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경기대학교 김기봉 교수

“역사교육은 정답이 아닌 해답을 찾는 과정”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국정화 사태에 도무지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역사논쟁은 어느덧 이념논쟁으로 변질 된 지 오래다. 사회 또한 정치권처럼 이판사판의 막판으로 갈라진 모습이다. 바야흐로 혼탁해진 윗물의 정화가 필요한 시기, 국민들은 역사교육 정상화 이전에 정치의 정상화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정부·여당은 야당을 ‘화적떼’에 비유하는가 하면, 국정화를 반대하면 국민이 아니라는 식의 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다. 야당 또한 대통령을 ‘무속인’에 비유하는 등 강 대 강으로 되받아쳤다. 정가의 이러한 모습을 두고 일각에서는 파국이 예정된 한편의 막장드라마 같다고 지적한다.

끊이지 않는 싸움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국민들은 올바른 진단과 처방을 바라고 있다. ‘에드워드 카’가 말했듯 역사가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면, 현재에서 이 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대화가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이에 <일요시사>는 직접 역사학과 교수를 찾아가 국정화 사태에 대한 얘기를 나눠봤다.

다음은 경기대학교 김기봉 교수와의 일문일답.

- 사학자로서 이번 국정화 사태를 진단해 달라.
▲역사교육 정상화라는 명분으로 국정화를 강행하고 있다. ‘역사교육 정상화의 방법으로 국정화가 과연 옳은 것인가’라는 질문부터 해야 한다. 국정화란 국가가 역사교육의 주체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됐을 때 역사가는 국가종교의 사제되어야 한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 일각에서는 반대하는 사람들을 두고 국정교과서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과민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발상의 전환을 한번 해보자. 철도인들은 철도 운영을 국가가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반면 역사에 대해서 역사가들은 국가가 소유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반응의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둘 다 공공재라는 점은 같다.

하나는 철도라는 물질적 공공재고, 다른 하나는 역사라는 정신적 공공재다. 철도는 이미 존재하는 것이지만, 역사는 아니다. 대한민국 역사는 하나의 정답으로 있는 것이 아니라 역사가들이 연구를 통해 합의해 나가는 과정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하나의 올바른 역사가 있다고 믿는 게 문제다.


- 교수들의 잇따른 집필거부는 당연한 반응인가?
▲그렇다. 자존심의 문제다. 담당자들의 직분을 유보시키고, 국가가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역사가들이 잘못했다는 의미인데, 역사가의 입장에선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다. 또 국가가 검정이라는 제도를 통해서 역사가들에게 집필의 자율권을 주었는데, 국정으로의 전환은 자율권의 박탈이기 때문에 역사가라는 직업의 위기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 집필거부를 두고 역할거부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국정화는 역사가들에게 지금까지 역사가들이 잘못했으니 국가가 역사교육을 신탁통치 하겠다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정치가 역사를 통치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가 정치를 통제하는 것이 동아시아 사관의 전통이고 사명이었다. 그런데 사관에게 왕조사의 집필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역사가들의 집필기준과 방향을 정하는 국정화는 통치자가 역사 집필에 개입해 수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역사가들은 사화를 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 정부는 좌편향 교과서를 지적하는데, 지금의 교과서가 문제 있다고 보는가.
▲근본적인 문제는 사실이 아니라 사실을 보는 눈이다. 자기가 쓰고 있는 안경에 따라 역사교과서가 빨갛게 또는 파랗게 보일 수 있다. 역사교과서가 중요한 이유는 국가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교과서를 매개로 해서 학생에게 주입시켜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의 역사교과서 논쟁이 원래 정부가 의도했던 것과는 다르게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학생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정치가의 권력투쟁 도구로 전락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논쟁 자체가 너무도 비교육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정말 누굴 위한 역사교과서 논쟁이란 말인가. 현재의 권력투쟁이 아니라 학생들이 살아야 하는 미래를 위한 역사교과서 논쟁이 되어야 한다. 자라나는 미래 세대가 부닥쳐야할 문제들에 대해 역사적으로 사고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교과서를 어떻게 쓰느냐를 주제로 해서 논쟁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지금은 그게 아니다.

정상화 방법은 국정화? “역사 주체되겠단 말”
“역사교과서는 국민 정체성 가르쳐주는 것”

- 정치권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역사학에서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은 정치화다. 정치권의 개입은 사회가 합의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는 선에서 그쳐야 한다. 교과서 내용을 좌지우지하려는 것은 정치화를 의미한다.

