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총선 앞두고…박지만-함승희 행보가 주목되는 내막

"비선이 움직인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이 여당 소속 정치권 인사들과 사석에서 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력에 관심이 없다"던 박 회장이 모임에 참석한 이유는 무엇일까. 다가올 총선을 앞두고 청와대에 줄을 대려는 예비 후보들의 움직임이 가시화된 가운데 의외의 인물이 '정권 비선'으로 의심된다. 소위 '진박'(진짜 친박)으로 분류되는 함승희 강원랜드 사장이다.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사건에서 박지만 EG회장은 '피해자'에 가까웠다. 그는 검찰이 '미행설'에 대해 '허위'라고 결론짓자 진술서를 통해 의문을 표했다. 지난 7월 열린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 재판에서도 "문건에 상당히 구체적인 내용이 있는데 그걸 어떻게 (검찰이) 한 번에 거짓으로 만든 문건이라고 했는지 이해를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청와대가 언급한 가이드라인에 충실했다. '국정 개입'보다는 '문건 유출'에 수사의 초점을 맞췄다. 검찰 발표의 핵심은 "문건 내용이 풍문에 기초한 지라시"라는 것이었다. 이후 재판 과정에서 검찰은 "문건 내용의 전부가 허위는 아니다"라고 말을 바꿨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및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기소된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은 지난 10월15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끝나지 않은
비선실세 의혹

국정 개입 파문 당시 청와대는 '비선실세'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다. 2014년 12월7일 여당 지도부 오찬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은 "정윤회는 이미 오래 전에 내 옆을 떠났고, 동생 부부(박지만·서향희)는 청와대에 얼씬도 못하게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박 대통령은 "청와대 실세는 진돗개"라는 농담으로 비선 논란을 일축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만은 없었다. 역대 정부 가운데 비선이 부재한 정권은 없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안팎에서 제기된 '문고리 3인방' 경질 요구를 묵살했다. 정권 초기 거듭된 '인사 참사'도 비선의 존재를 의심케 했다.


지난 9월21일 <매일경제>와 <레이더P>가 국회보좌관·교수 등 정치 분야 전문가그룹 11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되는 정치권 인물은 누구라고 생각하느냐'(응답자별 3명 복수응답)는 질문에 응답자의 13.55%(50명)는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선택했다. 이 비서관은 2위와 4%가량 차이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문고리 3인방+정윤회 정권실세 의혹 여전
박지만+여당 정치권 인사 '회동설' 촉각

이 비서관과 함께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정호성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9.76%·36명)은 2위를 차지했다. 3위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9.49%), 4위는 최경환 경제부총리(8.4%)가 각각 이름을 올렸다. 5위는 민간인인 정윤회씨(7.59%)가 꼽혔다. 정씨의 뒤를 이은 6위는 3인방 가운데 한 명인 안봉근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7.32%)이었다. 3인방과 정씨를 '실세'로 응답한 비율의 합은 38.22%에 이르렀다.

하지만 관련 조사에서 박 회장의 이름은 언급되지 않았다. 10위권 밖에서도 박 회장은 실세로 꼽히지 않았다. 실제 박 회장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3성 장군들은 나란히 진급 심사에서 고배를 마셨다. 육사 37기인 신원식 당시 합참차장과 이재수 제3군부사령관이 대표적이다.

박 회장 역시 '정치 개입은 없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지난 7월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 재판에서 그는 "난 원래 정치권력에 관심이 없다"라며 "심하게 말하면 냉소적이다. 나를 이용해 뭘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라고 증언했다. 또 '평소 청와대와 관련한 사안을 조 전 비서관에게 알아봐 달라고 했나'라는 검사의 질문에 대해선 "난 청와대에 아무 것도 궁금한 게 없다"라고 답했다.
 

그런데 최근 박 회장이 여당 소속 정치권 인사들과 서울 모처에서 회동을 가진 사실이 알려졌다. 모임에 참석한 이들은 평소 친분이 두텁지 않은 편이며, 박 회장과도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회동설'에 연루된 이들의 공통점은 새누리당 당적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이들은 전직 공무원 출신으로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새누리당 공천을 노리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 무관심
박지만은 왜?


지난 18일 사정기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박 회장이 여당 정치권 인사로 분류되는 A씨와 B씨 등을 만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정확히 무슨 얘기가 오갔는지는 서로 말이 다르지만 선거에 대해 의논하지 않았겠느냐"라고 귀띔했다. 관계자가 언급한 A씨와 B씨 등은 수도권과 영남이 아닌 지역에서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박 회장이 평소 알고 지낸 지인들과 어울리는 것은 '사생활'의 영역이다. 하지만 총선 출마를 검토 중이었거나 선언한 이들과 만난 것은 사생활로 보기 어렵다. 회동의 맥락과 관계없이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 이유에서 박 회장은 김수남 검찰총장 후보자와 사석에서 만났다는 의혹이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해 제기됐다. 지난 19일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은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평소 박지만 회장과 잘 알죠?"라고 물었고, 김 후보자는 "개인적으로 일대일로 만난 적은 없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박 의원은 "어떻게 됐든 박 회장과 만난 적 있죠?"라고 물었고, 김 후보자는 "그 부분을 말씀드리기는…"이라며 답변을 거부했다.

