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검찰, 문체부-대한체육회 갈등 내사 '왜?'

정부 숟가락 얹기 시작됐나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검찰이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대한체육회와 관련한 폭넓은 내사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 전 회장은 지난 4월까지 대한체육회 명예회장을 지냈다. 박 전 회장을 겨냥한 내사지만 그 이면에는 통합체육회 출범에 반발하고 있는 일부 체육계 인사를 손보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또 합의 과정에서 '실세 차관'으로 알려진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대한체육회 측에 서명을 압박했다는 주장이 나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일 국민생활체육회가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대의원들은 국민생활체육회와 대한체육회간 통합을 지지하기로 결의했다. 총회에 앞서 열린 '체육단체 통합 설명회'에서는 '통합체육회'가 추진된 배경과 일정 등이 공유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김홍필 서기관을 보내 '체육단체 통합의 절차와 과제'에 대한 발제문을 낭독했다.

개정안 통과
논란은 여전

체육단체 개편을 위한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은 지난해 10월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안민석 의원이 발의했다. 올 3월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같은 달 27일 정부는 국민생활체육회와 대한체육회를 하나로 통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대통령령을 공포했다. 법안에 따라 양 단체는 2016년 3월27일까지 통합을 완료해야 한다. 가칭 통합체육회 출범이 가시화된 것이다.

그간 박근혜정부는 의욕적으로 체육단체 통합을 추진했다. 새정치연합 역시 통합체육회 출범을 지지해왔다. 체육단체 이원화로 생긴 ▲전문체육의 저변 약화 ▲은퇴선수의 일자리 제공 한계 ▲생활체육 서비스 수준 미흡 등의 문제점에 서로 공감대를 이뤘기 때문이다.

정치권이 찬성하고 있는 통합체육회 추진에 우려하는 쪽은 대한체육회다. 원론적으로는 찬성이지만 각론에서 정부·국회와 이견을 보이고 있다. 대한체육회는 연간 2000억원이 넘는 국고를 지원받는 사실상의 이익단체다. 그 중심에는 KOC(대한올림픽위원회)가 있다. 대한체육회의 산하기구인 KOC는 올림픽에 출전할 국가대표선수들을 발굴·육성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KOC의 존재 때문에 대한체육회는 체육계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문제는 초기 개정안에서 KOC를 통합체육회로부터 분리하는 방안이 검토됐다는 것이다. KOC가 없는 통합체육회는 비 올림픽 종목과 생활체육만 관장하는 까닭에 위상이 격하될 수밖에 없다. 통합대상인 대한체육회의 반발로 KOC 분리는 개정안에 명시되지 않았다. 남은 쟁점은 크게 두 가지, 통합준비위원회의 인적 구성과 초대 통합체육회장의 선출 방안이다.

동상이몽
통합체육회

지난달 28일 대한체육회는 자체 뉴스레터를 통해 체육단체 통합과 관련한 첫 번째 공식 입장을 표명했다. 주요 경과를 살피면 대한체육회가 주장하고 있는 '체육계 자율성 보장'이 곳곳에 적시돼 있다.

먼저 대한체육회는 지난 3월27일 문화체육관광부 쪽으로 건의서 전달 및 장관 면담을 요청했다. 이들은 양 단체가 통합되는 과정에 당사자끼리 협의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보장해달라고 주장했다. 여기서 말하는 '자율성'은 정부와 국회가 개입을 자제해달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4월21일 '수용 불가' 입장을 대한체육회에 통보했다. 장관 면담 요청에 대해선 회신하지 않았다.

앞서 대한체육회는 수차례에 걸쳐 통합준비위원회의 인적 구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세부 훈령에 따르면 통합준비위원회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천하는 3인, 대한체육회가 추천하는 2인, 국민생활체육회가 추천하는 2인,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추천하는 2인 등 모두 11명을 위원으로 두도록 구성했다.

하지만 이기흥 대한체육회 부회장은 "대한체육회가 7인, 국민생활체육회가 7인, 문화체육관광부가 1인을 추천해 통합준비위원회을 꾸려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은 대한체육회 내부 회의에서도 "체육단체 통합에 왜 정치인과 장관이 끼어드느냐"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또 그는 "(정부 안대로 되면) 내년 2월 선출되는 통합체육회장도 사실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명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 박용성 수사 중 돌연 대한체육회 내사
대한체육회·정부 주도 체육단체 통합에 반발


실제로 체육계에선 대한체육회를 이끄는 김정행 회장이 정권 눈 밖에 났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김 회장이 밀려난다면 이 부회장을 비롯한 수뇌부는 옷을 벗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이 부회장은 IOC(국제올림픽위원회)에 공식 질의서를 발송하겠다는 계획까지 세웠다. IOC는 각 NOC(국가올림픽위원회)에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도록 했는데 정부가 이를 어기고 있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 서기관은 지난 4일 통화에서 "김정행 회장이 정부는 물론 국회와도 합의한 부분인데 이제 와서 법안을 반대하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라며 "대한체육회의 '7+7안'은 중간 조정자가 없어 의견절충이 어렵다는 것을 생각해 달라"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지난해 11월6일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당시 국민생활체육회장), 김 종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과 비밀 회동을 갖고, '체육단체 통합 합의문'에 서명했다. 이 자리에는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을 발의한 안 의원도 함께했다. 주요 합의 내용에는 ▲2017년 2월까지 양 단체를 통합하고 ▲국민생활체육회를 법정법인화하며 ▲KOC 분리 문제를 19대 국회에서 차후 논의하기로 한 조항이 담겼다.

