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세금 안 내는 거물들 추적 (45)황석천 아르웬 대표

부자들 호화빌라 짓다가 빚더미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정부는 항상 세수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돈이 없다"면서 만만한 서민의 호주머니를 털기 일쑤다. 그런데 정작 돈을 내야 할 사람들은 부정한 방법으로 조세를 회피하고 있다.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까지 정부가 걷지 못한 세금은 40조원에 이른다. <일요시사>는 서울시가 공개한 고액체납자 명단을 토대로 체납액 5억원 이상의 체납자를 추적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45화는 333억9400만원을 체납한 아르웬의 대표 황석천씨다.

아르웬 황석천 대표는 소위 '디벨로퍼'라고 불리는 부동산 개발업자다. 지난 2006년에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개발 사업을 수행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지난 1996년 세종종합건설이란 회사를 경영했던 황 대표는 2004년 8월 회사 이름을 아르웬으로 바꾼 뒤 사무실 주소지를 서울 강남구 삼성동으로 옮겼다. 현재 그의 사무실 내선번호는 착신이 정지돼 있다.

실패한 개발사업

황 대표는 서울시와 국세청이 공개한 고액체납자 명단에 올라 있다. 아르웬은 2012년 5월부터 지방소득세 등 6건의 세금을 체납했다. 서울시가 거둘 세금은 15억5900만원이다. 아르웬은 2007년부터 법인세 등 15건의 세금도 내지 않았다. 국세청이 과세한 세금은 158억3900만원이다. 황 대표 개인은 2007년부터 법인세 등 15건의 세금을 체납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이 징세할 세금은 159억9600만원이다.

총 333억9400만원의 체납기록이 확인된 아르웬의 직원은 1명이다. 한 채용사이트 소개란에는 아르웬에 대해 '2004년 설립된 회사로 자본금 3억원 사원수 1명 규모의 소기업'이라고 적혀 있다. 아르웬은 부동산개발사업, PFV, 자산관리, 해외투자 등을 사업 영역으로 적시했다. 해외에 보유한 자산 규모는 확인되지 않았다. 카자흐스탄에 해외개발사업 명목으로 8200만원을 투자한 것이 전부다.

황 대표는 자신과 관련된 여러 소송에 대비해 B 법무법인을 대리인으로 선임했다. 소송 상대로는 삼부토건이 눈에 띈다. 삼부토건은 2000년대 후반까지 국내 시공능력순위 30위권을 유지해 온 중견건설사다. 삼부토건과 아르웬은 서울 서초구 내곡동 헌인마을 개발사업의 파트너였다.


헌인마을 개발사업은 서울 서초구 내곡동 일대 13만2379㎡ 부지에 초고급 단독주택을 짓는 프로젝트로 시작됐다. 가구당 분양가는 20억~50억원 선으로 기획 단계부터 상위 1% 부유층을 겨냥했다. 강남 노른자위 땅에 호화빌라 362가구를 조성하는 이 사업은 부동산 시장의 큰 관심을 끌었다. 2006년 4월 개시된 사업의 시행사는 우리강남PFV로 확인된다.

우리강남PFV는 아르웬을 중심으로 한 특수목적회사다. 황 대표는 2011년 6월까지 우리강남PFV의 대표를 맡았다. 앞서 황 대표는 과거 한센인들이 거주하던 헌인마을을 개발한다는 명목으로 2004년 아르웬을 설립했으며 마을조합과 접촉했다. 2003년 헌인마을에는 개발 찬성론자들을 중심으로 주민조합이 결성됐다.

당시 마을 한편에는 개발에 반대하는 주민도 있었다. 헌인마을은 가구단지와 무허가 판자촌이 혼합된 공공이었다. 황 대표는 2006년 4월까지 약 46억원을 들여 단독으로 사업지분을 획득했다. 이 과정에서 주민조합 집행부는 개발 시행사에 토지를 일괄 매각하는 안에 잠정 동의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토지 보상 과정에서 이견을 보인 일부 지주는 매각을 거부했다. 우리강남PFV의 명목상 최대주주였던 황 대표는 2008년 용역들을 동원해 강제철거를 진행했다. 같은 기간 서울시는 헌인마을 도시개발사업계획안을 통과시켰다. 단 우리강남PFV가 요구한 7층짜리 아파트에 대한 허가는 내주지 않았다. 때문에 사업 범위는 빌라와 단독주택으로만 한정됐다.

