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 오른 LG생활건강 사고 대처법

일단 발뺌부터…그리고 모르쇠

[일요시사 경제팀] 박호민 기자 = 식품을 취급하는 회사의 제품에서 이물질이 나오는 것은 치명적이다. 해당 제품은 물론이고 회사 이미지마저 크게 훼손되면서 매출이 곤두박질친다. 관련 회사는 제품 공정 과정에 심혈을 기울이지만 인터넷 발달로 이물질 논란을 피하기 쉽지 않다.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불특정 다수에게 정보가 제공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LG생활건강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LG생활건강이 극적으로 위기를 탈출했다. 앞서 LG생활건강이 출시한 액상 분유 ‘베비언스’에서 애벌레가 나오면서 회사측을 비난하는 여론은 극에 달했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가 LG생활건강의 손을 들어주면서 한 숨 돌리게 됐다.
 
예나 지금이나…
 
논란은 지난 1일 인터넷 커뮤니티에 한 네티즌이 ‘베비언스’에서 구더기가 나왔다며 이를 고발하는 내용의 글과 사진을 게재하면서 시작됐다. 공개된 게시물은 아이에게 유통기한이 2015년 11월 15일까지로 돼 있는 베비언스 액상분유를 먹였는데 해당 액상분유 병뚜껑에서 구더기가 나왔다고 호소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특히 글을 작성한 네티즌은 해당 액상분유를 먹은 아이가 묽은 변을 보고, 먹은 것을 게워내는 등의 증상을 보인다고 주장하면서 네티즌들의 공분을 샀다. LG생활건강은 논란이 확대되자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모습을 보였다.
 
LG생활건강은 17일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아기제품이기에 엄마의 마음으로 항상 최선을 다해 만들고 있다. 액상분유는 제조공정상 살아 있는 벌레 혹은 이물이 들어갈 수 없는 제품으로 아기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현재 인터넷 상의 내용은 사실과 차이가 있으며 보다 세부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빠른 시간내 다시 말씀 드리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LG생활건강 측에서 피해보상 취지로 현금을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사실도 게시글을 통해 알려지면서 여론은 더욱 악화되는 모습이었다. 글쓴이가 고객상담실의 파트장이 연락을 취해 와 피해보상으로 50만원을 주겠다고 제안했다고 밝힌 것이다. LG생활건강은 보상 문제에 대해서 “글쓴이로부터 클레임을 받은 후 협의를 진행하면서 정신적 피해 보상 차원에서 생활용품 또는 50만원 보상을 제안했으나 이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악화된 여론을 돌리기는 쉽지 않았다. 해당 사진과 내용이 인터넷을 타고 급속도로 퍼지면서 불매운동으로 퍼질 위기까지 닥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상황은 급반전을 하게 됐다. 21일 식약처가 제조공정 및 유통과정에서 애벌레가 들어갈 가능성이 현저하게 낮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소비단계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확률이 높다고 봤다. 결과적으로 식약처가 LG생활건강의 과실이 없음을 증명해 주면서 해당 사건은 해프닝으로 마무리 할 수 있게 됐다. LG생활건강으로서는 뜻하지 않게 한해 농사를 망칠 위기에서 벗어난 것이다. 과거에도 LG생활건강은 애벌레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2008년 10월 18일 한 언론사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의 기저귀 제품에서 애벌레가 나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애벌레 분유 논란…극적으로 위기 탈출
대응과정서 돈으로 입막음 정황 드러나
 
기사 내용을 살펴보면 LG생활건강에서 내놓은 기저귀를 사용한 노모(당시 29세)씨가 18개월 된 자신의 아이의 기저귀를 갈던 중 애벌레를 발견했다. 다음날에도 기저귀에서 애벌레 2마리를 발견한 노씨는 LG생활건강 소비자센터에 신고했다. LG생활건강의 논란에 대한 대처는 애벌레 논란이 난 액상분유 때와 비슷했다. LG생활건강 측은 기저귀 제조공정 중에는 압축하는 과정이 있어 그럴리(애벌레가 들어갈 일) 없다고 밝혔다.
 
또 하자 의혹을 받고 있는 기저귀를 수거하려한다는 의혹도 같이 퍼지면서 LG생활건강 측을 당혹케 했다. 이에 LG생활건강은 “기저귀 애벌레 사건은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바와 같이 ‘기저귀를 뒤늦게 수거했다’거나 ‘본사로 보내달라는 요청을 했다’는 등의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해야 했다.
 
 
지난해에는 물티슈 업계에 유해성분 논란이 일면서 LG생활건강 역시 적극적으로 해명해야 했다. 불필요한 괴소문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LG생활건강은 작년 1월 당시 불거지고 있는 국내 물티슈 제품의 안전성 논란과 관련 보도자료를 내고 “최근 일부 언론에서 보도한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일부 물티슈 제품에서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함유됐다’는 내용에 대해 소비자들의 문의가 늘고 있다”며 “자사가 생산하고 있는 토디앙 물티슈 제품은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LG생활건강 측에 따르면 판매 중인 토디앙 물티슈에는 가습기 살균제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된 화학물질 4종(PGH·CMIT·MIT·PHMG)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국가기술표준원이 고시한 유해화학물질의 안전요건을 철저하게 준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LG생건 관계자는 “물티슈에 포함된 액상성분의 안전 역시 피부에 적용되는 특성을 고려해 화장품 기준으로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제품만을 제조, 판매하도록 하겠다”며 괴소문을 사전에 차단했다.
 

“큰 코 다친다”
 
최근 들어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무차별적인 기업 폭로성 글이 올라오고 확산되면서 유통 및 식품업계의 피로감은 상당한 상황이다.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 대부분이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많기 때문이다. 식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터넷의 순기능도 있지만 검증되지 않은 내용이 인터넷에 사실처럼 퍼질 경우 회사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곤란한 경우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donkyi@ilyosisa.co.kr>
 
 
<기사속 기사> 기업들 블랙컨슈머 대처법
 
네티즌들은 LG생활건강의 이번 논란을 두고 블랙컨슈머의 피해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실제 기업이나 사업체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블랙컨슈머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경우가 많다.실제 지난 2월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가운데 83.4%가 블랙컨슈머를 경험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적극적 대응으로 문제를 해결했다는 응답은 전체 14.3%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나머지 83.4%는 별다른 대처를 못 하고 ‘검은 요구’를 들어줬다고 답했다. <호>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