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세금 안 내는 거물들 추적 (39)조혜진 아성에이치디 대표

회사 살리려다 빚더미 앉았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정부는 항상 세수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돈이 없다"면서 만만한 서민의 호주머니를 털기 일쑤다. 그런데 정작 돈을 내야 할 사람들은 부정한 방법으로 조세를 회피하고 있다.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까지 정부가 걷지 못한 세금은 40조원에 이른다. <일요시사>는 서울시가 공개한 고액체납자 명단을 토대로 체납액 5억원 이상의 체납자를 추적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39화는 212억9900만원을 체납한 조혜진 아성에이치디(주) 대표다.

아성에이치디(주)는 2003년 11월19일 설립됐다. 아성에이치디(주)의 전신은 자동차 수입 판매업을 주업종으로 신고한 에이원씨엠코리아(주)다. 무역회사로 출발한 아성에이치디(주)는 전체 직원이 10명 남짓한 중소기업으로 소개됐다. 건설회사로 전환한 뒤에는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연매출은 500억∼800억원에 달했다. 매출 대부분은 수도권 아파트 개발 사업에서 얻은 분양 수익에 집중됐다.

잘나가다…

회사 법인등기부등본을 살펴보면 아성에이치디(주)의 사업 목적으로는 ▲주택건설업 ▲부동산 분양 및 매매업 ▲부동산 임대업 등이 명시됐다. 회사 자본금은 5000만원에서 2억원을 거쳐 3억원까지 늘었다. 사무실은 서울 서초구와 강남구 일대를 전전했다. 에이원씨엠코리아(주)의 임원들은 아성에이치디(주)가 건설사업에 뛰어들자 일제히 사임했다. 주식은 회사 대표이사인 조혜진씨와 이사 전모씨, 이들과 특수관계인으로 추정되는 전모씨가 각각 나눠가졌다.

하지만 주식은 곧 휴지조각이 됐다. 아성에이치디(주)는 2011년 사실상 폐업 수순을 밟았다. 개발 과정에서 생긴 거액의 채무를 변제할 수 없었던 까닭이다. 같은 시기 세무당국은 아성에이치디(주)에 세금을 부과했다. 아성에이치디(주)는 국세청과 서울시, 경기도가 공개한 고액체납자 명단에 올라 있다. 체납한 세금의 합은 212억9900만원으로 집계됐다.

아성에이치디(주)는 2010년부터 근로소득세 등 3건의 세금을 체납했다. 국세청이 거둘 세금은 145억2200만원이다. 아성에이치디(주)는 2010년 7월부터 지방소득세 등 15건의 세금도 내지 않았다. 서울시가 징세할 체납액은 60억6800만원이다.


아성에이치디(주)는 경기도가 지난해 12월 각 관할 지방자치단체로 발송한 공고에서도 이름이 발견됐다. 같은 달 공개된 지자체 시보에는 아성에이치디(주)가 취득세 등 654건의 세금을 체납했고, 밀린 지방세는 7억900만원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세금을 받지 못한 고양시는 아성에이치디(주)의 사무실로 수차례 공시송달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 60억6800만원 국세청 145억2200만원
연매출 500억 건설사 부동산 담보신탁 소송

하지만 조씨 등은 회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발송한 우편은 수취인불명으로 처리됐다. 현재 아성에이치디(주)의 사무실은 강남구 삼성동을 떠나 영등포구 문래동에 자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의 자택은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이현로에 있는 한 고급 아파트다. 아성에이치디(주)의 전 대표이사 김모씨도 같은 아파트에 살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씨는 김씨로부터 2006년 12월 아성에이치디(주)의 대표직을 물려받았다.

아성에이치디(주)가 본격적으로 분양사업을 벌인 시기는 2007~2009년이다. 주무대는 경기도 일산 신도시였다. 시행사 아성에이치디(주)는 사업 파트너로 진흥기업과 임광토건을 선택했다. 2007년 6월 진흥기업이 낸 공시를 보면 진흥기업은 아성에이치디(주)로부터 총 공사비 731억2600만원에 이르는 일산 탄현 임광·진흥아파트 신축공사 계약을 수주한 것으로 돼 있다. 731억2600만은 진흥기업의 당시 매출 대비 14.8%에 해당하는 액수다.

