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벌한 재벌가’ 골육상쟁 흑역사

돈 앞에선 피도 눈물도 없다

[일요시사 경제팀] 박호민 기자 = 재계에 물고 물리는 골육상쟁이 시작됐다. 롯데가의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내부 갈등이 세상 밖으로 드러난 것이다. 재계에서는 ‘피보다 진한 것이 돈(경영권)’이라는 말이 나온다. 과거에도 재계에서는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다툼이 끊이지 않아 이를 뒷받침 하고 있다.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골육상쟁’의 흑역사를 정리했다.

지난달 말 재계를 뒤흔든 사건이 터졌다.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해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에서 신격호 총괄회장이 전격 해임된 것이다. 신 총괄회장이 신동빈 회장을 해임하려다 역풍을 맞고 해임당한 사실까지 추가로 알려지면서 가족간 경영권 분쟁의 서막이 열렸다.

'형님-아우 전쟁' 형제끼리 한판 

재계에서는 그동안 신 총괄회장이 신 회장을 후계자로 낙점했다고 평가하는 시각이 많았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신동주 전 부회장이 부각되면서 형제의 난이 본격화 되는 모습이다. 현재 신 총괄회장을 비롯해 장녀 신영자 롯데재단 이사장 등이 신 전 부회장을 지지하는 모양새를 연출하면서 동주·동빈 형제의 난은 ‘반동빈VS동빈’ 구도로 확대됐다. 

재계 1위 삼성가도 형제의 난으로 몸살을 앓았다. 2012년 삼성의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이 남긴 유산을 두고 장남 이맹희 전 제일비료(CJ그룹) 회장과 3남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간 법정 다툼을 벌였다. 이맹희 전 회장은 이건희 회장이 삼성그룹의 핵심 계열사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의 주식을 아버지 이 초대 회장의 유산으로 받았는데 이 가운데 알려지지 않은 차명 주식을 이 회장이 가져갔다며 법원에 소를 제기했다. 그러나 이맹희 회장은 1심에서 패한 뒤 극적으로 화해를 하며 서둘러 왕자의 난을 수습했다.

 

두산그룹은 삼성보다 더 비참한 골육상쟁을 벌였다. 두산그룹의 창업주 고 박두병 초대회장의 차남인 박용오 전 성지건설 회장은 두산그룹 총수까지 올랐지만 2005년 가족회의에서 3남 박용성 전 회장에게 회장 자리를 물려주면서 ‘갈등의 씨앗’이 발아했다.


박용오 전 회장은 자신을 회장직에서 내린 것이 형 박용곤 회장(당시)과 박용만 부회장의 계획 하에 벌인 일이라고 생각하고 비자금 폭로전을 벌였다. 진흙탕 싸움을 벌인 대가는 컸다. 박용오 전 회장과 용성 전 회장 그리고 용만 회장까지 법원으로부터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일을 계기로 박용오 전 회장은 두산그룹내 모든 지위를 잃고 가문으로부터 제적당했다. 후에 박용오 회장은 자살을 한다. 유서에서 그는 성지건설의 경영난을 자살의 이유라고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가문에서 제적 당한 것이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유는 불분명하지만 박용오 회장이 왕자의 난 이후 불행한 결말을 맞이했다.

주요 그룹 대부분 오너일가 경영 다툼
선대 유산 두고 가족간 소송전도 불사 

대성그룹도 돈 앞에서 형제끼리 이빨을 드러냈다. 고 김수근 명예그룹 회장이 2001년 타계할 당시 마지막 유언은 3형제간의 우애였지만 자식들은 유지를 받들지 못했다. 김 명예 회장은 장남 김영대 회장에게는 대성그룹을, 차남 김영민 회장에게는 서울도시가스를, 3남 김영훈 회장에게는 대구도시가스를 넘겨줘 경영권 분쟁을 대비했지만 형제의 난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김 명예회장이 타계한 후 3형제는 남은 주식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다툼을 벌인 것도 모자라 어머니의 유산과 회사의 상호 등을 두고 치열한 다툼을 벌이며 재계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한진그룹도 골육상쟁의 흑역사가 있다. 한진그룹 창업주인 조중훈 전 회장이 2002년 작고한 뒤 남겨진 유산을 두고 형제간 치열한 다툼을 벌였기 때문이다. 조 전 회장은 유언조차 제대로 남기지 못하고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형제들은 재산 다툼을 벌였다.
 
