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데자뷰' 박근혜정부 묻지마 개발 왜?

MB는 강 팠고 GH는 산 깐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정부의 '산악관광 활성화' 대책을 둘러싸고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와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 국회가 서로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다. 한쪽에선 경기부양을 근거로 낙관론을 펴고 있는 반면 다른 쪽에선 환경파괴와 대기업 특혜 논란 등을 지적하고 있다. 일각에선 지난 정부의 '4대강 사업'과 이번 대책을 비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규제 완화가 핵심인 이번 발표의 최대 수혜자는 누구일까. 또 피해자는 누가될 것인가.

지난 10일 행정자치부와 전북도는 '전북지역 규제개혁 끝장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걷어내는 산·들 규제 확 살아나는 전북경제'라는 주제로 열렸다. 주요 토론 의제는 산악관광 규제 완화였다. 토론에서 전북도는 ▲지리산 산악철도(궤도)설치 제한 완화 ▲지리산 산악관광개발사업 허가기준 완화 ▲내장산 관광호텔 신축부지(일부) 보전산지 해제 등을 요구했다. 전북도는 지리산을 포함한 관내 토지의 56%가 임야로 구성돼 있다.

선거 앞두고…

산악관광 규제 완화는 전경련이 지난 수년간 끈질기게 요구해 온 숙원사업이기도 하다. 전경련은 지난달 '경제단체와 함께 푸는 규제혁신 대토론회'에서 규제 완화를 촉구했다. '풍부한 산악 자원을 보유하고도 개발과 투자가 불가능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었다. 국토연구원도 힘을 실었다. 장철순 선임연구위원은 이달 끝장 토론회에 참석해 스위스 알프스 등 유명 산악관광지 사례를 열거하며 "친환경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지난 9일 '제8차 무역투자진흥회의'를 개최하고 '산악관광진흥구역' 도입을 공식화했다. 정부안의 핵심은 전체 산지의 70%에 해당하는 지역에 관광·휴양·레저시설(스키장, 골프장, 온천, 호텔, 콘도 등) 입지를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또 개발에 참여한 사업자에게는 재정지원 및 세제 혜택, 부담금 감면 등을 제공해 투자를 유치토록 한다는 구상이다.

관련법이 통과되면 개발이 제한됐던 산 중턱과 정상에 골프장이나 호텔을 지을 수 있다.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한라산과 지리산 일대에 복합 리조트가 들어설 가능성이 있다. 현재까지 정부는 국립공원 개발을 유보하고 있지만 지자체와 대기업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만큼 빗장은 언제든 풀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주무부처로 지목된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안에 '산악관광 활성화법'을 발의할 계획이다. 세부적으로 법안에는 산악관광진흥구역 개발면적이 최소 3만㎡ 이상으로 적시될 전망이다. 이는 진입장벽을 높여 자금력이 있는 대기업에게만 투자 및 개발을 허용하겠다는 뜻이다. 일부 환경단체에서 '대기업 특혜' 시비를 제기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정부는 '개발면적 3만㎡'를 심사를 위한 마지노선으로 못박았다.

박근혜정부는 취임 초부터 산을 수익모델로 삼은 재계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내정된 지난 7월 이후로는 본격적인 규제 완화에 나섰다. '산지관광특구제도' 도입을 공론화하는 한편 평균 경사 25도, 표고 50% 초과(산 중턱에서 산 정상) 지역 개발을 허가하도록 유관 부처에 주문했다. 사실상 전국 대부분의 산을 개발대상에 포함하겠다는 계획이다. 국회 내 손꼽히는 '골프광'으로 알려진 최 부총리는 산악개발을 위한 근거 마련에 골몰한 모습이다.

전경련·지자체 한목소리로 산악개발 촉구
국립공원인 한라산·지리산 대기업 먹잇감

실제 정부는 전경련 내부 보고서를 수차례 인용했다. 최근 있었던 대책 발표 역시 전경련의 민원을 들어준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전경련은 지난 6월 '산악관광 활성화를 위한 정책과제'를 정부 쪽에 건의했다. 보고서에서 전경련은 "산악 규제가 풀리면 18만개의 일자리가 생긴다"라고 주장했다. 또 이웃 일본의 사례를 들며 "철도를 산 정상까지 연결해야 한다"라고도 했다.

