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세금 안내는 거물들 추적 (32)장수홍 전 청구그룹 회장

전직 장관과 손잡고 실버산업 눈독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정부는 항상 세수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돈이 없다"면서 만만한 서민의 호주머니를 털기 일쑤다. 그런데 정작 돈을 내야할 사람들은 부정한 방법으로 조세를 회피하고 있다.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까지 정부가 걷지 못한 세금은 40조원에 이른다. <일요시사>는 연재 30번째를 맞아 국세청 기준 100억원 이상을 체납한 고액체납자 특집을 두 차례(31화, 32화) 마련할 예정이다. 32화는 347억8200만원을 체납한 장수홍 전 청구그룹 회장이다.

2011년 8월25일 서울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는 성대한 결혼식이 열렸다. 이날 서향희 변호사의 여동생인 서모양과 장수홍 전 청구그룹 회장의 차남 장모씨는 서로 백년가약을 맺었다. 서 변호사는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회장의 부인이며, 장 전 회장은 한때 재계서열 30위권까지 오른 대기업 총수 출신이다. 결혼식에 참석한 장 전 회장은 환한 미소로 하객들을 반겼다.

권력과 사돈

이로부터 약 1년 뒤 18대 대선을 앞두고 서 변호사와 관련한 의혹이 언론에 제기됐다. 2012년 9월 인터넷매체 <프레시안>은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올케 서향희 변호사의 사돈이 12억원대 사기 혐의로 기소됐으나 무죄가 나온 배경을 두고 의혹이 일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기사에 언급된 사돈은 장 전 회장이다.

당시 <프레시안>은 사기 피해자라고 주장한 A씨의 말 등을 인용해 "장 전 회장이 피해자들과의 민사 소송에서 줄줄이 패소했으나 형사 재판에서 사기 혐의가 입증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A씨가 주장한 의혹의 골자는 법원이 '봐주기 판결'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장 전 회장은 이어진 해명을 통해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A씨의 주장을 일축했다.

이후 '박근혜 후보'는 51.6%의 득표로 청와대의 주인이 됐다. 자연스레 장 전 회장과 관련한 보도는 언론에 등장하지 않았다. 의혹은 의혹일 뿐 진실로 규명된 부분은 없었다. 그럼에도 두 가지 사실만은 분명했다. 첫째, 장 전 회장이 당시 공판을 앞두고 서울중앙지법 판사 출신의 변호사를 선임했다는 것과 둘째, 논란이 된 '평택 프로젝트'에 투자금 '십수억원'을 집어넣고 손해를 입었다는 내용이다.


위 두 가지 사실이 중요한 이유는 장 전 회장이 고액체납자라는 데 있다. 세금 낼 돈은 없지만 고가의 변호사 수임료와 여분의 투자금은 챙겼다는 것이다. 국세청이 공개한 고액체납자 명단에는 '장수홍'이란 이름이 선명했다.

장 전 회장은 1993년부터 종합소득세 등 30건의 세금을 내지 않았다. 국세청이 거둘 세금은 252억3200만원이다. 납부기한은 2004년 5월31일까지로 나타났다. 청구그룹의 계열사 가운데 하나인 ㈜블루힐백화점도 고액체납 법인에 등재돼 있다. 1994년부터 부가가치세 등 8건의 세금을 체납했다. 납부기한은 2004년 3월31일, 체납액은 95억5000만원으로 확인됐다.

국세청 개인 252억 법인 95억 체납 
대기업 총수 출신 롤러코스터 인생

㈜블루힐백화점의 명의상 대표는 김시학씨다. 김씨는 청구그룹 부회장을 지냈고, 장 전 회장과는 사돈관계다. 김씨의 여동생인 시임씨는 장 전 회장의 부인이다. 안동 출신인 시임씨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구시지부 여성위원장을 지내는 등 활발한 대외활동을 벌였다. 자신의 출신 모교에는 대학 발전기금으로 1억원을 내놓기도 했다.

