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역술인' 소문과 진실

아무 이유없이 사람이 몰렸겠나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의 옛 비서실장이었던 정윤회씨의 지인 이세민씨가 사기 혐의로 피소됐다. 이씨는 관련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이씨가 만났다는 유력 인사의 면면 등 사건 정황을 살펴보면 어느 한쪽의 말만 믿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한학자' 이씨에겐 왜 돈과 사람이 몰린 것일까.

현 정부 비선 실세로 의심 받았던 정윤회씨의 지인 한학자 이세민(본명 이상목)씨가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달 22일 "이씨가 피소된 사기 사건을 형사8부에 배당했다"라고 알렸다. 이씨는 올 3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사건 재판에 출석해 "세월호 참사 당일 정씨와 점심식사를 했다"라고 진술한 바 있다.

식사자리 주선?

지난달 21∼22일 <동아일보> 등에 따르면 이씨는 유력 인사들과의 친분을 앞세워 사업 편의를 봐주겠다고 한 뒤 모두 11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피소됐다. 이씨를 고소한 여인 최모씨는 고소장에서 "남편 회사가 대기업 협력업체에 선정되는 대가로 이씨에게 투자금을 건넸지만 사업이 전혀 진행되지 않고, 돈도 돌려받지 못했다"라고 주장했다. 최씨는 지난해 8월 이씨가 주도하는 이른바 '진선미 공동체운동'에 참여했으며, 제자로 인정받아 서울 평창동 이씨의 사무실 겸 자택에 약 1년간 머물렀다.

반면 이씨는 "내가 오히려 폭행 피해자"라며 잇따른 언론 보도에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최근 한 언론을 통해 "지난달 10일 최씨가 용역업체 직원들과 평창동 집에 찾아와 '돈을 내놓으라'며 자신을 폭행했다"라고 주장했다. 당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쌍방 폭행 혐의로 최씨와 이씨를 각각 입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가 연루된 사기 사건은 관련 고소장에 전직 고위관료 등이 거론되며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최씨는 "지난해 10월 이씨의 지시로 전직 차관급 인사에게 직접 500만원을 건넸고, 이씨를 통해 5000만원을 줬다"라는 내용의 고소장을 제출했다. 또 최씨는 "이씨가 자신과 친한 대기업 조선업체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면 협력업체가 될 수 있다고 해 7억5000만원을 건넸다"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최씨는 "평창동 집을 드나든 유력 인사들을 봤을 때 이씨의 영향력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라는 취지로 거래 동기를 설명했다. 2014년 8월부터 이씨의 집을 드나든 인물로는 전·현직 장·차관급 인사와 대기업 조선업체 부사장, 전직 대통령 아들 등이 지목됐다.

이씨를 찾은 사회 고위층 가운데는 현직 부장검사도 있었다. <동아일보>는 지난달 22일 “현직 부장검사가 인사철에 직접 이씨를 찾아 자기소개서와 직무수행계획서를 맡겼다”라고 보도했다. 해당 부장검사는 “인사 청탁이 아닌 검찰 조직의 발전 방향을 상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검찰은 최씨 등 사건 관계인들을 차례로 소환해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이씨는 헙력업체 알선 대가로 금품을 받은 적 없다는 입장을 언론에 밝혔다. 단 이씨는 최씨가 자신의 채무를 일부 변제해줬으며, 평창동 집 임대료를 대납해 준 사실을 인정했다. 금전거래가 있었다는 것만큼은 부인하지 않는 상황이다. 최씨의 측근은 최씨가 대납한 평창동 집세가 억대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TK출신' 이세민 10억대 사기혐의 피소
이희호 양아들 사칭?…알선수재 실형

서울 종로구 평창7길에 있는 이씨의 집은 미국 국적을 가진 A씨가 소유하고 있다. 이씨는 법률상 임차인이다. 이씨는 9월27일 기준 삼각산(북한산) 일대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창동 자택인지는 불명확하다. 지난 4일 평창동 자택을 찾았을 때 건물 관리인은 "이씨가 병원에 있다"라고 주장했다. 사기 사건에 대한 해명은 들을 수 없었다. 삼각산에서 이씨는 '진선미 군자 교육'이란 활동을 통해 매일매일 새로운 내용의 글을 자신의 지인에게 발송하고 있다.