당초 정부가 작성한 초안에는 국립공원이 산악관광진흥지역에 선정돼 있었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어떤 이유인지 최종 발표에서는 제외됐다. 이를 두고 전경련 측은 언론을 통해 유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앞서 밝혔듯 국립공원 개발은 시기상의 문제일 뿐 허가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당장 정부는 국립공원 내 산악 케이블카 설치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지난 14일 환경부는 설악산 케이블카 공청회를 열었다. 앞서 정부는 '제6차 무역투자진흥회의' 당시 설악산 오색지구부터 대청봉까지 연결되는 케이블카 설치 계획을 밝혔다. 설악산뿐 아니라 지리산 4곳(구례·남원·산청·함양)에서도 케이블카 설치가 추진되고 있다. 한 구역당 공사비는 200~500억원대로 추정된다.

지역 환경단체는 "설악산 훼손이 가속화될 것"이라며 케이블카 설치에 반발하고 있다. 반면 경기침체의 출구를 찾고 있는 지자치 단체는 몸이 달은 분위기다. 지난해 9월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계획을 전하면서 "스위스 융프라나 마테호른 같은 산악지대에는 해발 3000미터에도 호텔이 있는데 우리가 (산악개발을) 환경문제로 금기시 하는 것에선 벗어나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낙연 전남도지사 역시 6·4지방선거를 전후로 윤성규 환경부 장관에게 케이블카 설치를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의 경우 야당을 중심으로 정부 주도의 환경 파괴를 우려하고 있다. '4대강 사업으로 온 강이 초토화된 것도 모자라 30년을 가꾼 녹지를 훼손하느냐'는 것이다. 지난 11일 정의당 김제남 의원은 성명을 내고 정부의 산악관광 활성화 대책을 비판했다. 김 의원은 이날 "나무가 과밀하기 때문에 전체 산지의 70%를 관광단지로 만들겠다는 정부의 뻔뻔한 논리에 허탈할 지경"이라며 "정부가 내놓은 관광산업 육성 대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것과 다름없는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윤관석 의원도 날을 세웠다. 그는 지난 13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에서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직접 겨냥했다. 윤 의원은 "개발업자에게 부담금 감면 등 각종 혜택을 주면서까지 대한민국 산림을 훼손하는 사업을 추진하는 이유를 가늠하기 어렵다"라며 "개발이 목표가 아니라 대통령 보고를 위한 대책은 아닌지 의심된다"라고 말했다.

또 "산악개발을 허용하기 위해선 국유림법, 문화재보호법, 산림법 등 12개가 넘는 법률을 개정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운 법률들을 어떻게 고쳐서 추진하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김 장관은 "자연환경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사업을) 추진할 것"이란 원론을 되풀이했다.

야권은 정부가 발표한 투자활성화 대책을 믿지 못하는 눈치다. 실제 정부는 22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쏟아 부었지만 경기는 회복되지 않았다. 이번 대책에서 정부는 '5조원+α'의 경제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실효성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이 제기된다.

선심성 정책

사실 이번 대책은 경제효과보다는 선거를 노린 '선심성 정책'으로 의심 받는다. 해당 정책으로 대규모 건설공사가 시행되면 득을 보는 곳은 결국 정부·여당이다. 이들은 대기업의 부탁을 들어주면서 총선에 필요한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또 낙후된 지역개발이란 명분으로 표심을 살 수 있다.

따지고 보면 산악개발로 정부와 지자체, 대기업 어느 곳도 손해보지 않는다. 비슷한 예로 4대강 사업 당시 건설업계가 이명박정부를 밀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일화다. 멀쩡한 국립공원이 훼손된다 하더라도 일시적으로 지역경기는 살아난다. 경기가 살아나면 표심은 정부에 몰리게끔 돼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별명인 '선거의 여왕'은 허언이 아니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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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