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국립대 잡도리' 내막

보수성향 '우대' 진보성향 '칼질'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방송통신대학교를 포함한 국립대 세 곳의 총장 자리가 비어있다. 1년 가까이 혹은 1년 넘게 공석이다. 박근혜정부가 총장 임명제청을 반대하고 있어서다. "이유를 알려 달라"라는 세 후보자의 요구에 정부는 어떤 답변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세 국립대와 같은 처지였던 한국체육대학교는 네 차례나 후보를 바꾼 끝에 교육부의 승인을 받았다. '그들'의 선택은 '친박계'로 알려진 김성조 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이었다.

지난해 6월19일 서울대학교(이하 서울대)는 성낙인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신임 총장후보로 선출했다. 투표권이 있는 서울대 이사회 임원 15명 가운데 8명이 성 교수를 선택했다. 국립대인 서울대 총장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교육부가 대학에서 복수후보자(투표 1·2위)를 추천받으면 교육부 장관이 단수로 제청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다. 복수후보자를 추천받는 이유는 검증 과정에서 1순위 후보자가 낙마할 경우를 대비하기 위함이다.

국립대 총장은
대통령이 재가

서울대는 즉시 성 교수를 신임총장으로 추대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한 달도 못가 임명제청안을 재가했다. 같은 해 7월11일 박 대통령은 성 교수를 제26대 서울대 총장으로 임명했다. 서울대 개교 이래 첫 간선제로 뽑힌 총장이지만 인준 과정에 큰 잡음은 없었다. 성 교수는 7월20일 4년의 총장 임기를 예정대로 시작할 수 있었다.

또 다른 국립대인 충북대학교(이하 충북대)는 서울대보다 하루 앞선 6월18일 윤여표 약학대 교수를 1순위 총장후보자로 선출했다. 충북대는 당시 김승택 총장의 사퇴로 교무처장이 총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었다. 충북대는 서울대와 비슷한 시기 윤 교수에 대한 추천서를 교육부로 송달했다. 자체 윤리위원회의 검증 결과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 담겼다. 윤리위원회는 후보자의 연구실적과 논문표절 여부 등을 검증하는 기구다.

그런데 청와대는 8월19일에야 충북대 총장 임명제청안을 통과시켰다. 서울대와 비교하면 한 달 넘게 시간을 끈 것이다. 교육부는 내부 사정을 근거로 들었다. 학위수여식은 예정일보다 일주일 늦은 8월28일로 연기됐다. 교육부 사정 때문에 졸업자들은 졸업식 일정을 잡는 데 혼란을 겪어야 했다.


한밭대학교(이하 한밭대)도 정부의 '늑장'으로 신임총장의 임기가 뒤늦게 개시됐다. 같은 해 4월 송하영 건축공학과 교수를 1순위로 뽑은 한밭대는 석 달 후인 7월29일이 돼서야 정부의 재가를 받았다. 신임총장의 임기는 2014년 7월20일부터 2018년 7월19일까지로 공고됐다. 정부가 일처리를 서둘렀다면 공고된 임기를 위배할 이유가 없었다.

총장 임명 거부
이유는 못 밝혀

그나마 두 대학은 사정이 나은 편에 속했다. 공주대학교(이하 공주대)와 방송통신대학교(이하 방통대), 경북대학교(이하 경북대)는 아직까지 총장 자리가 공석이다. 이들 대학은 총장이 없고, 각각 직무대행이 총장업무를 보고 있다. 공주대는 1년2개월째 총장이 공석이며, 방통대는 10개월째 총장실이 비어 있다. 경북대도 총장의 부재로 8개월째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교육부는 이들 3개 대학이 추천한 총장후보자에 대한 임용제청을 거부했다. 그러면서 거부사유는 밝히지 않았다. 역대 정부 가운데 '자질'을 근거로 총장 임용이 거부된 사례는 드물다. 정의당 정진후 의원이 지난 2월 공개한 '국립대 총장 임용제청 거부 사례'를 보면 노무현정부 때는 단 1건의 거부권 행사가 있었고, 이명박정부 역시 5년간 6번을 반대하는 데 그쳤다.

