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홈플러스 인수전 '관전포인트5'

‘얼마에 팔릴까’ 자욱한 먹튀 그림자

[일요시사 경제팀] 박호민 기자 = 홈플러스가 M&A(인수합병)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M&A가 성사된다면 국내 최대 M&A로 기록될 전망이다. 홈플러스는 누구의 품에 안길까. 매각을 둘러싼 주요 관전 포인트를 짚어봤다.

 
홈플러스 인수에 참여한 투자자들이 예비 입찰 참여 여부 검토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인수후보들에게 투자설명서(IM)를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 매각 신호탄을 쏜 것이다.
 
포인트1
[진짜로 팔긴 파나]
 
그동안 홈플러스는 수많은 매각설이 나돌며 시장의 관심을 받았다. 국내 유통업계 2위라는 무게감에 7조원(최대 10조)이 넘는 매각 예상가까지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키에 충분했다. 그러나 홈플러스의 지분 100%를 쥐고 있는 영국 테스코가 과거 M&A 성사 직전 매각을 포기한 전례가 있어 M&A 성사여부는 상황이 마무리될 때까지 지켜봐야할 듯 싶다.
 
앞서 지난해 테스코는 미국 카알라일의 40억 파운드(6조5561억원) 규모의 홈플러스 M&A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테스코가 6조5000억원 이하에는 홈플러스를 매각할 생각이 없다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시장에서는 매각가격이 최소 7조원 이상으로 형성되지 않을 경우 M&A 협상 자체가 무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홈플러스의 모회사 테스코의 유동성이 여의치 않은 만큼 매각을 미루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테스코는 지난해 사상 최악의 실적(10조원 순손실)을 기록하며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또, 지난해 상반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2억 5000만 파운드(약 4000억원) 부풀린 사실이 드러나면서 은행들로부터 차입금 상환 압박을 받고 있다. 게다가 분식회계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때문에 테스코의 입장에서 무리하게 가격을 협상하기 힘들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테스코의 홈플러스 매각에 대한 강한 의지가 엿보이는 점도 이들 의견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11일 발표된 홈플러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홈플러스는 보유하고 있던 회사채 1조9008억원 가운데 4550억원을 조기에 상환했다. 2008년 체스헌트 오버시즈로부터 자금을 조달한 이래 처음으로 상환한 것이다. 이는 홈플러스의 매각을 앞두고 부채비율을 낮추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테스코의 매각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포인트2 
[해외기업이 먹나]
 
홈플러스가 해외 기업에 인수될지 여부도 시장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현재 가능성이 있는 자금은 중국계 자본이다. 테스코와 중국 테스코 지분을 공유하고 있는 중국 유통업체 뱅가드가 홈플러스 인수에 참여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뱅가드가 국내 시장에 진출하길 원한다면 지금이 적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뱅가드는 테스코 본사로부터 중국 테스코를 인수했다. 다만, 테스코는 중국 테스코의 지분율을 20%로 유지하며 뱅가드와의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국내에 진출한 해외 대형 할인매장이 현지화 실패로 사업을 접은 사례가 많아 뱅가드가 적극적으로 인수전에 참여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프랑스 까르푸의 경우 대형마트 부문 세계 2위라는 시장 장악력을 확대하기 위해 1996년 중동점을 열고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전국 32개의 매장을 운영하며 외형 성장을 이뤘지만, 현지화를 배제한 글로벌 스탠다드 경영전략으로 일관하다 실패를 맛봐야 했다.
 

M&A 시장 최대 매물로…성사 여부 주목
‘누구 품에 안길까’ 돌발 변수에 관심↑
 
월마트 역시 까르푸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으며 한국 시장에서 철수해야 했다. 월마트는 1998년 네덜란드 합작법인 한국마크로 점포의 인수를 통해 한국시장에 들어왔다. 전국 16개 매장을 운영했다. 따라서 외국계 기업이 인수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다만 외국계 사모펀드(PEF)가 유입될 가능성은 충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홈플러스를 매입한 후 가치를 높여 재매각하려는 세력들로 KKR, 칼라일, CVC 파트너스, TPG, MBK파트너스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포인트3
[국내기업 가능성은?]
 
시장이 특히 집중해서 지켜보고 있는 부분은 국내 기업의 인수전 참여 여부다. 국내업계 2위의 지위를 갖고 있는 홈플러스를 인수할 경우 단번에 시장 장악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7조원을 상회하는 높은 매각 예상가는 국내 기업인수에 가장 큰 장애물이다. 섣부른 인수가 ‘승자의 저주’로 귀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도 비싼 홈플러스 매각가격 때문에 국내 기업이 단독으로 인수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최악의 상황은 국내 기업이 아무도 입찰에 참여하지 않을 수 있다. 동종업계 1위 이마트나 3위 롯데마트는 공정거래법 독점규제에 걸릴 수 있어 아예 입찰 참여를 생각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오리온이 슬며시 관심을 드러냈다. 오리온은 지난 15일 공시를 통해 “홈플러스 인수 관련,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나 입찰참여 여부 등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면서 “향후 홈플러스 입찰과 관련해 구체적 상황이 확정되는 대로 공시하겠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오리온의 인수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지 않다. 오리온의 자금 사정이 넉넉치 않기 때문이다.
 
