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시험대 오른' 10월 북 도발 시나리오

미사일? 핵? 터지긴 터진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북한이 핵실험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8·25합의 한 달도 못가 나온 '강경 발언'에 우리 정부는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오는 25일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을 노린 '협상용 멘트'로 해석되는 가운데 내부 결속을 위한 무력시위 가능성이 조심스레 점쳐진다. 핵심 변수는 한반도 밖에 있다.

북한이 장거리 로켓 시험 발사를 추진하고 있다. 핵실험 가능성까지 점쳐지는 등 국제사회의 이목이 한반도에 집중되고 있다.

지난 14일 북한 국가우주개발국 국장은 <조선중앙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선군조선의 위성'들이 우리 당 중앙이 결심한 시간과 장소에서 대지를 박차고 창공 높이 계속 날아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2009년과 2012년에도 각각 광명성 2·3호기를 쏘아 올리며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했지만 유엔 등 국제사회는 이를 '장거리 미사일 발사체'로 간주했다.

장거리 로켓
발사 초읽기

이날 <연합뉴스> 등 국내 주요 매체는 <조선중앙통신>의 인터뷰를 인용해 "북한이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일을 맞아 장거리 로켓 발사를 계획하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북한의 노동당 창건 기념일은 10월10일이다.

북한은 우선 개발 중인 발사체가 '인공위성'이라는 입장이다. 북한 국가우주개발국 국장은 "우주 개발은 세계적 추세이며 많은 나라가 통신 및 위치측정, 농작물 수확고 판정, 기상관측, 자원탐사 등 여러 목적으로 위성들을 제작, 발사하고 있다"라며 "우리의 위성발사 역시 경제강국 건설과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국가과학기술 발전계획에 따르는 평화적인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로켓 발사를 '도발'로 보고 있다.

지난 10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북한이) 인공위성을 가장한 장거리 (로켓)발사와 같은 도발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북한이 장거리 로켓 시험을 언급한 당일 기자들의 질문에 "예단할 필요는 없지만 그런 행위가 북에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대변인을 통해 답했다.

다음날 북한은 "핵무기 수준을 끊임없이 높여 연구와 생산에서 연일 혁신을 창조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북한 원자력연구원 원장은 지난 15일 <조선중앙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고 "우리의 핵보유는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정책의 산물"이라며 "미국과 적대세력들이 무분별한 적대시정책에 계속 매달리면서 못되게 나온다면 언제든지 핵뢰성(핵무기)으로 대답할 만단의 준비가 되어 있다"라고 주장했다.

또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제시된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 병진노선에 따라 우라늄 농축공장을 비롯한 영변의 모든 핵시설과 5MW 흑연감속로의 용도가 조절·변경됐으며 재정비돼 정상 가동을 시작했다"라고 핵실험 가능성을 시사했다.

북한이 '핵실험 카드'를 꺼내면서 국제사회가 한반도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간 핵실험 문제가 불거지면 우리 정부는 국제무대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핵실험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이하 안보리) 단골 제제 대상이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 등 5개국이다. 비상임이사국은 핵문제와 관련해 사실상 결정권이 없다.

8·25 합의 이후 이산가족 협의 급물살
노동당 창건 70주년 앞두고 다시 경색

때문에 한반도 위기를 풀 해법은 한반도 밖에 있는 게 현실이다. 국내 일부 '전쟁론자'들이 주장하는 무력에 의한 대북 제제는 불가능하다. 전시작전통제권이 없는 한국은 미국의 '허가'가 있어야 북한을 공격할 수 있다. 결국 국제정세에 따라 외교로 위기를 해소해야 할 운명이다.


우선 장거리 로켓 발사 가능성은 높아진 게 사실이다. 다만 임박했다는 징후는 포착되지 않고 있다.

미국의 북한 전문 웹사이트인 38노스는 지난 15일(현지시각) 상업용 위성사진을 통해 북한의 서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을 분석한 결과 이동식 정비탑에서 움직임이 없거나 거의 없는 것으로 포착됐다고 전했다. 그렇지만 38노스는 "과거의 사례를 비춰봤을 때 북한이 10월10일까지 장거리 로켓 발사를 준비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판단된다"라고 밝혔다.

서해 동창리 외에 제3의 장소에서 로켓 발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커티스 멜빈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한미연구소 연구원은 "최근 북한이 미사일 발사 훈련을 참관할 부두를 강원도 원산에 새로 만들었을 것"이란 관측을 내놨다.

장거리 로켓 발사 시점은 여전히 미궁이다. 단 국내외 여론은 북한의 '으름장'이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한 '간보기'라는 데 공감하는 분위기다. 앞서 북한은 광명성 2·3호를 발사했을 당시 자신들의 계획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미·중·러
일제히 반대

예를 들어 광명성 2호 때는 "위성 발사 준비가 완료됐으며 곧 위성이 발사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광명성 3호 때는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 위성발사장에서 남쪽 방향으로 4월12일부터 16일 사이에 발사된다"라는 담화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번 '인터뷰'는 시간과 장소를 특정하지 않아 국제사회의 여론을 본 뒤 그에 맞게 대응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문제는 국제사회의 여론이 싸늘하다는 것이다. 지난 17일 정부 고위당국자는 워싱턴 특파원들과 만나 "중국이 북한에 구체적으로 언제, 어떤 메시지를 보냈는지는 언급할 문제가 아니지만 중국도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행위에 대해 분명한 어조로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러시아 역시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안보리 결의 위반으로 관련 조항에 근거해 안보리가 행동을 취해야 한다는 데 같은 입장이라는 점을 확인했다"라고 덧붙였다.

