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세금 안 내는 거물들 추적 (47)DI그룹 타가즈코리아 투자사

6억달러 투자한다더니 '먹튀'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정부는 항상 세수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돈이 없다"면서 만만한 서민의 호주머니를 털기 일쑤다. 그런데 정작 돈을 내야 할 사람들은 부정한 방법으로 조세를 회피하고 있다.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까지 정부가 걷지 못한 세금은 40조원에 이른다. <일요시사>는 서울시가 공개한 고액체납자 명단을 토대로 체납액 5억원 이상의 체납자를 추적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47화는 6억4500만원을 체납한 타가즈코리아의 투자사 DI그룹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외자 유치를 위해 '인베스트코리아(www.investkorea.org)'라는 홈페이지를 운영 중이다. 홈페이지 안에는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충청남도에 투자한 외국계 회사를 설명하는 항목(Foreign Invested Companies in Chungnam)이 있다. 미국·일본 등 나라 별로 분류된 투자회사 목록 중에는 러시아 회사인 'Doninvest Group'이 눈에 띈다. 이 회사는 국내 언론에 DI그룹이란 이름으로 소개됐다.

러시아 대기업

DI그룹은 러시아 로스토프주에 본사를 둔 대기업이다. 자동차·식품·은행·건설·운송·호텔 등 약 30개 계열사에 전체 직원만 3만5000명에 달한다. DI그룹의 자동차 계열사인 타가즈(TagAZ)는 2006년 5월15일 국내 자회사를 설립했다. 자회사 이름은 타가즈코리아다. 당시 DI그룹은 타가즈코리아를 통해 국내 시장에 진출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DI그룹은 거액의 빚만 남긴 채 한국 시장에서 발을 뺐다. 금융권 채무, 법원이 부과한 벌금은 물론이고, 억대의 지방세 역시 갚지 못했다. 2014년 12월 서울시가 공개한 고액체납자 명단에 따르면 DI그룹이 투자한 타가즈코리아는 2011년 7월부터 등록세 등 45건의 세금을 체납했다. 체납한 세금은 6억4500만원이다.

타카즈코리아는 자동차 부품의 연구개발, 제조, 판매 및 수출 등을 사업영역으로 적시했다. 국내에서는 주로 신차개발을 위한 연구 과제를 수행했다. 2007년 2월 쌍용자동차로부터 무쏘와 코란도 생산라인을 인수한 타카즈코리아는 협력업체로부터 부품을 납품받아 가제품을 만든 뒤 러시아로 수출했다. 러시아 본사는 가제품을 최종 조립해 자국 시장에 판매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2012년 12월31일 작성한 '러시아의 해외직접투자 패턴과 한국의 투자유치 확대방안' 보고서를 보면 DI그룹의 투자 실패 사유가 잘 나타나 있다. DI그룹은 가제품 조립에 만족하지 못하고 한국에서 직접 자동차부품을 생산해 현지로 수출한다는 전략을 수립했다. 또 보고서에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DI그룹은 한국으로부터 일부 기술을 이전 받아 자체 엔진을 개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프로젝트명은 'C-100'이었다.

타가즈 본사가 추진한 C-100은 준중형급 승용차 개발이 목적이다. 타가즈코리아는 2006년 5월부터 2009년 5월까지 1차 엔진개발을 완료했다. 2007년 1월부터는 C-100 승용차의 설계 작업을 시작해 '개발계획 수립→선행차량 설계→양산차량 설계→차량시험→선행양산→양산개시'순서로 개발을 진행했다. 2009년 7월에는 마침내 신차 개발이 완료됐다.

타가즈 본사는 2784대 분량의 C-100 승용차 제작을 타가즈코리아에 의뢰했다. 타가즈코리아는 일부 부품 및 엔진을 장착한 반제품을 러시아로 수출했다. 타가즈는 2009년 9월17일 '베가(Vega)'라는 차량을 시판했다.

