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가는' 성완종 수사 막후

산 권력 살리고 죽은 권력 두번 죽인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성완종 리스트' 수사가 새 국면을 맞았다. 이른바 '특사 의혹' 수사로 방향을 튼 검찰이다. 수사팀의 칼끝은 참여정부를 겨누고 있다. 리스트에 적힌 친박계 6인에 대해선 일찌감치 면죄부를 내렸다. 정치권에선 '청와대 차원의 가이드라인이 작동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청와대는 불법 대선자금 의혹이 불거지자 엉뚱하게도 '정치개혁'을 주문했다. 검찰로서는 올해 말 정기인사를 앞두고 험난한 '충성시험'을 치르는 모습이다.

정국을 강타했던 '메르스 사태'가 6월 셋째 주를 기점으로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같은 기간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30%대를 회복했다.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2일 밝힌 박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는 34.9%(신뢰수준 95%±2.0%포인트)로 나타났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20%대를 기록했던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언제 그랬냐는 듯 제자리를 찾고 있다.

높아진 지지율
변수는 성완종

메르스 확산과 함께 주춤했던 '성완종 리스트' 수사도 새 국면을 맞았다. 검찰은 참여정부 당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노건평씨를 지난 24일 소환했다. 노씨는 참고인이 아닌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으며, 25일 오전 2시께 귀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공개 조사였기 때문에 당초 참고인 신분이란 보도도 나왔으나 실제 조사는 노씨의 금품 수수 여부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전해졌다. 노씨는 조사를 앞두고 응한 일부 언론 인터뷰에서 관련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검찰은 노씨가 성 전 회장의 특별사면(이하 특사)을 도와주는 대가로 억대에 달하는 금품을 수수했다고 주장했다. 또 2007년 말 성 전 회장이 두 번째 특사를 받아내기 전 노씨와 접촉한 정황도 포착했다고 알렸다. '성완종 리스트'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평소 노씨와 안면이 있던 경남기업 전직 임원 김모씨를 통해 관련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성 전 회장의 지시에 따라 노씨의 자택에서 여러 차례 사면을 부탁했다. 성 전 회장이 사면을 받은 날짜는 2007년 12월31일이며, 금품 제공은 사면 전 또는 이후에 있었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다.


2007년 성 전 회장은 행담도 개발 관련 비리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판결 시점은 같은 해 11월이다. 성 전 회장은 2심 직후 상고를 포기했다. 특사를 받으려면 형을 확정판결 받아야하는 까닭에 성 전 회장 스스로 상고를 포기했다는 해석이 유력하다. 성 전 회장은 당초 특사 명단에서 빠져있다가 발표 직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노건평 기소
물타기 전략?

검찰의 의심에 대해 노씨는 "성 전 회장 측에게 사면 부탁을 받았으나 단호히 거절했다"라는 취지로 답했다. 김씨의 소개로 성 전 회장을 두세 차례 만난 건 사실이지만 청탁을 받은 적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 조사에서 노씨는 성 전 회장의 사면 경위와 관련해 알지 못한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은 노씨에 대한 기소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앞서 불구속 기소가 확정된 이완구 전 국무총리,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함께 법정에 세운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특히 검찰은 참여정부 당시 특사 업무를 담당했던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새정치민주연합 전해철 의원으로부터 서면 답변서를 제출받아 분석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우에 따라 이들 두 사람에 대한 소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검찰은 노씨가 특사 과정에 영향력을 미쳤다는 구체적인 물증을 확보하지 못했다. 때문에 노씨가 청탁을 받고 남은 돈의 일부를 청와대에 전달했을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노씨를 연결고리로 참여정부 전·현직 공무원을 옭아 넣겠다는 심산이다. 검찰은 노씨가 성 전 회장 측으로부터 금전적인 이득을 챙긴 것은 분명한 만큼 연결된 돈의 흐름을 쫓겠다는 생각이다.

검찰 특사 의혹 노건평 피의자 신분 소환
홍문종 참고인 소환 김기춘 수사대상 열외

변수는 공소시효다. 변호사법 위반 혐의의 공소시효는 7년이다. 노씨가 2007년 12월 이전에 금품을 제공받았다면 시효가 만료돼 처벌할 수 없다. 단 노씨가 2008년 이후에 금전적인 이득을 챙겼다면 남은 시효가 유효할 수 있다. 일부 언론은 어떤 의도인지 검찰 관계자를 인용해 '임원 김씨가 노씨에게 2008년 이후 금품을 전달했다'라는 취지로 보도했다.

