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철피아 비리' 눈감아 준 검찰 추적

'VIP 측근' 이름 나오자 비리 정황 덮었나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세월호 참사의 출구전략으로 기획된 이른바 ‘철피아’ 수사와 관련해 검찰이 특정 업체를 비호해 온 사실이 확인됐다. 납품 비리 혐의를 인지했음에도 사실상 봐주기로 일관한 것이다. 납품 비리에 연루된 회사는 부산지역 대표기업인 동일고무벨트다. 회사 대주주인 '박근혜 친인척'과 상임감사를 지낸 '기춘대원군'의 의중을 살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5월19일 세월호 관련 대국민담화에서 "민관유착의 고리를 끊겠다"라며 이른바 '관피아' 수사를 주문했다. 검찰은 즉각 특수부 인력을 투입해 철피아(철도+마피아) 수사에 착수했다. 언론을 통해 대서특필된 철피아 수사는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철피아 수사 당시 검찰이 외면한 납품 비리 의혹이 새롭게 확인됐다. 사건을 인지했던 검찰은 무슨 이유인지 수사에 착수하지 않았다. <일요시사>는 지난해 11월 검찰의 소환 통보에 응한 '참고인'을 만나 사실을 확인했다.

취재 과정에서 복수 철도업계 관계자는 관련 배경에 '정권에 대한 눈치 보기'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납품 비리에 연루된 회사는 동일고무벨트, 새누리당 김세연 의원이 대주주로 있는 회사다.

김 의원은 한승수 전 국무총리의 사위로 박 대통령과는 인척관계다. 부친은 한나라당 등에서 5선을 지낸 김진재 전 의원이다. 김 전 의원은 아들(김 의원)에게 동일고무벨트를 물려줬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2013년 8월까지 동일고무벨트의 상임감사를 역임했다.

지난 7월 철도시설공단 감사실은 동일고무벨트가 연루된 납품 비리 의혹을 확인했다. 철도시설공단은 납품 비리의 주범으로 알티(RT)코리아를 지목했다. 감사결과 알티코리아는 전라선 BTL사업 과정에서 시공사와 발주처 등을 속이고, 승인 받지 않은 동일고무벨트 제품을 납품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알티코리아의 대표 김모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동일고무벨트가 외압을 행사해 (할 수 없이) 허위 납품을 했다"라고 증언했다. 납품 비리는 사실로 확인됐으며 검찰은 직무유기를 한 셈이다.

[철피아 의혹 1] 내부감사는 왜?

고무제품 제조회사인 동일고무벨트는 부산지역을 대표하는 향토기업이다. 2012년 회사 분할을 거쳐 현재는 DRB동일이란 사명을 쓰고 있다. 회사 감사보고서를 살피면 지난해 연매출은 5800억원대로 확인된다. 철도산업 분야 매출은 크지 않은 편이다. 반면 알티코리아는 국내외 철도부품을 전문적으로 공급해 온 에이전시다. 규모는 작지만 철도업계에선 제법 인지도가 있는 회사로 전해진다.

철도시설공단은 지난 6월과 7월 각각 '콘크리트궤도 자재 관련 민원 검토보고' '전라선 BTL사업 궤도자재 의혹 관련 검토현황'이란 문건을 작성했다. 문건에 따르면 알티코리아는 지난 2011년 6월 전라선 BTL사업에 필요한 독일산 캠플레이트 완충재 9만8040개를 납품하기로 계약했다. 하지만 알티코리아는 이중 절반인 4만9020개를 독일제로 납품하고, 나머진 동일고무벨트 제품을 독일산인 것처럼 꾸며 납품했다.

검찰 '전라선 납품 비리' 인지
동일·RT 가짜 독일제품 납품

캠플레이트 완충재는 열차가 운행할 때 궤도에 가해지는 충격 또는 온도에 따른 TCL(도상콘크리트층) 거동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탄성분리재'(TCL 중간층 재료)와 함께 쓰이는데 세부 기능은 다르지만 어린이 안전매트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호남고속철도 공사 등 여러 철도건설 현장을 관리한 허모 소장은 "캠플레이트와 탄성분리재가 철도 안전상 중요한 부품"이라고 강조했다. 열차가 달릴 때 발생하는 충격을 궤도가 흡수하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선로 이탈의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20년간 철도기관사로 재직하며 철도정책 분야를 연구해 온 박모씨 역시 "철도사고는 한 번 나면 수백 명의 사상자가 생기는 대형사고"라며 "웬만한 철도부품은 작은 결함에도 민감하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전라선 철도에는 기존 설계와 다른 부품이 삽입돼 있다. 축구선수로 비유하면 왼발은 '나이키' 오른발은 '아디다스' 축구화를 신은 셈이다. 당장은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운행이 계속되다 보면 사고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진다.

