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철피아 비리' 눈감아 준 검찰 추적

'VIP 측근' 이름 나오자 비리 정황 덮었나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세월호 참사의 출구전략으로 기획된 이른바 ‘철피아’ 수사와 관련해 검찰이 특정 업체를 비호해 온 사실이 확인됐다. 납품 비리 혐의를 인지했음에도 사실상 봐주기로 일관한 것이다. 납품 비리에 연루된 회사는 부산지역 대표기업인 동일고무벨트다. 회사 대주주인 '박근혜 친인척'과 상임감사를 지낸 '기춘대원군'의 의중을 살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5월19일 세월호 관련 대국민담화에서 "민관유착의 고리를 끊겠다"라며 이른바 '관피아' 수사를 주문했다. 검찰은 즉각 특수부 인력을 투입해 철피아(철도+마피아) 수사에 착수했다. 언론을 통해 대서특필된 철피아 수사는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철피아 수사 당시 검찰이 외면한 납품 비리 의혹이 새롭게 확인됐다. 사건을 인지했던 검찰은 무슨 이유인지 수사에 착수하지 않았다. <일요시사>는 지난해 11월 검찰의 소환 통보에 응한 '참고인'을 만나 사실을 확인했다.

취재 과정에서 복수 철도업계 관계자는 관련 배경에 '정권에 대한 눈치 보기'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납품 비리에 연루된 회사는 동일고무벨트, 새누리당 김세연 의원이 대주주로 있는 회사다.

김 의원은 한승수 전 국무총리의 사위로 박 대통령과는 인척관계다. 부친은 한나라당 등에서 5선을 지낸 김진재 전 의원이다. 김 전 의원은 아들(김 의원)에게 동일고무벨트를 물려줬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2013년 8월까지 동일고무벨트의 상임감사를 역임했다.

지난 7월 철도시설공단 감사실은 동일고무벨트가 연루된 납품 비리 의혹을 확인했다. 철도시설공단은 납품 비리의 주범으로 알티(RT)코리아를 지목했다. 감사결과 알티코리아는 전라선 BTL사업 과정에서 시공사와 발주처 등을 속이고, 승인 받지 않은 동일고무벨트 제품을 납품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알티코리아의 대표 김모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동일고무벨트가 외압을 행사해 (할 수 없이) 허위 납품을 했다"라고 증언했다. 납품 비리는 사실로 확인됐으며 검찰은 직무유기를 한 셈이다.

[철피아 의혹 1] 내부감사는 왜?

고무제품 제조회사인 동일고무벨트는 부산지역을 대표하는 향토기업이다. 2012년 회사 분할을 거쳐 현재는 DRB동일이란 사명을 쓰고 있다. 회사 감사보고서를 살피면 지난해 연매출은 5800억원대로 확인된다. 철도산업 분야 매출은 크지 않은 편이다. 반면 알티코리아는 국내외 철도부품을 전문적으로 공급해 온 에이전시다. 규모는 작지만 철도업계에선 제법 인지도가 있는 회사로 전해진다.

철도시설공단은 지난 6월과 7월 각각 '콘크리트궤도 자재 관련 민원 검토보고' '전라선 BTL사업 궤도자재 의혹 관련 검토현황'이란 문건을 작성했다. 문건에 따르면 알티코리아는 지난 2011년 6월 전라선 BTL사업에 필요한 독일산 캠플레이트 완충재 9만8040개를 납품하기로 계약했다. 하지만 알티코리아는 이중 절반인 4만9020개를 독일제로 납품하고, 나머진 동일고무벨트 제품을 독일산인 것처럼 꾸며 납품했다.

검찰 '전라선 납품 비리' 인지
동일·RT 가짜 독일제품 납품

캠플레이트 완충재는 열차가 운행할 때 궤도에 가해지는 충격 또는 온도에 따른 TCL(도상콘크리트층) 거동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탄성분리재'(TCL 중간층 재료)와 함께 쓰이는데 세부 기능은 다르지만 어린이 안전매트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호남고속철도 공사 등 여러 철도건설 현장을 관리한 허모 소장은 "캠플레이트와 탄성분리재가 철도 안전상 중요한 부품"이라고 강조했다. 열차가 달릴 때 발생하는 충격을 궤도가 흡수하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선로 이탈의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20년간 철도기관사로 재직하며 철도정책 분야를 연구해 온 박모씨 역시 "철도사고는 한 번 나면 수백 명의 사상자가 생기는 대형사고"라며 "웬만한 철도부품은 작은 결함에도 민감하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전라선 철도에는 기존 설계와 다른 부품이 삽입돼 있다. 축구선수로 비유하면 왼발은 '나이키' 오른발은 '아디다스' 축구화를 신은 셈이다. 당장은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운행이 계속되다 보면 사고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진다.

