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관대작 가족 모시기 현대판 음서제 백태

금수저 물고 태어나 취직까지 쾌속직진

[일요시사 사회2팀] 박호민 기자 = 장기 경기 불황에 국민 모두 취업하기 어려운 시기다. 일단 취업시장에 뛰어들면 녹록치 않은 벽에 부딪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정치권도 이를 아는 모양새다. 쉽지 않은 취업시장에서 자신의 친인척이 홀로 헤매는 것이 못내 가슴 아팠나 보다. 취업청탁이라는 형태로 ‘친인척 사랑’을 표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가족사랑(?) 시비에 휘말린 정치인들을 확인했다.


윤후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곤란한 처지에 놓였다. 딸 취업청탁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의 수위가 점점 높아져서다. 최근 고용 절벽의 상황에서 현재의 상황을 타개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바로 합격통지
특혜취업 시비
 
지난 2013년 9월 윤 의원의 딸 윤모씨는 LG디스플레이 변호사 채용 부문에 합격했다. 이 과정에서 윤 의원이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대표에게 전화해 “(딸이) 지원했는데 실력이 되는 아이면 들여다봐 달라”고 말한 사실이 지난 13일 한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문제는 윤 의원의 지역구인 파주에는 LG디스플레이의 대규모 공장이 있어 회사 측이 윤 의원의 전화를 취업청탁 전화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일선 재계 관계자는 “유력 인사의 자녀가 이력서를 썼다는 사실만으로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있는데 해당 유력인사가 직접 자녀의 지원 사실을 알려줄 경우 사실상 취업청탁으로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여야는 한 목소리로 윤 의원을 질타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윤 의원을 당 윤리심판원에 회부했다. 김성수 새정치연합 대변인은 17일 현안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표가 딸의 특혜채용 의혹에 휘말린 윤 의원에 대한 직권조사를 당 윤리심판원에 공식 요청했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역시 비판의 날을 세웠다. 새누리당 초·재선 의원들은 “윤후덕 의원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회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본인이 반성하고 사죄했지만 국회 윤리특위에 회부해 징계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윤 의원은 대국민 사과를 해야했다. 윤 의원은 자신의 커뮤니티를 통해 “저의 딸 채용 의혹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제 딸은 회사를 정리하기로 했다. 모두 저의 잘못”이라고 말했다.
 
청년실업 110만명 비정규직 600만명
정치인-기업 위험한 취업거래 도마
 
윤 의원에 대한 공세를 늦추지 않던 여당도 비슷한 논란이 불거져 머쓱한 상황을 맞았다. 김태원 새누리당 의원이 아들 특혜취업 의혹에 휩싸인 것. 청년 변호사들을 중심으로 한 법조인 572명은 정부법무공단에 새누리당 김태원 의원의 아들인 로스쿨 출신 김모씨 채용 당시의 서류심사 및 면접평가 자료 등을 요구하는 정보공개 청구를 했다고 지난 17일 밝혔다.
 
 
이들은 정부법무공단이 2013년 9월 채용 공고를 낼 때 지원자격으로 ‘법조경력 5년 이상의 변호사’라고 공지했다가 불과 두 달 만에 “2010년 1월 1일부터 2012년 3월 1일 사이에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거나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해 법률 사무에 종사한 법조경력자”로 변경해 김씨를 채용하기 위한 근거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즉, 김모씨 채용을 위해 채용 전형을 바꾼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들은 또한 “변호사 경력이 있고 업무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연수원 출신 변호사들을 제쳐놓고, 재판연구원 근무기간이 끝나지 않은 김씨를 채용해 100일이나 지나서야 근무를 시작하도록 한 것은 특혜를 줬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들게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아울러 “김씨의 아버지인 국회의원이 당시 정부법무공단 이사장이었던 손범규 전 의원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강조했으며, “채용후 1년3개월 동안 16건만 수임시켜 판사 임용을 준비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했다”고 꼬집었다. 
 
