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벌한 재벌가’ 골육상쟁 흑역사

돈 앞에선 피도 눈물도 없다

[일요시사 경제팀] 박호민 기자 = 재계에 물고 물리는 골육상쟁이 시작됐다. 롯데가의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내부 갈등이 세상 밖으로 드러난 것이다. 재계에서는 ‘피보다 진한 것이 돈(경영권)’이라는 말이 나온다. 과거에도 재계에서는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다툼이 끊이지 않아 이를 뒷받침 하고 있다.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골육상쟁’의 흑역사를 정리했다.

지난달 말 재계를 뒤흔든 사건이 터졌다.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해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에서 신격호 총괄회장이 전격 해임된 것이다. 신 총괄회장이 신동빈 회장을 해임하려다 역풍을 맞고 해임당한 사실까지 추가로 알려지면서 가족간 경영권 분쟁의 서막이 열렸다.

'형님-아우 전쟁' 형제끼리 한판 

재계에서는 그동안 신 총괄회장이 신 회장을 후계자로 낙점했다고 평가하는 시각이 많았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신동주 전 부회장이 부각되면서 형제의 난이 본격화 되는 모습이다. 현재 신 총괄회장을 비롯해 장녀 신영자 롯데재단 이사장 등이 신 전 부회장을 지지하는 모양새를 연출하면서 동주·동빈 형제의 난은 ‘반동빈VS동빈’ 구도로 확대됐다. 

재계 1위 삼성가도 형제의 난으로 몸살을 앓았다. 2012년 삼성의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이 남긴 유산을 두고 장남 이맹희 전 제일비료(CJ그룹) 회장과 3남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간 법정 다툼을 벌였다. 이맹희 전 회장은 이건희 회장이 삼성그룹의 핵심 계열사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의 주식을 아버지 이 초대 회장의 유산으로 받았는데 이 가운데 알려지지 않은 차명 주식을 이 회장이 가져갔다며 법원에 소를 제기했다. 그러나 이맹희 회장은 1심에서 패한 뒤 극적으로 화해를 하며 서둘러 왕자의 난을 수습했다.

 

두산그룹은 삼성보다 더 비참한 골육상쟁을 벌였다. 두산그룹의 창업주 고 박두병 초대회장의 차남인 박용오 전 성지건설 회장은 두산그룹 총수까지 올랐지만 2005년 가족회의에서 3남 박용성 전 회장에게 회장 자리를 물려주면서 ‘갈등의 씨앗’이 발아했다.


박용오 전 회장은 자신을 회장직에서 내린 것이 형 박용곤 회장(당시)과 박용만 부회장의 계획 하에 벌인 일이라고 생각하고 비자금 폭로전을 벌였다. 진흙탕 싸움을 벌인 대가는 컸다. 박용오 전 회장과 용성 전 회장 그리고 용만 회장까지 법원으로부터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일을 계기로 박용오 전 회장은 두산그룹내 모든 지위를 잃고 가문으로부터 제적당했다. 후에 박용오 회장은 자살을 한다. 유서에서 그는 성지건설의 경영난을 자살의 이유라고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가문에서 제적 당한 것이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유는 불분명하지만 박용오 회장이 왕자의 난 이후 불행한 결말을 맞이했다.

주요 그룹 대부분 오너일가 경영 다툼
선대 유산 두고 가족간 소송전도 불사 

대성그룹도 돈 앞에서 형제끼리 이빨을 드러냈다. 고 김수근 명예그룹 회장이 2001년 타계할 당시 마지막 유언은 3형제간의 우애였지만 자식들은 유지를 받들지 못했다. 김 명예 회장은 장남 김영대 회장에게는 대성그룹을, 차남 김영민 회장에게는 서울도시가스를, 3남 김영훈 회장에게는 대구도시가스를 넘겨줘 경영권 분쟁을 대비했지만 형제의 난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김 명예회장이 타계한 후 3형제는 남은 주식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다툼을 벌인 것도 모자라 어머니의 유산과 회사의 상호 등을 두고 치열한 다툼을 벌이며 재계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한진그룹도 골육상쟁의 흑역사가 있다. 한진그룹 창업주인 조중훈 전 회장이 2002년 작고한 뒤 남겨진 유산을 두고 형제간 치열한 다툼을 벌였기 때문이다. 조 전 회장은 유언조차 제대로 남기지 못하고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형제들은 재산 다툼을 벌였다.
 
재산을 두고 의견이 갈렸던 4형제(양호, 남호, 수호(2006년 사망), 정호)가 법정 다툼까지 가면서 세간의 눈살을 찌푸린 것. 결국 재산과 관련된 여러 소송 끝에 2011년 법원의 화해 권고를 받아들여 형제의 난은 마무리 됐지만 씁쓸한 재계의 단면을 드러냈다.