철도안전분야 전문가인 장모씨는 "각 제품마다 품질과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구간에는 동일한 제품을 쓰는 것이 상식"이라며 "그래야 문제가 발생했을 시 해당 납품업체가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했다.

납품 비리에는 형사 고발, 입찰 제한 등 강도 높은 제제가 뒤따른다. 이번 감사 직후 철도시설공단은 "위법 부당한 사실에 대해 국토교통부에 보고하고, 사업시행자(전라선철도)에게 통보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특히 "자제 납품사(알티코리아)에 대해선 형법 제231호(사문서 위·변조)를 적용해 전라선철도가 고소하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런데 전라선철도는 지난달 29일 "공단 측으로부터 고발 등 조치와 관련해 어떠한 통보도 받지 못했다"라고 주장했다. 형사고발에 대해서도 검토한 적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같은날 철도시설공단 홍보실은 "지난 9월 중순 국토교통부 쪽에 사건 조치를 질의해 놓은 상황"이라고 답했다.

다음날 통화한 국토교통부 담당자는 "문제점을 깊이 인식하고 있고, 내부 일정상 결재가 늦어졌다"라며 "안전문제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해 처벌 수위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초 비리로부터 4년이 지났음에도 각 기관이 대책 마련을 놓고 '핑퐁게임'을 하는 격이다.

[철피아 의혹 2] 부품 안정성 논란

지난 6월 기자와 통화한 김씨는 동일고무벨트의 외압을 받고 이 같은 납품 비리를 저질렀다고 증언했다. 당시 김씨는 '부탁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부탁이 아니라 외압이었다"라며 "우리는 작은 회사인데 동일 쪽에서 자기들이 완제품 만들어놨으니까 쉽게 말하면 '까불지 마라' '가만 안 둔다' 이런 식으로 나왔고 (중략) 자세한 건 문서로 남겨놨다"라고 말했다.

반면 동일고무벨트는 '외압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안전성 문제에 대해서도 '제품에 하자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실제 철도시설공단은 감사 문건에서 "동일고무벨트 제품 품질에 문제가 없다"라고 결론 냈다. 경부고속철도 2단계 사업 등 다른 공사에 납품된 제품이 품질을 검증받았으므로 허위 납품된 제품의 품질 또한 같다는 논리다.
 

이들은 '공급원 승인'을 근거로 제시했다. 공급원 승인은 제품 생산업체가 공인된 시험기관에서 실험을 받고 성적서를 제출하면 발주처가 품질 검토 후 납품을 허가한 서류를 뜻한다. 쉽게 말하면 품질인증서와 같은 개념이다. 결과적으로 시험기관이 발급한 시험성적서는 공급원 승인을 좌우한다.

그런데 시험기관들은 제품 시험성적서가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기자는 동일고무벨트가 발급받은 캠플레이트, 탄성분리재에 대한 시험성적서를 입수했다. 각 시험성적서를 발급한 기관은 기계연구원과 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이다.

이들은 모두 업체가 의뢰한 방식대로 시험을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자신들은 업체가 준비한 시방서(일종의 시험가이드라인)대로 시험했다는 것이다. 시험성적서를 발급한 ㅇ박사는 지난 5월 기자와의 통화에서 "업체가 원하는 대로 해준 걸로 기억한다"라고 말했다.


설계도와 다른 부품 사용해 안전성 논란
'김세연 대주주' '김기춘 감사' 경력 원인?

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의 답변은 더욱 의문이다. 지난 3월 시험성적서를 발급한 ㅎ연구원은 "현재 그 시험은 못한다. 용역을 줘야 한다"라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ㅎ연구원은 "(시방서에 적힌) 어떤 조건을 삭제하면 (발급이) 가능할 수 있다"라고 귀띔했다. 2012년 이후 동일고무벨트 외에 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에서 관련 시험성적서를 발급받은 업체는 단 한 곳도 없다.

