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계은숙 '성공과 실패' 풀스토리

우울한 말년…'오사카 황혼' 저문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엔카의 여왕' 가수 계은숙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자신의 주거지 등에서 3차례에 걸쳐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다. 지난해 한국 무대에서 싱글앨범을 발표하고 재기를 노리던 계은숙은 이번 사건으로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었다. 일본을 대표하던 가수에서 잇따른 악재로 정상을 내준 계은숙은 화무십일홍을 실감하고 있다.

가수 계은숙이 또다시 마약에 손을 댔다가 적발됐다. 지난 24일 수원지검 안양지청은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계은숙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계은숙은 자신의 주거지 등에서 최근까지 3차례에 걸쳐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계은숙은 지난 2007년 일본에서도 마약을 복용해 물의를 빚었다.

화무십일홍

계은숙의 마약 투약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자 지인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당장 계은숙과 함께 새 앨범을 준비하던 소속사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계은숙이 심적으로 괴로운 상황이었던 것은 알았지만 마약을 투약했다는 사실은 파악하지 못했었다"라며 "조사에서 혐의를 인정한 만큼 죗값은 받아야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지난해 계은숙은 32년 만에 국내 무대로 컴백해 재기를 노렸다. 귀국 시점은 2008년으로 확인되지만 복귀까지 긴 휴식기를 가졌다. 당시 소속사는 "(그동안) 지병을 앓고 있는 모친을 돌봤다"라며 "어머니의 권유로 컴백을 결심했다"라고 알렸다. 또 "수차례 (일본으로부터) 귀화를 권유받았음에도 꿋꿋이 견뎌 온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이 느껴진다"라고 전했다.

필로폰 투약 혐의로 구속영장 청구
물 건너간 한국무대 재기 '급추락'


계은숙은 한국보다는 일본에서 더 평판이 높은 가수다. 1977년 '럭키' 광고모델로 연예계에 발을 들인 계은숙은 1979년 '노래하며 춤추며'를 발표해 이듬해 10대 가수상에서 신인상을 받았다. 1985년에는 일본 작곡가 하마 게이스케에게 발탁돼 엔카 가수로 변신했다. 현지로 건너가 발표한 '오사카의 황혼'은 성공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일본 무대에 적응한 뒤로는 최정상급 인기를 누렸다. 현지에서 가장 유서 깊은 가요 프로그램인 NHK <홍백가합전>에 1989년부터 1994년까지 무려 7차례나 출연했다. 계은숙의 소속사는 "현지 진출 뒤 숱한 어려움과 외로움을 이기며 이뤄낸 성과"라고 자찬했다.

그러나 옛 보도를 살피면 계은숙의 삶은 평탄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칼라TV의 도입과 함께 국내 최초의 '비디오형 가수'라는 수식어가 붙었던 그는 빼어난 미모에도 불구하고 자기 관리에선 합격점을 받지 못했다. 1981년에는 각 방송사로부터 출연정지를 당했다. 생방송 스케줄을 펑크 냈다는 등의 이유였다.

특히 각 공연기획사가 계은숙의 출연을 '보이콧'하면서 파문은 일파만파 확대됐다. 매니저의 잦은 출연료 인상 요구와 공연 스케줄 미이행, 불성실한 태도 문제 등이 불거졌다. 호텔에서 사적인 용무를 보다가 공연에 늦었다는 소문도 돌았다. 관련한 사태에 대해 기자회견을 예고하고선 잠적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당시 여자 연예인에게 가혹했던 세태를 고려하면 보도가 과장됐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계은숙이 국내 방송사 및 공연단체와 불편한 관계에 있었다는 평가는 타당해 보인다. 계은숙은 복귀 후 언론 인터뷰에서 "인기가 높아질수록 생활은 삭막해졌어요. 외로웠고요"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1984년에는 폭력사건에 휘말리며 구설에 휩싸였다. 당시 계은숙은 자신이 운영하던 서울 강남구 신사동 카페에서 20대 룸살롱 여종업원을 폭행한 혐의로 구속됐다. 이때 계은숙에게는 무고죄가 추가됐는데 경찰 조사과정에서 자신이 폭행을 당했다며 역으로 피해자를 고발한 탓이다. 계은숙은 같은 해 보석으로 석방됐으나 방송사로부터 출연정지를 통보받았다. 계은숙의 일본 진출은 국내 연예계에 환멸을 느낀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계은숙은 일본에서의 성공을 계기로 제2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명실상부한 톱스타 반열에 오른 그는 1992년 국내에서 성대한 결혼식을 올렸다. 서울 여의도 순복음교회에서 열린 결혼식에는 NHK 등 일본 취재진 40여명이 몰려 장사진을 이뤘다. 당시 주례는 조용기 목사가 맡았다.