더구나 두 정부는 위장전입 및 위장증여, 공무원 영리행위 금지 위반, 교육공무원법 위반 등의 거부사유를 명확히 고지했다. 그런데 박근혜정부는 2년 동안 무려 7차례나 임명제청을 거부하면서도 그 이유를 당사자에게 알리지 않았다. '비공개' 또는 '국립대 총장으로서 부적합'이 전부였다.

공주대와 방통대, 경북대 후보자는 교육부를 상대로 임용제청 거부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교육부는 이 소송에서 연이어 패소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올 1월 공주대 김현규 총장후보자가 교육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지난해 9월 1심에서 승소한 김 후보자는 마지막 대법원 판결만을 남겨놓고 있다.

방통대·경북대·공주대 총장 공석 논란
한체대 친박 정치인 '낙하산 총장' 의혹


방통대 류수노 총장후보자도 올 1월 1심에서 승소했다. 남은 항소심 역시 이변이 없는 한 승소가 유력한 상황이다. 경북대 김사열 총장후보자의 경우는 같은 달 소송을 제기해 교육부와 법정공방에 돌입했다. 현재까지의 일관된 판례는 "교육부가 행정절차법과 헌법이 보장하는 개인의 기본권, 대학의 자치권을 훼손했다"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세 대학에 압박을 넣고 있다. 지난 3월 교육부 명의로 '새로운 총장후보자를 선출하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진행 중인 소송은 '교육부와 개인 간의 분쟁'이라고 못박았다. 교육부는 임용을 거부한 세 후보자와 일체의 접촉을 피하고 있다. 모두 황우여 전 새누리당 대표가 교육부 장관에 취임한 이후 벌어진 일들이다. 그러나 황 장관에게 '실권'이 있다고 보는 견해는 찾기 어렵다. 더 윗선인 '청와대'의 존재 때문이다.

박근혜정부 들어 국립대 총장은 모호한 이유로 임용절차가 지연되는 일이 잦았다. 각 국립대에는 직무대행 체제가 유행했다. 한경대학교(이하 한경대), 부산교육대학교(이하 부산교대), 금오공과대학교(이하 금오공대)는 2012년 12월~2013년 1월 후보자를 추천했음에도 반 년 가까이 총장 자리가 공석이었다. 한국체육대학교(이하 한체대) 역시 자율추천한 후보자가 교육부의 반대로 낙마했다.

정권과 '코드'가 맞는 총장은 시간이 걸려도 청와대의 검증을 통과했다. 한경대 태범석 총장은 보수단체인 범시민사회단체연합(범사련) 소속이다. 범사련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적대적인 단체로 알려져 있다. 부산교대 하윤수 총장 역시 보수성향으로 분류된다. 하 총장은 TK(부산·경남) 출신으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교육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다. 금오공대 김영식 총장 또한 이명박정부 때 대통령 자문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의장으로 활동했다.

보수 성향은
무조건 통과

임명제청이 거부된 세 후보자는 나란히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거나 정권 비판적인 활동을 한 것으로 오해받았다. 대표적으로 류 후보자(방통대)는 지난 2009년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과 함께 이명박정부를 규탄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한 바 있다. 김 후보자(경북대)의 경우도 지난 2004년 국가보안법 폐지 성명에 참여한 전력이 있다.

반면 또 다른 김 후보자(공주대)는 억울함을 호소한다. 지난 2011년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퇴진 촉구, 교수 1000인 선언'에 이름을 올린 그는 "서명한 사실이 없다"라는 입장이다. 교육부 안팎에선 '김 후보자가 진보성향으로 찍혀 제청이 거부됐다'라는 설이 파다하다.

한국교통대학교(이하 교통대) 총장 선출 과정에선 지난 정권과 현 정권이 맞부딪혔다. 2013년 4월 장병집 당시 총장이 물러난 교통대는 권도엽 전 국토해양부 장관을 1순위 후보자로 선출했다. 그러나 'MB맨'의 귀환은 역풍을 불러왔다. 정치권까지 가세한 비판여론에 권 전 장관은 같은 해 7월 후보직을 사퇴했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의 '교통정리'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교육부는 권 전 장관이 사퇴한 직후 총장후보자 재추천을 교통대에 요구했다.

