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쓰는 마사회, 그래도 욕먹는 이유

아이 손잡고 가니…노름꾼만 바글바글

[일요시사 경제2팀] 박호민 기자 = 집 앞에 ‘화상경마장’(마권장외발매소)이 들어선다면 지역주민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마사회는 전략을 바꿨다. 지난해 3월 ‘렛츠런(LetsRun) 혁신경영 선포식’을 통해 이미지 변신을 꾀한 것. 마사회는 화상경마장과 문화센터를 합친 공간인 렛츠런CCC를 전국적으로 운영하며 ‘화상경마장과 문화’라는 이미지를 덧씌웠다. 이후 마사회는 가족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키즈카페 등을 운영하면서 친근한 이미지 만들기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었다. 과연 변신에 성공할 수 있을까.

과거 마사회가 사회적인 공헌을 통해 화상경마장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선하려 했다면 최근 들어서는 화상경마장과 문화라는 이미지를 덧씌우며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서려는 모양새다. 지난해 마사회가 가진 ‘렛츠런 혁신경영 선포식’은 이러한 노력을 드러냈다.

온가족 함께하는
플레이 테마파크
 
마사회는 이 같은 의지를 나타내기 위해 서울경마공원의 이름을 ‘렛츠 런 파크 서울’로 바꿨다. 아예 공원 이름에서 ‘경마’를 빼면서 부정적 이미지 탈피에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이날 강남 장외발매소는 렛츠런CCC. 강남으로 이름을 바꾸고 부정적인 인식을 해소하려 했다.
 
렛츠런CCC는 지역주민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 다양한 사회 편의 시설을 제공했다. 렛츠런CCC. 강남의 경우 30억원을 들인 3개월간의 공사를 거친 후 지난해 11월, 50석 규모의 소극장, 다목적 VIP룸, 브런치 카페, 연회장, 회의실을 갖춘 문화시설로 다시 재개장 했다. 마사회는 또 4월부터 전국 30개 렛츠런CCC에서 승마교실을 운영하며 지역 주민과의 스킨십을 강화했다.
 

마사회는 친근한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다소 과한 홍보를 해 눈총을 받기도 했다. 지난 17일 마사회가 렛츠런CCC는 지난해 혁신대책 마련이후 주민 친화적인 문화시설로 의식이 변화됐다고 밝힌 것. 마사회는 문화센터를 이용한 고객 중 91.7%가 화상경마장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며 주민 친화적인 문화시설로 의식이 변화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렛츠런CCC에서 제공하는 문화 프로그램이 기존 시세보다 저렴하거나 아예 무료인 경우가 많아 렛츠런CCC 문화센터 이용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가 큰 의미가 있느냐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왔다. 실제 마사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화상경마장에 대한 이미지 개선은 요원한 모습이다. 지역 주민들의 화상경마장 개장에 대한 반발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반발이 가장 심한 곳은 용산구다. 현재 전국에 운영되고 있는 렛츠런CCC 30개 가운데 유일하게 렛츠런CCC. 용산은 마권을 발매하고 있지 않다. 지역주민들의 반발로 정식으로 개장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마사회는 2013년 9월부터 용산 화상경마장(현 렛츠런CCC)을 개장하려고 했으나 지역주민의 반대에 부딪혀 정식 개장을 미뤄야 했다. 용산 주민들은 학교와 230여m 떨어진 화상경마장이 교육환경을 해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했다.
 
 
2014년 6월에는 마사회가 기습적으로 렛츠런CCC. 용산을 ‘시범개장’하면서 지역주민과 갈등은 고조됐다. 당시 시범개장을 반대한 지역주민들은 영업을 제재하기 위해 마사회 직원, 경찰 등과 뒤섞이면서 일부는 구급차에 실려 가기도 했다. 특히, 마사회는 이날 사건에 연루된 22명을 고소하면서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반발하는 지역
주민들 달래기
 

그러나 정치권에서 렛츠런CCC. 용산 개장을 두고 반대의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자 마사회는 한 발 물러서야 했다. 사건에 연루된 주민 22명에 대한 고소를 취하한 것.
 
결국 마사회로서는 렛츠런CCC. 용산을 개장하려면 화상경마장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 개선이 필요했다. 과거에도 이미지 개선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을 해왔지만 더욱 적극적으로 용산구 지역주민과의 스킨십을 강화해야 했다.
 
마사회는 지역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노래교실, 승마교실, 취미교실 등 지역주민들의 직접적인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인식 전환을 유도했다. 최근에는 렛츠런CCC. 용산에 키즈카페 ‘유니콘 패밀리 월드’입점을 계획하며 화상경마장의 가족 친화적인 이미지를 구축 중이다.
 