한화그룹 역시 창업주의 유언이 없어 형제의 난이 일어난 경우다. 1981년 고 김종희 창업주가 작고하면서 유언장을 남기지 않았지만 승연-호연 형제의 공동경영 체제에는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1992년 회사가 나뉘는 과정에서 경영권을 둘러싸고 치열한 다툼에 들어갔다. 동생 김호연 빙그레 회장이 형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을 상대로 재산권 분할 소송을 제기한 것. 이후 3년이 넘는 소송을 벌이다가 양측이 극적 화해를 하면서 한화가의 형제의 난은 끝이 났다.
 
금호그룹의 형제의 난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형제 경영을 해오던 금호그룹은 2006년 대우건설 인수를 계기로 형제의 난이 발발했다. 대우건설 인수후 회사의 경영난이 계속되자 2009년 넷째 박찬구 회장이 금호석유화학을 키우겠다며 분리경영을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양 측은 소송전으로 확대되면서 현재까지 소송을 벌이고 있다.
 

효성도 형제간 갈등을 드러냈다. 효성의 둘째 아들 조현문 변호사는 2011년까지 효성 부회장을 역임하다 회사를 떠나면서 지분을 모두 매각하고 형인 조현문 회장을 배임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오너 2·3세 많을수록 십중팔구 서로 ‘멱살잡이’
형제 3명 이상 집안서 거의 예외없이 ‘물고뜯어’
 
한라그룹은 왕자의 난 당시 회사가 경영난에 빠지며 눈총을 사기도 했다. 정인영 한라그룹 명예회장이 1997년 장남승계 원칙을 깨고 차남 정몽원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겨주면서 장남 정몽국 씨와의 갈등이 시작됐다.
 
정 회장 취임 후 1년이 채 안된 시점에서 그룹이 경영난에 빠지자 계열사 지분을 매각했는데 이 과정에서 몽국 씨의 지분도 처분한다. 이일을 계기로 몽국씨가 정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형제의 난이 발발했다. 결국 2009년 대법원이 정 회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몽국 씨는 한라그룹 경영권에서 멀어졌다.

   
현대차 그룹 내에서 2000년 발생한 왕자의 난은 골육상쟁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당시 장남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의 측근을 인사 조치하면서 왕자의 난은 시작됐다. 당시 현대차 그룹 창업주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살아있었지만 고령으로 인해 판단력이 흐려지면서 왕자의 난을 막지 못했다. 왕자의 난 이후 갈등 끝에 현대가는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 등으로 나눠졌다. 정몽헌 회장은 후에 2003년 대북송금, 비자금 사건 등으로 검찰 조사를 받다 투신해 자살했다.
 
'배다른 게 죄' 이복형제 불화
 
샘표의 경우는 좀 더 살벌하다. 이복형제 간의 다툼으로 총수일가가 경영권을 뺏길 위기에 처한 것이다. 형제의 난은 박승복 회장이 1997년 박진선 현 샘표 사장에게 넘겨주면서 시작됐다. 박 회장의 이복동생 박승재 전 사장이 반발한 것. 이후 박 회장을 비롯한 이복형제 일가가 우리투자증권의 사모펀드(PEF)에 지분 24.1%를 넘기면서 샘표그룹은 한동안 경영권 방어에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대한전선그룹도 이복 형제의 난을 겪었다. 대한전선그룹은 설경동 창업주가 둘째 부인의 자녀 고 설원량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기면서 이복형제들의 반발을 샀다. 결국 가족간의 갈등으로 비화되기도 했다. 태광그룹 역시 이복형제 간의 유산지급 소송에 휘말려 있으며 현재 진행중이다.
 
파라다이스도 이복형제들이 갈등의 불씨가 됐다. 파라다이스 전락원 창업주는 전처 사이에 1남1녀, 재혼후 만난 둘째 부인 사이에 한명의 딸이 있다. 이후 전 창업주가 타계한 뒤 유산을 놓고 이복형제들간 법정 소송전을 치렀다.
 
“돈 너무 좋아” 부모-자녀 소송
 
동아제약은 이복형제의 다툼이 부모자녀 간의 다툼으로 확대된 경우다. 강신호 회장이 첫 번째 부인 자식을 배제하고 재혼한 3·4남을 중심으로 승계작업에 들어가자 장남 강문석 회장이 반기를 들며 형제의 난을 일으켰다.
 
 
녹십자는 ‘모자의 난’이 일어났다. 고 허영섭 회장의 장남인 허성수 전 녹십자 부사장은 허 회장이 타계하면서 ‘장남의 상속을 배제한다’라는 유언을 남김에 따라 유산을 한 푼도 받지 못하게되자 어머니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 허 전 사장은 어머니 정인애씨를 상대로 유언장이 거짓으로 작성됐다며 유언 효력정지 등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면서 모자간 피말리는 소송전을 벌였다.
 