9개월을 허비한 교통대 총장 공백은 김영호 전 대한지적공사 사장이 2014년 1월 임명돼며 갈무리됐다. 후보군 가운데 유일한 외부 인사였던 그는 행정안전부 1차관을 지낸 관료로 성균관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공교롭게도 박근혜정부는 지금껏 세 번의 국무총리를 모두 '성대' 출신으로 지명했다. 김 총장이 임명된 배경에도 '출신학교가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TK·구미·성대 출신은 '프리패스'
교육부 묻지마 인사 배후엔 청와대?

표면적으로 국립대 총장 임명제청권은 교육부 장관에게 있다. 교육부 장관은 '교육공무원 인사위원회'의 자문을 받는다. 인사위원회에는 교육부 소속 고위공무원이 대거 포진해있다. 차관을 위원장으로 기획조정실장, 대학지원실장 등 내부인사 5명과 전문직 외부인사 2명이 후보자를 검증하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이번 정부 들어 인사위원회는 청와대의 '거수기'로 전락했다. 이는 지난 2012년 국립대 총장 선거를 간선제로 전환할 당시 우려됐던 부분이기도 하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 출석한 나선화 문화재청장은 '(문화재청이 관리하는)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총장을 왜 선임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청와대가 결정하지 않아서"라고 답했다. 사실상 청와대의 결정을 인사위원회가 따르고 있다는 증거다.


이 같은 청와대의 '실력행사'는 국립대를 길들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9일 임명된 이남호 전북대학교 총장은 박근혜정부 핵심 국정과제인 '창조경제' 확산에 앞장서고 있다. 정부가 추진한 '창조경제대상 창업경진 대회'에 적극 협력한 데 이어 지난 20일에는 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 이사장에 내정됐다. 앞서 이 총장은 '정부의 창조경제 핵심산업인력 양성을 위한 특성화 전문대학 육성'을 올해의 목표로 꼽았다.

26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안동대학교(이하 안동대) 권태환 총장과 창원대학교(이하 창원대) 최해범 총장도 마찬가지다. 먼저 권 총장은 지역 인터뷰에서 창조교육혁신센터 설립, 총장 직속 미래창조위원회 설치 등을 공언했다. 안동대는 지난해 전국 대학 가운데 최초로 '창조경제실천대회'까지 열었다.

최 총장이 보여준 성의도 권 총장에 못지않다. 그는 지난해 총장 도전을 앞두고 응한 인터뷰에서 "창의적이고 도전정신을 가진 인재를 양성해 창조경제 구현에 이바지하고 지역사회 발전의 견인차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창원대는 학내에 'COMPASS 창조경제타운'을 운영하고 있으며, 교육부가 주도하는 산학협력선도대학(LINC) 육성사업에 적극 동조하고 있다.

감사원 움직여
국립대 주물럭

박근혜정부는 국립대 총장을 쥐락펴락하면서 교수들을 상대로는 사정작업을 벌이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해 국가 R&D(연구·개발)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에 착수했다. 감사원이 적발한 연구비 부실 관리 대학에는 서울대와 전북대, 경북대가 모두 망라됐다. 당장 내년 총장 선거를 앞둔 국립대 입장에선 정부의 이 같은 압박이 반가울 리 없다. '후보자를 잘못 뽑았다가 보복 당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각종 비리로 몸살을 앓던 한체대는 2013년 3월 김종욱 당시 총장이 물러난 뒤 4차례나 총장 후보를 바꿨다. 교육부는 온갖 이유로 한체대가 추천한 후보자에 딴지를 걸었다. 최종적으로 한체대가 고른 안전한 선택지는 김성조 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이었다.


경북 구미 출신안 김 전 의장은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을 지낸 '친박계' 정치인이다. 체육계에 어떠한 연고도 없음에도 전체 47표 중 36표를 득표해 지난 1월 후보자로 추대됐다. 반대로 일관하던 청와대는 바로 다음 달 김 전 의장을 총장으로 임명했다. 교육부 안팎에서 제기된 낙하산 논란에는 꿈적하지 않았다. 'TK·구미·성대' 출신에게만 '프리패스'를 내 준 셈이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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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