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붙는' 자원외교 수사 관전포인트

80억 성공보수 MB측근들 나눴나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성완종 리스트'로 유야무야됐던 '해외 자원개발 비리' 수사가 동시다발적인 압수수색을 통해 불씨를 살렸다. 국고 1조원을 날린 '하베스트 부실 인수' 의혹 규명에 화력이 집중된 모습이다. 특히 수사 대상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집사'로 지목된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비서관의 아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잠잠했던 검찰의 칼끝은 다시 이 전 대통령을 겨누고 있다.

서울에서 내려온 검찰 수사관 30여명이 울산광역시에 들이닥쳤다. 지난 12일 검찰은 한국석유공사(이하 석유공사)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이들은 석유공사 내부 회계자료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해 차량에 실었다. 주춤했던 해외 자원개발 비리 수사가 재개됨을 알리는 선전포고였다.

국고 1조 날려

이날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임관혁)는 석유공사 본사와 메릴린치 서울지점 등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메릴린치는 M&A 자문사 자격으로 하베스트의 노스어틀랜틱리파이닝(NARL·날)이 한국에 인수되게끔 석유공사와 공모한 의혹을 받고 있다.

같은 날 검찰은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의 사무실과 자택에도 수사관을 급파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업무상 배임 혐의가 적시됐다. 강 전 사장은 캐나다 정유회사인 하베스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부실 계열사인 날도 사들여 석유공사에 1조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른바 'MB맨'으로 알려진 강 전 사장은 하베스트 인수 당시 석유공사의 대표를 지냈다.

감사원은 지난 1월 강 전 사장을 하베스트 부실 인수의 책임을 물어 검찰에 고발했다. 감사원은 강 전 사장이 하베스트 인수 계약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정황을 포착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석유공사는 하베스트 인수 후 1조3300여억원에 이르는 손실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강 전 사장은 지난 2009년 10월 하베스트 소유의 유전개발 회사를 인수토록 결정했다. 이때 부실 회사인 날도 끼워 매수하도록 지시했다. 당시 하베스트는 협상 조건으로 계열사 날의 인수·합병을 석유공사에 요구했다. 그러나 석유공사는 자체 검토를 거쳐 날을 인수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날의 형편없는 경영실적과 불투명한 수익성이 우려됐던 것이다.

하지만 강 전 사장은 하베스트의 요구를 수용했다. 검찰은 강 전 사장이 이명박정부의 중점과제였던 해외자원개발 실적을 높이기 위해 무리한 인수합병을 추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석유공사는 같은 해 12억2000만달러(1조3700억원)에 날을 인수했다. 일부 장밋빛 전망에도 불구하고 날의 영업이익은 1년도 못가 곤두박질쳤다. 거품이 껴있던 회사 자산가치도 급락했다.

지난해 석유공사는 전체 인수비용의 3%에도 못 미치는 돈을 받고 미국계 투자은행에 날을 되팔았다. 서류상 매각금액은 9700만달러였다. 그러나 정산 금액 등을 제하고 실제 회수할 수 있는 돈은 3500만달러(329억원)에 불과했다. 결론적으로 석유공사는 부실회사에 1조3700억원을 쏟아 부었다가 5년 만에 1조3371억원의 손실을 확정했다. 1조3371억원은 지난 한 해 동안 임금이나 퇴직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 29만3000여명의 체불임금 총합(1조3195억원)보다 많은 액수다.