오양수산은 부모자녀간 갈등이 끝에 경쟁사로 넘어가는 비극을 맞았다. 고 김성수 회장이 2007년 작고한 뒤 상속 지분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어머니와 장남의 갈등이 터졌다. 갈등 끝에 어머니와 가족들이 김 회장의 소유 오양수산 지분을 경쟁사인 사조산업에 넘기면서 오양수산은 사조산업의 계열사로 편입됐다.
 
“남보다 더해” 친인척도 적
 
대림그룹의 경우 배다른 삼촌과 조카 등이 이른바 ‘숙질의 난’을 일으켰다. 대림통상의 이재우 회장과 그의 조카 이부용 전 대림산업 부회장이 경영권을 두고 맞붙었다. 현대가는 2000년 발생한 왕자의 난 이후 시숙의 난이 일어나기도 했다. 2003년 고 정몽헌 회장이 타계한 후 현대그룹을 이끌고 있는 현정은 회장(정 회장 부인)과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동생 정상영 KCC 명예회장이 현대엘리베이터를 두고 맞붙은 것. 현 회장은 사모펀드를 끌어들여 간신히 경영권을 방어하면서 시숙의 난을 정리했다.
 
<donky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오너 분쟁 없는 기업은?
 
모든 기업이 골육상쟁의 역사가 있는 것은 아니다. SK, LG, 신세계, 부영, OCI 등의 기업은 현재까지 친족간 큰 문제없이 회사를 꾸려나가고 있다.
 