재산을 두고 의견이 갈렸던 4형제(양호, 남호, 수호(2006년 사망), 정호)가 법정 다툼까지 가면서 세간의 눈살을 찌푸린 것. 결국 재산과 관련된 여러 소송 끝에 2011년 법원의 화해 권고를 받아들여 형제의 난은 마무리 됐지만 씁쓸한 재계의 단면을 드러냈다.

한화그룹 역시 창업주의 유언이 없어 형제의 난이 일어난 경우다. 1981년 고 김종희 창업주가 작고하면서 유언장을 남기지 않았지만 승연-호연 형제의 공동경영 체제에는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1992년 회사가 나뉘는 과정에서 경영권을 둘러싸고 치열한 다툼에 들어갔다. 동생 김호연 빙그레 회장이 형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을 상대로 재산권 분할 소송을 제기한 것. 이후 3년이 넘는 소송을 벌이다가 양측이 극적 화해를 하면서 한화가의 형제의 난은 끝이 났다.
 
금호그룹의 형제의 난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형제 경영을 해오던 금호그룹은 2006년 대우건설 인수를 계기로 형제의 난이 발발했다. 대우건설 인수후 회사의 경영난이 계속되자 2009년 넷째 박찬구 회장이 금호석유화학을 키우겠다며 분리경영을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양 측은 소송전으로 확대되면서 현재까지 소송을 벌이고 있다.
 

효성도 형제간 갈등을 드러냈다. 효성의 둘째 아들 조현문 변호사는 2011년까지 효성 부회장을 역임하다 회사를 떠나면서 지분을 모두 매각하고 형인 조현문 회장을 배임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오너 2·3세 많을수록 십중팔구 서로 ‘멱살잡이’
형제 3명 이상 집안서 거의 예외없이 ‘물고뜯어’
 
한라그룹은 왕자의 난 당시 회사가 경영난에 빠지며 눈총을 사기도 했다. 정인영 한라그룹 명예회장이 1997년 장남승계 원칙을 깨고 차남 정몽원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겨주면서 장남 정몽국 씨와의 갈등이 시작됐다.
 
정 회장 취임 후 1년이 채 안된 시점에서 그룹이 경영난에 빠지자 계열사 지분을 매각했는데 이 과정에서 몽국 씨의 지분도 처분한다. 이일을 계기로 몽국씨가 정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형제의 난이 발발했다. 결국 2009년 대법원이 정 회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몽국 씨는 한라그룹 경영권에서 멀어졌다.

   
현대차 그룹 내에서 2000년 발생한 왕자의 난은 골육상쟁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당시 장남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의 측근을 인사 조치하면서 왕자의 난은 시작됐다. 당시 현대차 그룹 창업주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살아있었지만 고령으로 인해 판단력이 흐려지면서 왕자의 난을 막지 못했다. 왕자의 난 이후 갈등 끝에 현대가는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 등으로 나눠졌다. 정몽헌 회장은 후에 2003년 대북송금, 비자금 사건 등으로 검찰 조사를 받다 투신해 자살했다.
 
