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추적> 숨겨진 김수남 인맥도

'인사청문회 뇌관' 경북고·서울대 밀고 IT업계 외곽지원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김수남 검찰총장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둔 가운데 그의 숨겨진 인맥도에 관심이 쏠린다. 타고난 '금수저'인 그는 정치권 비호와 깐깐한 경력관리로 경쟁자를 밀어냈다. 하지만 김 후보자를 지지해 온 인맥이 다시 부메랑이 돼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30일 박근혜 대통령은 김수남(56·사법연수원 16기) 대검찰청 차장을 차기 검찰총장으로 내정했다. 지난 5일에는 김수남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였지만 검찰 내부에선 치열한 주도권 다툼이 전개됐다고 한다.

서울대 라인

김 후보자의 배후에 '서울대 라인'이 있었다면 경쟁자인 박성재 서울중앙지검장의 배후에는 '고려대 라인'이 있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박 지검장이 뒷심을 발휘했지만 최후의 승자는 김 후보자였다.

하지만 인사청문회 일정이 남아있는 까닭에 김 후보자의 영전을 속단할 수만은 없다. 비교적 자기 관리가 철저했던 김 후보자라 큰 흠결은 없을 것이란 전망에도 불구하고 그의 '숨겨진 인맥'은 인사청문회 마지막 날까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자는 대구 청구고 출신이다. 김 후보자의 내정과 함께 관가 안팎에선 강신명 경찰청장의 '교체설'이 고개를 들었다. 강 청장이 같은 청구고 출신이라 권력 안배를 위해 청와대 측에서 사퇴를 종용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경찰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지난 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경찰 내부에 그런 움직임(강 청장의 사임)은 없다"라고 말했다. 실제 인사권자인 청와대는 <연합뉴스> 등을 통해 교체설을 '찌라시'로 못박았다.

이는 청구고라는 배경에 정권 수뇌부가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을 방증한다. 청구고 출신 동문은 법조계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그룹이 아닌 것으로 전해진다. 청구고는 고위 관료를 배출하기보다는 국가대표급 축구선수를 양성하는 요람으로 명망 높다. 실제 청구고라는 키워드로는 김 후보자의 발탁을 이해할 수 없다.

주목해야 하는 것은 경북고 인맥이다. 경북고 출신은 검찰 역사상 가장 막강한 파워를 발휘해 온 일종의 '카르텔'이다. 대구 출신 한 국회 출입기자는 지난 5일 "경북고의 법조계 인맥은 상당히 두텁다"라며 "중학교 때부터 예비 경북고 출신을 선별해 끌어주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범경북고' 인맥으로 분류된다. 그의 가족관계에 숨은 단서가 있다. 김 후보자의 형 김흥남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원장은 경북고 출신이다. ETRI는 연간 6000억원 규모의 예산을 지원받는 미래창조과학부 소속 국책 연구기관이다. IT업계에서의 영향력은 대기업 이상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유승민·김기춘…타고난 금수저
안대희·천정배 '의외의 인연'

그런데 김 원장과 김 후보자의 혈연관계는 단 한 차례도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다. 김 후보자가 검찰 '넘버 2'인 서울중앙지검장에 올랐을 때도 김 원장은 공식석상에서 이를 언급하지 않았다. 한 고참급 미래창조과학부 출입기자는 지난 4일 "김 원장이 스스로 말한 적도 없고, 대부분 기자는 몰랐을 것"이라고 했다. 이들 형제의 조심성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과의 친분설은 따지고 보면 김 원장과의 인연이 확대 해석된 것이다. 유 의원과 김 원장은 같은 경북고 출신이며, 꽤 가까웠던 사이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IT 관련 학회에도 함께 소속돼 있다. 기자가 입수한 '국회 스마트 컨버전스 연구회' 명단에 따르면 유 의원은 '국회연구위원'이며 김 원장은 '정책자문위원'으로 각각 등록돼 있다.


유 의원 측은 김 원장과의 친분이 언급되는 것에 꽤 부담스런 모습이다. 동생 김 후보자와의 친분설에는 분명한 선을 긋고 있다. 김 후보자 역시 유 의원과 사적인 만남은 없었다는 입장을 강조했다고 전해진다. 이는 최근 박 대통령이 유 의원을 '배신의 정치'로 낙인찍은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한 번 눈 밖에 난 사람은 다시 쓰지 않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지난 5일 유 의원의 영남대 강연이 무산됐다는 설이 돌았다. 확인 결과 이는 사실이었다. 우연찮게도 김 후보자의 부친은 故김기택 전 영남대 총장이다. 김 전 총장은 과거 영남대 이사였던 박 대통령과 함께 일했다.

주류 정치권은 강연이 무산된 배경을 놓고 '영남대가 박 대통령의 눈치를 봤다'는 해석을 내놨다. 하지만 내막을 살펴 보면 김 후보자를 배려한 성격이 짙은 것으로 보인다. 혹시 모를 '오해'를 경계하기 위해 강연을 취소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영남대는 김 후보자가 검찰총장에 오를 수 있도록 발판 역할을 한 곳이다. 1985년 당시 대구지검장이었던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김 후보자의 부친인 김 전 총장과 따로 바둑을 둘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다고 전해진다. 1984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김 후보자는 판사로 법조경력을 시작했지만 1990년 서울지검 검사로 전직했다. 이는 1988년 12월 검찰총장이 된 김 전 실장의 '입김'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김 후보자는 1990년대 법무부 검찰3과, 서울지검 등 중앙무대에서 활동했다. 2000년과 2001년에는 광주지검 순천지청, 광주지검 공안부로 발령 났다. 경력 관리의 기로에 섰던 셈이다. 이때(2003년) 안대희 당시 대검 중수부장은 중수부 3과장으로 김 후보자를 끌어올렸다. 대검 중부수 경력은 '엘리트 검사'를 가늠하는 척도로 알려져 있다.

2006년 법무부 정책홍보관리관에 발탁돼서는 당시 법무부장관이었던 천정배 의원과 호흡을 맞췄다. 이른바 'TK(대구·경북)적자'로 인정받은 것도 이 무렵으로 전해진다. 2007년 삼성그룹 비자금 특별수사·감찰본부 차장검사를 지낸 그는 2009년 서울중앙지검에서 특수부를 총괄하는 3차장 검사가 됐다.

3차장 때 지휘한 '미네르바' 사건은 김 후보자를 상징하는 꼬리표가 됐다. 정권의 눈에 들었음은 분명해 보인다. 같은 시기 그의 형 김 원장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수장을 꿰찼다. 공교롭게도 미네르바 사건 당시 김 후보자가 적용한 법은 '전기통신기본법의 허위사실 유포 금지 조항'이었다.

밀고 당기고

야권은 현재 김 후보자의 공안검사 경력을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있다. 다수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김 후보자는 이른바 'RO' 사건을 기획하며 검찰총장 직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독주 체제를 일찍 구축한 부작용으로 검찰 내부 평가는 엇갈린다고 전해진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엄정히 요구되는 시점에 김 후보자가 독립성을 지켜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박 지검장을 위시한 '고대 라인'과의 갈등은 경우에 따라 인사청문회의 뇌관으로 확산될 수 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