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두고…검찰총장 내정설 내막

선거용 교체카드 빼든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 선정과 관련해 온갖 소문이 돌고 있다. 총선을 앞둔 시점이라 청와대도 그 어느 때보다 신중을 기할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7월까지 검찰 안팎에는 '김수남 대세론'이 힘을 받았다. 하지만 어느 틈엔가 경쟁 후보 3인이 치고 올라온 모습이다.

김진태 검찰총장(52년생·사법연수원 14기)의 임기는 오는 12월1일까지다. 전임인 채동욱 전 검찰총장(59년생·14기)에 이어 40대 검찰총장에 오른 그는 비교적 무난히 조직을 이끌어 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11월 초에는
차기총장 윤곽

현역 의원들이 잇따라 검찰 수사를 받게 된 야권은 '정치적 중립성'을 시비 삼고 있다. 하지만 김 총장이 직접 수사를 챙겼다고 보는 시각은 야권 내에도 많지 않다. 김 총장의 뒤에서 때로는 김 총장 모르게 하명을 내릴 곳은 청와대 외에는 상상하기 어렵다.

검찰 내부에선 지난 6월께부터 차기 검찰총장과 관련한 정중동 행보가 감지됐다. 한 검찰 관계자는 "올해 검사들의 가장 큰 관심사라고 해도 무방하다"라며 "대놓고 말은 못하지만 그래도 저마다 줄을 대는 사람이 있지 않겠느냐"라고 했다.

지난 9월 초에는 "개점휴업"이란 표현이 나왔다. 특정 시기, 특정 사건을 수사할 경우 특정 후보자가 유리할 수 있는 까닭에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당연히 까다로운 사건은 김 총장의 후임이 맡게 될 것이란 관측이 더해졌다.

올 상반기만 해도 41대 검찰총장 1순위는 김수남 대검 차장(59년생·16기)이었다. 검찰 일각에선 청와대에 충성하지 않는 김 총장을 거르고 대구 출신인 김 차장을 올려보냈다는 해석이 나왔다. 검찰 안팎에선 "야당이 지금은 검찰을 욕하겠지만 김 총장이 물러난 뒤에는 오히려 김 총장 시절이 그리울 거다"라는 우스갯소리가 들렸다. 옛 안기부처럼 권력기관은 정권에 자발적으로 충성할 때 무시무시한 '괴력'을 발휘한다.


내부적으론 쉬쉬하던 차기 검찰총장의 윤곽이 이달 들어 조금씩 베일을 벗고 있다. 김 총장의 남은 임기와 국회 인사청문회 일정 등을 고려하면 늦어도 11월 초에는 차기 총장 후보자가 나와야 한다. 빠르면 이주 내로 '검찰총장 후보 추천위원회'(이하 추천위)가 꾸려질 예정이다. 추천위는 검찰 고위직 출신 위원장을 포함해 민간위원 등 모두 9명으로 구성된다. 추천위는 3명(혹은 3명 이상)의 총장 후보자를 법무부장관에게 추천해야 한다.

추천위 제도가 처음 도입된 때는 이명박정부 말기인 2013년 1월이다. 같은 해 2월 추천위는 당시 직책 기준 김진태 대검차장, 소병철 대구고검장(58년생·15기), 채동욱 서울고검장을 후보자로 추천했다. 법무부장관은 추천위가 꼽은 세 후보 가운데 한 명의 후보를 택해 청와대에 제청하게끔 돼 있다. 당시 황교안 법무부장관(57년생·13기)은 최총 추천할 후보자로 채 전 총장을 선택했다. 문제는 청와대가 채 전 총장을 탐탁지 않아 했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첫 검찰총장으로 점찍었던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56년생·14기)은 추천위 단계에서 배제됐다. 인사권자의 의중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셈이다. 때문에 김 총장을 뽑을 때는 만장일치 형태로 네 명의 후보자를 천거해 구색을 맞췄다.

총장 선임 과정에서 청와대가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법무부 관계자는 "검찰총장은 물론 서울중앙지검장조차 BH(청와대)와 교감 없이는 임명하기 어렵다"라고 했다. 채 전 총장은 '권력 공백' 상태에서 뽑힌 이례적인 케이스다.

