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판 청와대 차출설 '소문과 진실'

대구 총선 협상용 카드 만지작?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대구에서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과 관련해 '청와대 차출설'이 돌고 있다. 김 전 청장 본인은 '차출설'을 부인한 가운데 소문의 진위 여부와 '차출설'이 퍼진 배경 등을 살펴봤다.

박근혜정부는 정권 출범 후 여러 차례 '인사 문제'로 곤욕을 치렀다.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부터 이완구 전 국무총리까지 청와대의 인사 검증은 실책을 거듭했다. 최근 두 청와대 참모가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이들 후임 인선에 관심이 쏠린다. 청와대발 인사 논란이 재현될 수 있어서다. 지난 5일 사의를 표명한 두 공무원은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 박종준 경호실 차장이다. 민 대변인과 박 차장은 각각 오는 20대 총선에 출마할 것으로 전해진다.

후임자 윤곽
아직 안갯속

경호실 차장에 비해 대중적 인지도는 청와대 대변인 쪽이 높다. 반면 내부 직급상 청와대 대변인은 경호실 차장보다 아래다. 청와대 대변인은 고위공무원 가급(1급 상당)이고, 경호실 차장은 차관급이다. 대변인은 홍보수석(차관급)의 지휘를 받으며, 차장은 경호실장(장관급)의 지휘에 따른다.

민 대변인의 공백은 김성우 홍보수석이 메꾸고 있다. 후임자 윤곽은 안갯속이다. 박근혜정부는 윤창중·김행 전 대변인 등 예상 밖 인사로 언론의 예측을 뒤집은 바 있다.

이번 정부에서 누가 인사를 좌우하는가는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면접도 없이 청와대 비서실로부터 내정 당일에야 인사를 통보받는 경우도 있었다. '밀실 인사' '수첩 인사'란 비판이 제기된 배경이다.


반면 경호실 차장은 주력 후보군이 일찌감치 형성돼 관심을 끈다. 이달 초 청와대 안팎에선 소위 '김용판 차출설'이 힘을 받았다. 내용의 핵심은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신임 대통령 경호실 차장(혹은 경호실장) 자리를 놓고 구은수 서울지방경찰청장과 경합하고 있다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김용판 차출설'은 대구지역 총선 공천, 검찰총장 인사, 경찰청장 교체설 등과 맞물려 소문을 키웠다.

경찰 관계자 등에 따르면 청와대는 경호실 차장 후보로 김 전 청장과 구 청장을 물망에 올렸다. 전임자인 박 차장은 경찰대 출신으로 경찰청 차장을 지낸 뒤 2013년 6월 경호실 차장에 내정됐다. 때문에 후임자 역시 경찰 간부 출신이 내정될 것이란 '추측'이 돌았다.

신임 경호실 차장 김용판·구은수 경합
김 "사실무근…(유권자) 심판 받을 것"

박 차장의 사임을 전후로 추측은 구체화됐다. '김용판·구은수 경합설'이 나왔다. 지난 9일 경찰 관계자는 "그 건으로 설왕설래 말들이 많은데 두 후보가 경합 구도인 것은 맞다"라며 "구체적으로 '누가 될 것인지' 아는 사람은 있어도 인사 문제라 말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 사정에 밝은 관계자 역시 같은 날 "두 후보가 경합 중"이라고 확인했다.

김 전 청장은 대구 출신으로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부속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영남대학교에서 경제학 학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0년 행정고시에 합격했고 서울지방경찰청 차장, 충북지방경찰청장, 경찰청 보안국 국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 2012년 서울지방경찰청장 재직 시에는 이른바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를 은폐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김 전 청장은 박근혜 대통령 선출을 위해 수사팀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등)로 불구속 기소됐으나 올 1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당시 법원은 '김 전 청장이 대선에 개입할 의도가 없었고, 수사 과정에 압력을 행사했다고 볼 증거도 부족하다'라며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경합 후보로 알려진 구 청장은 충북 옥천 출신으로 충남고등학교를 졸업했으며,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에서 학사 학위를 취득했다. 서울 종로경찰서 서장, 서울지방경찰청 101경비단 단장, 충북지방경찰청장 등을 거쳐 2013년 12월부터 2014년 8월까지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실에서 근무했다. 재직 당시 직책은 사회안전비서관이다.


지난 13일 청와대 측은 "인사와 관련한 내용은 박 대통령께서 임명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세히 알 수 없다"라면서도 "그런 얘기(김용판·구은수 경합설)가 두 달 전쯤 나왔던 것은 들어서 알고 있다"라고 했다. 또 청와대 측은 "지금은 잠잠해진 얘기"라며 "그 실체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라고 덧붙였다.

경호실 차장에
경찰간부 물망

당초 김 전 청장의 '청와대 차출설'은 사정라인과 몇몇 언론 등에 퍼졌다. '역정보'일 가능성을 배제하면 김 전 청장이 구 청장보다 앞선 후보군으로 지목됐다.

그런데 실제 차출 가능성은 낮아졌다는 주장이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김 전 청장이 현재 대구에서 총선을 준비 중인데 청와대로 갈 경우 선거를 포기해야 한다"라며 "실장이면 모를까 차장으로 가는 것에는 부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청장은 지난 1월 대구로 내려간 뒤 '총선 전초기지'인 달구벌문화연구소를 개소했다.

김 전 청장도 청와대보다는 지역에 남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13일 기자와 통화한 김 전 청장은 "어디서 그런 말(차출설)이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청와대로 간다는 건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전화를 받은 적도 없고, 갈 생각도 없다. 내 마음은 굳혀졌다. (유권자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청장이 출사표를 던진 지역구(대구 달서구을)에는 새누리당 윤재옥 의원이 공천을 받기 위해 경합 중이다. 윤 의원은 김 전 청장과 같은 경찰 치안정감 출신이다.