한국마사회의 설명에 따르면 ‘유니콘 패밀리 월드’는 렛츠런CCC. 용산의 7개층(1∼7층)을 가족형 플레이 테마파크·온가족이 함께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라운지 형태의 대기공간으로 계획됐다.
 
마사회 관계자는 “현재 기피시설로 인식돼 (지역 주민의) 반대가 있는 렛츠런CCC. 용산은 지역사회의 든든한 후원자이자 주민 친화적인 문화 시설로 진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사회는 렛츠런CCC. 용산의 6월 개장을 기대하고 있다. 마사회는 지난 18일 “구체적인 시기는 아직 계획되지 않았지만 상반기 중 마권 발매를 개시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화상경마장 친근한 이미지 포장 중
가족들과 즐길 수 있는 테마파크로
 
앞서 현명관 한국마사회장도 지난달 20일 국회에서 “용산 화상경마장은 당정청 협의를 통해 가능하면 상반기 이내에 개장하고 싶다”고 밝히는 등 마사회는 그동안 상반기 개장을 주장해 왔다.
 
하지만 지역주민들의 전향적인 태도는 나오지 않았다. 즉각적으로 지역주민 단체에서 반대 성명을 내놓아 또다시 갈등이 고조된 것. 용산화상경마도박장추방대책위원회는 지난 19일 “2013년 5월부터 마사회의 학교 앞 도박장 개장을 반대하고 있음에도 마사회는 호시탐탐 도박장 개장을 엿보고 있다”고 반발했다.
 
대책위는 “용산구청과 용산구의회, 용산구 국회의원, 서울시, 서울시교육청, 서울시의회, 국민권익위원회 등이 모두 나서서 화상경마도박장 개장을 반대하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마사회는 틈만 나면 이 화상경마도박장이 레저시설이라고 거짓을 설파고 있지만, 사행산업관련 법에도 화상경마도박장은 사행산업시설(도박장)로 규정돼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교육청도 렛츠런CCC. 용산 개장과 관련 학생의 안전권과 교육환경 향유 권리를 침해한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시교육청은 지난 21일 “이미 사업의 기반이 준비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앞으로 발생할 학생인권침해에 대해 눈을 감는다면 학생인권보다 물질적 가치가 우선되는 잘못된 관행이 지속될 수 있다”며 우려를 드러냈다.
 

경마장과 문화
변신 성공할까
 
또 용산 화상경마장이 정식으로 개장할 경우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제22조’인 교육환경에 대한 권리를 비롯해 초·중등교육법, 아동권리협약 등에서 보장하는 학생 인권이 침해될 가능성이 있다며 마사회를 압박했다.
 
마사회는 다소 억울할 수 있다. 학교보건법을 준수했고 정부와 지자체의 승인을 받아 진행한 사업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역주민과 마사회 간 갈등은 지속될 전망이다.
 
 
마사회의 렛츠런CCC는 지역 복합문화공간 조성이라는 목표아래 설립이 추진되고 있지만 지역주민의 반발에 난항을 겪거나 아예 무산되는 경우가 용산구 외에도 많다.
 
울산 울주군의 경우 지난 3월 민간사업자가 KTX 역세권 내에 유치하려던 화상경마장에 대해 ‘동의불가’ 방침을 밝혀 화상경마장 유치가 사실상 무산됐다.
 

사실상 도박시설인 만큼, 울산의 관문인 KTX역 앞에 들어설 경우 도시이미지 훼손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울주군 관계자는 “사행산업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반감과 함께 지역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돼 군 지역에 화상경마장을 유치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굳혔다”고 밝혔다.
 
앞서 충북 청주와 충주시에서 동시에 추진하는 한국마사회 마권 장외발매소(화상경마장)가 무산됐다.
청주시도 지난해 7월 화상경마장 설립 추진이 무산된 바 있다. 청주시는 명암타워 소유자 A씨와 청주 지역 장애인단체들이 화상경마장 유치에 나서 동의를 요구했다. 그러나 시는 시민들의 반발이 거세 결국 동의를 거부했다. 시 관계자는 동의 거부와 관련 “화상경마장에 대한 시민의 부정적인 여론이 높다”고 설명했다.
 
