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전쟁 ‘사생결단’ 신동빈 액션플랜

장남 사방이 적…차남 승기 잡았다

[일요시사 경제팀] 박호민 기자 = 롯데가의 경영권 전쟁이 무르익고 있는 가운데 무게추가 신동빈 회장에게로 조금씩 쏠리는 양상이다. 정서적인 부분부터 경영권에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하게 될 우호 지분 향방까지 현재 경영권을 둘러싸고 있는 상황을 확인했다.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 지난달 28일 신격호 총괄회장이 일본으로 건너가 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한 롯데홀딩스의 임원 6명과 차남 신동빈 회장을 해임하려다 역풍을 맞아 역으로 해임돼 한국으로 돌아온 뒤부터 말이다.

위축되는 동주
활발해진 동빈
 
당초 신 총괄 회장이 신 회장을 해임하려는 것은 경영권을 되찾아 장남인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에게 넘기려고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 전 부회장도 이 같은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신 전 부회장은 동생 신 회장이 그동안 경영권과 관련해 과욕을 부렸다며 신 회장에게 넘어간 경영권을 되찾아 오기위해 연일 발언의 수위를 높여갔다.
 
당시 구도는 ‘동주 VS 동빈’ 대결에서 신 총괄 회장이 신동주 전 부회장의 손을 들어주는 모습이라 신동주 전 부사장에 우호적인 여론이 형성됐다. 신 총괄회장이 한국으로 돌아온 초반까지도 신 전 부회장의 발언이 먹혀드는 모습이었다.
 

신 전 부회장은 신 총괄회장이 한국에 돌아오고 난 이틀 뒤인 29일 한국에 도착했는데 취재진을 향해 미소를 지을 만큼 여유가 있었다. 그의 여유에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그의 아버지를 비롯한 가족들의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상황은 신 회장에게 유리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우선 한국 롯데에서의 지지가 분위기를 바꿨다. 한국의 경영진들이 일제히 신 회장을 지지하고 나선 것이다. 37개 개열사 사장단은 4일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 홍보관에서 회의를 열고 신 회장을 지지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노병용 롯데물산 사장은 “롯데그룹을 이끌어갈 리더로 오랫동안 경영능력을 검증받고 성과를 보여준 신 회장이 (후계 구도의)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형제의 난’ 결론?…한쪽으로 기울어
지분부터 정서까지 차남에게 힘실려
 
게다가 한국 롯데의 노조마저 신 회장을 지지하면서 한국에서의 신 회장의 입지는 공고해졌다.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노동조합 협의회는 5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서 회의를 열고 최근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신동빈 회장에 무한한 지지와 신뢰를 보낸다”고 밝혔다. 강석윤 롯데노동조합협의회 의장은 “롯데 그룹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불필요한 논란을 신속히 해소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경영 능력과 자질조차 검증되지 않은 자와 그를 통해 부당하게 그룹에 침투하려는 소수의 추종세력들이 불미스러운 수단 방법으로 그룹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다”며 “이들의 행태를 더이상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의장은 “80여개의 계열사와 10만 직원을 안정적, 성공적으로 이끄는 신동빈 회장을 중심으로 모든 임직원이 하나가 돼 조속히 경영을 정상화하고 재도약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일본 쪽 사정도 신 회장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양상이다. 한국 사장단들이 성명서를 발표한 날 롯데홀딩스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도 신 회장 체제의 롯데를 지지했다. 사실상 지주회사 격인 롯데홀딩스의 사장이라 의미가 컸다.
 

롯데홀딩스 위에 광윤사가 있지만 우호지분 확보에 따라 광윤사의 지배를 벗어날 수 있기 때문에 롯데홀딩스 사장의 지지에는 큰 의미가 부여됐다. 쓰쿠다 회장은 “롯데그룹은 상품 개발이나 상호 판매 등을 한일 공동으로 해야 한다”며 “신동빈 회장이 그런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아버지힘이냐
경영능력이냐
 
그는 또 “저는 신동빈 회장과 한 몸이 돼 (한일 공동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한일 분리는 없다”고 강조했다. 쓰쿠다 사장은 “신동빈 회장은 법과 원칙을 기본으로 하는 기업 운영을 신조로 생각하는 분”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올 1월 신동주 전 부회장이 롯데홀딩스 이사에서 해임된 것에 대해서는 “기업 통치의 법치와 원칙에 입각한 것이다. 저희가 (신동주 전 부회장이 경영자로서) 부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한일 양국에서 신 회장을 지지하려는 분위기가 무르익던 시기, 신 전 부회장의 행보에 이상 징후가 나타났다. 그는 당초 계획한 출국 일정을 미루고 칩거에 들어갔다. 한일 양국의 지지 입장이 신 전 부회장을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한일 양국의 일사분란 한 ‘신동빈 지지’를 두고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가 형제의 난 이후 이미지가 급락하고 있다”면서 “경영진이나 노조 입장에서는 오너 일가가 경영권 다툼을 빠른 시일 내 끝내고 경영을 정상화 시키길 바라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신 회장에게 경영권이 돌아가는 것이 신 전 부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에게 경영권이 돌아가는 것보다 향후 분란의 소지가 더 적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신격호 총괄 회장의 건강 이상 징후가 한일 경영진들의 신 회장 지지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신 전 부회장은 그동안 “신 총괄 회장이 신 회장을 평소에 후계자로 인정하지 않았다”며 “신 회장의 경영권을 되찾아 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회장 측은 이에 신격호 총괄회장이 고령화되면서 판단력이 흐려졌다고 반박했다.
 
