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이젠 타격의 달인이라 불러주세요!

두산베어스 김현수가 ‘타격의 달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괄목상대한 기량으로 한국 프로야구를 뒤흔들어 놓으면서 세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실제 그의 성적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타격과 최다안타 부문에서 각각 0.359와 1백64개로 타격부문 선두를 사실상 확정지었다. 출루율도 타이틀 획득이 유력한 0.455다. 약관의 나이에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타자로 발돋움한 김현수. 그의 발자취를 좇았다.

김현수의 올해 나이 스물이다. 그런 그가 한국 프로야구의 한 획을 긋고 있다. 타격부분에선 단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3할5푼을 웃돈다. 안타부문도 마찬가지다. 1백64개을 때려냈다. 올 시즌 MVP 후보에 일찍 감치 등록했다.

김현수는 사실 아픔이 많은 선수다. 2006년, 미지명 설움을 안고 두산베어스 신고선수부터 출발했다. 신일고 시절이던 지난 2005년 아시아청소년선수권 대표이자 이영민 타격상(전국대회 최고 타율 선수에게 시상)까지 받았지만 8개 구단은 하나같이 그를 외면했기 때문이다.

불방망이 휘두르면 팬들은 ‘시원·통쾌’
외면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발이 느리다, 수비가 불안하다, 그 정도 타격 실력을 갖춘 1루수는 2군에도 많다 등이 그것이다. ‘등록 외 선수’로서 계약금을 한 푼도 못 받고 연봉은 1군 최저연봉(2천만원)에도 못 미치게 받았다.
김현수는 그러나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눈물 젖은 빵’을 다시 씹으며 기회를 엿봤다. 드디어 기회는 찾아왔다. 입단 첫 해인 2006년 2군 경기에 꾸준히 출전하며 내공을 쌓은 그는 그해 7월 정식선수로 ‘승격’됐다.

그리고는 1군 경기에 한 차례 나섰다. 홈 개막전 3번 타자로 ‘깜짝’ 기용된 것이다. 기회를 놓치지 않은 김현수는 지난해 99경기에 출장하며 2할7푼3리 5홈런 32타점으로 시즌을 마쳤다.

당시 신인왕 투표에서도 2위에 올랐을 정도로 두각을 나타냈다. 팬들에게 ‘시원함’과 ‘통쾌함’을 안겨줬다. 신고선수로 출발한 프로선수 생활 3년. 이제 한국 프로야구에서 김현수를 모르면 ‘간첩’이다. 지난 베이징올림픽에선 금메달도 목에 걸었다. 김현수는 힘이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경문 감독조차도 “부모님에게서 좋은 몸을 타고 났다”고 할 정도다. 물론 홈런은 많지 않다. 9개에 불과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입을 모은다. 웨이트와 유연성을 가미하면 홈런도 얼마든지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김현수는 정확한 타격을 하는 중거리 타자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는 나쁜 공이라도 그 공을 따라가면서도 정확한 콘택트 능력으로 안타를 생산하는 게 장점이다. 타이밍을 잃더라도 그 공을 끝까지 따라가면서 치는 능력이 탁월한 셈이다. 타격에 대한 감각도 뛰어나다. 게다가 타격에 대한 진지함과 집중력까지 갖췄다.

정확한 타격 한 방에 야구장은 함성 도가니
그러면 김현수는 어떤 강점으로 ‘타격왕’ 자리까지 넘볼 수 있었을까. 그 해답은 그가 ‘연습벌레’라는 닉네임을 가지고 있는데서 찾을 수 있다.

실제 설움을 안고 시작한 김현수는 입단과 동시에 경기도 이천에 있는 2군 숙소에서 합숙하면서 하루 1천개씩 스윙에 몰두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방망이를 휘둘렀다. 자신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배트스피드를 늘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몸의 중심부터 다리 위치까지 가장 잘 맞는 타격폼을 찾는 데 주력했다.

피나는 노력으로 그는 점점 하나씩 안정돼 가는 것을 몸으로 느꼈다. 타격에 설 때 잡념을 버리는 연습도 했다. 심리적으로 흔들지지 않기 위해서다. 폼이 흐트러지지 않게 하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몸이 그 자세를 기억’할 정도로 만들었다. 물론 체력보강도 힘썼다.

이 같은 노력으로 ‘타격왕 김현수’가 만들어졌다. 전문가들이 꼽는 그의 특징적 타법은 4가지로 집약된다. 하나는 투자의 여러 구종에 대처가 강하다는 것이다. 김현수는 왼손타자다. 하지만 왼손투수의 달아나는 커브와 슬라이더 등 속기 쉬운 변화구에 극단적인 중심 쏠림 현상이 거의 없다.

또 다른 특징으로는 오른쪽 어깨가 잘 열리지 않는 타자란 점이 꼽힌다. 발가락 앞쪽에 중심을 놓고 있기 때문에 중심이 앞으로 넘어가지 않는다. 타석에서 홈플레이트쪽으로 중심을 두고 있어 몸이 바깥쪽으로 열리는 현상이 적은 셈이다.