없으면 만들고

높으면 낮추고
 
김 의원은 현재 이 같은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김태원 의원은 18일 “만약에 책임질 일이 있으면 정치 생명을 걸겠다”며 아들 취업 특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아들 취업을 위해 채용요건 완화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그건 공단에서 충분히 거기에 대해서 그렇게 제도를 바꿔야 될 사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 부분은 공단에서 충분히 밝혀지리라 생각된다”며 “나는 그 부분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사항”이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새누리당은 조사결과를 좀 더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당 지도부에서 김 의원 취업특혜 의혹과 관련된 오해가 해소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새누리당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 19일 김태원 의원으로부터 소명서를 제출받고 자체 진상 조사에 본격 돌입했다. 김 의원 관련 사안에 대한 조사 결과는 이번주 내로 발표될 전망이다.
 
야당 거물인 문희상 의원도 지난해 처남의 취업을 청탁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곤혹을 치르고 있다. 작년 12월 문의원의 처남이 문 의원과 부인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판결문이 공개되면서 처남 취업청탁 사실이 알려졌다.
 
당시 판결문을 살펴보면 문 위원장이 대한항공의 회장(조양호 회장)을 통해 미국에 거주하던 처남의 취업을 부탁했고, 고교 선후배 사이인 대한항공 회장은 미국의 브리지 웨어하우스 유한회사 대표에게 다시 취업을 부탁했다. 또, 2012년쯤까지 컨설턴트로 74만 7000달러(약 8억원)를 지급받은 김씨는 회사와 멀리 떨어진 곳에 사는 등 회사에서 일을 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문희상 의원은 이같은 사실을 시인하고 사과하면서 마무리하려 했다. 당시 비대위원장이었던 문희상 의원은 김성수 대변인을 통해 “지난 2004년쯤 미국에서 직업이 없던 처남의 취업을 간접적으로 대한항공 측에 부탁한 사실이 있다”면서 “이유를 막론하고 가족의 송사 문제가 불거진 데 대해 대단히 부끄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태는 문 의원의 사과로 마무리되지 않았다. 보수 시민단체인 한계레청년단이 검찰에 이와 같은 사실과 관련 제3자뇌물공여죄로 문 의원을 고발하면서 사건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취업청탁의 경우 사법처리가 어렵지만 제3자뇌물공여죄의 경우 처벌이 가능해 수사 결과에 따라 문 의원은 사법 처리될 가능성이 있다.
 
 
수사는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검찰은 6월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의 재무팀 그리고 한진의 법무팀을 압수수색했다. 7월에는 조회장의 최측근인 한진해운 석태수 사장, 한진 서용원 대표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문 의원에 대한 사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문 의원은 처남이 받은 억대 연봉을 두고 회사측에 컨설턴트를 해주고 받은 정당한 임금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향후 수사 결과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자녀합격 위해
채용기준 바꿔?
 
문 의원이 처남 취업청탁과 관련해 곤혹스러웠을 당시 여당의 거물 정치인인 김무성 당대표는 문 의원에 대한 비난을 자제할 것을 당내에 주문했다. 이를 두고 김 대표가 딸 특별 채용 의혹에 관한 이슈가 부각될까 우려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앞서 2014년 8월 김 대표의 딸인 김현경씨의 수원대 디자인학부 조교수 채용(2013년)을 두고 ‘특혜채용’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한국일보>가 참여연대로부터 받은 자료를 검토해본 결과 지난해 8월 김 교수가 실제로 수원대가 공고한 지원 자격을 충족했는지 불투명하다고 보도했다.
 

지원 당시 김 교수는 박사과정 수료 상태(2011년 3월 수료)여서 석사학위 소지자에 해당됐는데, ‘석사학위 소지자는 교육 또는 연구(산업체) 경력 4년 이상인 분만 지원 가능’이라는 자격 요건이 명시돼 있었다는 분석이다. 또한 김 교수는 2009년 2학기부터 2013년 1학기까지 상명대와 수원대 등에서 시간강사를 했지만, ‘시간강사의 교육경력은 50%만 인정한다’는 수원대의 교원경력 환산율표에 따라 김 교수의 교육경력은 2년에 불과했다.
 