이 같은 상황은 신 회장 측에게 한동안 불리하게 작용했다. 아들이 아버지의 치부를 드러내는 모양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 전 부회장이 공개한 영상 속 신 총괄회장의 모습에서 그의 건강에 이상 징후가 곳곳에 포착되면서 상황은 급반전했다. 어눌한 말투와 말이 꼬이는 모습 그리고 논리에 맞지 않은 말을 하는 모습이 종종 노출된 것. 특히, 신 전 부회장 측이 공개한 내용이라 전후 사정을 알 수 없어 신 총괄회장의 건강 이상설은 한층 강화됐다.
 
쓰쿠다 사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달 27일 (신격호 총괄회장이) 일본에 오셨을 때 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하셔서 면담을 했다”며 “처음에는 굉장히 침착하셨고 아주 문제없이 대화를 나눴지만 대화를 나누는 도중 의아한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같은 질문을 하신다든지, 말씀드린 걸 다시 말씀하신다든지, 저는 일본 담당인데 한국 담당으로 헷갈리기도 했다”며 “생각해 보면 93세이니까 자연스러운 모습이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이 같은 목격담은 일본 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 롯데 계열사의 한 사장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시중에 알려진 신 총괄회장 건강에 대한 소문들은 사실이 맞다”며 “수년 전부터 본인이 직접 자른 임원들을 찾거나 부르는 경우도 많다”고 전하면서 신 총괄회장의 건강 이상설을 뒷받침했다.
 
한국롯데 주축
지지세력 늘어
 

신 총괄회장이 고령으로 판단력이 흐려졌다는 분석이 주를 이루자 우호지분 확보 경쟁도 신 회장에게 기울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그동안 아버지 신 총괄회장 및 가족들의 지분과 자신의 지분을 합치고 나머지 우호지분을 확보하는 방법으로 경영권을 되찾아올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우선 오너일가의 지분이 신 총괄회장의 지분을 제외하고는 지배구조상 중요한 역할을 하는 광윤사나 일본 롯데홀딩스에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할 만큼 많지 않다. 결국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은 우호지분 확보에 따라 경영권의 향방이 갈릴 것으로 보이는데 신 총괄 회장의 판단력이 흐려졌다는 설이 기정사실화 되면서 신 회장 쪽으로 긍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그동안 우호지분의 향방을 놓고 의견이 엇갈려 왔다. 지주사의 지분을 갖고 있는 주주들이 신 총괄회장과 롯데 창업 초기부터 함께해온 멤버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신 총괄회장의 건강 악화설이 중론으로 자리 잡으면서 주주들도 신 회장을 지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할 것이란 분석이 서서히 힘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초반 우세 신동주
뒷심 부족에 고전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의 한국말 구사능력 차이도 둘에 대한 평가를 갈라 놓았다. 신 전 부회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어눌한 한국말을 구사하거나 일본어로 인터뷰해 ‘롯데는 일본기업’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만들어냈다. 신 전 회장 측은 신 전 회장이 그동안 일본에서 나고 자라고 일본 롯데에서만 경영을 해왔다고 해명했지만 부정적인 여론을 돌리는 데는 애를 먹는 모습이었다.
 

또한, 한국에 입국한 이후 줄곧 동생 신동빈 회장을 깎아내리는 폭로에만 열을 올리는 모습도 국민 정서상 반감을 샀다. 신 전 부회장은 귀국 후 “신동빈 회장의 왜곡된 정보로 내가 (일본롯데에서) 영구 추방됐다” “신동빈 회장이 아버지한테 맞아서 아버지를 안 본다” “아버지가 신 회장을 교도소에 보내려고 했다” 등을 폭로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신 전 부회장이 귀국 후 했던 행보는 자충수가 돼 자신의 운신의 폭을 좁혔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 2일까지 여론전에 펼치다가 여론이 싸늘하게 돌아서자 칩거 중이다.
 
 
반면 신 회장은 한국에 귀국한 이후 줄곧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말을 구사하는 모습이다. 또한 우호지분을 확보하는 방법으로 경영능력을 보여주는 것을 택했다. 그는 한국에 온 이후 형제의 난으로 크게 흔들리고 있는 회사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입국한 첫째 날과 둘째 날은 제2롯데월드 현장을 방문하며 회사 내부의 혼란을 잠재우는 모습이었으며, 지난 5일에는 계열사 사장들의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현안 챙기기에 들어갔다.
 
신격호 총괄회장
건강이상 징후도
 
업계 관계자는 “귀국 후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의 행보가 판이하게 갈리면서 신 회장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이 강화되고 있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신 전 부회장은 귀국 후 분란을 만드는 모습을 보이는 데 반해 신 회장은 ‘형제의 난’ 이후 발생한 회사의 분란을 수습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설명했다.
 
<donkyi@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