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직원 자살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 넷

벼랑 끝 내몰고 비밀은 감췄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지난달 18일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 직원 임모 과장이 숨진 채 발견됐다. 해킹 파문의 중심에 있던 그는 3장의 유서를 남기고 생을 마감했다. 임 과장의 죽음으로부터 1달이 지났지만 풀리지 않는 의혹이 여전히 남아있다. 그는 왜 자살이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일까. 또 국정원은 무엇이 두려워 임 과장의 사망 경위를 숨기고 있는 것일까. 현재까지 드러난 4가지 핵심 의혹을 중심으로 사건을 재구성했다.

임 과장의 유골이 안치된 곳은 경기도 용인시 '평온의 숲'이다. 평온의 숲에서 자동차로 15분 남짓한 거리에는 임 과장이 숨진 고라지골이 있다. 앞서 소방당국이 밝힌 임 과장의 정확한 사망 장소는 화산리 산77번지다. 마을 주민들은 화산리 산77번지 일대를 일컬어 고라지골이라고 부른다.

임 과장은 지난 7월18일(토요일) 오전 6시30분께 빨간색 마티즈 차량을 끌고 고라지골에 도착했다. 임 과장은 이날 오후 12시2분 소방대원들에 의해 시신으로 발견됐다. 소방당국은 자체 작성한 보고서에서 "당시 망자가 전신 사후강직 상태에 있었다"고 적었다. 기후 등 여러 변수가 있지만 '전신 사후강직'이 이뤄진 점에 비춰 임 과장은 늦어도 오전 10시 이전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의원은 "사후강직은 사망 후 5시간 내지는 6시간 내 일어난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미스터리 1]
왜 119로 신고했나

용인 지역 CCTV 등으로 확인된 임 과장의 사망 전 행적은 이렇다. 사건 당일 오전 4시52분 임 과장은 자택에서 나와 마티즈 차량에 탑승했다. 오전 5시48분까지 마트 세 곳에 들러 소주와 빈 호일도시락, 숯, 번개탄 등을 구입했다. 오전 4시52분∼5시48분 동안 임 과장은 자택 인근의 낚시터를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마티즈 차량이 대로변 CCTV에 마지막으로 촬영된 시각은 오전 6시22분이다.

임 과장은 이날 새벽 집을 나서면서 부인에게 "출근한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부인 A씨는 "출근한 남편을 찾아달라"라며 5시간 만에 실종신고를 했다. 경찰은 지난달 "임 과장의 부인이 오전 8시부터 모두 10여차례에 걸쳐 임 과장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아 119에 실종신고를 했다"라고 주장했다. 경찰 주장에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이 의도적으로 빠져 있다. 바로 국정원의 개입이다.


<노컷뉴스>는 지난 7일 야권 관계자의 전언을 인용해 "국정원이 사건 당일 오전 9시께 A씨에게 전화를 걸어 '남편이 출근하지 않았으니 119에 신고하라'고 지시했다"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국정원은 임 과장의 실종 사실을 정부기관 가운데 가장 먼저 인지하고 있었다.

세부적으로 국정원 3차장은 사건 당일 오전 8시40분쯤 국장급 간부로부터 임 과장의 결근 사실을 보고 받았다. 3차장은 즉각 위치추적장치(MDM)를 작동하라고 지시했다. 또 임 과장의 휴대전화가 '용인 소재 저수지 근처'에서 발견됐다는 보고를 받고 '용인의 옆부서 직원'을 현장에 보내라고 지시했다. 실제 국정원 직원은 소방당국과 거의 비슷한 시각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우에 따라선 119대원보다 먼저 도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임 과장 사망 한 달째 여전한 의혹
사건 현장 마티즈 최초 확인 가능성

A씨는 국정원과 약속한 대로 119에 신고했다. 통화시간은 오전 10시4분∼7분 사이다. A씨는 119의 권유를 받고, 파출소를 직접 방문해 신고 절차를 밟았다. 위치추적에 동의했다가 오전 10시32분 돌연 경찰 쪽 신고를 취소했다. 이후 경찰과 연락해 신고가 취소됐는지를 확인했다. 이때가 오전 11시38분이다.

반면 신고를 접수한 관할 소방서는 오전 10시25분 출동 준비를 마쳤다. 소방당국은 임 과장의 휴대전화 GPS 위치추적을 통해 '화산리 34번지'라는 데이터를 확보했다. 출동한 대원들은 오전 10시32분 상황실과의 무전 교신에서 “화산리 34번지로 출동하라”라는 통보를 받았다. 화산리 34번지는 임 과장이 숨진 화산리 산77번지와 도로상으로 130여m가 떨어진 곳이다. 119대원들은 오전 10시40분쯤 화산리 34번지에 도착했다.