네 사람의 합의 직후 체육인 출신인 새누리당 이에리사 의원은 "절차상 문제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체육계가 자율적으로 통합을 추진해야 하는데 정치인과 해당 부처가 깊숙이 관여한 꼴"이라며 "이 합의문을 IOC로 보내면 어떻게 되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실제 김 회장은 대한체육회 대의원들의 동의 없이는 서명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주변에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세 차관'
서명 압박?

그러나 결과적으로 김 회장은 합의문에 날인했다. 이를 두고 한 체육계 관계자는 "김 차관이 서명 당일 김 회장을 불러 ‘내가 책임질 테니 사인하세요’라고 했다”라며 “‘나중 일은 그때 가서 처리하면 되지 않냐. 2017년까지 있을지도 모르는데…’라고 했다는 소문이 체육계에 파다하다”라고 말했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정부가 체육단체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 셈이 된다.

그렇지만 관련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측은 "(우리가) 압력을 넣을 이유가 어디 있느냐"라며 "당사자가 아니면 모르는 일"이라고 답했다. 협상에 참여한 안 의원 측 역시 "(압력이건 아니건) 의미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설사 강요했다고 하더라도 체육단체의 수장으로서 그때 거부했어야 맞는 것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 측 역시 "문제를 제기하고자 했다면 법안 통과 이전에 했어야 한다"라고 선을 그었다.

김 차관이 한 '발언'의 진위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체육계 일각에선 "나도 그 말을 들었다"라고 했고, 반대편에선 "유언비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소문이 나온 배경은 한 갈래로 모였다. 바로 '실세 차관' 의혹이다.

지난해 12월 안 의원은 국회 본회의 긴급 현안질의에서 김 차관의 인사개입 의혹을 폭로했다. 당시 안 의원은 "우상일 체육국장이 임명되는 과정에 김 차관이 개입했다"라고 밝혔다. 김 차관은 '문고리 권력'으로 지목된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함께 문화체육관광부 인사에 개입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았다. 당시 김 차관은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김 차관은 국민생활체육회 사무총장을 추천하는 등 일부 인사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교롭게도 국민생활체육회는 대한체육회와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단체다. 때문에 정치권에선 김 차관이 초대 통합체육회장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김 회장은 소극적인 행보로 의심을 사고 있다. 대한체육회 회장이면서도 대한체육회의 입장을 알리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그럴 만한 사정도 있다. 김 회장과 각별한 사이로 전해진 박범훈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과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이 나란히 검찰 수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문체부 2차관 합의 압박설 “근거 없는 유언비어”
'정치권 개입' vs '밥그릇 챙기기' 논란 계속


김 회장은 2013년 2월 대한체육회장 선거 당시 박 전 수석을 통해 박 전 회장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박 전 회장은 투표권이 있는 선수위원장에 김 회장 쪽 인사를 임명해 선거에 개입한 것으로 의심됐다. 현 대한체육회가 사실상 '박용성사단'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 부회장 역시 박용성사단의 일원으로 '제30회 런던올림픽 대한민국 대표선수단' 단장을 역임했다.

논란이 지펴지자 김 회장은 수술을 핑계로 국회 증인 출석을 거부했다. 지난 4월 김 회장은 체육단체 통합 문제와 관련해 이 의원 측의 출석 요구에 불응하며 병원에 입원했다. 이날이 4월8일이다. 입원 직후 김 회장은 외부와의 연락을 차단했다.

그런데 김 회장의 올 4월 업무추진비 내역을 확인하면 수상한 구석이 눈에 띈다. 김 회장은 같은 달 15일 '언론사 업무협의'란 명목의 식대를 지출한 것으로 돼 있다. 수술 중이라던 김 회장이 누군가와 대면한 것이다. 이에 대해 대한체육회는 "김정행 회장이 수술을 받은 것은 맞다"라면서도 "업무추진비 지출은 우리도 처음 듣는 얘기"라고 언급을 꺼렸다.

지난 5월20일 대한체육회는 이사회를 열고 새누리당 문대성 의원(IOC 위원)을 선수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임했다. 또 조현재 전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을 전국체육대회 위원(행사추진위원장)으로 추대했다. 조 전 차관은 대한체육회 내부의 통합추진위원회 부위원장도 겸하고 있다. 이는 정치권의 '입김'에 맞서 체육계가 내놓은 고육지책이라는 해석이다.

9일 대한체육회는 대의원총회를 앞두고 있다. 총회에서 대의원들은 '7+7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만약 대의원들이 정부 안(3+2+2+2)을 거부하기로 결의하면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경우에 따라선 대한체육회를 겨냥한 정권 차원의 사정작업이 벌어질 수 있다.
 

최근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대한체육회와 관련한 검찰의 내사가 끝났다"라며 "수사 착수시기를 저울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취재 결과 검찰의 칼날은 박용성사단으로 분류된 김 회장과 이 부회장을 겨냥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정행은 뒷짐
이기흥 전면에

앞서 검찰은 박 전 회장에 대한 소환을 앞두고 대한체육회 선거 과정을 포함해 국가대표 선발 비리, 협찬계약 특혜 의혹 등을 광범위하게 들여다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대한체육회는 "박 전 회장은 명예회장일 뿐이고, 현 회장과 관련한 검찰의 자료협조 요구는 없었다"라고 밝혔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이 부회장의 거취 문제다. 대한수영연맹 회장을 겸임하고 있는 그는 지난해 감사원에서 16억원 상당의 수의계약에 대한 시정권고를 받았다. 지난달 중순에는 대한수영연맹 이사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국가대표 코치와 학부모들로부터 2억여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구속됐다. 당시 사정기관 관계자는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 가능성을 조심스레 언급했다. 현재 이 부회장은 대한체육회가 자체 추진하고 있는 통합준비위원회(정부 주도 위원회와는 별개)의 업무를 총괄·지휘하고 있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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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