정씨는 이씨가 주목한 '지인' 가운데 한 사람이다. 이씨는 앞서 밝힌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명예훼손 재판에 출석해 "정씨와는 한 달에 한두 차례 정도 만나 군자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식사도 했으며, 통화도 자주 했다"라고 증언했다.

그런데 이씨는 최근 앞선 증언과 사뭇 다른 내용의 인터뷰를 했다. 지난달 22일 MBN과의 전화통화에서 이씨는 "정윤회씨와는 2014년 4월 이전에 두 번 정도 이야기를 나눴을 뿐이고, 사주관상을 보러오는 게 아니라 시대흐름 이런 걸 예리하게 본다고 이야기해 온 거다"라고 말했다. '한 달에 한두 차례 정도 만나 식사를 했던' 사이가 '두 번 정도 이야기만 나눈' 사이로 바뀐 것이다.


이씨의 인맥과 관련해서는 온갖 '설'이 난무한다. 확인되지 않은 풍문이 측근의 '입'을 통해 여러 차례 노출됐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내방할 예정이다" "지만(박근혜 동생)이가 나를 신처럼 받든다" "정윤회도 내 말이면 죽는 시늉까지 한다" 등이다. 얼핏 여권 핵심과의 친분을 과시한 언사로 보이지만 실제 이들과 '접점'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씨가 일우생명문화융합센터 총재 자격으로 주최한 '프뉴마터치 코리아'가 작은 단서다. '프뉴마터치 코리아'는 일종의 철학 포럼으로 당시 경희대학교가 후원했다. 공교롭게도 정씨는 경희대 경영대학원 출신이라는 게 정설이다. 또 일우생명문화융합센터의 법인 등기일은 2013년 5월8일인데 '프뉴마터치 코리아' 행사일은 2013년 3월10∼12일로 두 달 가량 빠르다. 아울러 '프뉴마터치 코리아'를 기사화한 언론 중 일부는 정부로부터 취재 요청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씨가 그간 몇몇 정치권 인사를 관리하려 했던 건 사실이다. 정의화 국회의장, 한화갑 전 의원은 각각 이씨와 안면이 있다고 밝혔다. 육영수 여사 생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주를 봤다는 설도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1957년생인 이씨는 당시 중학생 내지는 고등학생이었다.

이씨가 이름값을 높이기 시작한 때는 노태우정부 말기로 보인다. 1992년 대선을 앞두고 민자당 당시 대선 후보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만남이 계기가 됐다. 경북 영천이 고향인 이씨는 대구를 중심으로 활동했으며 김대중정부 탄생 때도 김대중 전 대통령을 도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때의 인연으로 청와대를 출입했다는 것이 측근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씨는 권력의 감시를 받았다. 가토 전 지국장의 변호인은 지난 3월 "이씨가 2000년께 김 전 대통령의 영부인인 이희호 여사의 양아들로 사칭하며 각종 이권사업에 개입해 수사선상에 올랐다"라고 말했다. 당시 이씨는 약식기소됐다. 또 이씨는 지난 2006년 한 여성 사업가로부터 경찰관 파면 등 사건 청탁과 함께 4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알선수재)로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청와대 출입

물론 과거의 전과로 현재의 혐의를 단정할 수는 없다. 이씨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정씨와의 만남이 언론에 보도된 후 '고객'이 줄었다는 취지로 억울함을 토로했다. 정씨가 총재로 있는 일우생명문화융합센터는 두 차례 주소지가 바뀌었다. 현재 사무실 소재는 불분명한 상황이다. 지난해 12월31일 기획재정부는 각종 세제 혜택이 제공되는 지정기부금단체 명단을 공고했다. 관련 명단에는 '일우생명문화융합센터'가 포함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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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