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2차대전' 사생결단 총수 4인4색 출사표

한자리씩 나눠먹기?…1곳은 맨손

[일요시사 경제팀] 박호민 기자 = 서울·부산 시내면세점 운영권(특허권)을 두고 한바탕 전쟁이 열렸다. 전쟁에 참여한 기업은 롯데, SK, 신세계, 두산 등 4개 기업. 각 기업 오너들도 덩달아 바쁘다. 저마다 면세점 유치의 당위성을 설명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관세청은 지난 7월 총 4곳의 시내면세점 신규운영권을 부여한 심사를 진행한 데 이어 올 11∼12월 서울 3곳(롯데면세점 소공점과 월드타워점, SK네트웍스의 워커힐면세점), 부산 1곳(신세계 조선호텔면세점)에 대한 운영권 심사를 진행한다. 앞서 지난달 25일 이들 면세점 특허권에 대한 입찰 신청서를 받아 본격적인 2차 면세점 대전의 서막이 열렸다.
 
[ 위기에 몰린  ]
[롯데, 사수작전]
 
롯데는 오는 12월 롯데면세점 두 곳(서울 소공동 본점·잠실 롯데월드점)의 특허권이 끝나면서 수성을 해야하는 입장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달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면세점 운영권을 유지해야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느라 바쁜 모습이었다. 그는 면세점 사업과 관련해 “롯데면세점은 가장 경쟁력 있는 서비스 업체로, 서비스업의 삼성전자라고 생각한다”며 “특혜를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면세점은 쉽게 돈 벌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국민의 지지와 응원이 필요하다. 도와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동빈은 이날 국감에서 면세점 운영에 대한 노하우가 깊은 점을 무기로 운영권 유지의 당위성을 설명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신 회장의 계획은 롯데면세점이 지난달 23일 발표한 ‘비전2020’에 담겼다. ‘비전 2020’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단일 매장 기준 세계 1위의 면세점인 소공동 본점의 비전을 ‘The Best’(최고 그 이상의 면세점)로 만들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오는 2020년까지 1300만명의 외국 관광객을 직접 유치한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연도별로는 2016년 200만명, 2017년 240만명, 2018년 270만명, 2019년 300만명, 2020년 340만명 유치를 목표로 삼았다. 
 
또 롯데면세점은 세계 12개 지점 19개 영업사무소를 기반으로 한류 스타 콘텐츠 상품 개발, 해외 관광박람회 개최, 크루즈 관광 상품 개발, VVIP 퍼스널 쇼핑 컨시어지 운영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롯데면세점은 이 같은 외국 관광객 유치를 통해 5년 간 29조원의 외화수입을 올려 관광수지 흑자국 전환에 기여하는 한편 19조원의 부가가치 창출 효과 및 업계 최다인 9만6000여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낸다는 계획이다.
 
서울·부산점 운영권 두고 전쟁 서막
4개 기업 참여…불꽃튀는 경쟁 시작
 
아울러 한국 면세시장을 한 단계 재도약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잠실 월드타워점을 차세대 세계 최고의 관광메카로 적극 육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세부적으로 강남역·가로수길·코엑스몰·석촌호수·올림픽공원 등 강남의 주요 관광 거점을 활성화하기 위해 ‘강남 문화관광 벨트’를 조성키로 했다. 이와 함께 강남과 강북을 잇는 시티투어버스를 별도로 운영해 강북의 외국 관광객을 강남으로 적극 유인, 새로운 수요를 창출한다는 구상이다.
 