외국계 시험기관에서 재직 중인 임모씨는 "시방서 기준이 애매하다"라며 "완벽하게 시험하려면 그 조건(E축 진동시험)도 집어넣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제품을 독일로 보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임씨는 "사실 비용도 비용이지만 이건 기술적인 해석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철피아 의혹 3] 엇갈린 자료·진술

풀리지 않는 의혹은 더 있다. 앞서 기자는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철도시설공단 측으로부터 호남고속철도(1·2공구) 납품 현황에 대한 자료를 확보했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1공구에는 독일산 제품이 2공구에는 동일고무벨트 제품이 각각 납품됐다. 호남고속철도 사업 역시 이번 '민원 검토보고' 대상에 포함됐다.

1공구의 경우 독일계 두 회사가 캠플레이트, 탄성분리재를 따로 납품했다. 반면 2공구는 동일고무벨트가 캠플레이트, 탄성분리재를 일괄 납품했다. 세부적으로 캠플레이트(A·B·C·D형)는 45만1934개가 납품됐고, 탄성분리재는 26만282개가 납품됐다. 제품 단가는 5760~2만2000원 선이다. 독일 제품과 비교하면 개별 단가가 오차 없이 동일했다.


그런데 당시 사업에 참여한 관계자는 1공구 시공사가 독일 제품을 주문하자 공단 측이 여러 자료를 과도하게 요구하며 납품을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2공구처럼 한국산 제품을 쓰라는 무언의 압력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철도시설공단 측은 새정치민주연합 한 의원실을 방문해 "납품 과정에서 압력을 행사하지 않았다"라고 해명했다.

철도시설공단은 정보공개청구에 대한 첫 번째 회신에서 최초 제품 단가와 수량을 잘못 기재해 전달했다. 오류를 지적하고 나서야 정정된 자료를 송부했다.

[철피아 의혹 4] 정치권 비호설 왜?

상당수 철도업계 관계자는 철피아 수사 당시 휴대전화를 압수당하는 등 비리의 온상으로 의심됐다. 반면 지난 1년여간 취재해 온 납품 비리 건은 단 한 차례도 검찰의 사실 조회가 없었다. 복수 업계 관계자는 "김광재(사망·전 철도시설공단 이사장) 때부터 말이 많았지만 대부분은 그냥 넘어갔다. 우리 철도인들의 잘못이 크다"라고 말했다.

검찰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위에서 눌렀다고 보는 게 맞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취재 결과 관련 납품 비리 건은 최소 두 차례 이상 검찰 간부급에 비중 있게 보고됐지만 수사로 전환되지 않았다. 일부 업계 관계자는 "지금이라도 철피아와 관련한 재수사를 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라선 납품 비리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며 드러나지 않은 뿌리가 더 깊다는 것이다.

관련 대목에서 철피아 수사 도중 숨진 김광재 전 이사장의 유서가 눈길을 끈다. 김 전 이사장은 "정치로의 달콤한 악마의 유혹에 끌려 잘못된 길로 갔다. 길의 끝에는 업체의 로비가 기다리고 있더라"라고 적었다.

한편 김세연 의원실은 지난달 30일 오후 통화에서 "의원님과 의원실 모두 관련 사실을 모르고 있었으며, 동일고무벨트의 운영에는 5년 전부터 관여하고 있지 않고, 대주주인 것 외에는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회사 소식을 따로 보고받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반론보도문] ㈜디알비동일 납품 비리 의혹 관련

본지는 2015. 11. 1.자 1면 내지 3면에 “VIP 이름 나오자 비리 정황 덮었나” 제목의 기사에서 주식회사 디알비동일이 철도시설공단으로부터 전라선 BTL철도 사업을 수주한 RT코리아에 외압을 행사하여 독일제품이 아닌 승인 받지 않은 디알비동일 제품을 납품하도록 한 비리 의혹이 있고, 검찰은 디알비동일의 대주주인 김세연 새누리당 의원과 상임감사를 역임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때문에 이를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디알비동일은 RT코리아에 외압을 행사하여 납품에 이른 사실이 없고 RT코리아의 주문을 받아 자사 제품을 납품한 것이며, 대주주인 김세연 의원과 전 상임감사인 김기춘 전 실장 때문에 검찰로부터 비호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혀왔습니다. 이 보도문은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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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