김 전 창장 외에 출마를 검토 중인 후보로는 새정치민주연합 김태용 대구시당 대변인, 정의당 이원준 전 대구시당위원장이 있다. 하지만 두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결과적으로 김 전 청장의 거취는 새누리당이 어떤 후보를 공천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

당 공천이 변수
검찰 인사 촉각

구 청장은 경호실 차장 외에 차기 경찰청장 후보로 거론된다. 올해 안에 조기 승진할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된다. 강신명 경찰청장이 총선을 앞두고 사임하면 그 자리를 꿰찰 것이란 게 소문의 요지다. 그러나 강 청장은 '내년 8월로 예정된 임기를 마치겠다'라며 총선 출마와 관련한 여러 가능성에 선을 긋고 있다.

다음 달 마무리될 검찰총장 인사가 변수다. 김진태 검찰총장의 후임으로 김수남 대검찰청 차장이 임명된다면 강 청장의 입지는 지금보다 좁아질 것이란 게 주된 예측이다. 강 청장과 김 청장은 나란히 대구 청구고를 졸업했다. 기수상으로는 강 청장이 후배다.

이른바 '강신명 교체설'에 힘을 싣는 이들은 '검·경의 수장을 같은 고등학교 선후배로 앉힐 수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지난 14일 법조계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어차피 김수남, 박성재(현 서울중앙지검장) 둘 중 하나가 아니겠느냐"라며 "출신 고교보다는 TK(대구·경북)로서 얼마만큼 (정권에) 기여할 수 있는지가 훨씬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 '청와대 출신' 경찰청장 후보 1순위
'회전문 인사' '보은 인사' 논란 불가피


구 청장이 차관급인 경호실 차장 혹은 경찰청장으로 승진한다면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8월 청와대에서 경찰로 돌아온 구 청장은 전임인 강 청장에 이어 '청와대 출신 서울청장'이란 '승진 공식'을 만들었다.

강 청장 역시 이번 정부 들어 대통령비서실 사회안전비서관을 역임했으며, 서울지방경찰청장 재직 당시 경찰청장에 올랐다. 특히 구 청장이 경호실 차장으로 발탁된다면 2년 사이 청와대→경찰청→청와대를 오가는 꼴이 된다.

믿는 사람만…
인사 돌려막기

김 전 청장의 경우는 '보은 인사' 논란이 불가피하다. 비록 무죄는 확정됐지만 18대 대선후보 마지막 TV토론 직후인 12월16일 밤 11시 국정원 수사결과를 공표한 것은 여전히 의문이다. 법원조차 김 전 청장의 무죄를 인정하면서 판결문을 통해 "발표 시기와 내용에 아쉬움이 남는다"라고 판시했다.

현재 김 전 청장은 이 같은 논란을 스스로(총선) 극복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청와대 차출설'에 대해선 "처음 듣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청와대 인사는 종종 일반의 예상을 뛰어넘은 바 있다. 미국에서 돌아온 박 대통령의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검찰총장 후임 루머
실세 비호설 & 호남 배척설

차기 검찰총장 선임을 위한 후보자 인선 작업이 시작된 가운데 유력 후보군을 둘러싼 루머가 확산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내부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근거 없는 루머'는 검찰 내부 분위기를 흉흉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먼저 몇몇 언론에 떠돌았던 유력 후보 A검사와 관련한 '야당 의원 접촉설'은 전후관계가 뒤틀린 것으로 파악됐다. 당초 언론에는 A검사의 딸이 최근 한 대기업에 입사했으며, 이를 야당 측이 문제 삼으려 하자 A검사가 술자리를 찾아가 읍소했다는 식의 소문이 돌았다.

정치권 확인 결과  A검사는 당일 야당 의원의 부름을 받고 접촉했지만 딸과 관련한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A검사의 딸은 그가 검찰 고위직에 오르기 전 대기업에 입사했다. 이날 만남에서도 딸과 관련한 문제는 언급되지 않았다. 루머에서 야당 실세로 지목된 의원은 자리에 함께 있지 않았다.

A검사와 관련한 두 번째 소문은 정권실세 비호설이다. 이는 경쟁후보인 B검사가 정권 눈 밖에 난 인사와 친분이 있다는 식의 소문과 대비되며 주목받았다. 그러자 A검사 측은 "B검사가 정보를 흘리고 있다"라며 발끈했다는 후문이다. 동시에 'B검사가 후배 공을 가로챘다' '총장 승진에 눈이 멀었다' 등의 루머가 교차됐다.

한편에선 A검사, B검사 모두 검찰 인사에서 호남권 검사를 배제했다는 설이 돌고 있다. 경쟁 후보인 C검사와 관련해서도 정권실세 친분설이 끊임없이 전파된다.

문제는 외부인 어느 누구도 이 같은 루머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또 내부 정보의 특성상 '특정 정보'가 왜곡된 형태로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루머가 돌면 돌수록 각 후보자의 리더십이 타격을 입는 상황이다.

때문에라도 차기 검찰총장 선임은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마무리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일 법무부는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이하 추천위)를 구성해 본격적인 후보자 선정에 착수했다. 추천위 위원장에는 김종구 전 법무부 장관이 위촉됐다.

이밖에 안세영 경제·인문사회 연구회 이사장, 오영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금숙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회장은 비당연직 위원에 선임됐다.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 오수근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 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홍복기 한국법학교수회 회장은 당연직 위원으로 내정됐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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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