아르웬에 대한 감사보고서, 각종 공공기관 공시 등을 살펴보면 아르웬은 황 대표 1인 기업이다. 2011년까지 우리강남PFV의 지분 42%를 소유했다. PFV가 구성되기 전 지분은 93%였다.

그런데 아르웬은 시행사업지분 51%를 분할해 동양건설산업(25.5%)과 삼부토건(25.5%)에 넘겼다. 동양건설산업은 주택브랜드 파라곤으로 명성을 쌓은 업체다. 두 회사는 각각 지분 인수 대가로 아르웬에게 160여억원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15억5900만원
국세청 318억3500만원
내곡동 헌인마을 개발…시공사와 몰락


동양건설산업과 삼부토건은 상류층을 겨냥한 주택개발 사업에 비전이 있다고 보고 PF대출을 승인했다. 이들은 무려 8000억원 규모의 사업비를 조달하기 위해 금융권으로부터 4270억원을 대출받았다. 아르웬 혼자서는 투자받을 수 없던 돈이지만 시공사 삼부토건과 동양건설산업은 나란히 50%씩 연대보증을 섰다. 명목상 최대주주는 황 대표였지만 실질적으로 사업을 주도한 곳은 두 시공사였다.

일반적으로 PF대출을 낀 대형 부동산 개발은 분양대금을 굴리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시행사가 돈을 빼돌리거나 분양 수요 예측에 실패해 사업 주체가 거액의 금융 채무를 떠안는 경우다.

헌인마을은 사정이 좀 다르다. 우리강남PFV는 분양대금을 받기도 전에 삼부토건과 동양건설산업이 각각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재무구조가 비교적 탄탄했던 멀쩡한 건설사가 각각 수천억원의 금융 채무를 떠안게 된 것이다.

먼저 우리은행은 2011년 만기도래한 삼부토건의 ABCP(일종의 기업어음) 상환 연장을 거부했다. 동양건설산업의 주채권은행인 신한은행 역시 자금 지원을 거부했다. 이들 은행이 대출 회수에 나서자 우리강남PFV는 첫 삽도 뜨지 못한 채 사업을 중단했다. 은행 입장에선 5년째 지지부진한 개발 사업에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했을 리 없다.

반면 건설사는 '금융권이 고리의 이자만 챙기고 무리한 대출 회수로 압박해 법정관리를 신청할 수밖에 없었다'고 반박했다. 삼부토건은 대출금 가운데 일부를 상환하고 만기를 2년 연장했지만 미봉책에 그쳤다. 공동시공사 동양건설산업은 법정관리가 받아들여져 4년간의 회생절차 끝에 지난 3월 EG건설과 합병했다.

2011년 동양건설산업이 헌인마을 개발사업에서 이탈한 후 삼부토건은 아르웬의 지분을 강제매수했다. 이 과정에서 황 대표는 대주단에 자신의 지분을 매입해달라고 요구했다. 대주단은 이를 거절했다. 그러자 황 대표는 삼부토건의 주채권은행이자 우리강남PFV의 대주단인 우리은행을 상대로 "지분 강제매수가 부당하다"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아르웬이 대출금을 갚지 못했음으로 위법하지 않다"라고 판결했다.

또 황 대표는 별건의 소송을 통해 삼부토건과 맞붙었다. 소송에서 황 대표의 대표직 직무 정지가 확정되자 경영권을 장악한 삼부토건은 수차례 사업 매각을 추진했다. 하지만 사업권 매각은 번번이 무산됐다. 올 8월11일 삼부토건은 우리강남PFV가 진 채무 3189억원을 인수했다. 은행 대출 기한을 연장하지 못한 것이다.

남은 건 세금

같은 달 18일 법정관리에 돌입한 삼부토건은 역삼동 르네상스 호텔을 매각하는 등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헌인마을 개발사업은 9년째 답보 상태다. 지난 12일 헌인마을 개발사업은 채권단에 의해 또다시 매물로 나왔다. 몇몇 투자사가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실제 협상타결까지는 갈 길이 멀다.

헌인마을의 개발 가치에 주목했던 황 대표 역시 거액의 세금을 떠안았다. 황 대표의 개인전화로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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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