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판 청와대 차출설 '소문과 진실'

대구 총선 협상용 카드 만지작?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대구에서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과 관련해 '청와대 차출설'이 돌고 있다. 김 전 청장 본인은 '차출설'을 부인한 가운데 소문의 진위 여부와 '차출설'이 퍼진 배경 등을 살펴봤다.

박근혜정부는 정권 출범 후 여러 차례 '인사 문제'로 곤욕을 치렀다.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부터 이완구 전 국무총리까지 청와대의 인사 검증은 실책을 거듭했다. 최근 두 청와대 참모가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이들 후임 인선에 관심이 쏠린다. 청와대발 인사 논란이 재현될 수 있어서다. 지난 5일 사의를 표명한 두 공무원은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 박종준 경호실 차장이다. 민 대변인과 박 차장은 각각 오는 20대 총선에 출마할 것으로 전해진다.

후임자 윤곽
아직 안갯속

경호실 차장에 비해 대중적 인지도는 청와대 대변인 쪽이 높다. 반면 내부 직급상 청와대 대변인은 경호실 차장보다 아래다. 청와대 대변인은 고위공무원 가급(1급 상당)이고, 경호실 차장은 차관급이다. 대변인은 홍보수석(차관급)의 지휘를 받으며, 차장은 경호실장(장관급)의 지휘에 따른다.

민 대변인의 공백은 김성우 홍보수석이 메꾸고 있다. 후임자 윤곽은 안갯속이다. 박근혜정부는 윤창중·김행 전 대변인 등 예상 밖 인사로 언론의 예측을 뒤집은 바 있다.

이번 정부에서 누가 인사를 좌우하는가는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면접도 없이 청와대 비서실로부터 내정 당일에야 인사를 통보받는 경우도 있었다. '밀실 인사' '수첩 인사'란 비판이 제기된 배경이다.


반면 경호실 차장은 주력 후보군이 일찌감치 형성돼 관심을 끈다. 이달 초 청와대 안팎에선 소위 '김용판 차출설'이 힘을 받았다. 내용의 핵심은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신임 대통령 경호실 차장(혹은 경호실장) 자리를 놓고 구은수 서울지방경찰청장과 경합하고 있다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김용판 차출설'은 대구지역 총선 공천, 검찰총장 인사, 경찰청장 교체설 등과 맞물려 소문을 키웠다.

경찰 관계자 등에 따르면 청와대는 경호실 차장 후보로 김 전 청장과 구 청장을 물망에 올렸다. 전임자인 박 차장은 경찰대 출신으로 경찰청 차장을 지낸 뒤 2013년 6월 경호실 차장에 내정됐다. 때문에 후임자 역시 경찰 간부 출신이 내정될 것이란 '추측'이 돌았다.

신임 경호실 차장 김용판·구은수 경합
김 "사실무근…(유권자) 심판 받을 것"

박 차장의 사임을 전후로 추측은 구체화됐다. '김용판·구은수 경합설'이 나왔다. 지난 9일 경찰 관계자는 "그 건으로 설왕설래 말들이 많은데 두 후보가 경합 구도인 것은 맞다"라며 "구체적으로 '누가 될 것인지' 아는 사람은 있어도 인사 문제라 말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 사정에 밝은 관계자 역시 같은 날 "두 후보가 경합 중"이라고 확인했다.

김 전 청장은 대구 출신으로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부속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영남대학교에서 경제학 학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0년 행정고시에 합격했고 서울지방경찰청 차장, 충북지방경찰청장, 경찰청 보안국 국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 2012년 서울지방경찰청장 재직 시에는 이른바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를 은폐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김 전 청장은 박근혜 대통령 선출을 위해 수사팀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등)로 불구속 기소됐으나 올 1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당시 법원은 '김 전 청장이 대선에 개입할 의도가 없었고, 수사 과정에 압력을 행사했다고 볼 증거도 부족하다'라며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경합 후보로 알려진 구 청장은 충북 옥천 출신으로 충남고등학교를 졸업했으며,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에서 학사 학위를 취득했다. 서울 종로경찰서 서장, 서울지방경찰청 101경비단 단장, 충북지방경찰청장 등을 거쳐 2013년 12월부터 2014년 8월까지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실에서 근무했다. 재직 당시 직책은 사회안전비서관이다.


지난 13일 청와대 측은 "인사와 관련한 내용은 박 대통령께서 임명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세히 알 수 없다"라면서도 "그런 얘기(김용판·구은수 경합설)가 두 달 전쯤 나왔던 것은 들어서 알고 있다"라고 했다. 또 청와대 측은 "지금은 잠잠해진 얘기"라며 "그 실체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라고 덧붙였다.

경호실 차장에
경찰간부 물망

당초 김 전 청장의 '청와대 차출설'은 사정라인과 몇몇 언론 등에 퍼졌다. '역정보'일 가능성을 배제하면 김 전 청장이 구 청장보다 앞선 후보군으로 지목됐다.

그런데 실제 차출 가능성은 낮아졌다는 주장이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김 전 청장이 현재 대구에서 총선을 준비 중인데 청와대로 갈 경우 선거를 포기해야 한다"라며 "실장이면 모를까 차장으로 가는 것에는 부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청장은 지난 1월 대구로 내려간 뒤 '총선 전초기지'인 달구벌문화연구소를 개소했다.

김 전 청장도 청와대보다는 지역에 남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13일 기자와 통화한 김 전 청장은 "어디서 그런 말(차출설)이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청와대로 간다는 건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전화를 받은 적도 없고, 갈 생각도 없다. 내 마음은 굳혀졌다. (유권자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청장이 출사표를 던진 지역구(대구 달서구을)에는 새누리당 윤재옥 의원이 공천을 받기 위해 경합 중이다. 윤 의원은 김 전 청장과 같은 경찰 치안정감 출신이다.

