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국정교과서에 대한 논란은 시간이 지날수록 무르익고 있다. 다음달 말까지 국정교과서 전환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정부가 밝힌 가운데 여당까지 지원사격에 나선 모습이다. 반면 학계와 교육계는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정교과서 문제가 국정감사를 강타했다. 지난 10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교문위)의 교육부에 대한 국감은 시작된 지 1시간 만에 정회됐다.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 의원들은 황우여 교육부장관에게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교문위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유기홍 의원은 지난 5일부터 9일까지 전국역사교사모임 내 현직 역사교사 10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98.6%의 교사들이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발표했다.
사회 곳곳에서 반대 입장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국회 앞에서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를 외치는 1인 시위가 벌어지고 있어 눈길이 간다. 27년 동안 교직에 몸담고 있는 이성권 한국교육정책교사연대 대표는 “정가가 교육을 정쟁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며 일침을 날렸다.
다음은 이 대표와의 일문일답.
- 한국교육정책교사연대(이하 정책연대)는 어떤 단체인가?
▲정책연대는 2013년 10월에 만들어졌다. 학교, 특히 고등학교에서는 상위권 학생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진학·진로지도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줄 세우기식 교육이 현장에 많은 폐단을 가져오고 있다. 설사 성적이 떨어지는 학생이라도 자기 한 분야를 찾을 수 있게 정책적으로 도와주기 위해 설립된 단체다. 주로 수능시험의 자격고사화, 문·예체 교육의 활성화, 줄 세우기 교육의 폐지와 같은 것들을 주장하고 있다.
- 국정교과서 문제가 화두다. 현직 교사들은 어떻게 생각하나?
▲대부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역사교사모임에서 2255명의 교사가 국정교과서에 반대하는 서명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지난 8일 기준).
- 국정교과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한국사 교과서가 단일 종으로 통일되면 위험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과거 1974년도에 만들어진 국정교과서처럼 역사가 권력자의 구미에 맞게 재단이 된다면 역사를 가르치는 사람이나 배우는 사람에게 옳지 못한 일이다. 검정된 여러 교과서가 출판되는 것이 권력에 의한 재단 가능성을 줄이는 제도적 장치라고 본다.
- 국정교과서를 찬성하는 곳에서는 역사 교과서의 좌편향을 우려하고 있다.
▲여당에 속해있는 사람들, 여당의 정책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의견과 다를 경우 ‘좌익이다’ ‘좌편향이다’ ‘좌클릭이다’ 이런 용어들을 쓴다. 교과서 내용 중 사실관계에 관한 기술이 잘못됐다든지 어떤 부분들이 어떻게 되어야 한다와 같이 구체적 의견을 내놓아야 하는 것이지, 모든 것을 싸잡아서 진영논리로 접근하는 것은 오히려 정쟁에 이용당하는 것이고, 교육이 정치에 종속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그것은 비생산적인 패러다임이 될 것이다.
- 국정교과서를 두고 새로운 유신시대의 도래라는 말이 있다. 동의하는가?
▲일각에서는 그런 얘기를 한다. 저 또한 일부 동의한다. 국정교과서 체제라는 것이 정부에서 발행하는 것이고 정부의 논리와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2015교육과정’ 개정을 통해 근·현대사 부분을 축소하고 고대사 부분을 확대한다고 발표했는데, 이것은 아이들의 가치관 형성이나 정서발달·인성교육에도 좋지 못하다 생각한다. 우리 시대와 가까이 있는 근현대사가 중요하게 여겨져야 하지 않겠나.
따라서 국정교과서가 여러 가지 경우에 편향된, 여기서 편향은 이념적으로 편향됐다는 말이 아니라 집필자와 집필을 주도하는 사람들에 의해 역사가 기울어지게 이해·해석될 수 있다는 위험성이 경고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유신시대로의 회귀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라 본다.
현직 역사교사 98.6% 국정화 반대
“권력자 구미에 따라 만들어질 우려”
- 뉴라이트 운동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나?
▲확인한 바가 없기 때문에 뭐라고 말하기 힘들지만, 힘주어 말할 수 있는 건 오로지 교육만을 생각하고 교육에만 몸담아왔던 사람들은 ‘교과서가 어떤 체제여야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냐’ 단지 이 생각뿐이다. 현재의 교과서 논쟁의 패러다임이 이념논쟁이나 정쟁의 도구로 활용되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저는 옳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 정쟁의 도구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걸 의미하나?
▲여당 대표나 교육부 장관이 국정화 방침을 발표했을 때 논란을 예상하지 못했을 까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이 정기 국회 기간이고 국정감사에 들어갔는데 교문위 국정감사는 공전을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당 대표나 교육부 장관에 의해 의도적으로 국회의 기능이 정지될 수 있다고 본다.
- 국정교과서가 된다면 교사들의 사기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나?
▲사기 저하와 관계있다. 그동안 선생님들은 자기들의 문제임에도 논의에서 소외돼 왔다.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은 교사인데 의견이 묵살되고 반영이 되지 않는 현실도 개선돼야 할 부분이다. 교사의 자존감은 법률이나 제도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문화적인 부분으로 구축가능하다. 교원지위향상법을 만든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 여당과 정부는 강경하게 나가고 있다.
▲그것이 자신들을 지켜내는 중요한 울타리라 생각하는 것 같다. 왜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교과서에 신경을 쓸까. 교과서에서 다루는 여러 가지 내용들이 현재 우리의 정치·경제·사회 구조를 결정짓는 많은 부분에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여당이 자신의 입장을 공고히 하려는 도구로 교육을 이용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고 그 우려가 현실이 된다면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라 생각한다. 학생이 배우는 교과서로 그러면 안 된다.
- 추가적인 계획은 어떻게 되나?
▲현재 인터넷 서명운동을 진행 중이다. 3400명 정도가 서명을 했고 서명이 완료되면 적절한 시점에 교육부 장관과의 면담을 요청할 예정이다. 가능하다면 다른 역사관련 단체와 연대해 같이 주장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
한국교총에 회원 자격으로 ‘교총의 입장을 밝혀주십시오’라는 글을 올린 적 있다. 교총이 대한민국 최고의 교원조직으로서 이렇게 중요한 문제에 침묵으로 일관한다면 교원으로서 품위를 스스로 저버리는 행위라 생각한다. 하루빨리 교총에서도 입장을 밝혀주시기를 바란다. 침묵이 계속된다면 항의방문이나 다른 행동으로 입장을 촉구할 예정이다.
교총이 지금까지 친 정부적인 바람에 이리저리 휩쓸리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학생을 위하는 단 하나의 자세로 움직였으면 좋겠다.
<chm@ilyosisa.co.kr>
[이성권 대표는 누구?]
▲ 대진고등학교 교사
▲ 한국교육정책교사연대 대표
▲ 전국진학지도협의회 고문
▲ 서울진학지도협의회 명예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