철도안전분야 전문가인 장모씨는 "각 제품마다 품질과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구간에는 동일한 제품을 쓰는 것이 상식"이라며 "그래야 문제가 발생했을 시 해당 납품업체가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했다.

납품 비리에는 형사 고발, 입찰 제한 등 강도 높은 제제가 뒤따른다. 이번 감사 직후 철도시설공단은 "위법 부당한 사실에 대해 국토교통부에 보고하고, 사업시행자(전라선철도)에게 통보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특히 "자제 납품사(알티코리아)에 대해선 형법 제231호(사문서 위·변조)를 적용해 전라선철도가 고소하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런데 전라선철도는 지난달 29일 "공단 측으로부터 고발 등 조치와 관련해 어떠한 통보도 받지 못했다"라고 주장했다. 형사고발에 대해서도 검토한 적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같은날 철도시설공단 홍보실은 "지난 9월 중순 국토교통부 쪽에 사건 조치를 질의해 놓은 상황"이라고 답했다.

다음날 통화한 국토교통부 담당자는 "문제점을 깊이 인식하고 있고, 내부 일정상 결재가 늦어졌다"라며 "안전문제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해 처벌 수위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초 비리로부터 4년이 지났음에도 각 기관이 대책 마련을 놓고 '핑퐁게임'을 하는 격이다.

[철피아 의혹 2] 부품 안정성 논란

지난 6월 기자와 통화한 김씨는 동일고무벨트의 외압을 받고 이 같은 납품 비리를 저질렀다고 증언했다. 당시 김씨는 '부탁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부탁이 아니라 외압이었다"라며 "우리는 작은 회사인데 동일 쪽에서 자기들이 완제품 만들어놨으니까 쉽게 말하면 '까불지 마라' '가만 안 둔다' 이런 식으로 나왔고 (중략) 자세한 건 문서로 남겨놨다"라고 말했다.

반면 동일고무벨트는 '외압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안전성 문제에 대해서도 '제품에 하자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실제 철도시설공단은 감사 문건에서 "동일고무벨트 제품 품질에 문제가 없다"라고 결론 냈다. 경부고속철도 2단계 사업 등 다른 공사에 납품된 제품이 품질을 검증받았으므로 허위 납품된 제품의 품질 또한 같다는 논리다.
 

이들은 '공급원 승인'을 근거로 제시했다. 공급원 승인은 제품 생산업체가 공인된 시험기관에서 실험을 받고 성적서를 제출하면 발주처가 품질 검토 후 납품을 허가한 서류를 뜻한다. 쉽게 말하면 품질인증서와 같은 개념이다. 결과적으로 시험기관이 발급한 시험성적서는 공급원 승인을 좌우한다.

그런데 시험기관들은 제품 시험성적서가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기자는 동일고무벨트가 발급받은 캠플레이트, 탄성분리재에 대한 시험성적서를 입수했다. 각 시험성적서를 발급한 기관은 기계연구원과 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이다.

이들은 모두 업체가 의뢰한 방식대로 시험을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자신들은 업체가 준비한 시방서(일종의 시험가이드라인)대로 시험했다는 것이다. 시험성적서를 발급한 ㅇ박사는 지난 5월 기자와의 통화에서 "업체가 원하는 대로 해준 걸로 기억한다"라고 말했다.


설계도와 다른 부품 사용해 안전성 논란
'김세연 대주주' '김기춘 감사' 경력 원인?

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의 답변은 더욱 의문이다. 지난 3월 시험성적서를 발급한 ㅎ연구원은 "현재 그 시험은 못한다. 용역을 줘야 한다"라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ㅎ연구원은 "(시방서에 적힌) 어떤 조건을 삭제하면 (발급이) 가능할 수 있다"라고 귀띔했다. 2012년 이후 동일고무벨트 외에 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에서 관련 시험성적서를 발급받은 업체는 단 한 곳도 없다.

