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나는 ‘가을 동네 축제’

오감의 짜릿함 느끼고 알짜쇼핑 즐기고

달력상으로는 이미 가을. 아직도 늦여름 무더위가 가시지 않고 있지만 어김없이 가을은 찾아온다. 이번 가을도 부산과 대구에는 풍성한 동네 축제가 시민들을 찾아간다. 이들 동네 축제는 입, 눈, 코, 귀 등 오감(五感)을 짜릿하게 만든다는 것이 특징이다. 할인 이벤트들 덕분에 불경기로 얇아진 지갑에도 불구, 알짜 쇼핑을 즐길 수도 있다.


부산 다양한 문화축제+쇼핑
부산에서는 다양한 축제가 열린다. 부산의 가을엔 갈비면 갈비, 생선이면 생선 모두 다 있다. 다음달 2일부터 5일까지 기장군 철마면 장전천 들녘에서 ‘철마 한우불고기 축제’가 열린다. ‘철마 쇠고기’는 맛있기로 유명하다. 메뚜기 잡기, 허수아비 만들기, 소달구지 타기 등 시골 체험은 덤이다.
‘굽는 냄새에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전어를 실컷 먹고 싶다면 다음달 8일부터 12일까지 자갈치시장에서 펼쳐지는 중구 ‘자갈치 축제’를 찾으면 된다. 물론, 다른 회나 건어물들도 할인해 판매한다. 장어·문어 이어달리기, 생선정량 달기, 어린이 낚시체험 등 부대행사 역시 다채롭다.
오는 28일부터 8일간 금정체육공원과 범어사 일원에서는 ‘2008 금어문화축제’가 열린다. 범어사가 그동안 개최해오던 ‘개산대제’가 더욱 규모를 키우면서 이름을 바꿨다. 조형등 설치전, 금어 노래자랑, 야간산행, 사찰음식대전, 금어 소망등불행렬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로 꾸며진다.
다음달 10일부터 12일까지 동래구 북문광장과 동래문화회관 등지를 무대로 펼쳐지는 ‘동래읍성 역사축제’는 지역의 역사를 테마로 해 성공한 축제. 동래부사 행렬 재현, 동래읍성 성곽 밟기, 동래성 전투 재현, 동래학춤, 동래 야류 공연 등 전통을 생활 속에서 놀이처럼 즐길 수 있다. 중구 동광동 40계단에서 펼쳐지는 ‘40계단 문화축제’(10월24일)는 근대와 현대를 추억하는 행사다.
중구 보수동의 ‘책방골목문화행사’(26일∼28일)는 ‘책’을 테마로 한 축제다. 도서 전시와 각종 문화 예술공연이 2백여m의 보수동 책방골목에서 와글와글댄다. 다음달 10일부터 12일까지 금정구에서는 선보이는 ‘금정예술제’도 이름처럼 문화와 예술이 가득하다. 금정문화회관에서만 열리던 것을 금정체육공원까지로 장소를 확대해 금정산성 4대문 탁본, 전통 활 만들기, 금어 종 만들기, 사찰음식 시연 및 시식 등 각양각색의 체험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사상구 삼락강변공원의 ‘사상강변축제’(27∼29일), 서구 대신동의 구덕골 문화예술제(10월2일∼3일), 남구 백운포 체육공원의 ‘오륙도 축제’(10월10일∼12일)도 문화와 이야기가 넘친다.
축제엔 놀이도 있지만 경제도 있다. 서민들의 빠듯한 형편을 알아 싼값에 좋은 물건을 건지게 하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부산진구 범천동의 2백60여개 금은방들이 여는 ‘골드테마거리축제’가 있다. 22일부터 10월3일 이어지는 이 행사는 일부 품목을 30∼50% 할인하면서 쥬얼리 패션쇼, 작품전시회 등을 한다. 동구 좌천동 가구거리는 다음달 7일부터 10일간 ‘가구 대축제’를 열 예정이다. 비싼 가구를 할인된 가격에 장만할 수 있다.


