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두고…검찰총장 내정설 내막

선거용 교체카드 빼든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 선정과 관련해 온갖 소문이 돌고 있다. 총선을 앞둔 시점이라 청와대도 그 어느 때보다 신중을 기할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7월까지 검찰 안팎에는 '김수남 대세론'이 힘을 받았다. 하지만 어느 틈엔가 경쟁 후보 3인이 치고 올라온 모습이다.

김진태 검찰총장(52년생·사법연수원 14기)의 임기는 오는 12월1일까지다. 전임인 채동욱 전 검찰총장(59년생·14기)에 이어 40대 검찰총장에 오른 그는 비교적 무난히 조직을 이끌어 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11월 초에는
차기총장 윤곽

현역 의원들이 잇따라 검찰 수사를 받게 된 야권은 '정치적 중립성'을 시비 삼고 있다. 하지만 김 총장이 직접 수사를 챙겼다고 보는 시각은 야권 내에도 많지 않다. 김 총장의 뒤에서 때로는 김 총장 모르게 하명을 내릴 곳은 청와대 외에는 상상하기 어렵다.

검찰 내부에선 지난 6월께부터 차기 검찰총장과 관련한 정중동 행보가 감지됐다. 한 검찰 관계자는 "올해 검사들의 가장 큰 관심사라고 해도 무방하다"라며 "대놓고 말은 못하지만 그래도 저마다 줄을 대는 사람이 있지 않겠느냐"라고 했다.

지난 9월 초에는 "개점휴업"이란 표현이 나왔다. 특정 시기, 특정 사건을 수사할 경우 특정 후보자가 유리할 수 있는 까닭에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당연히 까다로운 사건은 김 총장의 후임이 맡게 될 것이란 관측이 더해졌다.

올 상반기만 해도 41대 검찰총장 1순위는 김수남 대검 차장(59년생·16기)이었다. 검찰 일각에선 청와대에 충성하지 않는 김 총장을 거르고 대구 출신인 김 차장을 올려보냈다는 해석이 나왔다. 검찰 안팎에선 "야당이 지금은 검찰을 욕하겠지만 김 총장이 물러난 뒤에는 오히려 김 총장 시절이 그리울 거다"라는 우스갯소리가 들렸다. 옛 안기부처럼 권력기관은 정권에 자발적으로 충성할 때 무시무시한 '괴력'을 발휘한다.


내부적으론 쉬쉬하던 차기 검찰총장의 윤곽이 이달 들어 조금씩 베일을 벗고 있다. 김 총장의 남은 임기와 국회 인사청문회 일정 등을 고려하면 늦어도 11월 초에는 차기 총장 후보자가 나와야 한다. 빠르면 이주 내로 '검찰총장 후보 추천위원회'(이하 추천위)가 꾸려질 예정이다. 추천위는 검찰 고위직 출신 위원장을 포함해 민간위원 등 모두 9명으로 구성된다. 추천위는 3명(혹은 3명 이상)의 총장 후보자를 법무부장관에게 추천해야 한다.

추천위 제도가 처음 도입된 때는 이명박정부 말기인 2013년 1월이다. 같은 해 2월 추천위는 당시 직책 기준 김진태 대검차장, 소병철 대구고검장(58년생·15기), 채동욱 서울고검장을 후보자로 추천했다. 법무부장관은 추천위가 꼽은 세 후보 가운데 한 명의 후보를 택해 청와대에 제청하게끔 돼 있다. 당시 황교안 법무부장관(57년생·13기)은 최총 추천할 후보자로 채 전 총장을 선택했다. 문제는 청와대가 채 전 총장을 탐탁지 않아 했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첫 검찰총장으로 점찍었던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56년생·14기)은 추천위 단계에서 배제됐다. 인사권자의 의중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셈이다. 때문에 김 총장을 뽑을 때는 만장일치 형태로 네 명의 후보자를 천거해 구색을 맞췄다.

총장 선임 과정에서 청와대가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법무부 관계자는 "검찰총장은 물론 서울중앙지검장조차 BH(청와대)와 교감 없이는 임명하기 어렵다"라고 했다. 채 전 총장은 '권력 공백' 상태에서 뽑힌 이례적인 케이스다.

