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일하는 우체국 속사정

‘빨간 날’ 집배원들은 쉬고 싶다

[일요시사 경제팀] 양동주 기자 = 주5일 근무가 뿌리 내린 지 10년이 훌쩍 지났다. 자영업자를 제외하면 주말에 일하는 모습을 찾기가 힘들만큼 토요일 휴무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았다. 이런 분위기에서 놀랍게도 우정사업본부가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애꿎은 집배원들의 주말만 날아간 형국이다.

지난 9월12일 미래창조과학부 우정사업본부는 국민 불편 해소와 우편사업의 건실한 성장을 이유로 우체국택배 토요배달을 재개했다. 현장 집배원들의 주5일 근무 보장, 업무부담 경감 등을 위해 지난해 7월부터 시행했던 우체국택배 토요배달 휴무를 불과 14개월만에 원점으로 되돌린 것이다.

열악한 근무환경

토요배달 휴무 시행 이후 우정사업본부는 대외적으로 상당한 손실을 감수해야만 했다. 우선 토요배달 중단에 따른 서비스 경쟁력 약화로 우체국 이용고객 감소가 컸다. 농어민, 인터넷 쇼핑몰 등 주말 배달을 원하는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된 것도 부담이었다.

게다가 우편물량은 근 10년 동안 꾸준히 감소했다. 2002년 55억통에서 2014년 40억통으로 27%가 줄었고 올해는 39억5000통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미 각종 고지서가 우편 발송 대신 이메일로 대체된 데다 매월 100만통씩 올해만 12%의 우편물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우편사업의 적자는 불 보듯 뻔하다. 이미 1분기 기준으로 우편사업은 530억원의 적자가 발생했고 이 추세가 지속될 경우 올해 말까지 적자폭은 15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토요배달은 재개는 우정사업본부 입장에서 물러설 수 없는 선택이나 마찬가지다. 우정사업본부가 노조 측에 지속적으로 토요택배 재개를 요구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노조 측도 사태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지했기에 일선 집배원들의 불만을 감당하면서까지 토요배달 재개를 합의했다. 좋게 보자면 우정사업의 근간이 흔들리지 않도록 노사가 함께 돌파구를 찾는 데 뜻을 함께한 셈이다.

그러나 토요배달 재개가 이뤄진 지 약 2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안건을 둘러싼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택배 업무를 수행하는 집배원 대다수가 여전히 토요일 휴무를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우정노동조합은 지난 6월 전국의 집배원들을 대상으로 토요배달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조사결과를 취합·분석해 향후 노동조합의 정책과 교섭방향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 활용할 심산이었다. 1만513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토요배달에 대한 반대(68.8%) 입장이 찬성(26.6%)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토요배달 재개에 반대하는 이유로는 ‘집배원만 고통 전담’이라고 답한 이들이 38.1%로 가장 많았다. ‘인력부족과 업무량 증가’로 응답한 이들은 24.8%, ‘삶의 질 저하’라고 답한 이들은 19.5%, ‘우정사업본부 정책불신’이라고 답한 이들은 14.2%였다. 그리고 토요배달을 재개하더라도 집배 인력 충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90.3%에 달했다.

남들 다 쉬는데 근무 ‘토요배달’
주말 휴무 14개월 만에 ‘없던 일로’

사실 집배원들은 강도 높은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2013년 노동자운동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집배원들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일반 정규직 노동자(42.7시간)보다 20시간 이상 많은 64.6시간이었다. 특히 명절·선거 등 우편물 집중기간에는 하루 15.3시간, 주당 85.9시간의 살인적인 노동을 버텨야 한다.

살인적인 노동강도는 집배원들의 안전과 건강마저 위협하고 있다. 특히 근로시간 동안 오토바이를 직접 운전해 배달하는 집배원에게는 치명적이다. 2012년 기준 집배원의 산업재해율은 2.54%로 전체 노동자 산업재해율(0.59%)의 4배나 된다. 또한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1546명의 집배원이 업무상 재해를 당했고 이 가운데 26명이 숨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요배달은 원점으로 회귀됐고 일선 집배원들의 불만이 표출된 건 당연했다. 강도 높은 노동 여건을 개선하기 보단 당장의 수익을 우선한 처사라는 일선 집배원들의 불만이 거세지면서 토요배달을 묵인한 노조에 대한 불신도 한층 커졌다.

이렇게되자 집배원들은 단체행동이라는 초강수를 꺼내들었다. ‘토요근무반대·우정노조지도부 퇴진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달 3일 종로 일대에서 전국 집배원 노동자 총력 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인력 충원 없는 토요근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상황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인력 충원 없이 토요근무를 재개하라는 것은 죽으라는 얘기나 다름없다”며 “우정사업본부는 대다수 집배원들이 장시간 노동에 다치고 죽어가는 현실은 외면해왔다”고 울분을 토했다.

결국 해결의 실마리는 우정사업본부가 약속한 집배원 인력 충원이 어느 정도 수준으로 이뤄지느냐에 달렸다. 우정사업본부는 토요배달을 다시 시행하면서 388명의 신규 인원을 채용하고 배달일 지정 서비스와 요금 선납 제도 등을 도입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인력 충원이 원안대로 해결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오히려 우정사업본부는 인력 감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인력보충 미지수

우정사업본부가 문병호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 3616명이었던 비정규직 정원은 올해 4월 기준으로 569명 줄어든 3047명이었다. 지난해에는 기간제 44명과 무기계약직 18명 등 62명의 비정규직을 퇴직시켰고 올해도 5월까지 10명을 내보냈다. 한발 더 나아가 지방에 소재한 우편집중국 가운데 일부는 희망퇴직을 접수하는 과정에서 퇴직을 압박했다는 의혹마저 제기됐다.


<djy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없어지는 우체통

빨간 우체통의 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 통계에 따르면 2005년 3만개에 달하던 우체통은 2013년 1만8000개 수준으로 줄었다. 한 때는 공중전화와 함께 아날로그 시대의 대표 통신수단이었던 만큼 길가에서 흔히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상태다.

통상 우체통은 도시 규모, 이용 가능 인구, 담당 면적 등을 기준으로 설치되는데 상권 이동, 인구 감소 등으로 3개월 동안 이용 물량이 없는 지역의 우체통은 철거 대상이다. 신도시 개발 등 우편 서비스 수요가 있는 지역으로 우체통을 이전하거나 새롭게 설치하기도 한다. 그나마 남아있는 우체통은 우편물보단 갖가지 쓰레기가 자리를 차지하는 등 쓰레기통 취급을 받고 있다.

우체통의 감소는 우편물 접수물량 감소 탓이다. 일반보통우편물은 2010년 1억4912만건에서 2014년 1억1803만건으로 4년 새 3000만건 이상 줄었다.  우체국 관계자는 “손편지 자체가 사라지다 보니 우편물 대다수가 세금고지서, 통신요금고지서, 카드명세서 등에 국한된다”며 “이런 것들도 모바일, 이메일 고지서로 전환되다 보니 갈수록 줄고 있다”고 말했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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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