대구- 백화점식 축제+음악·공연·전시
대구도 풍성한 축제가 시민들을 찾아간다. 다음달 1일부터 7일까지 신천 서편 둔치-대봉교∼중동교 구간에서 열리는 ‘컬러풀 대구페스티벌 2008’은 올해로 4회째를 맞이하는 행사. ‘시민예술가 시대, 신천에서 예술과 놀자’라는 슬로건과 ‘창조도시 대구와 허브축제’라는 목표 아래 시민참여형 축제, 문화브랜드 축제를 지향한다.
주요 프로그램으로 시민프린지 공연잔치, 컬러숲 예술놀이터, 주제공연 ‘대구환타지’ 등의 메인행사를 비롯, 한밤중 불을 밝히는 신천루미아르떼, 신천야외공연예술제, 신천조형예술제, 대학연합록페스티벌 등 부대행사, 해외자매도시 문화교류공연, 컬러풀 가요제, 동춘서커스 공연, 시화전 및 전국백일장, 국군의 날 행사, 세계다문화축제 등 연계된 행사가 다양하다.
다음달 1일부터 11월8일까지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리는 ‘2008대구국제오페라축제’는 올해로 6회째. 아시아 최대의 음악잔치라 불리는 이 행사는 한국 오페라 60주년을 맞아 주제를 Via Corea, Viva Opera!(한국을 통해, 오페라여 영원히)로 정했다. 특히 올해가 푸치니 탄생 1백50주년이기도 해 푸치니의 걸작 오페라 ‘토스카’를 비롯, 도니제티의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임준희의 ‘천생연분’, 모차르트의 ‘아폴로와 히아친투스+첫째 계명의 의무’, 현제명의 ‘춘향전’, 로시니의 ‘신데렐라’ 등이 무대에 오른다. 또 신천 야외공연장에서 펼쳐지는 ‘오페라 열린 음악회’를 비롯, 브런치 오페라 도니제티의 ‘사랑의 묘약’과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 국립발레단의 아당의 ‘지젤’ 등 특별공연과 폐막공연 ‘Via Corea, Viva Opera!’가 각각 선보인다. 부대행사로는 백 스테이지 투어, 오페라 분장과 의상 체험, 대한민국 오페라상 시상식 등 관객들이 함께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다음달 29일부터 11월2일까지 열리는 ‘대구아트페어’는 현대미술의 다양한 흐름을 조망하고 지역미술의 활성화를 위해 열리는 행사. 국내외 50여 화랑을 통해 3백여 명의 작가들이 참여한다. 본전시를 비롯, 프랑스 미술그룹의 사진전 ‘그룹 노방브르’와 국내외 회화작가의 사진전 ‘카메라 캐주얼’은 근래 ‘조형예술에서 표현매체로 사용되는 사진’을 통해 ‘사진에서의 조형미’와 미묘한 차이를 발견하는 또 다른 발견이다. 그밖에 불우이웃돕기 애장품 자선경매행사, 미술전문가와 함께 하는 아트페어 관람, 세미나 등의 부대행사가 마련된다.
다음달 30일부터 11월16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과 봉산문화회관 등에서 열리는 ‘2008대구사진비엔날레’는 다양한 방면에서 국제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한국, 중국, 일본 등 동북아시아 사진예술의 역사성과 독창성·실험적 현대사진의 흐름을 한눈에 보여주는 것이 특징.

부산 철마한우불고기축제·동래읍성 역사축제·골드테마거리축제
대구 대국제오페라축제·사진비엔날레·아트페어 등 다양

‘내일의 기억(Then & Now-Momories of Future)’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사진예술의 경향과 동북아시아의 사회문화적 현상을 다채롭게 보여주는 ‘내일의 기억전’과 아시아 개화기 역사를 조명하는 ‘동북아시아 100년전’ 등 두개의 주제전이 마련된다. 또 ‘변해가는 북한 1950-2008’ ‘공간유형’ ‘숨겨진 4인전’ 등의 특별전, 세계적인 사진잡지 편집장과 비평가가 참여해 국내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비평하고 동기를 부여하는 ‘포토폴리오 리뷰(Portofolio Review)’, 전국 사진가들이 바라본 ‘대구의 하루전’, ‘국제사진심포지엄’, ‘대구-동경 사진교류전’, ‘지역 화랑 기획전’ 등 다양한 행사들로 꾸며진다.
다음달 30일부터 11월16일까지 KT&G 대구연초제조창 별관창고에서 열리는 ‘Art in Daegu 2008’은 2010년 대구시립미술관의 개관을 앞두고 지역 미술의 전통과 다양한 현대미술의 양상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열린다.
전시는 현대미술에 있어 ‘리얼리즘’이 나타나는 여러 형태들을 범주화시켜 4가지 섹션으로 구분, 참여작가의 연령과 지역에 제한을 두지 않고 국내 우수 작가들의 다양한 형상미술작품을 전시하는 것으로 이루어질 계획이다.
그밖에 컬러풀대구가요제(10월7일 신천둔치 수상무대), 대구문학제(10월12일 봉산문화회관), 대구단편영화제(10월29일∼11월2일 동성아트홀), e-fun2008(KT&G웰딩건물), 대구만화애니캐릭터공모전(10월중 장소 미정), 대한민국 창작합창제(11월12∼14일 수성아트피아) 등 다채로운 문화행사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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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