발사위치에서 초고속 이동하는 것은 또 다른 특징이다. 그는 히팅포인트가 뒤에 있다. 최초 준비 자세에서 임팩트 순간까지 동작이 빠르다. ‘방망이 발사위치’라고 할 수 있는 손잡이 위치를 끌어올려 불필요한 테이크백 동작이 거의 없다. 여기에 뒤에 두고 있는 히팅포인트는 빠른 공에 대한 대응력도 좋게 만들고 있다.

타석에서 움직임이 적다는 것도 강점이다. 중심이동 중에 하체가 무너지는 일이 별로 없다. 오른발을 들었다가 놓으면서 타이밍을 잡지만 처음 밟았던 곳 부근의 약간 앞쪽에 다시 발을 내려놓는다. 때문에 타격할 때 균형이 무너질 여지도 그만큼 줄어드는 효과를 얻고 있다.

김현수는 꿈이 많다. 우선 홈런타자가 된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당당한 체격과 남다른 파워를 가지고 있는 그는 사실 ‘차세대 거포’를 노릴 만하다. 그 역시 “어릴 적부터 이승엽, 김동주 같은 홈런 타자들에 열광했다. 타율에 신경 쓰느라 홈런을 못 치는 게 아니라 치고 싶어 죽겠는데 기술이 부족해서 안 되는 것”이라며 숙원을 살포시 드러냈다.

견제집중 포화 예상…롱런의 관건은 ‘극복’
하지만 서두르지는 않겠다는 계획이다. 매년 조금씩 홈런 수를 늘려가면서 거포로 거듭나겠다는 복안이다. 첫 술에 배 부르려다 공든 탑 무너지는 우(遇)는 범하지 않겠다는 계산이다.

‘최장출전’도 그의 꿈이다. 때문에 어느새 매 시즌 전 경기 출장이 그의 목표가 됐다. 야구장에 많이 나갈 수 있는 게 유일한 행복이란 이유에서다. 실제 그는 지난해 8월19일 대전 한화전부터 시즌 최종전까지 총 25경기에 연속 출장했다. 올해는 총 1백21경기를 치른 29일 현재까지 출장을 한 번도 거르지 않았다.

