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세금 안 내는 거물들 추적 (30) 이배식 바이뉴테크먼트 대표

280만평 부동산 개발이익 어디로?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정부는 항상 세수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돈이 없다"면서 만만한 서민의 호주머니를 털기 일쑤다. 그런데 정작 돈을 내야할 사람들은 부정한 방법으로 조세를 회피하고 있다.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까지 정부가 걷지 못한 세금은 40조원에 이른다. <일요시사>는 서울시가 공개한 고액체납자 명단을 토대로 체납액 5억원 이상(법인은 10억원 이상)의 체납범을 추적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30화는 372억4900만원을 체납한 이배식 바이뉴테크먼트 대표다.

1997년 7월 서울 종로3가의 랜드마크 국일관 부지에서 성대한 기공식이 열렸다. 이날 북두칠성그룹 회장 이배식씨(이하 이배식)는 '국일관프라자'(드림팰리스) 착공을 앞두고 정·재계 인사들을 초청해 테이프를 끊었다. 이로부터 2년 뒤 옛 국일관 터에 연면적 7600여평, 지하7층 지상15층 규모의 대형 복합 테마빌딩이 들어섰다. 이배식과 구분소유주,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정부 당국이 얽힌 오랜 법정 분쟁의 시작이었다.

국일관 분쟁

이배식은 1950년 1월생으로 종합 부동산 개발업체 북두칠성그룹 회장을 지냈다. 북두칠성그룹은 1990년대 후반 BS그룹으로 이름을 바꿨다. BS그룹에는 부동산컨설팅회사인 ㈜북두칠성을 비롯해 남양관광 등 5개 계열사가 있었다. 이들 회사는 말이 계열사일 뿐 실은 독자사업을 할 수 없는 서류상 회사에 속했다.

당시 이배식은 브리오넥스빌이라는 시행사도 함께 운영했다. 브리오는 불어로 활기, 넥스빌은 차세대 아파트를 뜻했다. 브리오넥스빌은 경기도 파주와 남양주 일대에 주거용 아파트를 분양하는 업체였다. 브리오넥스빌이 시행한 프로젝트 역시 실패로 끝났다.

전남 해남 출신인 이배식의 성장 이력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고려대학교 정책대학원을 수료한 것이 서류상으로 공인된 마지막 이력이다. 언론 인터뷰에서 이배식은 굉장한 자산가로 소개돼 있다. 1980년대 초 '옹달샘'이란 생수회사를 차릴 작정으로 회사를 경영했고, 무역업 등으로 큰돈을 벌었다는 것이 기사의 골자다.


이배식은 동대문을 상징하는 쇼핑몰인 밀리오레의 기획과 분양을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의 성공을 발판삼아 1997년에는 경매에 나온 명동 코스모스플라자를 낙찰 받았다. 해당 건물을 세계적인 금융센터로 리모델링해 분양 수익을 올리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당시 이배식은 토지 및 건물 낙찰가 611억원과 건물세입자 임대보증금 600억원 등 모두 1300억원을 명동에 쏟아 붓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실제 운용 가능한 자산은 1300억원에 턱없이 모자랐다. 은행 대출금으로 때운 것인데 이마저도 잔금을 치르지 못해 1998년 낙찰이 취소됐다. 앞서 건물 입주상인들은 이배식의 재개발 계획에 한 목소리로 반대했다.

같은 기간 이배식은 종로 국일관 일대 건물과 부지를 280억원에 인수했다. '드림팰리스'란 이름으로 대형 건설공사를 추진했다. 기존 국일관 건물을 철거하는 과정에선 붕괴 사고가 발생해 2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기도 했다. 그래도 이배식은 꿋꿋이 사업을 밀고 나갔다. 건물 준공이 이뤄진 해에는 광주·전남 테크노파크 조성사업에 10억원의 사재를 출연했다고 홍보했다.

이 무렵 이배식은 국내 100대 기업 진입을 목표로 수십개의 회사를 연달아 설립했다. 금라개발, 왕건설 등 건설업체와, 왕캐피탈, 왕창업투자개발, BS리츠 등 금융업체, 왕무역과 생명수, 홍익신문사 등을 소유했다. 그러나 이배식은 자신과 계약한 용역업체 및 우회 고용한 국일관 종업원들에게 하도급 대금과 임금을 지불하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자금난에 허덕였다.