검찰은 잠재적 수사 대상자로 참여정부 공무원들을 지목하고, 이들에게 특가법상 뇌물죄 적용을 고려하는 모습이다. 대가성이 있는 1억원 이상의 금품을 수수한 공무원의 공소시효는 10년이다. 정황만 나오면 지금이라도 사법처벌이 가능하다. 결과적으로 노씨의 비공개 소환은 여러 경우의 수를 염두에 둔 수사팀의 다목적 카드로 읽힌다. 수사당국이 노리는 바는 의심할 여지없이 한 곳으로 모인다. 바로 야권이다.


노씨의 소환조사는 즉각 형평성 논란을 야기했다. 같은 혐의에 대해 다른 잣대를 적용한 것이다. 먼저 2012년 대선 당시 성 전 회장으로부터 2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전달받은 의혹에 휩싸인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은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됐다. 홍 의원은 지난 8일 검찰 조사에서 "성 전 회장을 잘 모른다"라며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특히 홍 의원은 검찰 소환을 앞두고 회신한 서면 답변서에서 일부 사실과 다른 내용을 기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해명을 요구했으나 홍 의원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며 모르쇠로 일관했다는 후문이다. 앞서 검찰은 홍 의원과 함께 불법 대선자금 의혹에 연루된 유정복 인천시장과 서병수 부산시장에게도 서면질의서를 보냈으나 소환은 통보하지 않았다. 이날 검찰은 홍 의원에 대한 소환조사를 끝으로 대선자금 수사를 사실상 종결했다.

비교적 구체적으로 금품 전달 상황이 묘사된 김기춘·허태열 두 전직 청와대 비서실장에 대해선 검찰이 앞장서 "공소시효가 지났다"라고 두둔했다. 성 전 회장은 사망 당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2007년 허 전 실장에게 서너 차례에 걸쳐 현금 7억원을 줬고, 김 전 실장에게는 2006년 9월26일 롯데호텔 헬스클럽에서 미화 10만달러를 전달했다"라고 폭로했다.

그렇지만 검찰은 수사 초기부터 '성완종 인터뷰'에 큰 의미를 두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두 '친박 실세'에 대해선 한 차례 서면조사로 모든 수사를 종결했다는 것이 언론에 알려진 내용이다.

최근엔 한 야당 의원을 통해 "김 전 실장에 대해선 서면조사조차 없었다"라는 의혹이 새롭게 제기됐다. 처음부터 검찰이 김 전 실장을 수사대상에서 열외하고 '공소권없음'으로 처리했다는 것이다.

7억원 눈감고
2천만원 소환

허 전 실장의 경우는 더욱 수상하다. 당시 국회의원 신분이었던 허 전 실장은 '포괄적 뇌물죄'의 적용이 가능했다. 특가법의 적용을 받는 혐의 액수(7억원)로 공소시효(10년)도 넉넉히 남아 있다. 범행 장소(리베라호텔)까지 공개된 마당에 소환이 필요했다. 그러나 검찰의 선택은 허 전 실장이 아닌 노씨였다.

더불어 구체적인 액수가 공개되지 않은 이병기 현 청와대 비서실장은 대변인 브리핑을 끝으로 조사를 갈음했다. 박 대통령과 직접 연결된 '산 권력'은 누구 하나 건들지 못했다. 야권에선 '슈퍼특검' 등이 논의되고 있지만 여권이 응할지는 미지수다.

검찰은 혹시 모를 특검까지 대비해 최대한 수사를 끌고 있다. 6월 중순으로 예정됐던 수사 결과 발표는 7월 첫 주로 미뤄졌다. 황교안 국무총리 임명과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등 외부 일정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성완종 의혹'과 관련해 수사 가이드라인을 공식화했다. 지난 4월28일 "성완종 사면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라고 말한데 이어 5월4일에도 "사면제도를 전면 개선하라"라고 지시했다. 의혹의 핵심인 대선자금에 대해선 일언반구 언급이 없었다.

오히려 박 대통령은 '정치개혁'을 언급하며 수사의 범위를 야권까지 확대할 것을 주문했다. 당시 법무부 수장이었던 황 총리는 대통령의 지시를 검찰에 전달했다.