학교 사랑은 전 회장도 아내에 못지않았다. 1997년 경북대학교(이하 경북대) 명예 박사학위(경영학)를 받은 그는 경북대 사범대 부설 중·고등학교에 도서실 열람대와 의자를 기증했다. 기증 시점은 박사학위를 수여하기 전인 1992년 7월로 드러났다. 또 장 전 회장은 1996년 6월 TBC문화재단(교육분야 공익법인)을 설립해 경북대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했다. TBC문화재단은 오늘날까지 장학 사업을 잇고 있다.

당시 장 전 회장이 문화재단을 설립한 이유는 대구방송(TBC)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함으로 풀이됐다. 청구그룹의 지주회사격인 ㈜청구는 대구방송의 대주주였다. 2000년대 들어 장 전 회장이 보유했던 대구방송 주식은 다른 기업으로 소유권이 넘어갔다. TBC문화재단에 대한 영향력 역시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6월 기준 TBC문화재단의 총 재산은 323억4742만원으로 이 가운데 현금의 비중은 251억2047만원에 달했다.

1998년 장 전 회장은 14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선거자금 용도로 장 전 회장으로부터 30억원을 받은 의혹에 대해 몇 가지 정황을 확인했으나 수사에 착수하지 않았다.


문제의 30억원 가운데 10억원은 서울 강남에 있는 한 음식점 여주인 계좌에 흘러간 것으로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해당 음식점은 유명 정치인들이 자주 출입했으며, 김 전 대통령 역시 즐겨 찾았던 명소로 밝혀졌다.

당시 '장수홍 리스트'는 최근 논란이 된 '성완종 리스트'처럼 정국에 거대한 파장을 일으켰다. 시작은 마찬가지로 개인비리였다. 1997년 12월 장 전 회장은 ㈜청구가 진행하던 대구복합화물터미널 공사 과정에서 회삿돈 94억5000만원을 빼돌리고, 김씨와 공모해 130억원의 부실 당좌수표를 발행한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여기에 정치권의 증언이 맞물리면서 장 전 회장에 대한 수사는 780억원대 비자금 의혹으로 비화됐다. 김운환 전 국민회의(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을 포함한 여·야 정치인 15명이 수사대상으로 거론됐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리스트와 관련해 누구도 처벌받지 않았다. 김 전 의원은 장 전 회장으로부터 2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증거 부족을 이유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억울한 쪽은 장 전 회장이었다. 장 전 회장은 횡령·배임죄와 함께 정부 고위층에 로비를 벌인 혐의가 인정돼 2심에서 징역 5년을 확정판결 받았다. 일반적인 재계 인사와 달리 형집행정지와 가석방은 허가되지 않았다.

장 전 회장은 선고된 형기를 다 채운 2003년 6월에야 출소했다. 그의 주변에선 "장 전 회장이 재기를 포기한 것 같다"라는 말이 나왔다. 정부는 금탑산업훈장 등 장 전 회장에게 수훈한 훈장을 박탈했다. '대구 이건희'로 불렸던 '회장님'의 씁쓸한 몰락이다.

장 전 회장의 불운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그가 보유하고 있던 주식은 대부분 소각처리 됐다. 서울 명동의 5층 상가건물과 대지에도 과세당국 주도의 근저당이 설정됐다.

2006년에는 자신을 상대로 한 민사소송에서 패소했다. 청구그룹 채권단은 장 전 회장 등 그룹 경영진과 회계책임자 7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이들에게 10억원의 연대 배상 판결을 내렸다. 다음해 장 전 회장은 장남 장모씨의 친구 서모씨로부터 모두 12억원을 빌려 평택 개발사업에 투자했다. 이는 서두에 밝힌 '사기 사건'의 발단이 됐다.

재기는 있다

장 전 회장의 마지막 공식 이력은 'IAGG 2013 조직위원회' 후원사업위원장이다. IAGG는 세계노년학·노인의학회의 약자다. 플래티넘후원자의 경우 10억원 이상을 납부해야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조직이다. IAGG 2013 행사에는 우리 정부가 협찬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IAGG 조직위원장을 역임한 차흥봉 전 보건복지부장관은 장 전 회장과 고등학교 동문이다. 이들은 최근까지 동문모임에서 활발히 교류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장 전 회장이 재기를 위해 사업을 벌인다면 그 분야는 '실버산업'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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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