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점령하는 외국계 자본 막전막후

국내 명물 휴게소 다 넘어간다

[일요시사 경제팀] 양동주 기자 = 고속도로 휴게소가 탈바꿈하고 있다. 졸음운전을 예방하고 허기진 배를 달래던 곳에서 벗어나 이젠 각종 문화행사의 장이자 진정한 휴식터로 변모하기 시작한 것이다. 자연스럽게 유동인구가 많은 거점 휴게소의 매출은 급등하고 있으며 휴게소 운영권을 노린 외국계 자본의 유입도 한층 빨라지는 양상이다. 최근 공격적으로 고속도로 휴게소 인수에 나선 '맥쿼리자산운용'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호주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금융그룹인 ‘맥쿼리자산운용’은 지난 2000년 국내에 투자회사 형태로 진출했다. 이후 M&A, 인프라스트럭쳐 파이낸싱, 구조화 금융상품, 인프라펀드운용, 부동산 관련 부채 및 자본 관리, IT 장비 및 기술자산 전문 리스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투자 공룡
침공 시작됐다

M&A에 열을 올리는 여타 외국계 사모펀드와 달리 일찍부터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면서 ‘인프라 공룡’이라는 별칭마저 얻었다. 지난 2002년 이후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광주순환도로, 우면산 터널, 마창대교, 부산신항만 등 12개 민자사업에 투자한 금액만 약 1조원을 웃돈다.

맥쿼리가 잇달아 사회간접자본 투자에 뛰어든 것은 높은 수익성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에 따르면 1995년부터 2013년까지 수익형(BTO) 민간투자사업의 세전 경상수익률이 10%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12년(9.92%) 단 한 차례에 불과했다.

1996년 16.32%, 2000년 15.59%를 비롯해 최소 10% 이상의 수익률을 보장받았다. 2000년 초반 금리하락으로 국고채(3년물)와 회사채(AA-) 수익률이 급락한 것과 비교하면 충분히 매력적이다.


이들 사업의 공통점은 각 지역별 교통의 핵심이 되는 시설이라는 점이다. 한발 더 나아가 맥쿼리는 최근 주요 고속도로망에 위치한 거점 휴게소를 사들이는 데 심혈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평창휴게소 인수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지난달 22일 맥쿼리는 한국도로공사가 매물로 내놓은 '평창휴게소'를 인수하는데 성공했다. 매각금액은 약 367억원. 지난해 8월 매각공고 이후 4번째 입찰 끝에 평창휴게소를 인수한 맥쿼리는 오는 11월30일까지 대금을 완납하면 20년간 평창휴게소를 운영할 수 있다.

맥쿼리의 평창휴게소 인수는 2018년 열리는 평창동계올림픽을 염두에 둔 움직임이라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평창으로 가는 길목에 자리잡은 평창휴게소의 입지를 고려하면 동계올림픽 전후에 관광객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사이 맥쿼리는 평창휴게소 운영업체로부터 임대료를 받게 된다.

국민 휴식터 변모…규모 갈수록 커져
‘큰손’ 맥쿼리 1·2위 휴게소 인수

더욱이 정부의 공공기관 부채 감축 정책에 따라 도로공사가 몇몇 휴게소 매각을 추진 중이었다는 점에서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IB업계 관계자는 “평창휴게소 인수로 맥쿼리가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평창동계올림픽을 찾는 외국인들의 처음과 끝을 모두 연결하게 됐다”며 “향후 수익을 기대한다면 투자가치가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사실 맥쿼리의 고속도로 휴게소 진출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휴게소업계에서 도로공사 다음으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최고 알짜배기 휴게소들이 맥쿼리 수중에 순차적으로 들어온 상황이다. 지난해 연이어 운영권을 따낸 ‘덕평자연휴게소’와 ‘행담도휴게소’가 대표적이다.


수익성 확실
결국 이윤 극대화

맥쿼리의 휴게소 진출은 행담도휴게소 인수를 통해 구체화됐다. 서해안고속도로에 위치한 행담도휴게소는 매출액 기준 국내 2위 휴게소이다.

지난해 3월 도로공사는 씨티그룹이 보유한 행담도개발주식회사의 지분(90%) 매각을 승인했다. 당시 행담도휴게소의 운영권을 가진 행담도개발의 지분 나머지 10%는 도로공사가 보유한 상태였다.

앞서 씨티그룹은 지난해 맥쿼리자산운용이 국내 기관투자가로부터 자금을 모은 한국증권금융에 지분을 1250억원에 매각하고 다시 3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한 바 있다. 다만 맥쿼리측은 지분만 소유하고 휴게소 운영은 CJ측에서 맡기로 했다.