김 후보자는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 수사 당시 박 회장을 곤경에 빠뜨린 장본인이다. 박 회장과 최근 만났다는 정치권 인사 또한 김 후보자와의 사이가 매끄럽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 중 누가 먼저 모임을 제안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박 회장 측은 지난 20일 오후 총선 관련 해명을 들으려 하자  "대답할 사람이 없다"라고 했다.

박 회장은 대통령의 동생이라는 점에서 정치적인 상징성을 갖고 있다. 그렇지만 박 회장이 직접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당장 공천권 행사를 둘러싸고 당·청간 갈등이 깊어진 상황에서 마땅한 명분을 내세우기가 쉽지 않은 까닭이다. 박 회장의 진의와 무관하게 이른바 '문고리 권력'은 '박지만사단'의 당·청 입성을 강하게 견제해왔다는 것이 정설이다.

관련 대목에서 박 회장은 물론이고 청와대와도 '끈'이 닿는 인물의 '총선 역할론'이 제기된다. 정치인이지만 공공기관장으로서 권력투쟁과는 무관해 보이는 인물. 바로 함승희 강원랜드 사장이다. 함 사장은 최근 박 회장과 함께 여당 소속 정치권 인사들과 모임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함 사장은 검사 출신으로 지난 2000년 16대 총선에서 서울 노원갑에 출마해 당선됐다. 당시 당적은 민주당이었지만 2007년 탈당한 뒤 예상을 깨고 '박근혜 대선 캠프'에 합류했다. 2008년 친박연대 최고위원과 공천심사위원장을 지낸 그는 이른바 '진박'(진짜 친박)으로 분류된다.

권력 맴도는
주변 사람들

함 사장은 박근혜정권이 출범한 후에도 '야인'으로 있다가 2014년 11월 강원랜드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함 사장은 박 대통령이 선호하는 '사심 없는 사람'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함 사장은 지난 2012년 7월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2007년 대선 당시) 김기춘이 '차나 한잔 합시다'해서 갔는데 박 후보(현 대통령)가 나와 있었다"라며 인연을 맺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함 사장은 지난 2008년 5월부터 포럼 '오늘과 미래'(포럼오래)를 이끌고 있다. 박 대통령은 17대 대선 후보 경선에서 낙마한 뒤 포럼오래에 합류했다. 함 사장의 표현을 빌면 포럼오래 회원들은 박 대통령과 함께 공부했다.
 

포럼오래는 18대 대선 과정에서 최외출 영남대 교수가 주축인 국가미래연구원과 더불어 박 대통령의 숨은 외곽조직으로 지목됐다. 함 사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 지지모임은 아니'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하지만 포럼오래가 박 대통령의 당선을 염원했다는 사실만큼은 부인하기 어렵다. 함 사장이 2012년 4월 포럼오래 회원들에게 남긴 글(총선 후기)과 홈페이지에 게재된 공지글(SBS <힐링캠프> 출연)만 봐도 박 대통령을 지지할 의사가 뚜렷했음이 드러난다.


특히 포럼오래에는 박근혜정부 들어 정부 내각 및 국책·금융·연구·공공기관 등에 중용된 회원이 다수 포진해 있다. 포럼오래 출신들의 약진에서 함 사장의 영향력을 가늠할 수 있다. 반대로 이는 박근혜정부가 얼마나 편중된 인사를 하고 있는지 나타내는 지표이기도 하다. 일부 공개된 회원 및 강연에 나선 연사의 면면은 화려하다.

먼저 백승주 국방부 차관(2013.3), 김행 청와대 대변인(2013.3), 유영제 중앙공무원교육원 원장(2013.4)을 비롯해 김석기 한국공항공사 사장(2013.10), 신각수 국립외교원 국제법센터 소장(2013.11), 이중원 한국산업기술진흥원 감사(2014.2), 김주남 국가브랜드진흥원장(2014.3), 오건택 한국기술벤처재단 사무총장(2014.3), 박효종 방송통신심의위원장(2014.6), 선경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이사장(2014.12), 황인경 한국원자력연구원 감사(2014.12), 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2015.02), 김정식 경찰위원회 상임위원(2015.8) 등이 모두 포럼오래에서 활동했다.