서울에서의 분양사업이 난항을 겪자 이배식은 대전에서 또 다른 부동산 개발을 추진했다. 자신이 직접 이름을 붙인 쇼핑몰인 '올리비아'를 시행한다고 언론에 밝혔다. 알려진 공사규모는 국일관 재개발과 비교해 2배 이상 컸다. 그러나 이배식은 공사를 진행할 여윳돈이 없었다. 은행권의 자금 압박이 심해지자 이배식은 자신 명의의 재산을 모두 차명으로 빼돌려 압류할 수 없도록 조치했다.

서울시 36억원 국세청 336억3800만원
국일관 개발 과정서 분양사기 치고 잠적

이배식이 부족한 자금력에도 개발 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토지사용료가 있다. 이배식은 분양 과정에서 구분소유주에게 대지권을 넘겨주고 토지사용료를 받았다. 국일관의 경우엔 40년분의 토지사용료를 선납입 받았다. 소유주들은 건물의 부동산 가치가 뛰었을 시 대지권을 활용해 수익을 기대할 수 있었다. 일종의 부동산 투자로 간주한 셈이다.


문제는 토지사용료를 넘겨받은 회사가 바이뉴테크먼트라는 데 있다. 바이뉴테크먼트는 부동산 업체이면서도 자산이 없었다. 이 회사의 대표 역시 이배식이었다. 바이뉴테크먼트는 2001년 12월11일 은행 모든 당좌거래가 정지됐다.

이배식은 다음해 6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고발 조치됐다. 용역업체인 A사에게 약속한 하도급 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였다. 뿐만 아니라 이배식은 자신이 고용한 직원들의 임금을 채불한 채 잠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말단 직원부터 임원까지 모두 피해자였다. 시중에선 이배식이 해외로 도피했다는 소문도 떠돌았다.

국일관을 떠난 이배식은 10년 넘게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 최종 납부기한은 2003년 12월31일이다. 이배식은 2001년부터 양도소득세 등 6건의 세금을 체납했다. 국세청이 거둘 세금은 110억7500만원이다.

이배식이 대표로 기재된 바이뉴테크먼트도 고액체납자 명단에 올라 있다. 2000년부터 근로소득세 등 13건의 세금을 내지 않았다. 납부기한은 2004년 11월30일이다. 확인된 체납액은 225억6300만원으로 나타났다. 바이뉴테크먼트는 서울시에도 세금을 체납했다. 2003년 6월부터 주민세 등 34건의 지방세를 회피했다. 서울시가 징세할 세금은 36억1100만원이다.

이배식의 주소지는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있는 한 빌라로 확인된다. 지난해 기준 건물 감정가는 4억원 수준이다. 이배식은 오래 전 이사를 간 것으로 알려졌다. 과세당국은 이배식의 회사 등으로 공시송달을 보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바이뉴테크먼트는 종로구청이 부과한 교통유발부담금 등도 내지 않았다. 전국 곳곳에 280만평의 부동산을 갖고 있다던 이배식의 재산은 오리무중이다.

국일관 새 건물은 바이뉴테크먼트가 폐업한 후 끊임없는 부침을 겪었다. 구분소유주들은 과세당국의 공매 절차에 반발했다. 건물이 매각될 경우 기존 대지권 등을 인정받기 어려운 까닭이었다.

감정가만 424억원에 달했던 부동산 가치는 날이 갈수록 하락했다. 자체 조합 대표가 74억원가량에 낙찰 받았지만 잔금을 납부하지 못하고 사퇴하는 일도 벌어졌다. 당국은 최저 입찰가를 63억원으로 설정하고 재공매에 붙였다.

2009년 8월에는 부동산 중개업체 G사가 국일관 터를 매수했다. 공매 당시 토지만 매입했고, 건물의 대지권은 매입하지 못했다. 현재 구분소유주들은 대지권을 인정받기 위해 바이뉴테크먼트 등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재산 은닉?

관련 땅의 원소유주는 전국경제인연합회로 알려졌다. G사 매입 당시 '강남 땅부자' 오모씨는 이 땅을 본래 자신이 소유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국경제인연합회, 바이뉴테크먼트, 정부 등을 상대로 소송을 하겠다고 별렀다. 자신의 땅을 사고판 모든 행위가 무효라는 취지였다.

국일관을 둘러싼 여러 민사 소송은 오늘도 진행 중이다. 실패한 개발사업이 남긴 뒤처리로 법원은 매일 북새통이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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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