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홍보관' 청와대 사랑채 세금 해부

MB때보다 공사비 더 쓴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박근혜정부 들어 국가 부채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세수 부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반드시 돈을 써야할 곳에 쓰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반대로 일부 홍보성 예산은 이명박정부와 비교해 집행이 늘어나는 추세다. 대통령 홍보가 목적인 청와대 사랑채 리모델링 공사비는 이명박정부에 비해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1일 오후 청와대 사랑채를 찾았다. 이날 박 대통령은 '한복의 날'을 맞아 청와대 사랑채에서 전시 중인 '한복특별전'을 관람했다. 전시장 초입에는 박 대통령이 해외 순방 당시 입은 각양각색의 한복을 홍보하는 사진들로 가득했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기획된 한복특별전은 지난달 15일 개막한 후 지금껏 관람객을 맞고 있다.

해외순방 홍보

지난달 25일 기자는 청와대 사랑채를 찾았다. 중국인 단체 관람객과 함께 섞여 들어간 건물 1층에는 한국문화전시실과 기획전시실이 있었다. 이명박정부 당시 각 전시실의 이름은 대한민국관(184.71㎡)과 하이서울관(275.47㎡)이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올해부터는 중앙 정부가 단독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지난해까지 서울시는 일부 시 예산을 청와대 사랑채 운영에 보탰다. 2013년 결산안 기준 16억4000만원의 운영예산 가운데 서울시 할당은 8억8000만원, 국비는 7억6000만원이었다.

서울시의 예산 지원을 놓고 시 내부에선 수차례 문제가 제기됐다. 하이서울관(서울홍보관)을 제외한 남은 전시 공간은 모두 청와대를 홍보하는 데 활용됐기 때문이다. 연면적 4116.98㎡(지상 2층, 지하 1층) 건물 가운데 서울홍보관의 몫은 275.47㎡에 불과했다. 특히 지난 2010년 1월 건물 리모델링에 쓰인 공사비 총액은 198억7700만원이었고, 서울시가 부담한 공사비는 절반에 가까운 98억900만원으로 집계됐다.


청와대 사랑채의 전신은 효자동 사랑방이다. 김영삼정부가 청와대 안가를 철거하고 일반 시민을 위해 개방한 것이 시작이다. 인근 주민의 쉼터로 쓰였던 사랑방은 역대 대통령의 사진, 소장품 등이 전시되며 관광명소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지난 2009년 이명박정부는 '사랑방이 지나치게 협소하고 시설과 전시물이 노후화됐다'는 이유를 들어 재건축을 추진했다. 관련 대지(4936.5㎡)는 서울시 소유였지만 당시 시장은 청와대에 협력했다.

청와대 사랑채는 개관 이후 '4대강 사업 홍보관' 등을 운영하며 선거법 위반 시비에 휘말렸다. 현직 대통령의 개인 치적을 홍보하기 위해 세금을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박근혜정부 와서는 관심이 한풀 꺾였지만 여전히 청와대 사랑채에는 적지 않는 세금이 투입되고 있다.

조달청 나라장터에 게시된 '청와대 사랑채' 공사 내역을 살폈다. 2010년 1월부터 2015년 9월까지 공고된 각종 '공사 용역 제안요청서', '입찰공고문'을 전수조사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재임기간인 2010년 1월~2013년 1월까지 책정된 공사비는 21억7634만원으로 잠정 확인됐다. 박 대통령 재임 시기인 2013년 2월~2015년 9월까지 편성된 공사비는 32억3360만원으로 확인됐다. 박 대통령이 이 대통령보다 10억원 가량을 홍보성 예산으로 더 사용한 셈이다.

위 통계는 조달청 나라장터에 공개된 공사비만을 확인한 것이다. 수의계약 등의 변수까지 고려하면 실제 공사비는 더 많을 수 있다. 또 공사비 외에 별도 투입된 예산은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사무실 비품 구입비, 화재보험료, 전기료 및 수도료 등 공공요금, 홈페이지 유지관리 및 시설관리비 등은 세부 예산 규모가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MB 21억·GH 32억…공사비 투입
창조경제·경제혁신 홍보 리모델링

2014년 작성된 정부 예산안을 보면 대통령비서실은 5억5000만원을 '청와대 사랑채 기획전시비 및 시설보수비'로 책정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관광진흥개발기금을 빼내 건물 유지관리비로 7억6000만원을 편성했다. 당시 건물 임대인(소유주)이었던 서울시의 지원 예산은 포함하지 않은 액수다.