하지만 신차 개발 과정에 의혹이 제기됐다. 업계의 시각에서 보면 자동차 완제품을 생산해 본 적 없던 타가즈가 비상식적인 속도로 C-100을 내놓았던 것이다. 정보당국은 내사 끝에 타가즈코리아가 GM대우 출신 연구원을 영입해 라세티 기술을 빼돌린 정황을 포착했다. 사건을 인계 받은 검찰은 연구원 ㅎ씨 등을 라세티 설계도면 수천장과 기술 문서 등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ㅎ씨는 실형이 확정됐다.

서울시 6억4500만원 체납
한국 자회사 세우고 기술 유출

2009년 9월 불거진 라세티 기술 유출 스캔들은 타가즈코리아의 입지를 좁게 만들었다. 그러자 전폭적인 투자 의향을 밝혔던 DI그룹은 등을 돌렸다. 시쳇말로 '먹튀'를 한 셈이다. 먹튀를 하게 된 발단은 이완구 당시 충남도지사 등 관료집단이 제공했다.

2008년 5월 충청남도는 "6억달러(한화 6500억원)의 러시아 자본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라는 내용의 보도 자료를 돌렸다. 당시 이 지사는 러시아 로스토프주 타가즈자동차 공장으로 날아가 DI그룹 미하일 파라마노프 회장과 투자유치 협약서(MOU)에 서명했다. 도는 "지방자치단체가 단독으로 이처럼 많은 외자를 유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홍보했다.


MOU 내용은 충남 보령시가 주포면 관창산업단지 내 38만7100㎡ 부지를 임대방식으로 타가즈에 내주고, 타가즈는 자동차부품 생산공장을 건립해 2009년부터 가동하는 것이 골자였다. ▲4100명의 고용창출 ▲자동차 55만대 수출 ▲24억달러 규모의 매출 등 장밋빛 전망이 난무했다.

그러나 앞서 밝혔듯 기술유출 스캔들에 연루된 타가즈코리아는 2009년 10월 법원에서 영업비밀 침해 가처분 결정을 받는 등 내우외환에 시달렸다. C-100 부품 생산과 수출은 전면 금지됐다.

2010년 7월 타가즈코리아는 법정관리를 신청했으나 기각됐다. 타가즈코리아가 진 부채 206억원에 대해 타가즈 본사는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투자사인 DI그룹 역시 자금 지원과 관련해 어떠한 계획서도 제출하지 않았다. 법원은 "타가즈코리아의 청산가치가 약 360억원인 반면 존속가치는 245억원 정도로 청산가치가 명백히 크다"라고 판시했다.

결국 타가즈코리아는 2010년 8월 관창산업단지 입주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도에 통보했다. DI그룹의 투자는 없던 일이 됐다. 뿐만 아니라 도와 보령시는 34억원 상당의 재정 손실을 입었다. 타가즈코리아는 부지 임대료 34억원을 체납한 채 도산했다. 뒤늦게 가압류 처분을 했으나 이미 금융권이 근저당을 설정해 회수는 무산된 뒤였다.

2011년 2월 법원은 타카즈코리아가 생산한 C-100 부품 및 설계도를 폐기하라고 명령했다. 또 타가즈코리아에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문제는 핵심기술이 이미 러시아로 이전된 데다 벌금을 낼 회사가 사라졌다는 것에 있었다. 국내 납품업체 역시 타가즈를 믿고 62억원 상당의 실린더 설비를 들여왔으나 제품 공급이 중단되면서 손해를 떠안았다.

곳곳에 손해

외국인 투자지역으로 지정됐던 타가즈코리아 부지 매입에는 국비 243억원, 도비 40억원, 시비 40억원이 투입됐다. 현재 해당 부지에는 국내 한 철강사가 이전해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타가즈코리아의 본사는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있었다. 다섯개의 연락처로 접촉을 시도했으나 관계자와 통화할 수 없었다. 타가즈코리아의 법인 차량은 주·정차 위반 과태료조차 내지 않아 체납 대상에 올랐다. 관련 통지서는 수취인불명으로 처리됐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의 한국에 대한 직접 투자는 미미한 실정이다. 타가즈코리아는 해외 직접 투자의 성공 요인인 기술적 우위를 수반하지 못하고, 국내 기술유출에만 매달렸다. 끝내 타가즈코리아는 무리한 외자 유치의 대표 실패사례로 역사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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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