김진태 후임
김수남 등 3파전

그렇다면 세 번째 추천위가 고를 세 명의 총장 후보자는 누구일까. 그간의 언론 보도와 검찰 관계자의 설명 등을 종합하면 대체적으로 세 명의 후보가 입길에 오르내린다. 가장 앞서있는 후보는 김 차장이다. 이를 추격하는 후보는 박성재(63년생·17기) 서울중앙지검장이다. 여기에 최근 경합 후보로 이름을 올린 이득홍(62년생·16기) 서울고검장이 '3파전'의 축을 이룬다.

김 차장은 지난 이명박정부 당시 '미네르바 전기통신기본법위반 혐의 수사'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서울중앙지검 3차장이었던 그는 수원지검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이른바 'RO' 사건을 지휘하며 이번 정부에서 가장 신임 받는 검사로 거듭났다. 이석기 옛 통합진보당 의원은 유죄(내란음모는 무죄)를 확정 판결 받았다. 바통을 이어받은 정부는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이끌어냈다.


지난해에는 사실상 검찰 '넘버2'인 서울중앙지검장에 올라 '정윤회 문건 유출 수사'를 매듭지었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자신의 옛 측근과 친동생이 연루된 중요한 수사를 해결해준 셈이다.

대구 청구고를 졸업한 그는 TK·서울대 출신으로 검찰이 선호하는 출신 배경을 두루 갖췄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김 차장의 청구고 후배다. 단 판사로 법조 경력을 시작했고, '공안통'으로 분류되지 않는다는 점은 불안요소다.


법조계 특정인 내정설·좌천설 돌아
하마평 오르내리는 인사들 누구?
청와대와 붙은 반박계 바짝 긴장

청와대는 내년 총선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삼권분립을 어겨서라도 국회를 장악하고자 '연막'을 피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연일 주고받는 설전은 총선 공천권을 둘러싼 다툼의 한 단면이다. 야권은 물론 일부 '반박'을 움켜쥐기 위해선 자연스레 정치사범을 다루는 '공안통'에 대한 수요가 높을 수밖에 없다.

최근 경쟁 대열에 합류한 이 고검장은 공안통은 아니다. 그렇지만 선거 국면에서 활용도가 높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고검장은 지난 2005년 첨단범죄수사부의 초대 부장을 맡았으며, SNS 등 온라인에서 나도는 '정치적인 글'을 잡아내는 데 일가견이 있다. 박근혜정부가 유독 '괴담 유포자 색출'에 집착했던 것을 고려하면 이 고검장의 첨단범죄 수사 경력은 강점이 될 수 있다.

더구나 이 고검장은 서울 관악고를 나왔지만 대구 출신이다. 검사 생활의 상당기간을 대구와 부산에서 보냈다. ▲부산지검 울산지청 ▲대구지검 부부장검사 ▲대구지검 강력부 부장검사 ▲대구지검 특수부 부장검사 ▲부산지검장 ▲대구지검장 ▲부산고검장 등 부산·대구의 거의 모든 요직을 거쳤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는 사촌동서 사이다.

지난 7월21일 법무부는 이 고검장을 서울고검장으로 깜짝 전보 조치했다. 서울고검장은 서울중앙지검과 수원·인천지검 등 수도권 모든 권역을 관할하는 수석 고검장이다. 검찰총장에 이르는 한 관문이기도 하다. 이 고검장의 발탁을 놓고 일각에선 '저돌적인 스타일의 박 지검장을 견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놨다. 당시 <한겨레> 등은 이 고검장의 합류를 놓고 'TK출신 검찰총장 후보들의 충성 경쟁을 유도했다'는 분석을 전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과거 이 고검장이 '모발 감식' 기법을 도입, 마약사범을 잡아들이는 데 공을 세웠다는 것이다. 지난 2007년 이 고검장은 대검 과학수사기획관에 재직하며 '마약사범의 1년 전 대마 흡입 사실을 밝혀내는 수사기법'을 강구했다고 전해진다.