지난해 감사원이 재평가한 2009년 날의 적정 지분가치는 9억4100만달러였다. 그런데 석유공사는 적정가보다 2억2900만달러(3133억원)의 웃돈을 주고 하베스트와 계약했다. 검찰은 강 전 사장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서 3133억원의 배임 사실을 명시했다. 검찰 관계자는 "날의 적정가치를 얼마로 보느냐에 따라 전체 배임규모는 늘어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3000억원대 배임 의혹과 관련해 검찰은 석유공사의 자문사였던 메릴린치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메릴린치는 하베스트 인수의 타당성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회사 자산가치를 시장가격(주당 7.3달러)보다 높은 수준(주당 9.61달러)으로 측정했다. 검찰은 메릴린치가 날의 자산가치를 고의로 부풀린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특수1부 석유공사·메릴린치 등 전격 압수수색
강영원·김백준 수사 초읽기…최경환 좌불안석

날의 인수를 전후로 불거진 의문점은 한둘이 아니다. 검찰 관계자는 "메릴린치가 보고서 형태로 제공한 수치를 석유공사가 실사 없이 그대로 인용한 사실이 있다"라며 "메릴린치가 석유공사의 자문을 맡게 된 배경과 역할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석유공사는 지난 2009년 10월20일 메릴린치가 쓴 자문보고서를 건네받고 서둘러 계약을 진행했다. 단 하루 만에 인수를 결정하고 기다렸다는 듯 날인했다. 심지어 강 전 사장은 메릴린치가 평가한 시장가격(주당 9.61달러)보다 더 비싼 값에 지분을 매입하도록 지시했다. 석유공사가 매긴 주당 가치는 10달러에 달했다.

이 같은 부실 인수가 가능했던 배경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집사로 지목된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비서관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2009년 메릴린치 서울지점에는 김 전 비서관의 아들인 형찬씨가 상무로 재직했다. 형찬씨는 하베스트 인수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형찬씨가 있던 서울지점은 하베스트 인수 계약이 성사된 직후 760만달러(80억원)의 성공보수를 청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메릴린치가 작성한 문서에는 형찬씨가 당시 자문팀에서 계약을 주도한 인물로 소개돼 있다. 석유공사 측은 "메릴린치 성공보수의 수취인 계좌가 미국 계좌"라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그럼에도 의문은 남는다. 석유공사가 메릴린치와 한 계약에 따르면 책정된 성공보수는 508만달러로 규모로 알려졌다. 그런데 석유공사는 252만달러를 더 지급했다. 80억원의 성공보수가 어떤 근거로 책정됐고 어디로 전달됐는지 또 어떻게 배분됐는지 확인이 필요한 대목이다.

아울러 석유공사는 메릴린치 서울지점을 자문사로 선정하기 위해 심사과정에서 특혜를 준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M&A 실적 등 객관적인 평가에선 낮은 순위였던 메릴린치가 유독 선정위원 주관평가에선 높은 점수를 받아 자문사로 낙점됐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검찰은 강 전 사장과 김 전 비서관 등이 사전에 범행을 공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처음 검찰은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조사부에 배당했다. 그러나 최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로 재배당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정·관계 비리 수사, 대기업 수사 등 검찰 내 굵직한 사건을 별도로 담당하는 부서다. 때문에 이번 수사가 김 전 비서관 선에서 멈추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검찰의 이번 압수수색은 표면적으로 이 전 대통령의 측근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됐다. 두 'MB맨' 모두 소환이 불가피한 데다 의외의 진술이 나오면 수사가 더 '윗선'으로 뻗어갈 수 있다. 석유공사가 타낸 돈이 1조원 이상이라는 점도 정권 실세의 개입을 유추케 한다.

MB집사 특혜의혹

검찰로서는 해외 자원개발 비리 수사의 활로가 막힌 상황에서 어떻게든 실마리를 찾아야 하는 처지다. 공교롭게도 현 정부 실세인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잠재적 수사 대상으로 거론된다.

강 전 사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최 부총리에게 보고를 마쳤고 암묵적인 동의 하에 인수를 진행했다'라는 취지로 증언했다. 최 부총리는 이명박정부의 지식경제부 장관을 지낼 당시 하베스트 인수를 최종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강 전 사장에 대한 올무를 죌수록 최 부총리는 좌불안석이다. 최 부총리는 지난해 "구체적인 지시를 내린 적 없다"라고 의혹을 반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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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