회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에 원고로 참여했다. 앞서 선학원 이사회는 법인관리법 시행에 협조하기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성운스님은 직원 수 500여명에 달하는 사회복지법인 인덕원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달 16일 성운스님은 '제27회 대한불교조계종 포교대상'을 수상했다. 이날 자승 원장은 성운스님에게 직접 상패를 전달했다.

불자 가운데 비교적 큰 조직을 이끄는 스님들과 자승 원장의 공조는 자연스런 일이다. 한국정토학회 6~8기 회장은 각각 대형 사회복지법인(또는 재단법인)의 이사장을 지냈다.

반면 보광스님은 대형 법인을 대표해 본 경험이 없다. 다만 자신이 주지로 있는 성남 정토사에서 불교대학을 운영하는 등 학교사업에 관심을 보여 온 것으로 전해진다. 동국대 총장에도 세 차례 도전할 만큼 의욕을 드러냈다.

흔히 보광스님은 "사업 수완이 좋은 인물"로 평가된다. 보광스님은 지난 2004년 "주지스님도 CEO가 돼야 한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불교 전문지에 기고한 바 있다. 실제 보광스님은 시가 수십억원으로 추정되는 부동산을 사찰 명의와 개인 명의로 소유하고 있다. 정토사가 있는 청계산 일대는 물론이고, 2007년까지 충북 음성군 소재 임야 4만2600㎡를 소유했다. 해당 임야는 2007년 2월5일 출연을 통해 대각회로 소유권이 넘어갔다.

중점 추진 '법인관리법' 학회 출신 외곽지원
본인 부동산 담보 대출로 4억5천 근저당 설정


1986년 보광스님은 현 주소지인 경기 성남시 상적동 338번지 땅과 건물을 사들였다. 이어 1990년에는 경북 예천군에 있는 땅 1063㎡를 매입했다. 예천군 땅은 2003년 2월 신모씨에게 매매됐다. 보광스님은 당시 '양어장 불사금' 부채를 갚기 위해 땅을 팔았다고 밝혔다.

스님이 밝힌 양어장은 정토사 인근의 Y낚시터와 주소지가 일치한다. 보광스님은 2002년 5월 Y낚시터 부지(상적동 338-2) 등 6필지(상적동 360 등)의 지분을 사들였다. 계약에 따라 1만4000여㎡ 땅과 낚시장 건물의 지분 50%(1/2)는 보광스님에게 넘어갔다.

Y낚시터 관계자는 지난 2일 "영업을 안 한 지 오래됐고, 스님도 관련이 없다"라고 했지만 지난 8월까지 낚시터는 정상 운영됐다. 동국대 측은 지난 4일 "총장님(보광스님)께서 양어장이 오염된 것을 안타까워 하다가 지분을 매입하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보광스님이 1997년부터 인수·매입한 정토사 인근 땅은 확인된 것만 29필지에 이르렀다. 이 땅의 일부는 2000년 8월22일 대각회로 증여되거나 2007년 2월5일 같은 곳에 출연됐다. 2007년 2월은 대선을 앞두고 종교인 과세에 대한 여론이 높아지던 시기다.

지난 3일 기준 보광스님이 개인 명의(속명 한태식)로 갖고 있던 땅은 14필지(상적동 344-1, 354 등)다. 관련 등기부등본을 살피면 보광스님은 2001년 12월31일 상적동 354번지 등 19필지를 금융권 담보로 제공해 4억원가량(채권최고액 4억5500만원)을 대출받았다. 조계종 승려법 제30조 2항에 따르면 승려는 종단의 공익과 중생 구제의 목적 외에는 본인이나 세속의 가족을 위해 개인 명의의 재산을 취득해선 안 된다.

보광스님 명의로 된 땅은 모두 '자연녹지'로 대각회로 넘긴 '제1종 일반주거지역'과 구별된다. 세법상 자연녹지를 재단(대각회)에 출연하면 과세(또는 강제매각)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지난 4일 통화한 정토사 관계자는 "업무를 맡은 지 얼마 안 돼서 잘 모른다. 스님과 연락할 방법은 없다"라고 말했다.

낚시터 운영?
과세에 대비?

지난 3일 동국대 이사회는 "현 이사장을 포함한 모든 임원은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전원 사퇴하고자 한다"라는 내용의 기자회견문을 발표했다. 사퇴 요구를 함께 받은 보광스님은 유구무언이다. 총장을 비호하는 배후로 자승 원장이 지목된 것은 괜한 트집 잡기가 아니다.

조계종 측은 지난 4일 승려법 위반 의혹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호법부에서 처리할 일"이라고 말했다. 호법부 측은 7일 오전까지 관련 문의에 대한 답변을 주지 않았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