 
강남권 관광자원 개발을 위한 투자의 일환으로 지역 전통시장 상인회 등과 업무협약(MOU)을 체결, 전통시장 먹자골목 관광 상품화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명동지역 관광자원 개발을 위한 방안으로는 롯데백화점 본점 입구에 있는 ‘스타에비뉴(Star Avenue)’에 초대형 LED 디지털 터널을 설치해 관광 명소화 작업을 추진키로 했다. 롯데백화점 본점 건물 외벽을 활용해 미디어 파사드쇼(건물 전체 외벽에 빛을 사용해 이미지와 의미를 만드는 미디어 아트)도 정기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비전 2020’에는 다양한 상생문화 확산 방안도 담겼다. 롯데는 올해를 사회공헌 혁신의 원년으로 삼고 올해 180억원의 예산을 배정, 취약계층 자립 지원기관에 102억원을 기부했다. 아울러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200억원 규모의 협력업체 동반성장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며, 2016년까지 중소기업 브랜드 매장을 2배 이상 확대키로 했다. 특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울산, 창원, 청주, 양양 등 지방의 중소 시내면세점 사업자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브랜드 유치 지원 등 동반성장도 강화할 예정이다.
 

이홍균 롯데면세점 대표는 “롯데는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한국 면세시장을 세계 최고로 성장시키는데 일익을 담당했다”며 “35년 동안 쌓아온 브랜드 파워와 인프라, 노하우 등을 최대한 활용하고 강화시켜 우리나라 관광산업 발전과 경제활성화에 밑거름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 개인적으로도 위기탈출을 위해 이번 면세점 특허권 유지가 중요하다. 최근 롯데가는 ‘형제의 난’으로 내홍을 겪었다. 따라서 이번 면세점 대전에서 신 회장이 면세점에 대한 특허권을 가져온다면 회사내 어수선한 분위기를 수습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회장님 복귀한] 
[SK, 확장 박차]
 
SK도 워커힐면세점 특허권이 만료되면서 면세점 운영권을 지켜야 한다. 특히 이번 면세점 수성 여부는 최태원 회장에게 중요하다. 최 회장은 광복절 특사로 복귀한 이후 광폭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석방된 그는 휴일도 반납한 채 경영 일선에서 회사를 진두지휘 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맞이한 면세점 대전은 그의 존재감을 드러낼 기회다. 최 회장의 워커힐면세점 수성 의지는 강하다. 최 회장이 면세점을 ‘카 라이프(Car Life)’, ‘패션’와 함께 3대 신성장 사업으로 꼽으면서 면세점 사업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최 회장은 옥중에서도 면세점에 대한 역량을 전사적으로 집중할 것을 당부했을 정도로 애정을 보이고 있다. 실제 SK네트웍스는 지난 1차 면세점 대전에서 5500억원을 면세점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후보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투자규모를 기록했다.
 
 
최 회장의 면세점을 향한 의지는 이번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당초 워커힐면세점 한 곳에 신청서류를 제출할 예정이었지만 최 회장의 의중이 반영돼 막판에 2곳(워커힐, 롯데월드타워점)에 특허권 입찰을 신청했다. 기존 워커힐면세점 수성을 위해서 SK는 워커힐호텔과의 시너지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프리미엄 이미지인 워커힐호텔과의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VIP라운지를 운영하며 프라이빗 컨설팅을 제공한다. 아울러 워커힐면세점은 시계·보석 전문 부티크를 국내 면세점 가운데 유일하게 운영하고 있다.
 
또 다른 입찰 부지인 동대문 지역은 지난 7월 서울시내 면세점 신규 특허 입찰경쟁 당시 입지로 삼은 동대문 케레스타 빌딩을 다시 내세웠다. 특히, 서울 도심에서는 유일하게 건물 지상층에 30대가 넘는 대형버스 주차장을 보유해 교통 정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을 앞세웠다. SK는 케레스타 빌딩에 1만6259㎡ 규모의 면세점을 조성할 계획이다.
 
[1차 수모 당한 ]
[신세계, 복수극]
 
정용진 신세계백화점 부회장은 이번 면세점 대전에 가장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허지역 4곳 모두 신청서를 제출한 것. 지난 7월 1차 면세점 대전에서 고배를 마신 정 부회장에게는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신세계그룹이 노리고 있는 시내면세점은 기존 부산 시내면세점 조선호텔면세점과 워커힐면세점, 롯데소공점, 롯데월드점 등 서울 시내면세점 세 곳이다. 다만 정 부회장은 이번 입찰 경쟁에 직접 나서기보다는 성영목 신세계디에프 대표이사를 밀어주기로 했다.
 

