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씨티은행 ‘호화 관사’ 논란

직원도 모르는 '성북동 아방궁' 가보니…

[일요시사 경제팀] 박호민 기자 = 기업은 목적에 따라 다양한 부동산을 소유한다. 기업이 회장의 사택으로 500평 규모의 저택을 구입하는 것도 문제 삼기 힘들다. 하지만 수익구조 악화를 이유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각종 논란으로 당국의 제재를 받는 상황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씨티은행의 현재 상황이 그렇다. 씨티은행의 내막을 들여다봤다.
 

씨티은행은 구 씨티은행 시절인 1996년 성북구 성북동의 487평의 땅을 매입해 외국인 대표이사의 관사로 사용했다. 2004년 한미은행과 합병한 뒤에는 관사 및 주요 고객 초대 만찬 등의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몰랐던 저택
직원은 부글
 
뱅크하우스를 직접 방문한 결과 주변에 있는 저택들과 비교해도 외형상 뒤지지 않을 정도로 큰 규모였다. 뱅크하우스를 낮에 방문해 몇 차례 초인종을 눌러보았지만 응답은 없었다. 다만, 내부 잔디가 잘 정돈돼 있는 것으로 미루어 정기적인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인근 부동산을 찾아 기업이 회장의 사택이나 연수원 또는 업무용으로 부지를 매입해 사용하고 있는 경우가 있느냐고 질문했더니 과거 업무용으로 사용하는 기업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거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부동산 중개인은 뱅크하우스의 매매가를 주변 시세와 비교해 대략 60억원 가량으로 판단했지만, 규모가 커 매매가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뱅크하우스의 존재는 일반직원들에게 20년동안 베일에 싸여 있었다. 재무제표 상 뱅크하우스는 기재가 안 돼 있어 뱅크하우스의 존재를 알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씨티은행 노조는 “뱅크하우스는 그동안 개인 사저처럼 썼기 때문에 그 존재를 경영진 측근 일부만 알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씨티은행이 서울 중구 본점을 매각하는 등 자산을 줄이고 있는 시기에 굳이 뱅크하우스를 보유할 필요가 있냐는 지적이 나왔다.
 
회사 어렵다면서…끝까지 소유 왜?
대규모 구조조정에도 건재함 과시
 
씨티은행이 뱅크하우스를 소유한 20년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씨티은행은 지난 2013년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전체 직원 가운데 15% 가량인 650명을 희망퇴직으로 내보내면서 내홍에 시달렸다. 점포는 190개 지점 중 56개점을 통폐합하면서 외형은 크게 축소됐다.
 
뱅크하우스의 존재가 알려지자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호화사택 논란’이 일면서 상당한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진다. 노조 측은 “대다수의 직원들이 뱅크하우스의 존재를 모르고 있다가 최근에서야 뱅크하우스의 존재가 알려져 많은 불만을 나타냈다”면서 “점포 축소 및 구조조정에 대한 위기감이 직원들 사이에 존재하는 가운데 60억원 상당의 사택은 상당한 위화감을 조성했다”고 말했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뱅크하우스에 대해 “뱅크하우스는 1996년 한미은행과 씨티은행이 통합된 뒤 주요 고객 초청 만찬 및 승진자를 축하하는 장소로도 사용됐다”고 설명했다.직원들의 불만에 대해서는 “직원들 입장에 대한 설문이나 구체적인 조사가 없어 답변을 하기 어렵다”면서도 “직원들의 내부반발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사택으로 사용
지금은 파티용
 

뱅크하우스와 관련 직원들의 불만 정도는 사측과 노조 측의 의견이 엇갈려 정확한 판단은 어려웠지만 뱅크하우스에 대한 내부 직원들의 관심은 상당히 높았다. 노조 측이 직원 내부 전산망을 통해 뱅크하우스의 존재를 처음 알린 지난 11일, 해당 게시물은 2700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통상 직원들의 최대 관심사인 인사 관련 게시물의 조회수가 2000 초반대인 점을 감안하면 높은 관심을 보였던 것으로 풀이된다.
 
뱅크하우스의 존재가 회사 일반 직원에 알려진 것은 박진회 씨티은행장의 막말발언 논란이 일면서부터다. 씨티은행은 지난 6월부터 뱅크하우스에서 ‘CEO와 함께하는 비즈니스 워크숍’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박진회 행장이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박 행장은 노동조합과의 임단협 진행상황에서 이견을 보인 것과 관련 노조를 ‘깡패’, ‘X놈’으로 지칭했다는 것이다. 당시 워크숍에는 노조 조합원도 다수 참석해 이같은 내용을 들었다고 전해진다.
 