현재 김현수에게는 숙제가 남아있다. 자신의 진가를 보여야 하는 게 그것이다.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만큼 내년부터 집중 견제가 예상되고 있다. 상대팀의 견제를 어떻게 극복하는가에 따라 그의 앞날이 좌우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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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코로나19 종식과 비상계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치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대 대선과 21대 대선 모두 운명의 길목서 치러진 셈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정치권도 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 정국과 내란 정국서 대선을 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지난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3년 전, 20대 대선이 치러지던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점을 감안해 소상공인 정책과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의 1호 공약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완전 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이었다. 경제 대통령 앞세웠지만… 이 외에도 ▲오미크론 등 변이종 확산 대응 강화 ▲백신 및 치료제 확보 ▲의료보건체제 구축에 대한 충분한 재정 투입 ▲필수예방접종의약품 자급화 실현을 위한 국가지원체제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5대 비전으로 ▲신경제 ▲공정 성장 ▲민생 안정 ▲민주사회 ▲평화·안보 등을 제시했다. 10대 공약으로는 수출 1조달러를 비롯한 311만호 주택 공급, 문화 강국 실현 같은 경제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의 큰 틀이 되는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가 두루 담겼지만,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이 후보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 시리즈’ 정책이었다. 기본소득부터 기본주택, 기본금융을 합친 것으로 이 후보의 숨은 1호 공약이란 평도 나왔다. 기본 시리즈는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주거와 금융 면에서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공약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청년 125만원’ ‘전 국민 2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꼽을 수 있었다. 기본소득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때부터 추진하던 정책이다. 2021년 7월 경선 후보 2차 정책 발표 기자회견서 이 후보는 “대전환의 위기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대적 정부 역할도 중요한 성장 수단이지만, 세계 최저 수준인 국가의 가계소득 지원과 가계소비를 늘리는 것도 경제 성장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역 골목경제 활성화와 매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현금과 달리 경제 활성화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기본소득은 어렵지 않다. 작년 1차 재난지원금이 가구별 아닌 개인별로 균등하게 지급되고 연 1회든 월 1회든 정기 지급된다면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비상계엄 정신없이 도는 정치판 “전 국민 25만원 지원” 3년 사이 변화는?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과거 보수 정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장하던 ‘경제 민주화’와 닮았다고 봤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재원 확충 방안 등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민주당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코로나19 지원금으로 나라 곳간이 텅 비었다”며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은 20대 대선 이후에도 이 후보가 꾸준히 밀던 정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등 지원, 분배 방식 등에 변화가 생겼지만 이 후보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서 “민생회복 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분적 기본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대선서 보수 정당 박근혜 후보가 주장했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박빙의 대선서 박 후보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후보는 대선 정국이 시작됨과 동시에 1호 공약으로 “AI 인공지능 3강 도약”을 외쳤다.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AI 대전환 시대를 위한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개 이상 확보하고 한국형 챗GPT를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국가 비전으로는 K-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국내 AI 기술 등에 방점을 찍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경제 성장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지역별로 쪼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 동탄서는 K-반도체를, 대전서는 K-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냈고 전북 전주서는 K-컬처를 겨냥해 국악인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21대 대선 공약은 ‘K’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 대선서 기본소득 같은 ‘이재명표 공약’을 앞세웠다면 이번에는 12·3 내란 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지원금 어디로? 공약 발굴 과정 역시 K-이니셔티브를 앞세웠다. 후보 직속인 K-문화강국위원회는 문화 강국 실현을 위한 공약을, K-경제성장위원회는 맞춤형 의제를 설정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선대위 산하에는 K-민주주의·평화위원회를 설치해 ‘빛의 혁명’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을 꾸렸다. 서울·인천·경기를 겨냥한 K-수도권 비전을 발표하며 “서울을 뉴욕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 수도로, 인천을 물류와 바이오산업 등 K-경제의 글로벌 관문으로, 반도체와 첨단기술, 평화·경제의 경기로 수도권 K-이니셔티브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본 시리즈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지난 대선서 기본 시리즈를 앞세운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기본 사회’라는 단어로 묶어 포괄적인 복지 정책으로 탈바꿈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 사회로 나아가겠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만연한 사회에 우려를 표하며 “기본 사회는 단편적 복지나 소득 분배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주거·의료·돌봄·교육·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사회위원회는 기본 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목표, 핵심 과제 수립 및 관련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게 된다. 아동수당 확대나 청년미래적금,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농어촌 기본소득과 햇빛·바람 연금 같은 지역 맞춤형 소득 지원도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개헌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나 싶더니 선거 막판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등을 골자로 한 구상을 밝혔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이후 최종 공약집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개헌으로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우클릭? 융통성!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 건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이다. ‘민주당 우클릭’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민주당은 중도우파까지 껴안는 방법을 마련했다. 우선 민주당은 주택 공급은 늘리되 부동산시장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문재인정부 당시 과도한 세금 규제로 집값이 오르는 등 발생할 각종 부작용과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후보는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바꾼 편이다.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투기용은 아니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더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택해야지, 억눌러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우클릭, 태세 전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장과 경제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토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는 기본소득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시대는 지났다”며 선을 그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의 핵심 세제 역시 큰 틀에서 손대지 않고 현행 체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이 후보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이 이렇다 할 부동산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비교 대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공약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3년간 일부 노선이 수정된 반면, 이 후보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공약도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역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소득’ 내리고 ‘K-시리즈’ 올리고 갈라치기 대신 ‘중도 실용주의’ 노선으로 이 후보는 사전투표가 진행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6 자신의 SNS에 ‘성평등가족부 확대 공약 메시지’를 내고 “여성들이 여전히 우리의 사회 많은 영역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후순위로 미뤘다”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내각 구성 시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해 인재를 고르게 기용하고 성평등 거버넌스 추진 체계도 강화하겠다. 중앙 부처와 지자체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제도를 확대해 성평등 정책 조정과 협력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자체 내 전담부서를 늘려 성평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도 약속했다. 대법관 구성과 다양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법관 증원’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대법관 한 명이 맡는 사건의 수가 많아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번 공약집에도 민주당은 상고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법관 증원과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공약집에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적시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자 사법개혁을 예고했다. 이때 민주당이 대법관의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선대위가 해당 법안의 철회를 지시하면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역시 20대 대선서도 주장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취하고, 김대중·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도 이 후보는 국민 통합을 제시하며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오직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인 만큼 급진적인 변화와 이념 갈라치기보다는 대한민국을 안정 궤도에 되돌리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미리 착착척척 선대위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조기 대선인 만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선거가 치러졌다. 그동안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지만 국민 의견을 적극 수용해 좋은 공약이 나올 수 있었다”며 “대부분 이 후보 머릿속에 원래 있던 공약들이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각종 위원회서 활동한 의원들의 시너지가 합쳐져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공보물, 분위기도 바뀌었다? 대선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도 눈에 띈다. 지난 공보물은 ‘경제’ ‘일하는 대통령’ 등 유능함을 내세웠다면 이번에는 ‘내란 극복’ ‘빛의 혁명’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희망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자 한 면 전체를 응원봉 시위대 사진으로 채워 이번 조기 대선을 내란 세력 심판 성격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선 출마 영상도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이다.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 후보는 검은 배경의 스튜디오서 파란 넥타이와 정장을 갖춰 입은 채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21대 대선 출마 영상서 이 후보는 밝은 분위기의 실내서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등장해 부드러운 면모를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