김 전 창장 외에 출마를 검토 중인 후보로는 새정치민주연합 김태용 대구시당 대변인, 정의당 이원준 전 대구시당위원장이 있다. 하지만 두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결과적으로 김 전 청장의 거취는 새누리당이 어떤 후보를 공천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

당 공천이 변수
검찰 인사 촉각

구 청장은 경호실 차장 외에 차기 경찰청장 후보로 거론된다. 올해 안에 조기 승진할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된다. 강신명 경찰청장이 총선을 앞두고 사임하면 그 자리를 꿰찰 것이란 게 소문의 요지다. 그러나 강 청장은 '내년 8월로 예정된 임기를 마치겠다'라며 총선 출마와 관련한 여러 가능성에 선을 긋고 있다.

다음 달 마무리될 검찰총장 인사가 변수다. 김진태 검찰총장의 후임으로 김수남 대검찰청 차장이 임명된다면 강 청장의 입지는 지금보다 좁아질 것이란 게 주된 예측이다. 강 청장과 김 청장은 나란히 대구 청구고를 졸업했다. 기수상으로는 강 청장이 후배다.

이른바 '강신명 교체설'에 힘을 싣는 이들은 '검·경의 수장을 같은 고등학교 선후배로 앉힐 수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지난 14일 법조계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어차피 김수남, 박성재(현 서울중앙지검장) 둘 중 하나가 아니겠느냐"라며 "출신 고교보다는 TK(대구·경북)로서 얼마만큼 (정권에) 기여할 수 있는지가 훨씬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 '청와대 출신' 경찰청장 후보 1순위
'회전문 인사' '보은 인사' 논란 불가피


구 청장이 차관급인 경호실 차장 혹은 경찰청장으로 승진한다면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8월 청와대에서 경찰로 돌아온 구 청장은 전임인 강 청장에 이어 '청와대 출신 서울청장'이란 '승진 공식'을 만들었다.

강 청장 역시 이번 정부 들어 대통령비서실 사회안전비서관을 역임했으며, 서울지방경찰청장 재직 당시 경찰청장에 올랐다. 특히 구 청장이 경호실 차장으로 발탁된다면 2년 사이 청와대→경찰청→청와대를 오가는 꼴이 된다.

믿는 사람만…
인사 돌려막기

김 전 청장의 경우는 '보은 인사' 논란이 불가피하다. 비록 무죄는 확정됐지만 18대 대선후보 마지막 TV토론 직후인 12월16일 밤 11시 국정원 수사결과를 공표한 것은 여전히 의문이다. 법원조차 김 전 청장의 무죄를 인정하면서 판결문을 통해 "발표 시기와 내용에 아쉬움이 남는다"라고 판시했다.

현재 김 전 청장은 이 같은 논란을 스스로(총선) 극복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청와대 차출설'에 대해선 "처음 듣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청와대 인사는 종종 일반의 예상을 뛰어넘은 바 있다. 미국에서 돌아온 박 대통령의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검찰총장 후임 루머
실세 비호설 & 호남 배척설

차기 검찰총장 선임을 위한 후보자 인선 작업이 시작된 가운데 유력 후보군을 둘러싼 루머가 확산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내부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근거 없는 루머'는 검찰 내부 분위기를 흉흉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먼저 몇몇 언론에 떠돌았던 유력 후보 A검사와 관련한 '야당 의원 접촉설'은 전후관계가 뒤틀린 것으로 파악됐다. 당초 언론에는 A검사의 딸이 최근 한 대기업에 입사했으며, 이를 야당 측이 문제 삼으려 하자 A검사가 술자리를 찾아가 읍소했다는 식의 소문이 돌았다.

정치권 확인 결과  A검사는 당일 야당 의원의 부름을 받고 접촉했지만 딸과 관련한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A검사의 딸은 그가 검찰 고위직에 오르기 전 대기업에 입사했다. 이날 만남에서도 딸과 관련한 문제는 언급되지 않았다. 루머에서 야당 실세로 지목된 의원은 자리에 함께 있지 않았다.

A검사와 관련한 두 번째 소문은 정권실세 비호설이다. 이는 경쟁후보인 B검사가 정권 눈 밖에 난 인사와 친분이 있다는 식의 소문과 대비되며 주목받았다. 그러자 A검사 측은 "B검사가 정보를 흘리고 있다"라며 발끈했다는 후문이다. 동시에 'B검사가 후배 공을 가로챘다' '총장 승진에 눈이 멀었다' 등의 루머가 교차됐다.

한편에선 A검사, B검사 모두 검찰 인사에서 호남권 검사를 배제했다는 설이 돌고 있다. 경쟁 후보인 C검사와 관련해서도 정권실세 친분설이 끊임없이 전파된다.

문제는 외부인 어느 누구도 이 같은 루머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또 내부 정보의 특성상 '특정 정보'가 왜곡된 형태로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루머가 돌면 돌수록 각 후보자의 리더십이 타격을 입는 상황이다.

때문에라도 차기 검찰총장 선임은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마무리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일 법무부는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이하 추천위)를 구성해 본격적인 후보자 선정에 착수했다. 추천위 위원장에는 김종구 전 법무부 장관이 위촉됐다.

이밖에 안세영 경제·인문사회 연구회 이사장, 오영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금숙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회장은 비당연직 위원에 선임됐다.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 오수근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 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홍복기 한국법학교수회 회장은 당연직 위원으로 내정됐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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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