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이 직접 밝힌 천경자 미스터리 넷

"김재규에게 미인도 선물했다고?"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천경자 화백의 사망 소식이 뒤늦게 알려진 가운데 여러 의문점이 고개를 들고 있다. 천 화백의 큰딸 이혜선씨가 미국으로 건너간 사이 차녀 김정희씨 등 다른 유족들은 한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어머니의 유해가 어디 있는지 알려 달라"라고 요구했다. 뿐만 아니라 유족들은 진품 논란이 불거진 '미인도'와 관련해 "위작이라는 증거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천 화백을 둘러싼 미스터리의 진실은 무엇일까.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천경자 화백의 유족이 주최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천경자 화백의 장남 이남훈 팀-쓰리 엔지니어링 건축사사무소 회장, 차녀 김정희 미국 메릴란드주 몽고메리 칼리지 미술과 교수, 둘째 사위 문범강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 차남 고 김종우의 부인 서재란씨가 자리했다. 오랜 기간 천 화백을 수발한 장녀 이혜선씨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보다 앞선 지난달 22일 천 화백의 사망 소식이 뒤늦게 알려졌다. 천 화백이 석달 전 미국에서 세상을 떠났으며, 올 여름 큰딸 이씨가 유골함을 들고 서울시립미술관을 찾았다는 보도를 통해서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이씨의 부탁을 받고 관련 사실을 숨겨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월 대한민국예술원은 '천 화백의 근황이 확인되지 않는다'며 천 화백에게 지급해온 수당 지급을 중단한 바 있다. 당시 이씨는 예술원이 생사확인을 위해 요구한 천 화백의 의료기록 등을 제출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천 화백의 근황을 알고 있던 유일한 혈육인 이씨는 외부와의 접촉을 꺼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씨는 천 화백이 지난 2003년 7월 뇌출혈로 쓰러진 뒤 타계하기까지 곁에서 돌봤다. 시중에는 '이씨와 남은 유족들의 관계가 좋지 못하다'는 불화설이 퍼져있다. 천 화백의 차녀 김씨 등은 기자회견에서 "어머니의 유해가 어디 있는지는 알려 달라"라고 이씨에게 요구했다. 이씨는 다음날(10월28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여러 문제가 정리되면 그때 공개하겠다"라고 답했다.

[미스터리1]
사망 시점은?


그간 미술계 안팎에선 천 화백이 10여년 전 세상을 떠났다는 이른바 '사망설'이 돌았다. 하지만 이씨를 비롯한 유족들은 천 화백의 사망 시점이 8월6일임을 확인했다.

이씨는 지난달 28일 미 보건당국이 발급한 사망진단서를 한 언론에 공개했다. 사망자의 이름은 'Kuyngja Chun'(경자 천), 직업은 Painter(화가)로 기재됐다. 사인은 자연사(natural causes), 사망일은 8월6일이었다.

김씨 측도 "지난 4월5일 (병상에 있던) 천 화백을 만나고 왔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달 2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사망설은 사실이 아니며) 언니(이씨) 말이 맞다"라고 강조했다.

[미스터리2]
유해 소재는?

그러나 김씨는 모친의 유해를 직접 확인한 것은 아니다. 이씨는 고인의 유해가 안치된 곳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같은 날 김씨는 "기자회견 이후 이씨에게서 따로 연락을 받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지난 8월 미국 맨해튼의 한 성당에서 장례미사를 치른 유해는 한국에 왔다가 다시 미국으로 건너간 뒤 종적을 감췄다. 이씨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엄마의 유해를 지키겠다"라고 말했다.

 

앞서 김씨 등은 지난달 19일 한국의 한 은행으로부터 천 화백 명의의 통장이 해지되는 과정에서 전화를 받고서야 모친의 사망 사실을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씨는 "어머니를 사랑으로 보내드려야 하는데 이렇게 논란이 된 것에 대해 송구하고 돌아가신 분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사망 둘러싼 여러 의문점 제기
작품 행방·유언장 등 수수께끼


일각에선 천 화백의 유산을 둘러싼 상속 문제가 이번 갈등의 원인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유언장이 없다면 천 화백의 그림 300여점은 한국법에 따라 이씨와 김씨 등 4명의 가족이 분할 상속받게 된다.

하지만 김씨는 일단 재산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김씨는 "생전 어머니가 작품에 대한 권리를 언니에게 위임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재산 갈등으로 (언론에) 비춰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라고 말했다.

[미스터리3]
재산 규모는?

천 화백은 박수근·이중섭과 함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근현대화가로 불린다. 여류 작가 가운데는 가장 사랑 받는 작가로 꼽힌다. 강렬하면서도 이국적인 색채의 그림은 미술시장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지난 3년간 천 화백의 그림은 1호당 3000~5000만원 선에서 거래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하지만 천 화백은 다작을 하는 편이 아니었으며 작품 관리가 철저해 거래량이 많지 않았다고 한다. 서울 평창동 소재 한 갤러리 실장은 "서울 옥션 등 시장의 수요는 있지만 비슷한 급의 인기 작가와 비교해 경매가 활발한 편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씨는 지난 2012년 전남 고흥군으로부터 천 화백의 작품 66점을 돌려받았다. 해당 작품들은 천 화백이 자신의 고향에 기증한 것이다. 당초 고흥군은 천경자미술관 건립을 추진했지만 대리인인 이씨와 건축 설계를 놓고 갈등 끝에 미술관 건립이 무산되자 작품을 반환했다.

이듬해 이씨는 천 화백이 1998년 서울시립미술관에 직접 기증한 작품 93점에 대한 반환도 요구했다. 당시 이씨는 '작품 관리가 소홀해 훼손될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 결과적으로 반환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이를 계기로 미술계에선 이씨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힘을 받기 시작했다.

김씨는 "미술관 측에 관리 수준을 높이라고 요구하는 게 맞지 반환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반면 미술계 관계자는 "이씨가 돈을 목적으로 그랬다기보다는 모친의 생각을 잘 알기 때문에 작품을 온전히 유지코자 하는 마음이 더 컸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국립미술관 학예실장 출신 한 교수는 "일반적으로 작품은 팔아야 돈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만약 이씨가 모친의 작품을 팔 의사가 없다면 재산으로 간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미스터리4]
미인도 출처는?

천 화백은 지난 1991년 '미인도' 위작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상심을 겪고 절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한국을 떠나기 전까지 꾸준히 작업했으며 "그 작품들은 이씨가 갖고 있다"라는 것이 김씨의 설명이다.

또 미인도 위작 논란과 관련해 김씨 측은 "위작이라는 증거를 갖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지난 1999년 국립현대미술관은 그림의 소장경위 등을 추적해 진품으로 결론 냈다.

천 화백의 미인도는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자택을 압류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국립현대미술관에 소장돼 있다가 1991년 판화 형태로 일반인에게 공개됐다. 미인도는 천 화백이 김 전 부장에게 직접 선물했거나 화랑을 거쳐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김씨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어머니가 선물을 할 이유가 없었으며, 김재규란 사람을 개인적으로 알지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만약 천 화백이 김 전 부장에게 직접 미인도를 건넸다면 진품일 가능성이 높아지는 게 사실이다. 중간에 '바꿔치기' 했을 가능성을 제외하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천 화백마저 세상을 떠나면서 김 전 부장의 미인도 입수 경위는 영원한 미스터리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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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