김진태 후임
김수남 등 3파전

그렇다면 세 번째 추천위가 고를 세 명의 총장 후보자는 누구일까. 그간의 언론 보도와 검찰 관계자의 설명 등을 종합하면 대체적으로 세 명의 후보가 입길에 오르내린다. 가장 앞서있는 후보는 김 차장이다. 이를 추격하는 후보는 박성재(63년생·17기) 서울중앙지검장이다. 여기에 최근 경합 후보로 이름을 올린 이득홍(62년생·16기) 서울고검장이 '3파전'의 축을 이룬다.

김 차장은 지난 이명박정부 당시 '미네르바 전기통신기본법위반 혐의 수사'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서울중앙지검 3차장이었던 그는 수원지검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이른바 'RO' 사건을 지휘하며 이번 정부에서 가장 신임 받는 검사로 거듭났다. 이석기 옛 통합진보당 의원은 유죄(내란음모는 무죄)를 확정 판결 받았다. 바통을 이어받은 정부는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이끌어냈다.


지난해에는 사실상 검찰 '넘버2'인 서울중앙지검장에 올라 '정윤회 문건 유출 수사'를 매듭지었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자신의 옛 측근과 친동생이 연루된 중요한 수사를 해결해준 셈이다.

대구 청구고를 졸업한 그는 TK·서울대 출신으로 검찰이 선호하는 출신 배경을 두루 갖췄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김 차장의 청구고 후배다. 단 판사로 법조 경력을 시작했고, '공안통'으로 분류되지 않는다는 점은 불안요소다.


법조계 특정인 내정설·좌천설 돌아
하마평 오르내리는 인사들 누구?
청와대와 붙은 반박계 바짝 긴장

청와대는 내년 총선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삼권분립을 어겨서라도 국회를 장악하고자 '연막'을 피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연일 주고받는 설전은 총선 공천권을 둘러싼 다툼의 한 단면이다. 야권은 물론 일부 '반박'을 움켜쥐기 위해선 자연스레 정치사범을 다루는 '공안통'에 대한 수요가 높을 수밖에 없다.

최근 경쟁 대열에 합류한 이 고검장은 공안통은 아니다. 그렇지만 선거 국면에서 활용도가 높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고검장은 지난 2005년 첨단범죄수사부의 초대 부장을 맡았으며, SNS 등 온라인에서 나도는 '정치적인 글'을 잡아내는 데 일가견이 있다. 박근혜정부가 유독 '괴담 유포자 색출'에 집착했던 것을 고려하면 이 고검장의 첨단범죄 수사 경력은 강점이 될 수 있다.

더구나 이 고검장은 서울 관악고를 나왔지만 대구 출신이다. 검사 생활의 상당기간을 대구와 부산에서 보냈다. ▲부산지검 울산지청 ▲대구지검 부부장검사 ▲대구지검 강력부 부장검사 ▲대구지검 특수부 부장검사 ▲부산지검장 ▲대구지검장 ▲부산고검장 등 부산·대구의 거의 모든 요직을 거쳤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는 사촌동서 사이다.

지난 7월21일 법무부는 이 고검장을 서울고검장으로 깜짝 전보 조치했다. 서울고검장은 서울중앙지검과 수원·인천지검 등 수도권 모든 권역을 관할하는 수석 고검장이다. 검찰총장에 이르는 한 관문이기도 하다. 이 고검장의 발탁을 놓고 일각에선 '저돌적인 스타일의 박 지검장을 견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놨다. 당시 <한겨레> 등은 이 고검장의 합류를 놓고 'TK출신 검찰총장 후보들의 충성 경쟁을 유도했다'는 분석을 전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과거 이 고검장이 '모발 감식' 기법을 도입, 마약사범을 잡아들이는 데 공을 세웠다는 것이다. 지난 2007년 이 고검장은 대검 과학수사기획관에 재직하며 '마약사범의 1년 전 대마 흡입 사실을 밝혀내는 수사기법'을 강구했다고 전해진다.

