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총선 앞두고…박지만-함승희 행보가 주목되는 내막

"비선이 움직인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이 여당 소속 정치권 인사들과 사석에서 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력에 관심이 없다"던 박 회장이 모임에 참석한 이유는 무엇일까. 다가올 총선을 앞두고 청와대에 줄을 대려는 예비 후보들의 움직임이 가시화된 가운데 의외의 인물이 '정권 비선'으로 의심된다. 소위 '진박'(진짜 친박)으로 분류되는 함승희 강원랜드 사장이다.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사건에서 박지만 EG회장은 '피해자'에 가까웠다. 그는 검찰이 '미행설'에 대해 '허위'라고 결론짓자 진술서를 통해 의문을 표했다. 지난 7월 열린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 재판에서도 "문건에 상당히 구체적인 내용이 있는데 그걸 어떻게 (검찰이) 한 번에 거짓으로 만든 문건이라고 했는지 이해를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청와대가 언급한 가이드라인에 충실했다. '국정 개입'보다는 '문건 유출'에 수사의 초점을 맞췄다. 검찰 발표의 핵심은 "문건 내용이 풍문에 기초한 지라시"라는 것이었다. 이후 재판 과정에서 검찰은 "문건 내용의 전부가 허위는 아니다"라고 말을 바꿨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및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기소된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은 지난 10월15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끝나지 않은
비선실세 의혹

국정 개입 파문 당시 청와대는 '비선실세'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다. 2014년 12월7일 여당 지도부 오찬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은 "정윤회는 이미 오래 전에 내 옆을 떠났고, 동생 부부(박지만·서향희)는 청와대에 얼씬도 못하게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박 대통령은 "청와대 실세는 진돗개"라는 농담으로 비선 논란을 일축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만은 없었다. 역대 정부 가운데 비선이 부재한 정권은 없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안팎에서 제기된 '문고리 3인방' 경질 요구를 묵살했다. 정권 초기 거듭된 '인사 참사'도 비선의 존재를 의심케 했다.


지난 9월21일 <매일경제>와 <레이더P>가 국회보좌관·교수 등 정치 분야 전문가그룹 11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되는 정치권 인물은 누구라고 생각하느냐'(응답자별 3명 복수응답)는 질문에 응답자의 13.55%(50명)는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선택했다. 이 비서관은 2위와 4%가량 차이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문고리 3인방+정윤회 정권실세 의혹 여전
박지만+여당 정치권 인사 '회동설' 촉각

이 비서관과 함께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정호성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9.76%·36명)은 2위를 차지했다. 3위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9.49%), 4위는 최경환 경제부총리(8.4%)가 각각 이름을 올렸다. 5위는 민간인인 정윤회씨(7.59%)가 꼽혔다. 정씨의 뒤를 이은 6위는 3인방 가운데 한 명인 안봉근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7.32%)이었다. 3인방과 정씨를 '실세'로 응답한 비율의 합은 38.22%에 이르렀다.

하지만 관련 조사에서 박 회장의 이름은 언급되지 않았다. 10위권 밖에서도 박 회장은 실세로 꼽히지 않았다. 실제 박 회장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3성 장군들은 나란히 진급 심사에서 고배를 마셨다. 육사 37기인 신원식 당시 합참차장과 이재수 제3군부사령관이 대표적이다.

박 회장 역시 '정치 개입은 없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지난 7월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 재판에서 그는 "난 원래 정치권력에 관심이 없다"라며 "심하게 말하면 냉소적이다. 나를 이용해 뭘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라고 증언했다. 또 '평소 청와대와 관련한 사안을 조 전 비서관에게 알아봐 달라고 했나'라는 검사의 질문에 대해선 "난 청와대에 아무 것도 궁금한 게 없다"라고 답했다.
 

그런데 최근 박 회장이 여당 소속 정치권 인사들과 서울 모처에서 회동을 가진 사실이 알려졌다. 모임에 참석한 이들은 평소 친분이 두텁지 않은 편이며, 박 회장과도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회동설'에 연루된 이들의 공통점은 새누리당 당적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이들은 전직 공무원 출신으로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새누리당 공천을 노리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 무관심
박지만은 왜?


지난 18일 사정기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박 회장이 여당 정치권 인사로 분류되는 A씨와 B씨 등을 만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정확히 무슨 얘기가 오갔는지는 서로 말이 다르지만 선거에 대해 의논하지 않았겠느냐"라고 귀띔했다. 관계자가 언급한 A씨와 B씨 등은 수도권과 영남이 아닌 지역에서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박 회장이 평소 알고 지낸 지인들과 어울리는 것은 '사생활'의 영역이다. 하지만 총선 출마를 검토 중이었거나 선언한 이들과 만난 것은 사생활로 보기 어렵다. 회동의 맥락과 관계없이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 이유에서 박 회장은 김수남 검찰총장 후보자와 사석에서 만났다는 의혹이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해 제기됐다. 지난 19일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은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평소 박지만 회장과 잘 알죠?"라고 물었고, 김 후보자는 "개인적으로 일대일로 만난 적은 없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박 의원은 "어떻게 됐든 박 회장과 만난 적 있죠?"라고 물었고, 김 후보자는 "그 부분을 말씀드리기는…"이라며 답변을 거부했다.