아성에이치디(주)가 시행한 아파트 신축공사는 정부 정책으로 추진된 공공주택 공급사업 가운데 하나였다. 공동 시공사인 임광토건은 자사 브랜드 아파트인 '그대家' 905세대를 분양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채권은행인 경남은행은 일산 탄현 임광·진흥아파트 신축공사와 관련 ABS(자산유동화증권)를 발행해 투자자를 끌어 모았다. 경남은행 측은 당시 "분양부담이 적어 원리금 회수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밝혔다.

또 다른 시공사인 진흥기업은 솔로몬상호저축은행 등 금융권 6곳으로부터 280억원을 대출받아 시행사에 안겼다. 당시 진흥기업은 아성에이치디(주) 외에도 여러 중소시행사에 주택PF 보증, 중도금 보증 등을 서주면서 수천억원의 채무를 떠안았다. 진흥기업은 2011년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아성에이치디(주)도 같은 시기 진흥기업과 비슷한 운명을 맞았다. 2010년 12월 기준 작성된 결산보고서를 보면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3억300만원으로 전년대비(300억7000만원) 99%가 줄었다. 토지와 건물 등을 포함한 유형자산 역시 89억9000만원에서 49억2000만원으로 감소했다. 진흥기업, 임광토건 등에서 빌린 단기차입금은 275억4000만원으로 매달 이자를 갚아나가는 것조차 버거운 상황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성에이치디(주)는 아파트 분양계약 해지와 미분양이 잇따르면서 2010년 한 해 동안 239억88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계약을 완료한 수분양자들은 분양대금을 반환하라며 아성에이치디(주)를 상대로 원고소가 85억원에 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아성에이치디(주)가 소유한 재산에는 빠짐없이 가압류 처분이 들어왔다. 조씨 등에게 남은 건 채권자들이 보낸 독촉장뿐이었다.

아성에이치디(주)가 채무를 갚을 수 없게 되자 채권자들은 2011년 1월 한국토지신탁을 상대로 '한국토지신탁과 아성에이치디(주) 사이에 체결한 토지신탁 계약을 취소하라'는 내용의 사해행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청구금액은 199억5000만원이었다.

아성에이치디(주)는 회사 자금압박이 심해지자 2009년 11월 한국토지신탁과 부동산담보신탁 계약을 맺고 아파트 부지 등을 위탁했다. 채권자들은 아성에이치디(주)가 재산을 빼돌려 빚을 갚지 않으려 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소송은 2014년 6월에야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됐다. 법원은 한국토지신탁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아성에이치디(주)가 사해행위를 저지르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아성에이치디(주)가 일산 아파트 분양사업을 계속 추진하기 위해 문제의 부동산을 한국토지신탁에 위탁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 같은 결정이) 주식회사의 체무변제력이나 자력을 회복하고, 관련 금융기관, 대다수 수분양자, 시공사를 위한 최선의 방법이란 판단 아래 이뤄졌다"라고 판시했다.

비록 누명은 벗었지만 아성에이치디(주)는 법인 소유의 재산을 모두 빼앗겼다. 서울 영등포구 소재 3억원대 오피스텔은 법원 경매에 넘어갔다. 차명으로 관리하던 임차인은 1억여원의 보증금을 강제로 빼앗겼다. 시공사로부터 선분양 받은 5억원대 아파트 서너채도 각각 경매 절차를 밟고 있다. 우선순위 채권자가 많아 세무당국이 세금을 환수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쫓기는 신세

서울시 38세금징수과 관계자는 "체납 기록이 있는 법인의 경우 대부분 폐업한 회사들인데 조사를 해도 세금이 나오지 않는다"라며 "남은 건 법인 대표자에 대한 2차 납세자 지정인데 이 또한 쉽지 않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망해가는 회사를 그래도 자기 돈을 들여 살리고자 한 사람들은 도덕적으로 손가락질하기 어렵다"라며 "대다수 사주들은 회사가 어려우면 법인 돈부터 빼돌려 은닉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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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