은행 측은 “당시 워크숍을 기획하고 진행한 경영혁신부 직원들의 기억에는 박 행장이 은행 경영과 관련한 의견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노동조합과 의견이 다르다고 말한 적은 있었으나 박 행장이 부적절한 표현을 한 사실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반면, 노조 측은 이와 관련 “당시 워크숍에서 조합원을 앞에 두고 박 행장이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제보를 받았다”라며 “워크숍에 참여한 직원들 가운데 조합원들이 많아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은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은행 측과 노조 측 간 임단협이 결렬되는 등 파행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논란이기 때문에 향후 노사간 대립이 확대되는 원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미 노조 측은 사측의 임단협 제안에 반발해 91%가 파업에 찬성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양측 간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특히, 이번 논란은 박 행장 개인의 리더십에 치명타로 작용할 전망이다. 씨티은행의 노조 가입률은 타 은행에 비해 높기 때문이다. 씨티은행은 지난해 12월 기준 2878명의 정규직 가운데 2704명이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다. 전체 직원 가운데 95% 가량이 노조에 가입된 셈이다. 통상 은행권 노조 가입률 70%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높은 수치다. 이런 점이 향후 박 행장이 운신의 폭을 제한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행장의 막말 논란은 최근 그를 압박하고 있는 주변 상황이 기저에 깔려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11월 취임 초부터 노조 측이 주장해온 국부유출 논란에 시달려온 박 행장이 최근 금융당국마저 제재에 나서자 상당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실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부터 본격적으로 논란이 되기 시작한 씨티은행의 ‘국부유출’ 논란은 그의 행보에 발목을 잡고 있는 모습이다.
 
국부유출 논란은 씨티은행이 해외용역비(경영자문료) 명목으로 미국 본사에 거액을 지속적으로 송금하면서 불거졌다. 경영자문료는 각 나라 순이익 상황에 맞춰 더치페이 형식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통상적인데 순이익의 절반에 달하는 비용이 미국 본사로 빠져나가면서 국부유출 논란이 생겼다. 세율이 높게 책정되는 배당금 대신 상대적으로 세율이 낮은 경영자문료 명목으로 미국 본사에 자금을 보내 편법으로 국부를 유출시킨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직원은 희망퇴직
오너는 호의호식
 
노조 측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씨티은행이 미국 본사로 송금한 경영자문료 등의 명목으로 1조원 규모다.국부유출 논란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슈화 되면서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는데 현재 금융당국까지 제재에 나서면서 국부유출 논란은 더 이상 논란이 아닌 해결해야할 과제가 됐다.
 
금융감독원이 씨티은행에 제재한 내용을 살펴보면 씨티은행은 국세청이 비용이 아니라고 부인한 항목에 대해 경영자문료를 지속적으로 지급한 사실이 드러났다. 2011년 당시 국세청은 출처가 불분명한 내역에 대해 230억원의 세금을 씨티은행에 부과한 바 있다. 국세청은 매출에서 비용을 차감한 순수익에 대해 세금(법인세)를 부과하는데 씨티은행이 경영자문료 등의 명목으로 비용을 지나치게 높게 책정해 세금을 낮췄다는 지적이다.
 
 

법인세의 경우 24.2%의 세금을 내야하는데 경영자문료 등으로 비용처리하면서 법인세보다 낮은 10%의 세율을 적용받아 미국 본사로 자금을 송금했다. 금감원은 “본사 등으로부터 제공받은 용역을 국내에서 대체했을 때 비용을 분석해 본사에서 받을 필요성이 낮은 용역은 서비스 중단 등 노력을 해야 한다”며 “‘경영유의’ 제재 조치를 했다”고 설명했다.
 
500평 규모 시세 60억 안팎
“너무 커 매매 쉽지 않을 것”
 
씨티은행의 국부유출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금융당국의 제재가 강해지고 있는 현재도 미국에 과다용역비를 지급하면서 논란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2일에는 씨티은행이 국세청으로부터 해외용역비 과다지급 명목으로 190억원의 세금을 부과받은 사실이 드러난 것. 당시 국세청이 조사한 씨티은행의 사업연도는 2011~2014년까지로 과다지급한 자금의 규모는 850억원에 달했다. 
 
씨티은행 내부에서는 지난해 구조조정을 단행한 이후 철수 위기감이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해외용역비가 과다하게 지출되고 있는 상황은 철수 위기감을 더욱 고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씨티은행 본사로 편법 송금되는 자금으로 한국 씨티은행의 기업가치가 부당하게 훼손되기 때문이다.
 
깊어진 노사반목

각종 의혹 제기
 
은행측은 지난해 실시된 구조조정 이후 더 이상 인원감축은 없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국부유출 논란이 종식되지 않는 한 철수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한편, 씨티은행은 지난해 일본, 엘살바도르, 이집트, 헝가리, 과테말라, 니카라과 등 11개국에서는 소매금융(개인고객 대상 영업) 부문을 정리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donky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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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