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정원 외곽조직' 양우공제회 골프연습장 폐업 내막

'수십억 현금' 어디다 쓰려고?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국가정보원의 외곽조직으로 지목된 양우공제회가 최근 한 골프연습장을 폐업 처분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초법적 친목단체'인 양우공제회가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것일까. 양우공제회와 관련한 여러 의혹에도 국정원은 묵묵부답이다.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은 양우공제회라는 사단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2000년 7월 법인화한 양우공제회는 회칙에서 "국정원 직원의 생활 안정과 복지 증진을 도모하고 국가 안전보장 및 국익의 신장에 기여함을 그 목적으로 한다"라고 명시했다. 조직의 실제 성격은 상조회에 가깝다.
 

양우공제회는 그간 위법성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국정원은 양우공제회의 정확한 자산 규모와 운영 내역 등에 대해 공개하지 않고 있다. 조직 특유의 폐쇄성에 '국가안보'라는 명분이 더해져 양우공제회와 관련한 정보는 외부로 노출되지 않았다.

퇴직금이
국가안보?

지난해 양우공제회는 뜻밖의 사건을 계기로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국정원 세월호 실소유주 의혹'을 제기했다. 이 시장은 의혹을 제기한 근거 가운데 하나로 '양우공제회가 선박사업에 투자했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이 시장은 "양우공제회는 국정원 기조실장이 이사장을 맡고 국정원 현직 직원들이 운영하는 법적근거도 없는 투자기관으로 모든 운영사항이 비밀로 취급된다"라며 "수천억대 자산을 이용해 돈벌이를 하는 국정원이 선박을 취득·운항한 사실까지 확인됐으니 '세월호는 국정원 소유'라는 확신이 더 커졌다"라고 적었다.


양우공제회의 위법성을 우려하는 쪽에선 "양우공제회 기금이 정치자금으로 변질될 수 있다"라고 지적한다. 과거 국정원은 출처가 불분명한 금품을 여당 정치인들을 상대로 건넨 바 있다.

또 다른 논란거리는 국가공무원법 위반 여부다. 국가공무원법 64조와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25조는 모든 공무원의 겸직과 공무 이외의 영리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양우공제회는 선박은 물론 펀드·건물·기타 부동산 등에 투자해 이득을 남겨 왔다. 양우공제회의 운영 주체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의혹은 늘 꼬리표처럼 따라붙을 수밖에 없다.

지난 1월 <일요시사>는 '국정원 비밀조직 양우공제회 실체, 소문과 진실'이란 기사에서 양우공제회와 관련한 몇 가지 문제점을 보도한 바 있다. 당시 기사의 중심축은 국정원과 세월호의 연관성을 찾는 데 있었다. 그로부터 약 7개월이 흐른 현재, 세월호와 관련한 이슈는 자취를 감췄다. 그렇다면 남은 한 축인 양우공제회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기금이 검은돈?…위법시비 끊이지 않아
자산규모·운영내역 등 비공개 '의문투성'

법인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지난 3월11일 양우공제회는 '양우회'로 이름을 바꿨다. 명확한 개명 원인은 파악되지 않았지만 잇따른 언론 노출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추정됐다. 포털사이트에서 '양우회'를 키워드로 검색하면 지역 친목단체나 종교단체가 기사로 검색됐다. 검색 첫 화면에서 양우공제회는 노출되지 않았다.

양우공제회 이사로는 이모씨, 장모씨, 송모씨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대표권 제한규정'의 적용을 받는 이씨(이씨 이외에는 대표권이 없음)는 한 골프클럽의 대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골프클럽의 이름은 경기도 용인에 있는 '나이스골프클럽'이다. 실외 골프연습장인 나이스골프클럽은 양우공제회가 토지와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
 

지난 18일 기자는 나이스골프클럽을 직접 찾았다. 나이스골프클럽은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골프클럽이 있던 부지에는 돌무더기가 무성했다. 골프클럽 옆길에는 지상 3층 규모의 콘크리트 구조물이 골조를 올리고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기술자는 "나이스골프클럽이 지난 봄 철거됐다"라고 말했다. 나이스골프클럽과 언덕을 경계로 마주본 경쟁 골프클럽 관계자도 "나이스골프클럽이 올 봄 사라졌다"라고 말했다. 나이스골프클럽의 내선으로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양우공제회는 지난 2004년 11월18일 권모(1942년생)씨로부터 나이스골프클럽을 매입했다. 경기 용인시 모현면 오산리 236-13번지 임야를 경계로 오산리 236-10번지 외 2필지(1만5599㎡)를 사들였다. 국도와 인접한 골프장 출입구(오산리 산 45-42, 오산리 647번지)는 모두 국유지로 확인됐다. 건물 공사 중인 터의 토지 소유주들은 민간인이었다. 분할 소유자 가운데는 미국인 A씨와 옛 청와대 관료로 알려진 B씨가 눈에 띄었다.

