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기억을 그리는 현대미술가 홍성용

"당신의 추억을 저장합니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서울 종로구 삼청로 갤러리도스에서 지난 15일부터 특별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동양화를 전공한 '현대미술가' 홍성용이 기획한 전시로 전시제목은 'Instant Eternity'이다. 영원 속 순간을 붙잡기 위한 작가의 노력은 사진 인화와 타투 퍼포먼스로까지 확대됐다. 기억을 파고드는 작가의 놀라운 집중력과 섬세한 감정처리가 돋보인다.

지난해 12월 동양화와 한국화를 전공한 6명의 작가가 이색전인 전시를 준비했다. 한국조폐공사와 함께 기획한 전시 제목은 '쇼미더머니'였다. 우리 화폐 속 명사인 세종대왕, 신사임당, 율곡 이이 등은 그림의 소재가 됐다.

동양화 전공

전시에 참여한 6인 가운데는 홍성용 작가가 있었다. 홍 작가는 선글라스를 쓴 퇴계 이황을 테마로 유쾌한 그림을 선보였다. 이보다 한 달 앞선 11월에는 홍 작가의 작품이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 출품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는 삼성전자와 협업해 시각장애 어린이를 돕기 위한 '예술작품 TV'를 제작했다. 금박을 입힌 TV 뒷면에 벽화 형태의 이미지를 구현한 작품으로 작품주제는 'TV에 대한 기억'이었다.

그간 홍 작가는 '자신의 기억'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타인의 기억'(혹은 공동의 기억)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이번 갤러리도스 기획전 역시 타인의 기억이 소재가 됐다. 자신의 SNS를 통해 랜덤으로 작업 신청을 받고, 각 신청자와 이메일을 교환하며 그 시간을 형상화하는 작업을 시도했다.

먼저 작가는 옻칠을 이용해 황금빛 도화지를 만들었다. 그 안에 타인과 나눈 이야기를 담았다. 제작된 작품들은 일종의 유물처럼 연출됐다. 고대 양피지를 연상케 하는 종이와 멋스러운 필체의 영문이 조합됐다.


금박을 입힌 화면에는 저마다의 사연이 가득했다. 어떤 이는 소중한 기억을 영원토록 잊고 싶어 하지 않으며, 또 다른 이는 미워하던 누군가를 용서하고 싶어 했다. 혹 누군가는 작가와의 이야기를 통해 희망을 얻고자 했다. 홍 작가는 각 사연에 조명을 비춰 화려하게 빛나도록 했다. 여러 사람들의 기억이 빛처럼 영원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갤러리도스서 'Instant Eternity'전
사진에 옻칠하고 인체에 직접 문신

이번 전시의 가장 큰 특징은 타투 퍼포먼스다. 홍 작가는 자신이 그린 도안을 신청자의 인체에 새기는 타투 퍼포먼스를 시도했다. 전통재료인 옻칠을 대표하는 '동양화가'가 관객의 인체에 문신을 했다는 것은 상당한 파격이었다. 홍 작가는 각자의 사연을 신청자의 신체에 영원한 이미지로 남도록 각인했다. 그리고 이 '타인의 기억'을 다시 '자신의 기억'으로 만들었다. 사진을 통해서도 순간을 기록한 것이다.

순간을 의미하는 사진과 영원을 뜻하는 옻칠의 어울림은 서로 대비되는 효과를 낳았다. 작가는 사진과 옻칠을 동시에 사용해 한 개인의 과거와 현재, 나아가 미래의 경험을 연결하고자 했다. 홍 작가는 "영원을 새긴다고는 하지만 영원하지 못할 것을 알기에 슬픔을 느끼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또 "도안의 이야기를 준 사람들이 사라지고 작품만 남게 되었을 때 비로소 완성되는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관객과 소통

작가는 이번 프로젝트를 준비하며 많은 사람들과 소통했다. 그는 "참여자가 공통적으로 남들이 보는 자신의 모습과 자신이 보는 자신의 모습 사이에서 느끼는 괴리감에 힘겨워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어쩌면 이들의 괴로움은 우리 모두의 고민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Instant Eternity'전은 한 개인이 잊고 있던 사연이 대화를 통해 복원되고 '타투'와 '사진'으로 채집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나아가 인체는 사라지지만 기억은 남길 수 있다는 희망을 선물한다. 이는 추억을 만들어주는 매개체로서의 작품인 동시에 추억을 봉인하는 방부제로서의 전시로 풀이될 수 있다. 전시는 오는 20일까지다.

  


<angeli@ilyosisa.co.kr>

 

[홍성용 작가는?]

▲서울대 미술대 동양화과 졸업 및 동대학원 미술학 박사 과정 수료
▲University of Brighton MA Sequential Design / Illustration 졸업
▲개인전 갤러리 아트링크(2005), 갤러리 도올(2006), 가가갤러리(2013), 아뜰리에 터닝(2014) 등 7회
▲그룹전 중국 북경 공화랑, 서울시립미술관 경희궁미술, 은암미술관,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본관, 갤러리 아트스페이스H 등 다수
▲문예진흥기금 신진작가부분 선정(2008), 서울문화재단 기금 시각예술부분 선정(2008), 아트스타코리아 참여 작가(2014) 등 수상
▲국립미술 창작스튜디오 레지던시 프로그램(2006)
▲삼성 커브드 UHD TV 협업작품 홍콩 그리스티 경매출품(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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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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