또 김철호 본죽 대표, 문창기 이디야커피 회장, 신달순 센트럴시티 사장, 이도식 GS동해전력 대표이사 등 재계 인사를 포함해 최민호 전 국무총리비서실장, 안광찬 전 국가위기관리실장, 조청원 전 국립대구과학관 원장, 권혁세 전 금융감독원장 등 관가 인사, 정현숙 국민생활체육회 부회장 등 체육계 인사까지 포럼오래에 소속돼 있다. 위 인사들은 포럼오래 측이 직접 출판물 및 부고 공지 등을 통해 한 차례 이상 회원으로 언급했다.

함승희 이끄는 외곽조직은 '등용문'
'중도개혁' 표방 포럼오래 출신 약진?

뿐만 아니라 최근 '광화문 시위' 발언으로 논란이 된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 같은 당 김도읍 의원이 포럼오래와 인연을 맺고 있다. 이외에도 새누리당 강석훈·김회선·박덕흠 의원이 각각 포럼오래 출신으로 확인된다.

당초 포럼오래의 간판은 김종인 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이었다. 현재는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포럼오래정책연구원장으로 관련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김기춘의 절친'으로 알려진 김성호 전 국가정보원장은 외곽에서 김 전 실장을 돕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가지 눈여겨 볼 부분은 포럼오래 4분과 위원장인 우주하 전 코스콤 사장이 최근 함 사장이 있는 강원랜드 사회공헌위원장으로 내정됐다는 사실이다. 우 전 사장은 지난 2013년 11월 자신의 친구 자녀를 특혜 채용한 의혹에 휩싸이며 자진 사임했다. 2014년 가을 국감에서는 관련 의혹이 사실이라는 취지의 보고서가 공개됐다. 흥미롭게도 우 전 사장은 지난 9월 강원랜드 임직원들을 상대로 '윤리특강'을 진행했다.

포럼오래는 창립 당시 경제민주화에 관한 연구 등 의미 있는 성과물을 내놨다. 그러나 이들은 박근혜정부 출범 후인 2013년 3월 중국 현지에서 박 대통령 홍보와 함께 '부패와의 전쟁'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해 7월에는 "창조경제 구현을 위해 새마을 운동과 같은 캠페인이 필요하다"라는 내용의 강연을 진행했다. 전자는 실제 국정운영에 오차 없이 반영됐고, 후자 역시 중요 주장을 인용한 논문집이 지난 20일 KISTI(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명의로 발간됐다.

결과적으로 함 사장은 자신의 인맥이 사회 곳곳에 포진해 있음은 물론이고, 일부 정책적 제안마저 관철시키고 있다. 총선을 앞둔 시점에 박 회장과 만났다면 우연으로만 치부하기 어렵다.

공교롭게도 포럼오래 회원 상당수는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이다. 소위 '문고리 권력'과 '최경환사단'의 인사 독점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박지만&함승희 회동설'은 권력 지각변동의 전조로 풀이된다. 중도개혁을 표방한 '비선'의 다음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한편 함 사장은 지난 20일 오후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박지만은 옛날부터 알고 지낸 사이지만 요즘에는 통 본 적이 없고, 총선과 관련해서 얘기를 나눈 적도 없다. 가만있는 사람(박지만)을 정치권에 끌어 들이면 안 된다. 허위사실이다"라며 "나는 총선에 나갈 생각이 없지만 회원들이 선거와 관련해서 물으면 '나가 보라'고 한다. 대신 우리 포럼에서는 제명될 수밖에 없다. 포럼오래는 정치적인 조직이 아니며 학술모임이고 봉사단체에 가깝다"라고 말했다.

웅크린 싱크탱크
문고리와 일전?

또 기사에 언급된 일부 인사에 대해서도 "그 사람(유영제 중앙공무원교육원 원장)은 자기가 알아서 원장이 된 거고, 백승주는 두 번 나오다가 말았다. 김행은 처음부터 우리 멤버가 아니었다. 강연만 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며 "김회선, 김도읍은 검사 후배일 뿐 정식 회원이 아니다. 회원이 아닌 사람들까지 회원이라고 하지마라. 허위사실이다. 정치적인 시각으로 비춰지면 안 되기 때문에 회원 이름도 공개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덧붙여 함 사장은 "부패와의 전쟁 같은 경우 예전 VIP(대통령)가 우리 모임에 나왔을 때 깨달음을 얻었을 수도 있지 않느냐"라며 "VIP도 그 부분(부패척결)은 잘하고 있지만 사실 중국이 우리 정책을 더 잘 반영한다. 난 강원도 시골에 있는 사람이다. 최근 VIP와 통화한 적 없다. 총선이나 (청와대) 인사와는 전혀 무관하다"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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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