박찬은 IBK 연구원은 “오리온의 현금과 현금성 자산은 2900억원 수준으로 홈플러스 인수 시 재무적 투자자와 함께할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매각대금 대비 현금과 현금성 자산 규모가 매우 작고 2000년대 중반 이후 오리온이 비제과 사업부문을 매각했기 때문에 인수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허인철 오리온 부회장의 존재감이 인수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모습이다. 허 부회장은 2006년 신세계그룹의 월마트코리아(현재 이마트) 인수합병을 추진했다. 신세계 사장, 이마트 사장을 지낸 허 부회장은 지난해 1월 신세계그룹에서 퇴사해 그해 7월 오리온에 입사했다.
 
 
현대백화점도 홈플러스 인수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국내 유통업체 가운데는 현대백화점그룹이 유일하게 “제안이 온다면 검토할 것”이라면서 인수 경쟁에 참여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현대백화점이 홈플러스를 인수할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이 동원 가능한 현금은 2조원에 2조원을 대출받아 예상 인수가 7조원 가운데 4조원의 지분을 확보해 경영권을 확보하고, 나머지 지분은 사모펀드에게 넘긴다면 자금 마련이 충분하다는 계산이 나온다는 설명이다.
 
현대백화점 입장에서는 현실적인 시너지 효과도 있다. 현대백화점이 홈플러스를 인수할 경우 현대계열사인 현대그린푸드, 리바트, 한섬 등이 140여개의 홈플러스 유통망을 통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최근 현대백화점이 백화점 빅3(롯데, 신세계, 현대) 구도에서 밀려나는 양상이라는 점도 깜짝 인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현대백화점이 사업을 확장하는데 있어 수동적인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전향적인 태도가 나오지 않는 이상 적극적으로 인수입찰에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포인트4
비싸 쪼개 팔수도?
 

홈플러스 인수 주체만큼 매각 방식도 시장의 주요 관심 포인트다. 업계에서는 유동성(자금) 압박에 시달리는 테스코가 분할 매각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최대 10조원에 이르는 매각 대금을 마련할 기업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테스코는 지난해말 분리매각을 시도한 적이 있다. 지난해 12월 홈플러스는 부산 경남을 기반으로 13곳의 대형마트를 운영 중인 메가마트에 인수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가마트 모회사인 농심 관계자는 “홈플러스 측으로부터 인수 제안을 받은 적이 있지만 협상한 사실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기업 vs 해외기업
속속 드러나는 도전자
먹으면 승자의 저주?

 
현재 홈플러스는 분할매각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한 것으로 전해지지만 일단은 일괄매각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적극적인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분할매각 가능성은 다시 고개를 들 전망이다. 분할매각은 인수자를 찾는 데는 용이하지만 결국 처치 곤란한 사업(또는 점포)만 남을 가능성이 커 매각사 측에서는 꺼리는 것이 통상적이다.
 
홈플러스는 홈플러스(주)와 홈플러스테스코(주), 홈플러스베이커리(주)로 구성돼 있다. 홈플러스는 테스코홀딩스 B.V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홈플러스테스코는 지난 2008년 이랜드가 운영하던 홈에버를 인수한 것이다. 현재 홈플러스테스코의 지분은 홈플러스와 테스코스토어리미티드가 절반씩 갖고 있다.
 
홈플러스 노조의 반발도 M&A 과정에서 변수로 떠오르고 있는 모양새다. 노조는 고용 불안정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며 M&A 과정에 노조가 참여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는 사모펀드의 유입과 분할매각을 경계했다.
 
홈플러스 노동조합은 홈플러스 매각과 관련 17일 “분할매각이나 투기자본인 사모펀드로의 매각을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홈플러스 노동조합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홈플러스는 1999년 창립이후 임직원의 헌신과 희생, 한국소비자의 관심과 사랑으로 성장해온 기업”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분할매각과 투기자본으로의 매각이 시도된다면 이를 저지하기 위해 전체 직원들과 강력한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며 “노동단체, 시민사회단체, 정당, 소비자와 연대해 전면적인 사회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홈플러스 인수전에서 유력후보군으로 분류되는 사모펀드 KKR과 칼라일그룹, MBK 등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홈플러스 노조는 “언론보도, 현장제보, 업계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테스코와 홈플러스 경영진은 비밀매각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판단한다”며 “이달 중에만 두 차례 사실 확인을 요청했으나 테스코와 경영진은 답변을 회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인트5
심상찮은 노조
  
노조는 “홈플러스는 임직원 2만5000여명, 협력업체 2000여개와 수만명 직원의 고용에 영향을 미치고 수백만 한국소비자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업체”라며 “매각과정 또한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매각과정에 노동조합과 이해당사자의 참여가 보장돼야 한다”며 M&A 과정에 노조의 의견 반영을 주장했다. 이날 노조는 전 직원에게 힘을 모아 스스로를 지키자는 호소문을 보내기도 했다. 호소문은 이날부터 전국 홈플러스 매장에 배포되고 있다.
 
홈플러스는 ‘노조 달래기’에 들어갔으나, 원론적인 해명에 그치며 갈등의 불씨를 남겼다. 홈플러스는 노조의 기자회견에 대해 “테스코는 지난 1월 ‘당분간 해외자산 매각계획이 없다’고 밝혔고, 이후 별다른 공식입장을 내지 않았다”며 “모두가 하나 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노조가 큰 힘이 돼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경기침체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로 모든 유통업체들이 매출이 급락하는 등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당사는 매각설까지 불거져 더 험한 길을 걷고 있고 지금은 어느 때보다 단결된 모습이 필요한 시기”라고 전했다.
 
 
<donky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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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