연구경력 또한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수원대는 석사학위 취득자는 연구경력 2년, 박사과정 수료자는 해당 기간의 70%를 인정해 주는데, 김 교수의 총 연구경력은 3년4개월(석사 2년, 박사과정 1년 4개월)이다. 때문에 김 교수는 교육경력 4년도, 연구경력 4년도 못 채운 셈이라고 보도했다.
 
넌지시 전화 한통에 OK!
쿨하게 문자 한통에 OK!
 
이에 대해 수원대 측은 해당 공고문의 문구는 ‘연구경력과 교육경력의 합산’을 뜻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수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해석의 문제인데, 통상적으로 연구와 교육을 합해서 4년 이상이면 지원자격을 충족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 사건은 참여연대의 고발로 검찰 수사까지 확대됐지만 지난해 11월 무혐의 처분이 내려지면서 마무리 됐다.
 
 
배덕광 새누리당 의원도 과거 자녀 취업과 관련해 특혜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배 의원의 취업청탁은 이마트의 내부문건이 외부로 노출되면서 알려졌다. <한겨레>가 입수한 이마트의 ‘외부추천 입사자 현황’(2008년 작성) 문서를 보면, 1999∼2005년 구학서 신세계 회장의 추천을 받아 입사한 7명의 경력 직원과 2003∼2006년 신세계그룹 계열사 간부들의 추천을 받아 입사한 24명의 신입 직원 이름과 직급, 출신학교 및 ‘특이사항’이 나와 있다.
 
자료에 따르면 배 의원이 당시 해운대 구청장이었던 2005년 배 의원의 딸 배모씨는 특이사항란에 아버지는 배덕광 해운대구청장, 추천자란에는 노태욱 당시 신세계건설 부사장을 기재했다. 이를 두고 당시 이른바 ‘뒷배경’이 든든한 인사들만 취업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배 의원은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딸은) 전혀 어떤 추천 없이 공채로 입사했다. (신세계 복합쇼핑몰 건설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친인척도 청탁

여기저기 특채
 
김희정 새누리당 의원은 지인의 아들까지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2013년 새누리당 김 의원은 국회 본회의 중 지역구 인사 아들의 ‘국방과학연구소’ 취업 청탁 문자를 확인하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구설에 올랐다. 민주당 김진표 전 의원도 같은 해 자신의 지역구 유지 아들이 한전 자회사 시험에 응시했다는 사실을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의원에게 문자로 알리면서 취업청탁 논란에 시달렸다.
 
<donky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현대판 음서제’ 대책은?
“고관 자녀들 취업현황 공개해야”
 
윤후덕 의원과 김태원 의원이 자녀 특혜취업 의혹에 나란히 곤혹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고위공직자 자녀의 취업 현황을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김한규)는 20일 성명을 내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고위공직자들은 현대판 음서제를 만들고 있다”며 “고위층 부모의 청탁과 알아서 해 주는 특별한 배려의 결과로 인해 일거리를 찾는 고단함을 겪지 않아도 되는 특별한 계층이 생겨버린 셈”이라고 주장했다.
 
서울변회 성명서 내고 주장
공직자 윤리법 개정에 주목
 
서울변회는 “법조인 선발과 양성의 문제점 또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불투명한 입학 과정과 고액의 등록금, 나아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졸업자의 취업 특혜 의혹까지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변회는 이와 관련해 “공직자 윤리법을 개정, 고위공직자 가족의 취업현황을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며 “국회의원 등 고위공직자의 직계존비속이나 배우자가 대기업, 공공기관, 대형로펌 등에 취업하는 경우 현황을 공개해 국민의 눈으로 투명하게 감시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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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