신세계디에프는 신세계그룹이 국내 최고의 유통 노하우를 갖춘 소매유통전문기업으로서 기존 사업자를 대체할 수 있는 ‘준비된 사업자’라고 강조했다. 백화점, 대형마트, 프리미엄아웃렛 사업 등 85년 역사의 유통업 경험을 기반으로 면세사업 역량을 총 결집하면 관광산업 진흥 및 경제적 파급효과, 고용창출 측면에서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각사 오너 자존심 건 한판승부
경제발전·지역상생 비전 제시
 
신세계디에프는 서울 시내면세점 후보지로 강북의 신세계백화점 본점을 제안하고 부산지역에는 세계 최대 백화점인 신세계 센텀시티 내 B부지에 특허신청을 내기로 했다. 부산의 경우 기존 파라다이스 호텔에 위치한 면세점을 신세계 센텀시티 내 B부지로 확장 이전해 제안키로 했다.
 
기존 6940㎡(2100평) 매장에서 내년 초 오픈 예정인 B부지에 8600㎡(2600평) 매장으로 더 넓어지게 된다. 신세계측은 세계 최대 백화점인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과 주변의 다양한 관광 인프라를 연계해 부산지역 경제 및 외국인 관광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고 밝혔다.
 
 
성영목 신세계디에프 대표이사는 “서울의 경우 한국 관광 1번지인 명동지역에 남대문시장을 연계해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복합쇼핑관광단지 모델을 제안할 예정이다”라며 “부산지역의 경우 신세계 센텀시티로 확장 이전시켜 부산관광의 아이콘으로 재탄생 시킬 계획이기 때문에 특허권 연장이 충분히 가능하리라 본다”고 강조했다.
 

[돌파구 찾는 ]
[두산, 도전장]
 
박용만 회장이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를 약 1만7000㎡(약5143평) 규모로 면세점을 조성할 계획을 밝히면서 서울시내 면세점 세 곳에 출사표를 던졌다. 업계에서는 두산의 플랜트 사업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사업의 다각화를 위해 면세점 사업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두산은 면세점을 운영한 경험이 없는 점이 상대적인 약점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박 회장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 폭넓은 재계의 인맥을 갖고 있는 점과 두타 운영을 통해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이 강점으로 평가된다.
 
두산은 지난달 29일 “지역 상생형 면세점을 만들어 동대문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두산은 동대문 두산 타워를 입지로 롯데면세점 소공점과 월드타워점, SK네트웍스의 워커힐면세점에 특허 신청서를 제출했다.
 
두산 측은 ‘지역 상생형 면세점’ 조성을 위해 ▲인근 대형 쇼핑몰과 연계해 ‘K-Style’ 타운 조성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및 전통시장과 연계한 야시장 프로그램 추진 ▲지역 내 역사탐방, 먹거리탐방 프로그램 운영 ▲심야 면세점 운영(현재 검토 중)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면세점 운영 성과를 직접 공유하는 차원에서 동대문 지역 브랜드를 발굴, 입점시킴으로써 글로벌화를 지원하는 한편 중소기업 제품 판매 면적을 국내 최고 수준으로 갖춘다는 계획이다.
 
특히, 두타와 연계해 두타에서 발굴하고 육성한 신진 디자이너들의 글로벌 판로를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영업이익의 일정액을 지역에 환원하고 동대문 문화 관광 자원 개발, 지역 소상공인 맞춤형 복지 제공, 동대문 쇼핑 인프라 개선, 관광객 유치 및 해외 마케팅 활동 등도 추진키로 했다.
 
두산 관계자는 “다른 지역과 달리 동대문 두타는 별도의 섬처럼 혼자 존재하는게 아니라 상권 중심에서 한 부분으로 녹아 들어 있기 때문에 면세점이 들어설 경우 주변에 미치는 파급 효과는 다른 지역에 비해 훨씬 크다”고 강조했다. 이어 “면세점과 연계한 관광, 쇼핑 프로그램 활성화를 통해 동대문 상권 자체를 방사형으로 확장시키는 것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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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