총선 앞두고
공안통 필요

물론 이 고검장에게도 약점은 있다. 이 고검장은 검찰총장을 지휘하는 김현웅(59년생·16기) 법무부 장관과 사법연수원 동기다.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보다 더 낮은 기수를 임명해 온 것이 검찰의 관례다.

그럼에도 김 장관보다 나이가 3살 어린 것은 후보자 추천 과정에서 어느 정도 반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과 나란히 사법연수원 동기인 김 차장은 1959년생으로 감 장관과 나이가 같다.

3파전의 남은 한 축은 박 지검장이다. 박 지검장은 사법연수원 17기로 기수 안배를 고려하면 가장 유리하다. 박 지검장의 임명은 16·17기의 '전원 물갈이'를 의미한다. 검찰 내에는 사법연수원 동기생 혹은 후배가 총장이 되면 자리에서 물러나는 관습이 있다.

최근 검찰 안팎에선 박 지검장을 김 차장의 대항마로 띄우려는 시도가 눈에 띈다. 출입 기자들을 통해 "요즘 BH가 박 지검장을 눈여겨보고 있다" "박 지검장에 대한 신뢰가 상당하다"라는 등의 소문을 흘리는 식이다.

박 지검장은 박근혜정부가 국정과제로 삼은 '부패와의 전쟁'을 추진해 온 책임자 가운데 하나다.
포스코 수사를 비롯해 자원외교 수사로 강영원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을 구속기소했고, 중앙대를 손보는 과정에선 박범훈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을 잡아넣었다. 대한체육회·농협·KT&G 비리 수사도 뚝심 있게 밀어붙였다. 모두가 지난 정권을 노린 사실상의 '하명수사'다.

이외에도 박 지검장은 야당을 겨냥한 대대적인 공세로 청와대의 환심을 사고 있다. 무소속 박기춘 의원은 일사천리로 구속됐고, 새정치민주연합 권은희 의원 역시 기소를 피하지 못했다. 같은 당 문희상 의원에게도 1차 서면조사를 통보하며 서서히 목을 죄는 형상이다.


여권에서조차 "박 지검장이 자리 욕심에 일을 너무 벌이는 것 아니냐"라는 우려가 나온다. <동아일보>는 지난달 26일 칼럼을 통해 우회적으로 박 지검장을 비판했다. 포스코 비리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은 5일 오후 'MB 형님' 이상득 전 의원을 소환할 계획이다.

박 지검장은 경북 청도 출신으로 대구고를 나왔다. 현 정권 실세 가운데 한 명인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그의 고교 선배다. 박 지검장이 요즘 '대세'로 불리는 건 든든한 배경에 바탕을 두고 있다.

단 고려대 출신이란 점은 '양날의 검'이다. 박 대통령은 이명박정부 때 권력을 가졌던 고려대 출신을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고검장 역시 고려대 출신이란 점은 최종 후보 선정 과정에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공안통'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영향력을 미친다면 박 지검장에게는 불리할 것으로 관측된다. 박 지검장은 '특수통'으로 분류되며, 정무적 감각은 떨어진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더구나 박 지검장과 같은 고려대 출신으로 서울중앙지검장에서 검찰총장으로 직행한 한상대 전 검찰총장(59년생·13기)은 '검란' 사태로 낙마한 바 있다.

소위 '빅3' 외에 물망에 오른 또 한 명의 법조인은 임정혁 법무연수원장(56년생·16기)이다. 임 원장은 앞선 세 명의 후보와 달리 '공안통'로 분류된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과 대검 공안부장 등을 역임한 그는 18대 대선 당시 공안부장을 맡아 선거를 관리했다. 박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은 그의 고교 후배다. 단 서울 출신으로 지역색이 흐릿하다는 것은 '단점'으로 꼽힌다.

유승민 변수
끝까지 혼전


당초 독주체제를 구축한 김 차장은 흔들리는 모습이다. 양강, 3파전, 4파전 양상으로 후보군이 점차 확대된 건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란 변수가 작용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박 대통령이 직접 '배신의 정치인'으로 매도한 유 의원은 김 차장과 서울대 선후배 사이다. 김 차장은 부인하고 있지만 유 의원과의 친분이 드러날 경우 박 대통령의 선택은 달라질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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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