모든 역사는 정치적이다. 근데 모든 정치는 결국 역사가 된다. 이것이 역사가 가진 최대 장점이고 미덕이다. 그 때문에 역사는 정치를 통제하는 기능을 한다. 역사는 과거의 정치지만, 현재의 정치는 역사가 된다. 역사가는 현실 정치의 통제자이며 자기 시대의 증언자가 되어야 한다. <조선왕조실록>이 역사가에게 그런 기능을 부여한 좋은 예다.

실록은 왕도 못보고 사관만 봤다. 읽지 못하는 책을 만든 것이다. 그렇지만 왕이 가장 두려워해야 하는 게 실록의 기록이었다. 이렇게 조선왕조실록이라는 보이지 않는 ‘숨은 신’이 있었기 때문에 조선왕조가 500년 동안 유지될 수 있었다.


- 해결책으로 야당은 사회적 합의기구 설치를 제안했다. 적절한 안이라고 보나?
▲그것은 이상적인 제안이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내년 말까지는 교과서가 써져야 하는데, 언제 합의기구를 만들고 토론을 하겠나. 너무 늦었다.

그럼 대안이 뭐냐면, 과거 실록을 편찬했을 때처럼 독립기구를 설치하자는 것이다. 국사편찬위원회는 정부기관이지만, 그런 기능을 할 수 있는 독립적인 연구소든 부서든 만들어서 대한민국의 역사를 편찬하는 본래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의 막장 드라마를 종식 시킬 수 있는 길은 집필진을 여·야의 추천을 받아 구성해 쟁점 사항에 대해 합의해 나가면서 역사교과서를 쓰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 본다.

- 독립기구가 설치된다 해도 독립성이 유지되는 것은 다른 문제다.
▲그렇다. 시행착오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가 정체성 교육을 위해 비상조치로 국정화를 할 수 밖에 없다는 현 정부의 취지를 살리면서 정치로부터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야 만약 정권이 바뀌더라도, 다시 과거로 회귀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

일단 독립기구를 신설하고 정부가 부여한 미션을 역사가들 스스로가 수행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역사교육의 정상화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이번에 비상조치로 단행 된 국정화가 역사교육의 정치로부터의 독립을 위한 제도화로 귀결된다면 결국 역사가들도 동참할 것이라고 믿는다.

- 우려되는 점이 있다면?
▲지금 시급한 현안은 국내 문제보다는 동아시아 정세를 둘러싼 국외 문제다. 그런데 국정교과서가 국정을 마비시키고 있다. 계속 이런 식으로 국정화를 밀어붙이면 역사가들이 참여하지 않고 대안교과서를 쓰는 운동을 벌일 것이다. 그러면 교육 현장에서 커다란 혼돈이 야기된다.

과거 금성출판사 발행 한국근현대사교과서 문제가 불거졌을 때, 뉴 라이트 진영에서 대안교과서를 썼다. 이번에는 그 반대 현상이 나타나서, 진보 진영이 안티테제로 국정교과서에 대한 대안교과서를 쓰고자 할 것이다. 결국 이는 역사교육의 정상화가 아니라 정치화의 심화다.

역사교육은 역사의 정답이 아니라 해답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해답은 푸는 과정에 있다. 집필 기준과 방향은 현재의 정치가 아니라 자라나는 학생들이 살아야 할 미래를 향해야 한다. 지금은 학생들은 안중에 없는 역사교과서 논쟁을 벌이고 있다.

- 마지막으로 독자들께 한마디 부탁드린다.
▲논쟁의 판을 바꿔야 한다. 모든 국민이 마주달리는 두 열차 가운데 어느 하나를 꼭 타야만 하는 식으로 논쟁이 진행돼서는 안 된다. 양극단을 지양할 수 있는 제3지대가 필요하다.

니체는 “괴물과 싸우는 자는 스스로가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 그런데 지금 역사교과서 논쟁이 서로가 서로를 괴물로 만들고 있다. 지금의 선악의 이분법 구도를 뛰어넘어야 한다. 생태계가 틀림이 아닌 다름으로 진화해 나듯이, 우리는 역사를 보는 눈이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해야만 관용적인 사회가 됨으로써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김기봉 교수 프로필]

▲성균관대 대학원 사학과 석사
▲독일 빌레펠트대학 박사
▲한국연구재단 인문학단장 역임
▲현 경기대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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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