외국계 시험기관에서 재직 중인 임모씨는 "시방서 기준이 애매하다"라며 "완벽하게 시험하려면 그 조건(E축 진동시험)도 집어넣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제품을 독일로 보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임씨는 "사실 비용도 비용이지만 이건 기술적인 해석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철피아 의혹 3] 엇갈린 자료·진술

풀리지 않는 의혹은 더 있다. 앞서 기자는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철도시설공단 측으로부터 호남고속철도(1·2공구) 납품 현황에 대한 자료를 확보했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1공구에는 독일산 제품이 2공구에는 동일고무벨트 제품이 각각 납품됐다. 호남고속철도 사업 역시 이번 '민원 검토보고' 대상에 포함됐다.

1공구의 경우 독일계 두 회사가 캠플레이트, 탄성분리재를 따로 납품했다. 반면 2공구는 동일고무벨트가 캠플레이트, 탄성분리재를 일괄 납품했다. 세부적으로 캠플레이트(A·B·C·D형)는 45만1934개가 납품됐고, 탄성분리재는 26만282개가 납품됐다. 제품 단가는 5760~2만2000원 선이다. 독일 제품과 비교하면 개별 단가가 오차 없이 동일했다.


그런데 당시 사업에 참여한 관계자는 1공구 시공사가 독일 제품을 주문하자 공단 측이 여러 자료를 과도하게 요구하며 납품을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2공구처럼 한국산 제품을 쓰라는 무언의 압력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철도시설공단 측은 새정치민주연합 한 의원실을 방문해 "납품 과정에서 압력을 행사하지 않았다"라고 해명했다.

철도시설공단은 정보공개청구에 대한 첫 번째 회신에서 최초 제품 단가와 수량을 잘못 기재해 전달했다. 오류를 지적하고 나서야 정정된 자료를 송부했다.

[철피아 의혹 4] 정치권 비호설 왜?

상당수 철도업계 관계자는 철피아 수사 당시 휴대전화를 압수당하는 등 비리의 온상으로 의심됐다. 반면 지난 1년여간 취재해 온 납품 비리 건은 단 한 차례도 검찰의 사실 조회가 없었다. 복수 업계 관계자는 "김광재(사망·전 철도시설공단 이사장) 때부터 말이 많았지만 대부분은 그냥 넘어갔다. 우리 철도인들의 잘못이 크다"라고 말했다.

검찰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위에서 눌렀다고 보는 게 맞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취재 결과 관련 납품 비리 건은 최소 두 차례 이상 검찰 간부급에 비중 있게 보고됐지만 수사로 전환되지 않았다. 일부 업계 관계자는 "지금이라도 철피아와 관련한 재수사를 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라선 납품 비리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며 드러나지 않은 뿌리가 더 깊다는 것이다.

관련 대목에서 철피아 수사 도중 숨진 김광재 전 이사장의 유서가 눈길을 끈다. 김 전 이사장은 "정치로의 달콤한 악마의 유혹에 끌려 잘못된 길로 갔다. 길의 끝에는 업체의 로비가 기다리고 있더라"라고 적었다.

한편 김세연 의원실은 지난달 30일 오후 통화에서 "의원님과 의원실 모두 관련 사실을 모르고 있었으며, 동일고무벨트의 운영에는 5년 전부터 관여하고 있지 않고, 대주주인 것 외에는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회사 소식을 따로 보고받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반론보도문] ㈜디알비동일 납품 비리 의혹 관련

본지는 2015. 11. 1.자 1면 내지 3면에 “VIP 이름 나오자 비리 정황 덮었나” 제목의 기사에서 주식회사 디알비동일이 철도시설공단으로부터 전라선 BTL철도 사업을 수주한 RT코리아에 외압을 행사하여 독일제품이 아닌 승인 받지 않은 디알비동일 제품을 납품하도록 한 비리 의혹이 있고, 검찰은 디알비동일의 대주주인 김세연 새누리당 의원과 상임감사를 역임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때문에 이를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디알비동일은 RT코리아에 외압을 행사하여 납품에 이른 사실이 없고 RT코리아의 주문을 받아 자사 제품을 납품한 것이며, 대주주인 김세연 의원과 전 상임감사인 김기춘 전 실장 때문에 검찰로부터 비호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혀왔습니다. 이 보도문은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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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