김 후보자는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 수사 당시 박 회장을 곤경에 빠뜨린 장본인이다. 박 회장과 최근 만났다는 정치권 인사 또한 김 후보자와의 사이가 매끄럽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 중 누가 먼저 모임을 제안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박 회장 측은 지난 20일 오후 총선 관련 해명을 들으려 하자  "대답할 사람이 없다"라고 했다.

박 회장은 대통령의 동생이라는 점에서 정치적인 상징성을 갖고 있다. 그렇지만 박 회장이 직접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당장 공천권 행사를 둘러싸고 당·청간 갈등이 깊어진 상황에서 마땅한 명분을 내세우기가 쉽지 않은 까닭이다. 박 회장의 진의와 무관하게 이른바 '문고리 권력'은 '박지만사단'의 당·청 입성을 강하게 견제해왔다는 것이 정설이다.

관련 대목에서 박 회장은 물론이고 청와대와도 '끈'이 닿는 인물의 '총선 역할론'이 제기된다. 정치인이지만 공공기관장으로서 권력투쟁과는 무관해 보이는 인물. 바로 함승희 강원랜드 사장이다. 함 사장은 최근 박 회장과 함께 여당 소속 정치권 인사들과 모임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함 사장은 검사 출신으로 지난 2000년 16대 총선에서 서울 노원갑에 출마해 당선됐다. 당시 당적은 민주당이었지만 2007년 탈당한 뒤 예상을 깨고 '박근혜 대선 캠프'에 합류했다. 2008년 친박연대 최고위원과 공천심사위원장을 지낸 그는 이른바 '진박'(진짜 친박)으로 분류된다.

권력 맴도는
주변 사람들

함 사장은 박근혜정권이 출범한 후에도 '야인'으로 있다가 2014년 11월 강원랜드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함 사장은 박 대통령이 선호하는 '사심 없는 사람'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함 사장은 지난 2012년 7월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2007년 대선 당시) 김기춘이 '차나 한잔 합시다'해서 갔는데 박 후보(현 대통령)가 나와 있었다"라며 인연을 맺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함 사장은 지난 2008년 5월부터 포럼 '오늘과 미래'(포럼오래)를 이끌고 있다. 박 대통령은 17대 대선 후보 경선에서 낙마한 뒤 포럼오래에 합류했다. 함 사장의 표현을 빌면 포럼오래 회원들은 박 대통령과 함께 공부했다.
 

포럼오래는 18대 대선 과정에서 최외출 영남대 교수가 주축인 국가미래연구원과 더불어 박 대통령의 숨은 외곽조직으로 지목됐다. 함 사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 지지모임은 아니'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하지만 포럼오래가 박 대통령의 당선을 염원했다는 사실만큼은 부인하기 어렵다. 함 사장이 2012년 4월 포럼오래 회원들에게 남긴 글(총선 후기)과 홈페이지에 게재된 공지글(SBS <힐링캠프> 출연)만 봐도 박 대통령을 지지할 의사가 뚜렷했음이 드러난다.


특히 포럼오래에는 박근혜정부 들어 정부 내각 및 국책·금융·연구·공공기관 등에 중용된 회원이 다수 포진해 있다. 포럼오래 출신들의 약진에서 함 사장의 영향력을 가늠할 수 있다. 반대로 이는 박근혜정부가 얼마나 편중된 인사를 하고 있는지 나타내는 지표이기도 하다. 일부 공개된 회원 및 강연에 나선 연사의 면면은 화려하다.

먼저 백승주 국방부 차관(2013.3), 김행 청와대 대변인(2013.3), 유영제 중앙공무원교육원 원장(2013.4)을 비롯해 김석기 한국공항공사 사장(2013.10), 신각수 국립외교원 국제법센터 소장(2013.11), 이중원 한국산업기술진흥원 감사(2014.2), 김주남 국가브랜드진흥원장(2014.3), 오건택 한국기술벤처재단 사무총장(2014.3), 박효종 방송통신심의위원장(2014.6), 선경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이사장(2014.12), 황인경 한국원자력연구원 감사(2014.12), 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2015.02), 김정식 경찰위원회 상임위원(2015.8) 등이 모두 포럼오래에서 활동했다.

