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판 청와대 차출설 '소문과 진실'

대구 총선 협상용 카드 만지작?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대구에서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과 관련해 '청와대 차출설'이 돌고 있다. 김 전 청장 본인은 '차출설'을 부인한 가운데 소문의 진위 여부와 '차출설'이 퍼진 배경 등을 살펴봤다.

박근혜정부는 정권 출범 후 여러 차례 '인사 문제'로 곤욕을 치렀다.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부터 이완구 전 국무총리까지 청와대의 인사 검증은 실책을 거듭했다. 최근 두 청와대 참모가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이들 후임 인선에 관심이 쏠린다. 청와대발 인사 논란이 재현될 수 있어서다. 지난 5일 사의를 표명한 두 공무원은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 박종준 경호실 차장이다. 민 대변인과 박 차장은 각각 오는 20대 총선에 출마할 것으로 전해진다.

후임자 윤곽
아직 안갯속

경호실 차장에 비해 대중적 인지도는 청와대 대변인 쪽이 높다. 반면 내부 직급상 청와대 대변인은 경호실 차장보다 아래다. 청와대 대변인은 고위공무원 가급(1급 상당)이고, 경호실 차장은 차관급이다. 대변인은 홍보수석(차관급)의 지휘를 받으며, 차장은 경호실장(장관급)의 지휘에 따른다.

민 대변인의 공백은 김성우 홍보수석이 메꾸고 있다. 후임자 윤곽은 안갯속이다. 박근혜정부는 윤창중·김행 전 대변인 등 예상 밖 인사로 언론의 예측을 뒤집은 바 있다.

이번 정부에서 누가 인사를 좌우하는가는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면접도 없이 청와대 비서실로부터 내정 당일에야 인사를 통보받는 경우도 있었다. '밀실 인사' '수첩 인사'란 비판이 제기된 배경이다.


반면 경호실 차장은 주력 후보군이 일찌감치 형성돼 관심을 끈다. 이달 초 청와대 안팎에선 소위 '김용판 차출설'이 힘을 받았다. 내용의 핵심은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신임 대통령 경호실 차장(혹은 경호실장) 자리를 놓고 구은수 서울지방경찰청장과 경합하고 있다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김용판 차출설'은 대구지역 총선 공천, 검찰총장 인사, 경찰청장 교체설 등과 맞물려 소문을 키웠다.

경찰 관계자 등에 따르면 청와대는 경호실 차장 후보로 김 전 청장과 구 청장을 물망에 올렸다. 전임자인 박 차장은 경찰대 출신으로 경찰청 차장을 지낸 뒤 2013년 6월 경호실 차장에 내정됐다. 때문에 후임자 역시 경찰 간부 출신이 내정될 것이란 '추측'이 돌았다.

신임 경호실 차장 김용판·구은수 경합
김 "사실무근…(유권자) 심판 받을 것"

박 차장의 사임을 전후로 추측은 구체화됐다. '김용판·구은수 경합설'이 나왔다. 지난 9일 경찰 관계자는 "그 건으로 설왕설래 말들이 많은데 두 후보가 경합 구도인 것은 맞다"라며 "구체적으로 '누가 될 것인지' 아는 사람은 있어도 인사 문제라 말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 사정에 밝은 관계자 역시 같은 날 "두 후보가 경합 중"이라고 확인했다.

김 전 청장은 대구 출신으로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부속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영남대학교에서 경제학 학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0년 행정고시에 합격했고 서울지방경찰청 차장, 충북지방경찰청장, 경찰청 보안국 국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 2012년 서울지방경찰청장 재직 시에는 이른바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를 은폐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김 전 청장은 박근혜 대통령 선출을 위해 수사팀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등)로 불구속 기소됐으나 올 1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당시 법원은 '김 전 청장이 대선에 개입할 의도가 없었고, 수사 과정에 압력을 행사했다고 볼 증거도 부족하다'라며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경합 후보로 알려진 구 청장은 충북 옥천 출신으로 충남고등학교를 졸업했으며,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에서 학사 학위를 취득했다. 서울 종로경찰서 서장, 서울지방경찰청 101경비단 단장, 충북지방경찰청장 등을 거쳐 2013년 12월부터 2014년 8월까지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실에서 근무했다. 재직 당시 직책은 사회안전비서관이다.


지난 13일 청와대 측은 "인사와 관련한 내용은 박 대통령께서 임명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세히 알 수 없다"라면서도 "그런 얘기(김용판·구은수 경합설)가 두 달 전쯤 나왔던 것은 들어서 알고 있다"라고 했다. 또 청와대 측은 "지금은 잠잠해진 얘기"라며 "그 실체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라고 덧붙였다.

경호실 차장에
경찰간부 물망

당초 김 전 청장의 '청와대 차출설'은 사정라인과 몇몇 언론 등에 퍼졌다. '역정보'일 가능성을 배제하면 김 전 청장이 구 청장보다 앞선 후보군으로 지목됐다.

그런데 실제 차출 가능성은 낮아졌다는 주장이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김 전 청장이 현재 대구에서 총선을 준비 중인데 청와대로 갈 경우 선거를 포기해야 한다"라며 "실장이면 모를까 차장으로 가는 것에는 부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청장은 지난 1월 대구로 내려간 뒤 '총선 전초기지'인 달구벌문화연구소를 개소했다.

김 전 청장도 청와대보다는 지역에 남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13일 기자와 통화한 김 전 청장은 "어디서 그런 말(차출설)이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청와대로 간다는 건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전화를 받은 적도 없고, 갈 생각도 없다. 내 마음은 굳혀졌다. (유권자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청장이 출사표를 던진 지역구(대구 달서구을)에는 새누리당 윤재옥 의원이 공천을 받기 위해 경합 중이다. 윤 의원은 김 전 청장과 같은 경찰 치안정감 출신이다.