총선 앞두고
공안통 필요

물론 이 고검장에게도 약점은 있다. 이 고검장은 검찰총장을 지휘하는 김현웅(59년생·16기) 법무부 장관과 사법연수원 동기다.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보다 더 낮은 기수를 임명해 온 것이 검찰의 관례다.

그럼에도 김 장관보다 나이가 3살 어린 것은 후보자 추천 과정에서 어느 정도 반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과 나란히 사법연수원 동기인 김 차장은 1959년생으로 감 장관과 나이가 같다.

3파전의 남은 한 축은 박 지검장이다. 박 지검장은 사법연수원 17기로 기수 안배를 고려하면 가장 유리하다. 박 지검장의 임명은 16·17기의 '전원 물갈이'를 의미한다. 검찰 내에는 사법연수원 동기생 혹은 후배가 총장이 되면 자리에서 물러나는 관습이 있다.

최근 검찰 안팎에선 박 지검장을 김 차장의 대항마로 띄우려는 시도가 눈에 띈다. 출입 기자들을 통해 "요즘 BH가 박 지검장을 눈여겨보고 있다" "박 지검장에 대한 신뢰가 상당하다"라는 등의 소문을 흘리는 식이다.

박 지검장은 박근혜정부가 국정과제로 삼은 '부패와의 전쟁'을 추진해 온 책임자 가운데 하나다.
포스코 수사를 비롯해 자원외교 수사로 강영원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을 구속기소했고, 중앙대를 손보는 과정에선 박범훈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을 잡아넣었다. 대한체육회·농협·KT&G 비리 수사도 뚝심 있게 밀어붙였다. 모두가 지난 정권을 노린 사실상의 '하명수사'다.

이외에도 박 지검장은 야당을 겨냥한 대대적인 공세로 청와대의 환심을 사고 있다. 무소속 박기춘 의원은 일사천리로 구속됐고, 새정치민주연합 권은희 의원 역시 기소를 피하지 못했다. 같은 당 문희상 의원에게도 1차 서면조사를 통보하며 서서히 목을 죄는 형상이다.


여권에서조차 "박 지검장이 자리 욕심에 일을 너무 벌이는 것 아니냐"라는 우려가 나온다. <동아일보>는 지난달 26일 칼럼을 통해 우회적으로 박 지검장을 비판했다. 포스코 비리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은 5일 오후 'MB 형님' 이상득 전 의원을 소환할 계획이다.

박 지검장은 경북 청도 출신으로 대구고를 나왔다. 현 정권 실세 가운데 한 명인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그의 고교 선배다. 박 지검장이 요즘 '대세'로 불리는 건 든든한 배경에 바탕을 두고 있다.

단 고려대 출신이란 점은 '양날의 검'이다. 박 대통령은 이명박정부 때 권력을 가졌던 고려대 출신을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고검장 역시 고려대 출신이란 점은 최종 후보 선정 과정에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공안통'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영향력을 미친다면 박 지검장에게는 불리할 것으로 관측된다. 박 지검장은 '특수통'으로 분류되며, 정무적 감각은 떨어진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더구나 박 지검장과 같은 고려대 출신으로 서울중앙지검장에서 검찰총장으로 직행한 한상대 전 검찰총장(59년생·13기)은 '검란' 사태로 낙마한 바 있다.

소위 '빅3' 외에 물망에 오른 또 한 명의 법조인은 임정혁 법무연수원장(56년생·16기)이다. 임 원장은 앞선 세 명의 후보와 달리 '공안통'로 분류된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과 대검 공안부장 등을 역임한 그는 18대 대선 당시 공안부장을 맡아 선거를 관리했다. 박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은 그의 고교 후배다. 단 서울 출신으로 지역색이 흐릿하다는 것은 '단점'으로 꼽힌다.

유승민 변수
끝까지 혼전


당초 독주체제를 구축한 김 차장은 흔들리는 모습이다. 양강, 3파전, 4파전 양상으로 후보군이 점차 확대된 건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란 변수가 작용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박 대통령이 직접 '배신의 정치인'으로 매도한 유 의원은 김 차장과 서울대 선후배 사이다. 김 차장은 부인하고 있지만 유 의원과의 친분이 드러날 경우 박 대통령의 선택은 달라질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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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