이날 구청 관계자는 "골프장 부지에 곧 창고가 들어설 것"이라며 "옆 건물은 주거용으로 허가를 내줘 골프장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라고 말했다. 실제 관련 임야는 증여 등이 이뤄진 사유재산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체육용지'로 허가받은 오산리 236-10번지 일대에 들어설 '창고'는 여전한 의문으로 남았다. 아직 양우공제회는 관련 부지를 제3자에게 매각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름 바꾼
양우공제회

이후 취재 과정에서 골프연습장과 관련한 흥미로운 사실을 찾아낼 수 있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6월 고시한 '전원개발사업 실시계획'에 그 단서가 있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고시에서 골프연습장과 인접한 236-13번지에 개설된 신용인-동서울 345kV 송전탑에 대한 보상 및 보수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업 기간은 2015년 5월부터 2017년 4월까지로 고지됐다. 양우공제회는 골프클럽을 포기하더라도 인근 땅이 수용당해 이득을 챙길 수 있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오래 전에 세워진 송전탑에 대한 보상 차원"이라며 "금액 등 구체적인 협상은 한국전력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나이스골프클럽은 사라졌지만 양우공제회의 골프에 대한 '애착'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양우공제회는 강원도에서 파크밸리 골프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12년 양우공제회는 자신들이 임대한 시유지를 놓고 원주시와 소송을 벌이기도 했다.

양우공제회가 투자한 또 다른 골프장인 '제피로스'는 지난 5월8일 충주시로부터 골프장 변경 공사에 대한 허가를 따냈다. 공사 면적 137만9817㎡, 퍼블릭 27홀에 달하는 이 대형 공사의 시행사로는 중원레저개발㈜이 낙점됐다. 중원레저개발㈜은 양우공제회가 설립한 골프장 개발업체이며, 총 투자 규모는 7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골프장 외에도 양우공제회가 전국 곳곳에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은 정확히 가늠되지 않는다. 양우공제회는 지난 2009년 지리산 일대에 자체 연수원을 건립할 계획을 세웠다. 같은 해 구례군청은 해당 연수원 입구에 도로를 터주는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연수원 설립과 도로 확장은 모두 계획이 취소됐다.

지난 21일 행정당국 관계자는 "당시 국정원이 연수원에 딸린 골프장까지 원했지만 주민들이 반발해 골프장을 짓지 못하게 되자 설립을 취소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골프장은 물론
전국에 부동산

도로점용허가를 수차례 신청한 것도 눈에 띈다. 도로점용은 토지주나 건물주 혹은 사업시행자가 공사를 할 때 그에 필요한 도로의 사용권을 일정 기간 넘겨받는 것을 뜻한다. 바꿔 말하면 양우공제회가 건물이나 시설 공사를 수차례 벌였다는 것과 다름없다. 이밖에도 양우공제회는 법원 경매에 나온 부동산 매물에 일부 질권을 걸어놓기도 했다.

그러나 양우공제회는 자신들의 투자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극도로 꺼리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현대라이프가 발행한 한 채권에 10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하지만 양우공제회의 이름은 '모 공제회'로 바뀌거나 노출이 중단됐다. 투자에 따른 정당한 평가를 막고 있다는 인상이 짙다.
 


양우공제회가 설립한 우양개발은 2009년부터 매출이 잡히지 않고 있다. 우양개발의 직전 대표는 양우공제회 이사로 등기된 송씨다. 우양개발은 2008년 자본금을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늘렸는데 이후부터 매출이 오히려 없는 상황이다. 우양개발은 중원레저개발㈜과 같은 내선 전화번호를 사용하고 있으며 사무실도 같다. 지난 21일 해당 내선으로 통화한 사무실 관계자는 "양우공제회가 맞다"라고 했다.