그러나 대원들은 산중턱에서 머뭇댔다. 상황실에서는 "인근 저수지를 수색하라"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앞서 A씨는 10시30분∼40분 사이 소방당국과의 통화에서 "남편이 화산리 인근 저수지에서 낚시를 자주하니 (그곳을) 찾아달라"라고 말했다. 대원들은 현장에서 약 2km가량 떨어진 요덕저수지와 맹골낚시터(화산저수지)를 차례로 수색했다.

[미스터리 2]
왜 수색 방해했나


요덕저수지와 화산저수지는 사건 현장으로부터 약 5분 거리(차량 기준)에 있는 낚시터다. 요덕저수지와 화산저수지, 화산리 34번지로 갈리는 삼거리에는 버스정류장이 있다. 버스정류장 삼거리는 지도상 각 거점 수색이 용이한 요충지로 확인된다. 119대원들은 이 삼거리에서 어느 쪽을 수색할 것인지 대책을 의논했다. 이때 임 과장의 '동료'인 국정원 직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국정원 직원은 현장 대원들과 당일 오전 11시11분께 정차된 구급차량 앞에서 3∼4분간 대화를 나눴다. 누가 먼저 대화를 요구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새정치민주연합 국민정보지키기위원회는 대화가 이뤄진 경위에 대해 국정원 측에 답변을 요구한 상황이다.

단 당시 상황을 유추할 수 있는 통화 녹취록이 존재한다. 녹취록에 따르면 국정원 직원은 '동료 부인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왔다'라며 현장대원과 접촉했다. 이어 '낚시'와 관련한 특정 정보를 대원들에게 흘렸다. 이들은 11시15분께 삼거리에서 헤어졌다. 대원들이 향한 곳은 현장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맹골낚시터였다.

같은 시각 국정원 직원은 따로 활동했다. 그의 행적은 철저히 베일에 가려있다. 일각에선 국정원 직원이 소방대원들로 몰래 임 과장을 찾으려했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당시 대원들은 차량이 발견되기 전까지 모두 3차례에 걸쳐 국정원 직원과 통화했다. 지난 10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조송래 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장은 "수색을 하다보면 동료나 가족과 함께 요구조자를 찾을 일이 생긴다"라며 "(그가) 국정원 직원인지 몰랐다"라고 해명했다.

또 한편에선 이미 현장을 장악한 국정원 직원이 다른 직원을 도피시키기 위해 시간을 번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출동한 대원은 오전 11시35분께 상황실로부터 "관계자한테 물어보세요" "'위치추적 관계자'가 같이 없어요?"라는 질문을 연달아 받았다. '위치추적 관계자'는 흔히 쓰이는 표현이 아니다.

그러자 무전을 받은 현장대원은 "없어. 그 사람들, 차 가지고 가서 그 사람도 나름대로 찾아준다고"라고 답했다. 여기서 '그 사람들'은 국정원 직원들의 조직적인 수색 가능성을 암시한다.

[미스터리 3]
왜 수사하지 않았나

부인 A씨는 오전 11시15분 119에 2차 위치추적을 요청했다. A씨가 위치추적을 재요청한 시점은 국정원 직원이 소방대원들과 헤어진 시점과 맞물린다. 오전 11시28분 소방당국은 위치추적을 통해 임 과장의 휴대전화가 화산리 산77번지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보다 2분 빠른 11시26분에는 소방대원들이 사고를 의심하고 112에 지원을 요청했다.

그런데 앞서 밝혔듯 A씨는 경찰이 출동 준비를 하자 신고를 취소해 달라고 재촉했다. 오전 11시51분에는 앞선 결정을 번복하고 다시 위치추적을 요구했다. 이 시각 소방대원들은 상황실의 전화를 받고 도라지골에 진입한 상태였다. 상황실은 화산리 산77번지 뒤편인 시궁산 정상을 수색하라고 했다가 '관계자(국정원 직원)와 연락해 도라지골로 가라'며 수색 위치를 조정했다.

당일 오전 11시42분께 맹골낚시터에서 출발한 펌프차는 삼거리를 거쳐 화산리 34번지 쪽으로 향했다. 오전 11시49분에는 구급차량이 같은 장소를 통과했다. 소방대원들은 화산리 34번지에서 U자로 구부러진 길을 지나 화산리 산77번지에 도달했다. 그곳에서 마티즈 차량을 발견하고 국정원 직원에게 가장 먼저 연락을 취했다. 확인된 통화 시간은 오전 11시54분~55분 사이다.

인근에 있던 국정원 직원은 오전 11시54분께 삼거리에서 화산리 34번지 쪽으로 페달을 밟았다. 같은 날 오후 12시2분께 현장을 접수한 국정원 직원은 임 과장의 시신을 먼저 체크했다. 이때부터 소방대원들은 상황실과의 무전 연락을 중단했다.