또 김철호 본죽 대표, 문창기 이디야커피 회장, 신달순 센트럴시티 사장, 이도식 GS동해전력 대표이사 등 재계 인사를 포함해 최민호 전 국무총리비서실장, 안광찬 전 국가위기관리실장, 조청원 전 국립대구과학관 원장, 권혁세 전 금융감독원장 등 관가 인사, 정현숙 국민생활체육회 부회장 등 체육계 인사까지 포럼오래에 소속돼 있다. 위 인사들은 포럼오래 측이 직접 출판물 및 부고 공지 등을 통해 한 차례 이상 회원으로 언급했다.

함승희 이끄는 외곽조직은 '등용문'
'중도개혁' 표방 포럼오래 출신 약진?

뿐만 아니라 최근 '광화문 시위' 발언으로 논란이 된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 같은 당 김도읍 의원이 포럼오래와 인연을 맺고 있다. 이외에도 새누리당 강석훈·김회선·박덕흠 의원이 각각 포럼오래 출신으로 확인된다.

당초 포럼오래의 간판은 김종인 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이었다. 현재는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포럼오래정책연구원장으로 관련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김기춘의 절친'으로 알려진 김성호 전 국가정보원장은 외곽에서 김 전 실장을 돕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가지 눈여겨 볼 부분은 포럼오래 4분과 위원장인 우주하 전 코스콤 사장이 최근 함 사장이 있는 강원랜드 사회공헌위원장으로 내정됐다는 사실이다. 우 전 사장은 지난 2013년 11월 자신의 친구 자녀를 특혜 채용한 의혹에 휩싸이며 자진 사임했다. 2014년 가을 국감에서는 관련 의혹이 사실이라는 취지의 보고서가 공개됐다. 흥미롭게도 우 전 사장은 지난 9월 강원랜드 임직원들을 상대로 '윤리특강'을 진행했다.

포럼오래는 창립 당시 경제민주화에 관한 연구 등 의미 있는 성과물을 내놨다. 그러나 이들은 박근혜정부 출범 후인 2013년 3월 중국 현지에서 박 대통령 홍보와 함께 '부패와의 전쟁'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해 7월에는 "창조경제 구현을 위해 새마을 운동과 같은 캠페인이 필요하다"라는 내용의 강연을 진행했다. 전자는 실제 국정운영에 오차 없이 반영됐고, 후자 역시 중요 주장을 인용한 논문집이 지난 20일 KISTI(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명의로 발간됐다.

결과적으로 함 사장은 자신의 인맥이 사회 곳곳에 포진해 있음은 물론이고, 일부 정책적 제안마저 관철시키고 있다. 총선을 앞둔 시점에 박 회장과 만났다면 우연으로만 치부하기 어렵다.

공교롭게도 포럼오래 회원 상당수는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이다. 소위 '문고리 권력'과 '최경환사단'의 인사 독점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박지만&함승희 회동설'은 권력 지각변동의 전조로 풀이된다. 중도개혁을 표방한 '비선'의 다음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한편 함 사장은 지난 20일 오후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박지만은 옛날부터 알고 지낸 사이지만 요즘에는 통 본 적이 없고, 총선과 관련해서 얘기를 나눈 적도 없다. 가만있는 사람(박지만)을 정치권에 끌어 들이면 안 된다. 허위사실이다"라며 "나는 총선에 나갈 생각이 없지만 회원들이 선거와 관련해서 물으면 '나가 보라'고 한다. 대신 우리 포럼에서는 제명될 수밖에 없다. 포럼오래는 정치적인 조직이 아니며 학술모임이고 봉사단체에 가깝다"라고 말했다.

웅크린 싱크탱크
문고리와 일전?

또 기사에 언급된 일부 인사에 대해서도 "그 사람(유영제 중앙공무원교육원 원장)은 자기가 알아서 원장이 된 거고, 백승주는 두 번 나오다가 말았다. 김행은 처음부터 우리 멤버가 아니었다. 강연만 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며 "김회선, 김도읍은 검사 후배일 뿐 정식 회원이 아니다. 회원이 아닌 사람들까지 회원이라고 하지마라. 허위사실이다. 정치적인 시각으로 비춰지면 안 되기 때문에 회원 이름도 공개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덧붙여 함 사장은 "부패와의 전쟁 같은 경우 예전 VIP(대통령)가 우리 모임에 나왔을 때 깨달음을 얻었을 수도 있지 않느냐"라며 "VIP도 그 부분(부패척결)은 잘하고 있지만 사실 중국이 우리 정책을 더 잘 반영한다. 난 강원도 시골에 있는 사람이다. 최근 VIP와 통화한 적 없다. 총선이나 (청와대) 인사와는 전혀 무관하다"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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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