행담도휴게소를 손에 넣은 맥쿼리의 행보는 한층 더 빨라졌다. 행담도휴게소의 운영을 맡고 있는 행담도개발 대주주로 맥쿼리가 등장한 뒤 대형 아울렛이 들어서는 등 행담도 휴게소 관광단지화 사업은 속도를 내기 시작한 상황이다. 아직 개발이 이뤄지지 않은 행담도 내 약 15만6000㎡부지 역시 도로공사가 이미 매각을 결정했다.

여기에 지난 9월부터 서해안고속도로 최초로 행담도휴게소에 양방향 통행이 가능한 회차시설이 설치되면서 휴게소 이용자 증가는 물론 매출 수익 극대화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거점 휴게소
독차지 속내?

행담도휴게소에서 시작된 맥쿼리의 휴게소 사업은 덕평자연휴게소 인수로 방점을 찍는 분위기다. 지난해 12월 맥쿼리는 국내 최대 고속도로휴게소인 덕평자연휴게소를 코오롱글로벌로부터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코오롱글로벌은 덕평자연휴게소 지분 49%를 맥쿼리측에 처분한다고 공시했다. 매각 금액은 133억원에 이른다. 당초 코오롱글로벌은 지분 전체를 맥쿼리에 파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정책 당국과의 협의 과정을 통해 49% 지분을 맥쿼리에 넘기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 4월20일 경기도 이천의 영동고속도로 인천기점 70km 지점에 문을 연 덕평자연휴게소는 매출 기준 국내 최대 고속도로 휴게소다. 지난해 매출 551억원, 방문객수 1224만명으로 2위인 서해안고속도로 행담도휴게소보다 두 배 이상 큰 규모를 자랑한다. 그만큼 알짜배기로 통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덕평휴게소가 매물로 나온 것은 소유주였던 코오롱글로벌의 넉넉지 않은 자금 사정 때문이었다.

코오롱글로벌은 2015년 만기까지 상환해야 하는 약 1300억원의 빚을 떠안고 있었다. 덕평자연휴게소를 비롯한 자산매각을 통해 1100억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하면서 채권 상환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 코오롱글로벌 관계자는 “연초에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계획했던 자산 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됐다”며 “추가 자산 매각을 통해 회사 경영 여건을 정상화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매출 급성장에 외국자본들 ‘눈독’
부채 많은 도로공사 잇단 매각

문제는 맥쿼리의 휴게소 연이은 인수가 대중에게 그리 긍정적으로 비춰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동안 맥쿼리는 싼 값에 저평가된 기업을 인수해 몇 년 후 비싼 값에 되파는 자본으로 인식된 게 사실이다.


지난 2013년에 서울지하철 9호선의 요금을 인상하려는 주범으로 몰렸던 것도 맥쿼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한몫 했다. 당시 맥쿼리는 최대주주가 아닌 2대주주(24.5%)였고 다른 주요주주들과 함께 요금인상 결정을 내렸지만 비난의 화살은 맥쿼리에 집중됐다. 
 

그러나 맥쿼리는 이 같은 세간의 시선에 억울하다는 입장을 줄곧 표명했다. 맥쿼리는 펀드를 통해 투자를 하며 투자 수익은 펀드 투자자에게 귀속된다는 것이다. 즉, '먹튀'가 아니라 투자를 통해 국내 기관투자가 등에게 양호한 수익을 실현시켜다는 주장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맥쿼리는 지난 2002년 이후 인천공항도로 등 국내 인프라에 지속적으로 투자했다”며 “일각에서 맥쿼리가 챙겨간 이익이 과도하다는 비판이 나왔다”라고 말했다.

최근 민자사업에 대한 비판적 견해가 이어지면서 해당사업 규모 최근 들어 급감하는 분위기다. 재정부담으로 정부가 민자사업자에 대한 수익률을 깐깐하게 단속하기 시작한 게 결정적이었다. 맥쿼리가 휴게소로 눈을 돌린 것도 이 시점이다.

경영? 뻥튀기?
진짜 노림수는?

한편 맥쿼리가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휴게소 투자에 집중하면서 추가적인 휴게소 인수 가능성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미 도로공사는 정부의 공공기관 부채 감축 정책에 따라 휴게소 4곳의 소유권 매각을 추진했지만 알짜 자산으로 평가받는 평창휴게소 외에는 새 주인을 찾는 데 실패한 만큼 매물은 충분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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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