결혼식을 앞두고 자청한 기자회견에서 계은숙은 "아이를 기르며 가정을 꾸미는 것이 여자의 본분임을 알았다"라고 말했다. 가수 남진씨와 일본 여배우 아와지 게이코씨 등 국내외 하객 100여명이 계은숙의 앞날을 축복했다.

그렇게 순탄할 것 같던 계은숙의 결혼생활은 불과 6년 만에 파국을 맞았다. 이혼 후로는 슬럼프와 함께 우울증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2006년 새 앨범을 발표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007년 마약 복용 혐의로 일본 당국에 체포된 그는 도쿄지방법원에서 징역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일본 정부는 계은숙에 대해 비자기간을 연장할 수 없다고 고지했다. 계은숙이 필로폰을 복용하게 된 이유에 대해선 여러 루머가 있으나 확인되진 않고 있다.

계은숙이 다시금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된 시점은 지난해 8월이다. 계은숙은 스포츠카 포르셰를 빌린 뒤 대금을 내지 않은 혐의(사기)로 불구속 기소됐다. 사기의 공범이자 내연관계로 알려진 김모씨는 박근혜 대통령의 5촌 조카다. 앞서 김씨는 지난 2010~2013년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를 과시하며 투자자들로부터 4억6000여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사기)로 구속기소됐다. 계은숙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김씨와의 내연관계를 전면 부인했다.

일본서 대성공…결혼 후 몰락
평탄치 못한 롤러코스터 인생

당시 검찰은 김씨가 계은숙과 함께 위조된 공연계약서를 제시하고 고급 스포츠카인 '포르쉐 파마네라 4S' 차량을 리스로 구입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계은숙이 2달 뒤 제주도에서 공연을 하고, 출연료로 2억원을 받을 것처럼 꾸며 계약서를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외제차 업체는 계은숙의 위조계약서를 믿고 차량을 내줬다.

차량을 넘겨받은 김씨는 대부업자를 찾아가 포르쉐를 담보로 5000만원을 대출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들이 리스 비용을 지급할 능력과 의사가 처음부터 없었다고 보고 사기 혐의를 적용했다.

그러나 재판에서 계은숙은 "오랜 기간 친구로 지낸 김씨가 신용불량이라 단독으로 차량을 살 수 없어 보증을 해야 한다고 해 사인한 것"이라며 "공연계약서는 작성한 적 없고, 본 적도 없으며 리스 비용을 지불한 사실도 없다"라고 주장했다. 관련 재판은 아직 진행 중이다.

폭력, 사기…

지난해 여러 예능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한 계은숙은 자신의 일본 진출에 대해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 못한 고통에 일본으로 도피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방송에서 계은숙은 "사랑하는 사람의 집안이 평범한 며느리를 선호했다"면서 "결혼을 3일을 앞두고 남자가 가족의 반대를 이기지 못해 사라졌다"라고 말했다.

이때의 경험을 살린 노래가 '오사카의 황혼'이라고 계은숙은 말했다. 아픈 사랑 이야기가 데뷔곡의 소재가 됐다는 것이다. 한국을 떠나 '오사카의 황혼'으로 정상에 오른 계은숙. 그러나 최근 서울 구치소에 수감된 그는 서울에서의 '황혼'을 맞고 있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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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