앞서 청와대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의혹 파문,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의혹과 관련해 각각 '정보 유출' '찌라시' 등의 발언으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실제 수사결과도 대통령의 '지시'와 일치했다. 이번 성완종 리스트 수사 역시 대통령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노씨의 기소가 불가피한 분위기다.


특검 도입 앞두고 마사지? 국정원 '각본' 의혹
정기인사 앞두고 충성게임…BH 인사권 발동할까

문제는 특사를 대가로 돈을 챙긴 쪽이 노씨가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이명박대통령인수위 당시 비서실에 있었던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은 지난 4월21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MB(이명박 전 대통령) 측 핵심인사가 성 전 회장의 사면을 특별히 챙겼다"라고 증언했다. 그러나 여권 인사를 겨냥한 '특사 수사'는 검토조차 되지 않고 있다.

특사 카드는 성완종 메모가 발견된 직후 국정원이 기획하고 제공한 작품으로 전해진다. 앞뒤 정황상 일종의 '물타기 아이템'이란 의심이 짙다. <일요시사>는 지난 4월20일 '성완종 게이트 ④박근혜 위기탈출 카드 포착'이란 기사에서 관련한 의혹을 보도한 바 있다. 향후 특검이 도입되면 확인돼야 할 대목이다.

검찰은 노씨 외에도 지난 2013년 5월 옛 민주당 대표 경선 당시 성 전 회장에게서 수천만원을 전달받은 혐의로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의원에게 출석을 통보했다. 김 의원은 "황당한 이야기"라며 연거푸 소환에 불응했다. 첫 번째 소환통보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유력한 증거가 분명하게 있는 사실에는 눈을 감고 전직 야당 대표를 소환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한 처사"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때문인지 검찰은 새누리당 이인제 의원에 대해서도 소환을 통보했다. 2012년 총선 당시 성 전 회장으로부터 2000만원을 전달 받은 혐의다. 그러나 이 의원은 친박계와 친이계에 속하지 않았을 뿐더러 무게감 역시 야당 전직 대표인 김 의원에 비해 떨어진다는 평가다.

법조계 일각에선 김 의원을 소환하기 위해 '구색 맞추기' 격으로 이 의원까지 조사하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검찰이 김 의원을 소환하는 숨은 의도는 참여정부 말기 특사 과정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한 것이란 시각도 있다.


검찰은 두 현직 의원에 대한 조사가 끝나는 대로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현재 분위기로는 이 전 총리와 홍 지사만 기소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끝나지 않아 발표가 미뤄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청문회 과정에서의 불필요한 잡음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만에 하나 노씨에 대한 검찰의 기소가 결정되면 반야당 성향의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그간 청와대는 NLL 논란 등 이른바 '노무현 카드'를 통해 정치적인 위기를 돌파했다. 메르스 사태로 떨어진 지지율에 부담을 느끼는 청와대로서는 유혹을 느낄 법한 부분이다.

청와대는 황 총리를 통해 검찰에 대한 장악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동력은 인사권이다. 표면적으로 인사권은 법무부 장관에게 있다. 그러나 인사권자가 정권의 뜻에 반하기는 어려운 구조다. 김 후보자 역시 황 총리의 사법연수원 후배이며 소위 '황교안 라인'으로 분류된다.

인사권 쥐고
수사팀 장악

오는 하반기 김진태 검찰총장의 후임 내정과 함께 대규모 인사이동이 예고된 상황에서 수사팀의 운신 폭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실제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모조리 좌천되거나 옷을 벗었다. 반면 '정윤회 문건' 수사를 지휘했던 김수남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대검 차장으로 영전했다.

성 전 회장은 생전 마지막 '유언'에서 "제가 왜 이런 얘기를 했나, (중략) 깨끗한 정부, 진짜 박(근혜) 대통령이 깨끗한 사람을 앞으로 내세워서 깨끗한 정부가 될 수 있도록 꼭 좀 도와주십쇼"라고 말했다. 성 전 회장이 유서로 남긴 메모 속 인물들은 아직 건재하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이 애지중지하던 서산장학재단을 '비자금 저수지'로 지목했다. 산 권력엔 관대하고, 죽은 권력엔 가혹한 검찰의 모습이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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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