우양개발의 현 대표는 박모씨다. 박씨는 양지개발이란 건설 회사의 대표를 지냈다. 양지개발은 국정원 퇴직자들의 모임인 양지회 소유다. 양지회는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지상 7층짜리 건물을 갖고 있다.

4700평 부지 밀고 송전탑 수용 보상
'100억원 채권 투자' '골프장 개발' 쉬쉬 

양지회가 양우공제회와 구별되는 점은 국정원 현직 직원의 개입 유무다. 퇴직자들의 모임인 양지회는 비교적 운신의 폭이 넓다. 수익사업을 한다고 해도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하지만 양우공제회는 다르다. 국정원 현직 간부가 운영에 개입하고 있으며, 국정원 외곽조직이란 의심이 끊이지 않는다.

양우공제회와 관련한 의미 있는 첫 번째 판결은 한 여인의 끈질긴 법정싸움에서 나왔다. 국정원 직원의 부인이었던 C씨는 남편과 6년에 걸친 소송 끝에 양우공제회의 존재를 세상에 알렸다. C씨는 국정원 직원이 받는 퇴직금의 종류가 두 가지이며, 이중 한 가지는 양우공제회를 통해 지급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당시 C씨는 "국정원 직원이 받는 특수활동비(업무관련금) 가운데 일부가 퇴직금으로 적립된다"라고 주장했다. 그 증거로 남편의 월급명세서 등을 각 온라인 사이트에 공개했다.


C씨의 주장에 따르면 일반 공무원에게 지급되는 월급과 달리 국정원 직원은 정보비와 부근속수당 등을 매달 현금으로 지급받는다. 이 가운데 일부 현금이 처음부터 '공제'된 상태에서 나온다. 그 현금의 저수지는 양우공제회다. 정부로서는 자신들이 승인해 준 특수활동비가 '특수활동'이 아닌 양우공제회에 적립되는 셈이다.

C씨가 제기한 민사소송(정보비공개결정처분취소, 2010두1****)의 대법원 판결문을 보면 국정원 직원은 '기타 보너스' 항목(창립기념일, 휴가, 크리스마스, 김장, 명절 등)으로 국정원에게서 별도의 현금을 받고 있다. 급여명세서에는 양우회(양우공제회) 항목이 적시돼 있다. 국정원 역시 양우공제회의 존재는 부정하지 않는다. 그들이 공개를 껄끄러워하는 것은 '특수활동비' 지출 내역이다.

당시 법원은 국정원 직원이 받는 급여(특수활동비 포함)를 '비공개'라고 판단했다. 반면 C씨는 특수활동비가 배제된 급여명세서를 자신이 받아봤기 때문에 정확히는 급여가 아닌 특수활동비가 비공개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양우공제회가 지급하게 될 퇴직금을 '비공개'로 보지 않았다. 어떤 측면에선 C씨가 의미 있는 판결을 받아낸 것이다.

남편과 이혼소송 중이던 C씨는 남편이 받게 될 '제2의 퇴직금'을 재산 분할 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었다. 국정원으로서는 본인들이 급여를 모아 양우공제회를 관리한다는 사실을 간접 시인한 격이다.

하지만 C씨의 싸움은 비극으로 끝났다.  C씨는 2012년 2월16일 재산분할 소송 선고를 앞두고 서초동 법원 벽 아래로 목을 맨 채 투신했다. C씨가 궁극적으로 증명하고자 했던 건 양우공제회 기금 명목으로 분류돼 있는 국정원의 돈이다. 그 돈은 골프장에 있고, 펀드에 있으며, 국민이 모르는 '비자금'으로 관리된다.

출처는 세금
그대로 적립?

C씨의 투신 4일 뒤인 2월20일 남편이자 전직 국정원 직원인 D씨는 판결정본을 발급하고, 송달 및 확정 증명서도 뗐으며, 집행문부여신청도 했다. 민사소송상 일련의 과정은 상대의 재산을 강제집행함을 의미한다.

2013년 6월 법원은 변론재개를 결정하고 C씨에게 출석하라는 통보를 했다. C씨에게 보내진 소환장은 수취인불명으로 처리됐다. 이후 C씨는 재판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법원은 2013년 9월24일 소송이 취하된 것으로 간주하고 사건을 종결했다. 양우공제회와 관련한 진실은 언제쯤 가려질 수 있을까.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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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