서울시는 지난 5월7일 정부 측에 청와대 사랑채 건물과 대지를 넘기고, 정부 소유의 서울지방국세청 남대문별관 건물 및 대지를 넘겨받는 교환안에 서명했다. 맞교환 당시 청와대 사랑채의 부동산 감정가는 407억여원으로 추산됐다. 맞교환이 아니었다면 407억여원을 지급해야만 소유권을 이전받을 수 있었다는 뜻이다. 2013년만 해도 청와대 사랑채는 국세청 별관보다 부동산가치가 150억원가량 낮게 평가됐다고 전해진다.

박근혜정부는 매년 약 5억원을 들여 건물 2층을 리모델링했다. 청와대 사랑채 2층 전시관의 명칭은 글로벌리더십관에서 행복누리관으로 바뀌었다. 박 대통령은 18대 대선 당시 '국민 행복'을 대선 슬로건으로 내건 바 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이곳을 'G20 휴게실'이라고 명명했다. G20 정상회의를 기념한다는 명목에서였다. 리모델링 과정에선 글로벌리더십관으로 개명했다. G20 휴게실 리모델링 공사에 지출된 예산은 약 3억원으로 박근혜정부가 매년 투입한 예산보다 적다.

세부적으로 박근혜정부는 2013년 4월 '청와대 사랑채 전시관 개편사업' 제안요청서에서 "중국 등 외국인 관광객 뿐 아니라 어린이 등 청소년 및 가족 단위 관람객들의 유입 확대를 위한 아이템 및 공간 재구성"을 사업목적으로 명시했다. '감성과 첨단의 즐거운 만남이 있는 전시와 체험 등 오감 만족의 공간화'라는 명목으로 4D, 디지로그, 홀로그램 등을 활용한 전시관 건립을 지침으로 하달했다. 문서 작성기관은 대통령 비서실이다.

대통령 비서실은 다음해 3월 '청와대 사랑채 전시관 개편 용역'이란 제목의 제안요청서를 나라장터에 게재했다. 편성된 공사비는 4억9980만원이다. 용역 내용에는 ▲청와대관 크로마키 사진 촬영 ▲청와대관 조명 및 카페트 교체 등 실내 인테리어 공사 ▲전직 대통령 선물 전시코너 신설 ▲인터렉티브 기능 강화를 위한 행복누리관 콘텐츠(QR코드 라운지, 스마트테이블 등) 업데이트가 명시됐다. 대통령 존영 사진 교체도 용역업체가 하달 받은 업무였다.

올 2월 대통령 비서실은 또다시 '전시관을 개편하겠다'고 공고했다. 투입 예산은 4억8290만원이다. 사업 목적으로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일부 낡은 장비 및 낙후된 시설을 보완하겠다'는 내용이 적시됐다. 청와대 사랑채에선 2010년 이후 매년 시설 공사가 진행됐다.

실제 사업 목적은 다른 데서 읽혔다. 대통령 비서실은 사업제안서에서 '창조경제, 경제혁신 등 정부 정책을 효과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콘텐츠를 기본으로 설계하라'고 지침을 내렸다. '첨단ICT기기인 스마트 피팅 시스템, UHD인터랙티브 시스템 등을 동원해 창조경제, 경제혁신 등 정부 주요정책을 관람객들에게 쉽게 어필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전시공간과 어울리는 색상 및 소재의 카페트 교체도 주문했다. 대통령 비서실은 2년 연속 카페트 교체를 주요 작업과제로 선정했다.

지난해 3월 서울시로부터 청와대 사랑채 운영권을 넘겨받은 한국관광공사는 ▲청와대 사랑채 야생화 조경공사 ▲청와대 사랑채 실내건축공사 ▲청와대 사랑채 전기공사 등으로 각각 2억6590만원, 12억5100만원, 2억3400만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각 공사 도면을 그린 유명 디자인업체 A사에 대한 용역대금은 제외한 액수다.

매년 인테리어

박 대통령은 지난 2013년 10월께 문화체육관광부를 통해 "청와대 사랑채에 우리나라 야생화도 있고 한식체험 공간도 있으면 좋겠다"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한식체험관은 지상 1층 카페 맞은편에 마련됐다.

물론 청와대 사랑채는 한국을 찾은 외국인에게 우리 문화를 홍보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매년 리모델링에 집행되는 예산만큼 효용이 있는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창조경제, 경제혁신에 대한 홍보가 필요한지는 의문이다. 기자가 청와대 사랑채를 찾은 당일 오후 3시 기준 행복누리관(2층)을 오간 관람객은 10명 안팎으로 추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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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