산중턱에 있던 5명의 대원은 오전 12시12분 구급차량으로 내려와 약 4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이때 국정원 직원의 모습은 구급차량 블랙박스에 포착되지 않았다. 국정원 직원은 현장에 홀로 남아 있었고, 누구의 방해도 없이 시신에 손댈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국정원 측은 현장 오염과 관련한 의혹을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119대원들은 국정원 직원과 만난 다음에야 경찰에 사건 소식을 알렸다. 경찰이 사건을 인계받은 시각은 7월18일 오후 12시50분이다. 소방당국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차량보조석과 뒷좌석에선 번개탄이 꺼진 채 발견됐다.

지난해 3월 '간첩 증거 조작' 사건에 연루된 권모 과장은 차량 문을 잠그고 같은 방법으로 자살을 시도했다. 그런데 마티즈 차량의 문은 권 과장의 산타페와 달리 잠겨 있지 않았다. 충분히 의심 가는 부분이지만 경찰은 문의 개폐와 관련한 의혹을 수사하지 않았다.

경찰·소방서 입막고 증거인멸 의혹
'그날' 감찰실서 무슨 대화 오갔나?

또 경찰은 임 과장의 사망 장소를 '마티즈 뒷좌석'이라고 기재했다가 국회 보고 과정에선 앞좌석으로 정정했다. 경찰은 출동 대원들의 단순 실수라고 떠넘겼지만 소방당국조차 시신의 위치를 별도 기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차량에서 발견된 17개의 쪽지문에 대해서도 "누구 것인지 판정할 수 없었다"라고 답했다.

경찰 신고 과정에서 이상 징후를 보인 A씨의 통화기록은 조사 대상에서 배제됐다. 경찰은 "단순 자살 사건이고, 유족 측이 수사를 요구하지 않았다"라고 했다. 마찬가지로 임 과장의 '동료'인 국정원 직원의 행적은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임 과장이 쓰고 나간 것으로 전해진 뿔테 안경은 유실됐다. 안경의 행방은 지금껏 오리무중이다. '임 과장의 매부'를 자처한 사람은 증거인 마티즈 차량을 7월19일 폐차했다. 폐차를 대행한 업체는 국정원의 오랜 협력사로 알려졌다.


[미스터리 4]
왜 그는 자살했나

출동으로부터 1시간10여분 만에 소방당국은 실종자를 찾았다. 일반 실종사건과 비교하면 신속한 사건 처리다. 하지만 소방당국은 국정원과 공모해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현장에 있던 구급차량 블랙박스는 오후 12시30분부터 촬영이 중지됐다. 전원이 꺼졌기 때문이다. 블랙박스가 다시 켜진 시각은 오후 12시58분이다. 28분 동안 국정원이 어떤 일을 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구급차량은 블랙박스가 켜짐과 동시에 사건 현장을 이탈했다.

A씨는 오후 12시30분이 돼서야 소방관으로부터 마티즈가 발견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최고 신고자임에도 국정원은 물론 경찰보다 늦은 시각에 결과를 통보받은 것이다. 임 과장은 생전 A씨를 향한 애정이 각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임 과장은 아내, 두 딸과 함께 신앙생활에 애착을 드러냈다고 한다.

임 과장의 자살 당시  주위 사람들은 집사인 임 과장이 교리를 어기면서까지 극단적인 선택을 한 배경을 궁금해 했다. 현재 설득력 있는 원인으로는 내부 감찰이 꼽히고 있다. 그러나 감찰 당시 국정원과 임 과장 사이에 무슨 말이 오갔는지 또 어떤 '지시'가 있었는지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공무원에게 가장 가혹한 처벌은 파면 등을 이유로 '연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이다. 국정원은 강압적인 감찰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지난 3일 <한겨레21>은 '정말 다 짊어지려 그 길을 선택했을까?'라는 기사에서 "임 과장이 올 7월 초 한 목사로부터 마티즈 차량을 구입했다"라는 소식을 전했다. 이때만 해도 마티즈 차량은 '죽음의 도구'가 아니었다. 대전에 살던 임 과장은 출퇴근용으로 구입한 차량을 몰고 가족 모임에도 참석했다. 그러나 7월13일 국정원 해킹 파문이 일면서 한 가장의 삶은 송두리째 흔들렸다.

그의 죽음 전 마지막 5일. 임 과장은 자신의 상관들에게 '우려하실 부분이 전혀 없습니다. 동료들께 죄송할 따름입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가족들에겐 "사랑해"라고 인사했다.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야 할 만큼 '우려스런 부분'은 무엇이었는지. 영면을 취하고 있는 고인은 이제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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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