김 전 창장 외에 출마를 검토 중인 후보로는 새정치민주연합 김태용 대구시당 대변인, 정의당 이원준 전 대구시당위원장이 있다. 하지만 두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결과적으로 김 전 청장의 거취는 새누리당이 어떤 후보를 공천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

당 공천이 변수
검찰 인사 촉각

구 청장은 경호실 차장 외에 차기 경찰청장 후보로 거론된다. 올해 안에 조기 승진할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된다. 강신명 경찰청장이 총선을 앞두고 사임하면 그 자리를 꿰찰 것이란 게 소문의 요지다. 그러나 강 청장은 '내년 8월로 예정된 임기를 마치겠다'라며 총선 출마와 관련한 여러 가능성에 선을 긋고 있다.

다음 달 마무리될 검찰총장 인사가 변수다. 김진태 검찰총장의 후임으로 김수남 대검찰청 차장이 임명된다면 강 청장의 입지는 지금보다 좁아질 것이란 게 주된 예측이다. 강 청장과 김 청장은 나란히 대구 청구고를 졸업했다. 기수상으로는 강 청장이 후배다.

이른바 '강신명 교체설'에 힘을 싣는 이들은 '검·경의 수장을 같은 고등학교 선후배로 앉힐 수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지난 14일 법조계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어차피 김수남, 박성재(현 서울중앙지검장) 둘 중 하나가 아니겠느냐"라며 "출신 고교보다는 TK(대구·경북)로서 얼마만큼 (정권에) 기여할 수 있는지가 훨씬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 '청와대 출신' 경찰청장 후보 1순위
'회전문 인사' '보은 인사' 논란 불가피


구 청장이 차관급인 경호실 차장 혹은 경찰청장으로 승진한다면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8월 청와대에서 경찰로 돌아온 구 청장은 전임인 강 청장에 이어 '청와대 출신 서울청장'이란 '승진 공식'을 만들었다.

강 청장 역시 이번 정부 들어 대통령비서실 사회안전비서관을 역임했으며, 서울지방경찰청장 재직 당시 경찰청장에 올랐다. 특히 구 청장이 경호실 차장으로 발탁된다면 2년 사이 청와대→경찰청→청와대를 오가는 꼴이 된다.

믿는 사람만…
인사 돌려막기

김 전 청장의 경우는 '보은 인사' 논란이 불가피하다. 비록 무죄는 확정됐지만 18대 대선후보 마지막 TV토론 직후인 12월16일 밤 11시 국정원 수사결과를 공표한 것은 여전히 의문이다. 법원조차 김 전 청장의 무죄를 인정하면서 판결문을 통해 "발표 시기와 내용에 아쉬움이 남는다"라고 판시했다.

현재 김 전 청장은 이 같은 논란을 스스로(총선) 극복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청와대 차출설'에 대해선 "처음 듣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청와대 인사는 종종 일반의 예상을 뛰어넘은 바 있다. 미국에서 돌아온 박 대통령의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검찰총장 후임 루머
실세 비호설 & 호남 배척설

차기 검찰총장 선임을 위한 후보자 인선 작업이 시작된 가운데 유력 후보군을 둘러싼 루머가 확산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내부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근거 없는 루머'는 검찰 내부 분위기를 흉흉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먼저 몇몇 언론에 떠돌았던 유력 후보 A검사와 관련한 '야당 의원 접촉설'은 전후관계가 뒤틀린 것으로 파악됐다. 당초 언론에는 A검사의 딸이 최근 한 대기업에 입사했으며, 이를 야당 측이 문제 삼으려 하자 A검사가 술자리를 찾아가 읍소했다는 식의 소문이 돌았다.

정치권 확인 결과  A검사는 당일 야당 의원의 부름을 받고 접촉했지만 딸과 관련한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A검사의 딸은 그가 검찰 고위직에 오르기 전 대기업에 입사했다. 이날 만남에서도 딸과 관련한 문제는 언급되지 않았다. 루머에서 야당 실세로 지목된 의원은 자리에 함께 있지 않았다.

A검사와 관련한 두 번째 소문은 정권실세 비호설이다. 이는 경쟁후보인 B검사가 정권 눈 밖에 난 인사와 친분이 있다는 식의 소문과 대비되며 주목받았다. 그러자 A검사 측은 "B검사가 정보를 흘리고 있다"라며 발끈했다는 후문이다. 동시에 'B검사가 후배 공을 가로챘다' '총장 승진에 눈이 멀었다' 등의 루머가 교차됐다.

한편에선 A검사, B검사 모두 검찰 인사에서 호남권 검사를 배제했다는 설이 돌고 있다. 경쟁 후보인 C검사와 관련해서도 정권실세 친분설이 끊임없이 전파된다.

문제는 외부인 어느 누구도 이 같은 루머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또 내부 정보의 특성상 '특정 정보'가 왜곡된 형태로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루머가 돌면 돌수록 각 후보자의 리더십이 타격을 입는 상황이다.

때문에라도 차기 검찰총장 선임은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마무리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일 법무부는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이하 추천위)를 구성해 본격적인 후보자 선정에 착수했다. 추천위 위원장에는 김종구 전 법무부 장관이 위촉됐다.

이밖에 안세영 경제·인문사회 연구회 이사장, 오영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금숙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회장은 비당연직 위원에 선임됐다.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 오수근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 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홍복기 한국법학교수회 회장은 당연직 위원으로 내정됐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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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