'배다른 게 죄' 이복형제 불화
 
샘표의 경우는 좀 더 살벌하다. 이복형제 간의 다툼으로 총수일가가 경영권을 뺏길 위기에 처한 것이다. 형제의 난은 박승복 회장이 1997년 박진선 현 샘표 사장에게 넘겨주면서 시작됐다. 박 회장의 이복동생 박승재 전 사장이 반발한 것. 이후 박 회장을 비롯한 이복형제 일가가 우리투자증권의 사모펀드(PEF)에 지분 24.1%를 넘기면서 샘표그룹은 한동안 경영권 방어에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대한전선그룹도 이복 형제의 난을 겪었다. 대한전선그룹은 설경동 창업주가 둘째 부인의 자녀 고 설원량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기면서 이복형제들의 반발을 샀다. 결국 가족간의 갈등으로 비화되기도 했다. 태광그룹 역시 이복형제 간의 유산지급 소송에 휘말려 있으며 현재 진행중이다.
 
파라다이스도 이복형제들이 갈등의 불씨가 됐다. 파라다이스 전락원 창업주는 전처 사이에 1남1녀, 재혼후 만난 둘째 부인 사이에 한명의 딸이 있다. 이후 전 창업주가 타계한 뒤 유산을 놓고 이복형제들간 법정 소송전을 치렀다.
 
“돈 너무 좋아” 부모-자녀 소송
 
동아제약은 이복형제의 다툼이 부모자녀 간의 다툼으로 확대된 경우다. 강신호 회장이 첫 번째 부인 자식을 배제하고 재혼한 3·4남을 중심으로 승계작업에 들어가자 장남 강문석 회장이 반기를 들며 형제의 난을 일으켰다.
 
 
녹십자는 ‘모자의 난’이 일어났다. 고 허영섭 회장의 장남인 허성수 전 녹십자 부사장은 허 회장이 타계하면서 ‘장남의 상속을 배제한다’라는 유언을 남김에 따라 유산을 한 푼도 받지 못하게되자 어머니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 허 전 사장은 어머니 정인애씨를 상대로 유언장이 거짓으로 작성됐다며 유언 효력정지 등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면서 모자간 피말리는 소송전을 벌였다.
 

오양수산은 부모자녀간 갈등이 끝에 경쟁사로 넘어가는 비극을 맞았다. 고 김성수 회장이 2007년 작고한 뒤 상속 지분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어머니와 장남의 갈등이 터졌다. 갈등 끝에 어머니와 가족들이 김 회장의 소유 오양수산 지분을 경쟁사인 사조산업에 넘기면서 오양수산은 사조산업의 계열사로 편입됐다.
 
“남보다 더해” 친인척도 적
 
대림그룹의 경우 배다른 삼촌과 조카 등이 이른바 ‘숙질의 난’을 일으켰다. 대림통상의 이재우 회장과 그의 조카 이부용 전 대림산업 부회장이 경영권을 두고 맞붙었다. 현대가는 2000년 발생한 왕자의 난 이후 시숙의 난이 일어나기도 했다. 2003년 고 정몽헌 회장이 타계한 후 현대그룹을 이끌고 있는 현정은 회장(정 회장 부인)과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동생 정상영 KCC 명예회장이 현대엘리베이터를 두고 맞붙은 것. 현 회장은 사모펀드를 끌어들여 간신히 경영권을 방어하면서 시숙의 난을 정리했다.
 
<donky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오너 분쟁 없는 기업은?
 
모든 기업이 골육상쟁의 역사가 있는 것은 아니다. SK, LG, 신세계, 부영, OCI 등의 기업은 현재까지 친족간 큰 문제없이 회사를 꾸려나가고 있다.
 

SK의 경우 최태원을 주축으로 한 형제경영으로 친족간 별다른 다툼 없이 회사를 이끌어가고 있다. LG그룹의 경우는 큰 분쟁없이 계열분리에 성공해 성공적인 가족경영 사례로 꼽힌다. LG그룹은 2004년 LG그룹과 GS그룹으로 나눠졌으며, 이후 LG그룹은 LG그룹과 LS그룹으로 계열분리에 성공했다.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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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