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모르게…국민연금 비공개 투자내역

수십조 들어간 베일 싸인 투자처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자본시장의 대통령. 500조원 규모의 국민연금을 운용하는 기금운용본부를 일컫는 말이다. 세계 3대 기금으로 성장한 국민연금은 마이크로소프트·애플 등 초국적 기업은 물론이고, 일본 전범기업에까지 그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기금 가입자이자 수급자인 국민은 내 연금이 어느 곳에 투자됐는지 알기 어렵다. 박근혜정부 들어 기금운용본부는 일부 투자 포트폴리오를 공개하고 있지만 여전히 베일에 싸인 투자처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1000조. 국민연금관리공단(이하 연금공단)이 2022년께 운영할 것으로 예상되는 연기금 규모다. 세계 3대 기금(일본 연금펀드·노르웨이 국부펀드·한국 국민연금)으로 성장한 국민연금은 국내는 물론 세계 금융시장이 주목하는 '큰손'이다.

연금공단이 2014년 12월 작성한 '기금운용 연차보고서'를 보면 1988년 5300억원으로 시작한 국민연금은 2003년 100조원, 2007년 200조원에 이어 2010년 300조원이 넘는 연기금으로 부상했다. 2014년 말 기금적립금 470조원을 돌파한 국민연금은 올해 들어 이미 500조원을 달성했으며, 2020년에 847조원, 2043년에는 2561조원까지 재원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3대 기금
1000조 가시화

국민이 납부한 '사회보험'인 국민연금은 단순 저축이 아닌 분산투자 형태로 자산이 보전된다. '기금운용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연금공단은 2014년 말 기준 국민연금 재원 470조원 가운데 45%에 해당하는 212조4000억원을 기금운용 수익금으로 조성했다. 1998년부터 2014년까지 금융 이자, 주주 배당, 투자 회수 등으로 200조원이 넘는 재원을 조달했다는 것이다. 연금공단 측이 밝힌 연평균수익률은 6.21%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사모펀드 등 일반 투자자와 달리 단기적인 이윤만 쫓을 수 없다. 일정 부분 기금운용에 대한 사회적인 책무가 요구된다. 연금재정의 장기적 안정을 확보하는 것이 과제이지 이윤 극대화가 궁극적인 목표는 아니기 때문이다.


동시에 연금공단은 연금 가입자와 수급자의 재산을 관리하는 수탁자로서 충실의무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진다. 이를 '신의성실의무'라고 부르는 데 기금운용 관련자들은 오직 가입자와 수급자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고 전문적 판단 하에 신중하게 의사결정을 하도록 돼 있다. 바꿔 말하면 오직 국민의 이익을 대변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연금공단은 최근 국민의 이익에 반한 의사결정과 일본 전범기업 투자로 논란이 됐다. 지난 5일 전북 전주에서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국민연금 투자실태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의결권 행사 등에 대한 집중 추궁이 이뤄졌다.

대기업 편들고
전범기업 투자

이날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본질은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라며 "이 과정에 2000만 국민의 노후자금을 책임지는 연금공단은 수익성은 고려하지 않은 채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에 적극 협조했다"라고 주장했다.

실제 연금공단은 합병 발표 전 한 달간(5월1일~26일) 거래량 가운데 10%에 달하는 물량을 매도해 주가를 낮추는 데 공헌했다. 합병비율 역시 연금공단이 추산한 1대 0.46에 못 미치는 1대 0.35에 그쳤다. 그럼에도 연금공단은 삼성일가가 삼성물산(통합) 지분 3.02%를 확보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줬다.

앞서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은 삼성물산 주주총회 2주 전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과 만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신의성실의무를 위반했다는 지적이 안팎에서 제기됐다. 이후 홍 본부장은 자신의 상관이자 인사권자인 최광 이사장과 갈등설이 퍼지면서 연임이 저지됐다.

국연 500조 시대…2022년 1000조 돌파
대기업 오너 경영권 강화용으로 악용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기금운용의 '도덕성'과 관련한 지적도 나왔다. 새정치민주연합 인재근 의원은 기금운용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근거로 "연금공단이 최근 5년간 일본 기업에 16조원을 투자했으며, 이 가운데 4조5000억원은 일본 군수기업과 전범기업, 야스쿠니신사 지원 기업 등에 투자됐다"라고 밝혔다.

인 의원이 밝힌 투자처는 미쓰비시 중공업과 가와사키 중공업, 미쓰비시 전기 등 21곳이다. 투자 규모는 1조2000억원에 육박했다. 인 의원은 "연금공단이 전범기업 97곳에 3조원 이상을 투자했다"고도 말했다.

야스쿠니신사 참배 지원기업인 돗판인쇄에 30억원가량을 투자한 사실 또한 논란을 야기했다. 돗판인쇄는 2014년판 야스쿠니 달력 27만부를 제작하는 등 우익성향의 회사로 분류된다. 인 의원은 "국익을 해치는 행위를 하는 기업에 투자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한편에선 수익률만 따지면 일본만한 시장이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내놓은 국가별 투자 분석에 따르면 일본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수익률(13% 내외)이 높은 시장으로 알려졌다. 전범기업의 일본 내 비중 또한 5분의 1에 해당한다는 것이 투자 찬성론자들의 주장이다.

실제 흥미로운 자료가 있다. 연금공단이 2013년 하반기부터 공개하고 있는 '국민연금기금 해외주식 투자종목 내역'을 보면 기금운용본부가 10억원 이상의 투자처로 삼은 기업은 2659곳에 이른다. 미쓰비시 등 일본 대기업의 주식도 일정 비율 보유하고 있다. 기금운영 포트폴리오상 2006년 11.6%였던 주식투자 비중은 2014년 29.9%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해외투자 비중은 9.4%에서 21.8%로 확대됐다.