키즈카페 운영…애 맡기고 베팅?
“그래봤자” 회의적인 시각 팽배
 
홍성군 역시 화상경마장 유치를 검토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지역의 주민들의 즉각적인 반발에 부딪혀야 했다. 강희관 태안참여자치시민연대 공동의장은 “홍성군이 화상경마장을 설치하려고 검토하는 곳은 사실상 태안의 관문인데 사행성 산업을 유치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강 의장은 또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킨다고 하지만 오히려 지역의 돈이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이 더 크고 범죄 발생 가능성도 높아지며 무엇보다 지역민을 도박중독의 길로 이끌 수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홍성군은 화상경마장 유치에 한발 물러서야 했다. 홍성군 관계자는 “주민들에게 화상경마장 설치 장단점을 충분히 설명하고 주민의견에 따라 유치를 추진할 수도 있고 안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화상경마장에 대한 지역주민과 마사회 간 갈등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추진된 경영혁신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2013년 12월에 취임한 현명관 마사회 회장이 있다. 현 회장은 1993∼1996년에는 삼성그룹 비서실장을 지냈으며, 2005년에는 삼성물산 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삼성에서 잔뼈가 굵은 현 회장은 삼성DNA를 마사회에 심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러블 메이커
“그래도 안된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마시회 조직의 체질을 확 바꾸겠다”며 “철저한 성과주의, 신속한 의사결정 등 ‘삼성 스타일’을 접목해 나가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의 경영 철학을 두고 양날의 검이란 평가가 나온다. 공공기관인 마사회에서 성과 위주의 경영으로 화상경마장을 늘려나가는 것이 공익에 도움이 되겠냐는 것이다. 한편, 알리오에 따르면 현 회장이 취임한 지난해 마사회의 수익(매출액)은 7조6895억원으로 전년 7조7353억원보다 소폭 감소했다.
 
<donky@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경마 혁신’ 현명관 마사회장 작품?                      
 
현명관 마사회 회장의 취임 3달 뒤인 2014년 3월 마사회는 ‘렛츠런(LetsRun) 혁신경영 선포식’을 열고 경마의 이미지 쇄신을 통해 의욕적인 경영의지를 밝혔다. 선포식에 따르면 경마의 이미지 변신과 함께 혁신경영, 나눔확산, 이미지개선 등을 통해 국민기업으로 도약을 추진했다. 이를 위해 마사회는 방만한 경영 해소, 말산업 육성, 고객감동 등 10대 혁신경영 과제를 발표했다.

경마에 대한 대국민 이미지 전환을 위해서는 새 대표브랜드 ‘렛츠런’을 공개했다. 서울경마공원은 ‘렛츠런 파크 서울’로, 강남장외발매소는 ‘렛츠런 문화공감센터 강남(렛츠런CCC. 강남)’ 등으로 이름을 바꿨다. 이와 함께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다하기 위해 사회공헌 재단인 ‘렛츠런 재단’을 출범했다.

렛츠런 재단은 마사회 임직원의 기부금 1억원을 포함해 연 사업비 77억원 규모이며, 일자리 창출과 취약계층 복지증진, 인재양성 사업 등 5개 분야에 역량을 집중했다. 당시 마사회 관계자는 “혁신경영 선포를 계기로 국민이 바라는 공기업의 모습을 갖추겠다”며 “대한민국 1등 사회공헌 국민기업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호>
 
<기사 속 기사> 말 산업 현황
 
말 산업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우리나라 말산업 사업체는 1999개로 전년에 비해 10% 가까이 늘었고, 말 사육두수도 2만5800여마리, 승마인구는 4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말산업 고용인원은 1만6000명 이상이며 산업 규모도 3조2000억원 이상으로 전년에 비해 크게 성장하는 등 정부의 말산업 육성 정책이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실시한 ‘2014년 말산업 실태조사’에서 이 같이 나타났다고 지난달 11일 밝혔다.
농식품부의 2014년 말산업 실태조사 결과에 다르면 말산업 사업체수는 2013년 대비 175개소(9.6%) 증가한 1999개소로 조사됐고, 이중 말보유 사업체는 2013년 대비 200개소(12.4%) 증가한 1808개소로 조사됐다.

말산업 육성정책을 가늠할 수 있는 말 사육두수는 2013년 대비 1352두(5.5%) 증가한 2만5819두로 조사돼 정부의 말산업 육성정책에 상당한 성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승마시설수와 정기 승마인구수도 2013년 대비 각각 64개소(19.3%), 1729명(4.4%) 증가한 395개소, 4만596명으로 조사돼 그간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해온 승마 대중화에도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말산업과 관련한 일자리는 말산업 종사자수의 경우 2013년 대비 680명(4.4%)이 증가한 1만6091명으로 조사돼 일자리 창출에 성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의 국가경제 기여도를 나타내는 말산업 규모(2013년 말 기준) 또한 2012년 말 기준 대비 2.2%(695억원) 증가한 3조2094억원으로 조사돼 말산업의 외형적인 성장도 확인됐다.

이 밖에 국민의 말산업에 대한 인지도는 28.4%로 2013년 대비 1.0% 증가했고, 승마 참여율도 9.9%로 2013년 대비 1.6% 증가한 것으로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 나타났다.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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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