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열도 흔드는 추성훈의 도전기

유도출신 파이터 추성훈(33·일본 팀클라우드)이 일본 열도를 뒤흔들었다. 지난 9월23일 일본 사이타마 슈퍼아레나에서 열린 종합격투기 ‘드림6’ 대회에서 2연승을 거두며 팬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았다. 게다가 시합 종료 후 일본 유도영웅 요시다 히데히코((39·일본 요시다도장)를 지목하며 “올 연말 대회에서 대결을 원한다. 도전을 받아 달라”고 공개 도전을 하면서 격투기계를 술렁이게 만들고 있다. 때문에 격투기계와 팬들은 ‘추성훈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분위기다. 그 속내를 따라가 봤다.

“일본 영웅 요시다, 한판 붙자”

지난 9월24일 일본 도쿄 한 호텔. 이곳에선 ‘드림6 미들급 그랑프리 2008 결승전’이 열렸다. 이 경기에 출전한 추성훈은 상대 도노오카 마사노리(35·일본)를 일방적으로 공격한 끝에 1라운드 6분26초만에 암바로 인한 탭아웃 승리를 거뒀다. 그는 이날 승리로 지난 7월 ‘드림5’에서 시바타 카츠요리에 승리를 거둔 뒤 2연승을 달렸다.
이날 화제는 단연 추성훈이었다. 23일 밤 추성훈-도노오카 마사노리전의 시청률(13.4%)은 이 대회 최고를 기록했던 것이다. 당초 추성훈의 승리가 예상된 경기였으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좀처럼 식을 줄 모르는 추성훈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추성훈이 일본 열도를 또 한 번 들끊게 만든 것은 그의 도전 발언 때문. 그는 차기전 상대는 유도계 선배인 ‘요시다 히데히코 뿐’이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대신 아오키 신야의 대전 요구는 “솔직히 말하면 전혀 흥미가 없다”며 단번에 거절해버렸다.
추성훈은 대회가 끝난 후 열린 기자회견장에서 “올 연말(12월31일) 치러질 예정인 다이너마이트(혹은 드림의 신이벤트) 대회에서 요시다 히데히코와 대전하고 싶다. 요시다 선배, 내 도전을 받아달라”고 공개적으로 대전을 요구했다.
그는 또 “현재는 내가 넘어야할 벽이라고 생각하는 요시다 선배밖에 보이지 않는다”면서 “대결 자체에 의의가 있기에 장소는 어디라도 상관없다”고 요시다와의 일전을 요구했다.
추성훈이 지목한 요시다 히데히코는 지난 1992년 바로셀로나 올림픽 유도 78kg급 금메달리스트 출신의 종합격투가다. 2002년 격투계에 입문해 프라이드에서 맹활약하며 일본 헤비급 전선의 한 축을 담당해오고 있다. 추성훈 역시 누구와 대결해도 흥미 있는 대전 카드가 되는 인기 파이터다. 그런 만큼 격투기계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추성훈은 왜 요시다와의 대결만을 고집하고 있을까.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추성훈이 제2의 격투기 인생을 펼치고 있는 종합격투기 무대에서 이기고 싶은 마음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올림픽 금메달을 딴 요시다를 선망의 대상으로 삼았던 그는 그 벽을 뛰어넘고 싶은 것이다.

연이은 승전보 날린 기세 몰아 거침없는 도전장
한국인 뜨거운 피 흐르는 일본인의 자존심 승부  

‘작은 선수가 큰 선수를 이기는 것은 큰 꿈’이라고 밝혔던 추성훈이 자신보다 체급이 높은 헤비급 파이터에 도전한다는 의미도 내포돼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가령 체급이 높은 상대에게 진다 해도 추성훈으로선 잃을 게 없다는 얘기다. 한편으로는 ‘약한 선수하고만 붙는다’는 따가운 눈총도 피할 수 있다.
추성훈은 그동안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어 던지겠다는 의지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기도 했다. 그는 지난 2006년 12월 31일 일본 내 격투기 팬들에게 도덕성까지 의심받을 정도로 이미지가 나빠진 상태다.
이날 사쿠라바 가즈시와 대결에서 승리를 거두었지만 이후 스킨크림을 발랐다는 이유로 승리를 빼았기고 출장정지 징계를 당한 과거가 있다. 때문에 그의 입장에선 어쨌든 격투기의 본고장인 일본에서 이미지 개선이 필요하다.

지금도 추성훈이 경기장에 들어서면 팬들의 야유가 쏟아질 정도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자신의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선 요시다와의 대결이 불가피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추성훈은 요시다와 일전을 치르기 위해선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체중 차이를 극복해야 하는 게 그것이다. 추성훈은 85㎏인데 반해 요시다 100㎏다. 이를 극복하는 것은 그가 감내할 몫이다.
빅매치 성사 가능성 여부도 숙제로 남아 있다. 격투기계 일부에선 빅매치 성사 여부 가능성에 대해 낮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게다가 이들의 대결은 요시다가 일본의 영웅이란 점에서  일본 자존심과도 무관하지 않다.  
가능성을 희박하게 하는 또 다른 요인은 요시다 측의 반응이다. 지난해 K-1 측이 추성훈과의 맞대결 의사를 간접적으로 제안한 적이 있다. 당시 요시다 측은 “에밀리아넨코 표도르라면 모를까 추성훈과는 싸우고 싶지 않다”고 거부 의사를 내비쳤다.
또 다른 걸림돌도 있다. 추성훈이 그동안 출전해 온 ‘드림’과 요시다가 활동하는 ‘센코쿠’가 서로 경쟁 관계 대회라는 점이다. 일본 현지 언론도 이 같은 이유로 둘의 격돌 가능성을 비교적 낮게 내다봤다.
반면 사사하라 게이이치 드림 프로듀서는 이들 대결에 대해 일본 스포츠호치와의 인터뷰에서 “팬들이 원하는 대진을 제공하는 게 선수와 운영자의 역할이다. 팬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설문조사를 벌이겠다”며 빅매치 성사 가능성을 열어뒀다.
사실 추성훈은 현재 일본 격투기계의 악역 캐릭터다. 때문에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주목받고 있다. 어떤 선수들과 맞붙어도 흥행이 보장된다. 더군다나 실력도 높아 그를 목표로 하는 파이터들이 많다. 이에 따라 그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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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