종목별 분류에서 해외주식 투자총액 1위는 마이크로소프트(4856억원)였다. 2위는 오라클(4691억원), 3위는 애플(4359억원)로 모두 미국계 IT기업이 차지했다. 4위는 미국 은행인 웰스파고(4296억원), 5위는 스위스 바젤에 본사가 있는 제약회사 노바르티스(3844억원)였다.

그 다음으로 스위스 제약회사 로슈(3698억원), 미국 투자은행 JP모건(3599억원), 미국 제약회사 존슨앤존슨(3142억원)이 각각 이름을 올렸다. 9위를 기록한 업체는 구글(3048억원)로 확인되며, 10위는 비아그라 생산업체로 유명한 제약회사 화이자(3042억원)였다.

이밖에 시티그룹, 네슬레, 페이스북, 인텔, 엑손모빌, AIA, 시스코(미국 보안업체), 뱅크오브아메리카, 사노피(프랑스 제약회사), 아마존 등이 국민연금의 해외주식 투자처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은 미국의 대표 상장지수펀드(ETF)인 'SPDR S&P 500 ETF Trust'에도 2659억원(14위)을 투자하고 있다. 투자순위 20위권 밖에 있는 기업들도 P&G, 필립모리스 등 세계적인 기업이다.

미국 일변도
부동산 쉬쉬

일본 도요타(1804억원)는 38위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 텐센트(2283억원), 바이두(2199억원)가 각각 22∼23위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물론 해당 자료는 주식만을 표집으로 했기 때문에 투자 총액으로 간주하는 데 무리가 있다. 해외주식 지역별 보유비중은 북미권이 53.47%, 유럽이 24.19%, 아시아(일본 제외)가 10.43%, 일본이 6.9%, 남미가 1.69%, 아프리카 및 중남미가 0.71%로 나타났다.

연금공단이 채택한 '2014∼2018년 중기자산배분안'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포트폴리오는 국내주식 20% 이상, 해외주식 10% 이상, 국내채권 50% 미만, 해외채권 10% 미만, 대체투자 10% 이상으로 조정될 예정이다. 이 가운데 2014년 기준 대체투자 비중은 9.9%(46조7000억원)를 기록했다. 대체투자란 부동산, 인프라, 벤처투자, 사모투자 등을 포함한 고수익 모델을 지칭한다.

기금운용본부는 해외투자 비중을 늘림은 물론 대체투자 비중을 높인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연금공단에서 기금운용본부를 독립시켜 공사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좋게 보면 수익성에 특화된 미국식 전문가그룹을 만들자는 것인데 나쁜 예를 들면 미국 내 투자집단은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원흉으로 지탄받는다.


글로벌 '대체투자' 비공개
전범기업·페이퍼컴퍼니 논란

금융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의 투자 다변화를 위해선 해외투자와 대체투자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문제는 있다. 복잡한 투자모형을 설계해 국민의 감시에서 벗어나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최소한의 정보조차 공개하지 않으려는 '비밀주의'에 직면한다는 것이다.

연금공단은 국내대체투자 및 해외대체투자 내역에 대한 정보 공개를 꺼리고 있다. 말 그대로 중개기관이 '대체' 형태(펀드·신탁 등)로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에 계약관계상 상세한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일반 국민으로서는 돈의 용처를 가늠하기 어려운데 연금공단이 '인프라투자' '프로젝트형 부동산투자' 등으로 투자 내역을 명시하고 있는 까닭이다.

가령 서울 중구 충무로에 있는 극동빌딩은 연금공단이 소유하고 있다. 연금공단은 부동산신탁회사 리츠 '지이엔피에스제1호'를 통해 빌딩을 매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월 탐사보도 전문매체 <뉴스타파>가 보도한 연금공단의 프랑스 오파리노 쇼핑센터, 독일 베를린 소니센터 매입은 기대했던 수익률에 한참 못 미쳐 비판받았다. 특히 페이퍼컴퍼니 설립을 통한 '우회 투자'는 조세회피 문제와 연결됐다.

또 국민연금은 미국, 중국, 싱가포르 등 해외 26개 투자회사에 부동산 투자를 맡기며 보수를 지급하고 있다. 매년 소요되는 수수료만 4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지난 2월 '국민연금 운용 및 경영관리 실태' 감사 보고서에서 해외대체투자 평균 수익률이 3% 내외라고 발표했다. 해외대체투자는 전액 중개기관이 위탁운용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외국인이다.

자원외교 실패에
국민연금 동원설


대체투자의 위험성은 지난 6월 CBS 등이 보도한 하베스트 투자 계획 등에서도 드러난다. 캐나다 하베스트는 이명박정부 당시 한국석유공사가 4조5000억원을 들여 인수한 정유회사다. 이후 이른바 '깡통' 논란에 휩싸이며 현재는 부도 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부실 회사에 국민연금을 투입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발상이었다. 정부 실책을 감추기 위해 국민연금을 동원할 경우 대체투자라면 그 실상에 접근하기 어렵다.

기금운용본부는 대체투자로 서울외각순환 민자도로를 매입한 뒤 통행료를 걷고 있다. 2015년 2분기 기준 지분 5% 이상을 획득한 기업만 215곳에 이른다. 삼성, 현대차그룹, SK 등 대기업은 물론이고, SBS 등의 지분도 함께 갖고 있다. '자본시장의 대통령'이란 별명은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권력이 막강한만큼 그에 따른 감시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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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