SK의 경우 최태원을 주축으로 한 형제경영으로 친족간 별다른 다툼 없이 회사를 이끌어가고 있다. LG그룹의 경우는 큰 분쟁없이 계열분리에 성공해 성공적인 가족경영 사례로 꼽힌다. LG그룹은 2004년 LG그룹과 GS그룹으로 나눠졌으며, 이후 LG그룹은 LG그룹과 LS그룹으로 계열분리에 성공했다.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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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이후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미묘한 시기에 사정기관의 칼끝이 문재인정부를 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관에 대해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다’고 비판한다. 권력의 향방에 따라 행보를 달리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도기’ 상황에 놓여있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파면됐고 새 대통령은 아직 뽑히지 않았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 이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존재하긴 하지만, 한정된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기에 우리나라는 이른바 ‘반쪽짜리 정부’ 상태에 있는 셈이다. 새 정부 앞두고…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움직임은 느려진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전 정부와 180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보고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형태로 직에서 물러나면서 다음 정부는 여느 정부보다 ‘전 정부 지우기’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서 새로운 정책을 펴거나 기존 정책을 발전시키는 행보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사정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에라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특히 유력 후보와 관련한 사건은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칫하다가는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 이번 대선은 선거 기간이 짧아 국민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작은 사건이 대선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검찰과 감사원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후보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전 대통령이 표적이 됐다. 이전부터 해온 수사와 조사의 결과를 내놓는다고 하기엔 시기가 미묘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1년 12월 시민단체 고발 이후 3년5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수사해 왔다. 서씨가 취업했던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다혜씨와 서씨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다혜씨, 서씨와 공모해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이스타항공의 해외법인 격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서씨는 2018년 8월 취업 이후 2020년 3월까지 타이이스타젯에서 급여로 약 1억5000만원, 주거비 명목으로 6500만원을 받았다. 집값 통계 조작 결과 발표 청와대 외압 정황도 나와 검찰은 서씨의 취업으로 문 전 대통령이 그간 다혜씨 부부에게 주던 생활비 지원을 중단한 점을 들어 문 전 대통령이 이 금액만큼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봤다고 판단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의원은 “터무니없고 황당한 기소”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그는 “법정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넘어 검찰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행사되고 남용되고 있는지 밝히는 계기로 삼겠다”며 “수사권 남용 등 검찰의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 고소하는 것은 물론, 검찰을 개혁하는 기회로 여기겠다”는 발언도 내놨다. 검찰 기소에 앞서 감사원도 문정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문정부 임기 동안 부동산 등 국가 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가 통계 작성 기관 등에 압박을 가한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17일 감사원은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주택통계), 가계동향 조사(소득통계), 경제활동인구 조사(고용통계) 등을 감사한 자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11명)·국토교통부(7명)·한국부동산원(7명)·통계청(6명) 등 총 31명에 대해 징계 요구(14명)·인사자료 통보(17명) 등 엄중 조치하는 한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통계청 등에 통계의 정확성·신뢰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제도개선 통보 및 주의 요구를 처분했다. 검찰 기소 왜 지금? 감사원은 2023년 9월 대통령비서실·국토부·통계청·한국부동산원(이하 부동산원) 소속 22명 가운데 일부 주요 관련자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당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및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이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부는 주택 가격에 대해 부동산원에 ‘통계 결과를 미리 알고 싶다’며 사전 제공하도록 지시했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결과를 임의로 수정하고 통계 개선 명목으로 표본 가격을 조작하는 등 통계 왜곡을 은폐했다. 이렇게 집값 관련 통계 수치를 조작한 사례는 감사원 확인 결과 102건에 달했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압은 2018년 1월 서울 양천, 성남 분당의 주택 매매 가격 주간 변동률 왜곡 등에 처음 시작됐고, 2018년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요동치자, 객관적 근거도 없이 특정 지역 개발계획 철회 등 정부 발표 내용이 시장 안정에 효과를 준 것처럼 통계에 반영토록 요구했다. 감사원은 “국회·언론은 국정감사 등에서 주택 가격 동향 조사 변동률 등이 시장 상황 및 민간 통계 등과 다르다며 통계의 정확성·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으나 개별 표본 가격 등 구체적인 통계자료는 공개되지 않아 표본 가격이 시장가격과 격차가 벌어진 사실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문정부가 핵심 정책의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정부는 출범 때부터 ‘소득 주도 성장’을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도 정부 주도로 진행했다. 문제는 그 효과를 정부 차원에서 왜곡했다는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청은 2017년 각각 2·3·4분기 가계소득을 가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감소로 확인되자, 정당한 절차 없이 표본 설계에 없는 가중값을 임의로 적용해 가계소득을 증가시켰다. 부동산·고용 다 건드렸다 소득 불평등과 관련해서도 ‘마사지’가 들어갔다. 청와대는 2018년 1분기 소득5분위 배율이 역대 최악(5.95)으로 나타나자 통계청에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통계자료를 사전 제공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했다. 또 한 노동연구원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별 근로소득 불평등 개선’으로 보고·발표하도록 지시했다. 통계청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통계자료 제공 관련 보도 설명 자료 등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발표했다. 감사원 결과가 나온 이후 정치권은 들끓었다. 국민의힘은 ‘국기 문란 범죄’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감사원의 ‘표적 감사’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 모든 실패를 통계 조작으로 감추고 국민의 고통 위에 거짓의 탑만 쌓아 올렸다. 거짓의 탑이 무너지려고 하자 최재해 감사원장을 탄핵했다”며 “한술 더 떠서 이재명은 감사원을 민주당 자신들이 장악한 국회 아래로 이관해 손아귀에 틀어쥐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표본도, 지수 작성 방식도, 자료 수집 방식도 다른 통계를 동일선상에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 중의 상식”이라며 “이미 전 정권이 돼버린 윤석열정권의 잔당들이 전 정권(문재인정부)의 숨통을 기어이 끊어놓겠다는 의지가 부른 희대의 사건”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시기도 지적했다. 한 최고위원은 “윤석열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착수한 감사를 새 정부 수립을 불과 47일 앞둔 때에 마무리한 저의가 대체 무엇인가”라며 “대통령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저열한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북한 GP 파괴 두고도 수사 요청 민주 “해체 준하는 개혁” 반발 감사원은 지난달 24일에도 문정부 당시 군 인사 6명을 수사해달라 요청했다. 이들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북한이 파괴한 북한군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한 우리 측의 불능화 검증을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경두·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국방부·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이 수사 요청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2018년 체결한 9·19 군사 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GP 10개씩을 파괴하고 1개씩은 원형을 보존하면서 병력과 장비를 철수시킨 뒤 상호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당시 군 당국은 북한군 GP 1개당 총 7명씩 총 77명으로 검증단을 파견해 현장 조사를 한 뒤 북한군 GP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북한군 GP 지하시설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우리 군 당국이 이 부분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전직 군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지난해 1월 이 내용을 포함한 북한군 GP 불능화 검증 부실 의혹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그 결과가 이번 감사원의 수사 요청인 셈이다.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와 감사원의 연이은 문정부 ‘공격’에 민주당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검찰과 감사원이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하며 ‘신 관권선거’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5일 국회 소통관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감사원이 북한의 GP 파괴 관련 결과를 내놓은 이후다. 조 수석대변인은 “권력기관이 이제 대통령선거에까지 사실상 개입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마지막까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졸개이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내란 세력이 벌이는 최후의 저항을 국민과 함께 막아내고 내란 세력을 철저히 뿌리 뽑아 국민 주권을 돌려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대세 영향 미칠까? 앞서 민주당은 집값 등 통계 조작 관련 감사원 발표 이후 ‘해체에 준하는 개혁 대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 전 정권 탄압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서 나온 발언이다. 민주당은 “독립 기관이라는 존재 가치를 상실한 채 내란 옹호 기관이라는 오명을 안은 감사원에 닥칠 결말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문정부 표적 감사, 윤정부 부실 감사 등을 이유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해 최 원장은 직무에 복귀했으나 감사원장이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당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