미국은 국제사회 구성원 중 가장 강경한 반응을 내놨다. 존 케리 미 국무부 장관은 지난 16일(현지시각)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 국민과 북한 체제가 국제 의무를 준수하지 않는 한 결코 앞으로 나가지 못한다는 것을 이해하도록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존 커비 미 국무부 대변인도 같은 날 정례 브리핑을 통해 "북한이 비핵화를 선택하도록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라고 공언했다.

핵실험 카드
내부 결속용?

북한 입장에서 뼈아픈 것은 중국의 냉담한 반응이다. 경색된 북중관계에서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할 경우 양국의 동맹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 당장 중국은 오는 25일 미국과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 언급은 단기적으로 미·중 정상회담을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북핵을 포함한 한반도 문제를 미·중 정상회담의 의제로 묶으려는 포석이라는 것이다. 북한이 노리는 바는 명확하다. 미·중 정상과의 대화 및 체제 보장에 대학 약속이다.

만약 정상회담의 결과가 북한에게 불리하다면 북한으로서는 10월10일과 10월16일 가운데 도발을 감행할 여지가 있다. 10월16일에는 한미 정상회담이 예고돼 있다.


가능성은 10일10일 직전이 더 높다. 북한은 그간 중요한 기념일을 앞두고 로켓을 쏘아 올렸다. 김일성 주석의 생일(4월15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1주기(12월17일)를 앞두고 각각 미사일 발사를 감행했다. '노동당 70주년'이란 상징성을 고려할 때 현재로선 미사일을 발사하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그렇다면 관건은 핵실험의 확률과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또 다른 형태의 무력 도발이 가능한지 여부다. 핵실험은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제 등 후폭풍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실제 이행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지금껏 북한의 핵실험은 장거리 로켓 발사로 시작해 유엔 안보리가 제제안을 내놓고 북한 외무성이 이에 반박하며 핵실험을 하는 패턴이 반복됐다. 2006년 1차 핵실험, 2009년 2차 핵실험, 2013년 3차 핵실험까지 전개는 같았다.

북한에게 핵실험은 내부 결속을 다질 수 있는 카드로 꼽힌다. 국제사회에 핵보유국으로서의 위상을 과시하는 효과도 있다. 국제사회가 북한을 제제할 수 있는 방안은 전쟁을 제외하고, 경제적인 압박이 전부다.

변수는 북한이 가진 천연자원 '희토류'에 대한 관심이다. 지난 17일 인도정부는 북한과의 외교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은 북한에 매장된 지하자원을 확보하려는 시도라는 분석이다.

"어떤 식으로든 무력시위"
정부 선제대응 두고 고민

인도뿐만이 아니다. <연합뉴스-월간 마이더스> 9월호에 따르면 중국은 일찌감치 북한 조선대양총회사와 '대양-중당국제합영집단공사'를 설립하고 장진몰리브덴광산 개발에 착수했다. 러시아 역시 북한의 철도 개보수 공사 사업권을 따내면서 북한의 광물을 유럽으로 유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즉 북한으로서는 유엔이 금융 등에 제제를 가하더라도 민간 협력을 위장해 경제교류를 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리면 핵실험을 강행할 수 있다. 정보 당국 핵심 관계자는 지난 16일 "북한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수일 내로 4차 핵실험을 할 수 있는 상태"라고 알렸다. 또 이 관계자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결정만 남았다고 전했다.

핵실험이 어렵다면 사이버 공간에서의 도발 또한 감행할 여지가 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지난 14일 미국 현지에서 열린 세미나에 참석해 "북한이 노동당 창건 기념일 때 다른 형태의 도발을 꾀할 수 있다"라며 "핵과 미사일 등 물리적 수단 외에 사이버 공간을 이용한 도발을 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차 석좌는 "김 위원장이 사이버 공격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라며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지만 은행이나 전력망, 언론사에 대한 공격이 있을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사이버 테러
NLL 포격 대비

지난 10일 우리 국방부가 국회 국방위원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최근까지 북한의 도발 사례는 모두 64차례로 집계됐다. 지상 13회, 해상 47회, 공중 4회로 해상이 가장 많았다.

해상 도발 가운데 군사분계선(MDL) 침범은 8회, 총·포격을 이용한 도발은 5회였다. 지난달 4일 있었던 목함지뢰 도발은 MDL 침범으로 분류된다.

만약 북한이 10월10일을 전후로 한국과 군사적 충돌을 원한다면 그 장소는 지상보다 해상이 될 확률이 더 높다. 북한 경비정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침범은 2010년 2회, 2011년 5회, 2012년 2회, 2013년 9회였지만 2014년에는 13회로 늘었다. 올해는 지난 8월까지 모두 10차례 침범했다.

더구나 우리 정부는 최근 북한의 군사 도발행위에 대해 강력대응을 시사했다. 경고사격에서 시작한 충돌이 대규모 도발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같은 시기 북한 경비정은 53회, 어선은 115회 NLL을 침범했다.

다만 남북은 10월20일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예고하고 있는 까닭에 직접적인 무력 충돌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남북 당국은 '한반도 위기설'에도 불구하고 상봉 준비를 약속대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변수는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다. 박근혜정부는 8·25합의 성사로 국정 지지도 반등에 성공한지 불과 보름 만에 또다시 험난한 시험대에 오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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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