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현대사 산증인 최환 전 5·18 특별수사본부장

“적당 하면 편하지만 역사발전이 없죠”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이 지은 동명의 책 이름처럼 정의에 대해 수없이 질문을 던진 법조인이 있다. 최 환 전 5·18 특별수사본부장은 현직 검사로 있을 당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통일민주당 창당 방해 사건’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뇌물수수 사건’ 등 굵직굵직한 사건을 담당해 진실을 밝힌 대한민국 현대사의 산증인이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 중 자행된 신군부의 학살은 다신 일어나선 안 되는 대한민국의 비극이다. 1980년 일어나 올해로 35년이 지난 지금,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내란죄와 뇌물죄 수사가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그때 최 환 전 서울지검장은 5·18 특별수사본부장에 임명돼 수사를 총괄하면서 진실을 밝힌 주역이다. 결국 1997년 대법원에서 내란죄 및 뇌물죄가 확정돼 무기징역과 추징금 2205억원이라는 헌정사상 유래 없는 판결이 나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다음은 <일요시사>와의 일문일답.

“계엄령부터 실수”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 기념곡으로 지정하는 과정에 잡음이 많습니다.
▲ 평가가 여러 가지로 나뉩니다만 전 곡명을 ‘광주의 노래’로 바꿔 부른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노래가 분명 오해의 소지는 있습니다. 가사 중 ‘따르라’라고 하는 부분이 선동으로 해석될 수 있죠. 그러나 광주 쪽에서는 5·18 추모 행사 때 그 노래를 부르길 원합니다. 광주사람들이 욕심 부리는 게 아닙니다.

이 노래는 1981년에 한 남학생과 여학생을 위해 영혼결혼식을 시키는 과정에서 바친 헌가입니다. 그런데 가사를 보면 시위할 때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으니까 운동권에서 사용을 한 것이죠. 그 노래를 부르며 시위하는 사람을 저도 처벌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국가 보안법이나 불법 폭력시위를 해서 잡아간 것이지 그 노래를 부른다고 처벌하진 않았습니다.

대법원 판례를 찾아봐도 노래가사나 곡명에 문제가 있다고 판결난 사례가 없습니다. 형사 처벌 받은 적도 없고요. 그러니 5·18 행사할 때 마지막 곡으로 부르면 되는 것이죠. 보훈처에서는 제창으로 하지 말고 합창단이 앞으로 나와 하면 안 되냐고 하는데 마찬가지 아닌가요.

-5·18 광주 민주화 운동 기념일이 다가왔습니다. 당시 신군부의 행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광주에 계엄령을 선포했죠. 그럼 광주에 있는 시민들이 광주 잡으려고 한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국민을 안심시키고 생업에 만전을 기하고, 그것만 생각하게 만들어 주는게 지도자의 길이고 통치자의 길입니다. 그런데 계엄령을 선포하니까 저항권을 발휘한 것입니다.

국민의 자연법적인 저항이 안 일어나도록 예방할 수 있어야 통치인의 자격이 있는 것입니다. 정치인도 똑같죠. 결론적으로 ‘정의’ ‘인권’ ‘진실발견’ 모두 정의가 관통하는 것인데 정의로운 방법으로 인권을 보호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1995년 서울지검장 재직 당시 특별수사본부장을 맡아 전두환 전 대통령을 구속기소 했습니다. 도중에 북한군 남파, 폭동 등이 억측이라는 것도 밝혀내셨고요.
▲희생자들의 오해가 없도록 수사하는데 최선을 다했습니다. 수사를 철저히 해야 이분들이 납득을 하신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했습니다. 희생자를 살릴 순 없지만 우리가 진심으로 수사하니 유가족들도 납득을 하시더군요. 당시 북한에서 공작원을 남파했다는 억측이 있었지 않습니까. 우리가 확인하니 그런 건 없었습니다.

-전직 국가원수의 부정비리를 파헤치는 극적인 수사였습니다. 힘드시진 않으셨나요?
▲그 수사 이외에도 주위에서 ‘적당히 하면 되지 않냐’고 말합니다. 5·18 수사도 그렇죠. 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직 이견이 있습니다. 우리 군이 왜 가야됐으며 결국 수습이 안 되니 발포한 거 아니냐는 거죠. 그 분들은 아직도 절 싫어합니다. 적당히 수사할 수도 있는 문젠데 왜 그렇게까지 했냐고요.

-최근 미 법무부는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의 재산을 몰수해 한국정부에 반환했습니다. 당시에는 국외재산이 없었나요?
▲뇌물죄 수사를 진행할 때는 국외재산이 없었습니다. 뇌물로 받은 돈을 검찰에서 모두 파악하고 있었는데 국외로 빼돌린 돈은 없었습니다. 나중에 사면·복권이 돼서 교도소 밖으로 나가니까 ‘다시 돈을 낼 필요가 없지 않나’라고 생각하고 여기저기 돈을 흩트린 것 같습니다.

전두환·노태우 정권 굵직한 사건 맡아 
내란죄·뇌물죄 수사 지휘…진실 밝혀

-추징금 추가 환수를 위한 첫째 덕목은 집요함이라고 말씀하신 적 있습니다.
▲추징금을 안 내기 위해 보통은 돈을 숨깁니다. 그렇기 때문에 집요하게 달라붙어 받아 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중에 있는 거 고분고분 내지 않는 것도 요인이죠.

-정가에서는 5·18 기념일마다 정치 이슈로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입니다. 이런 정치판에 대해 비리를 밝힌 검찰로서 해주실 말씀 있으신가요?
▲정치화시키는 행위를 하면 희생자들이 분노합니다. 희생자들 유족이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는 경우는 없어요. 5·18 사건은 우리가 의혹 없이 수사를 했기 때문에 이슈로 사용하면 안 돼요. 수사 당시 시신을 못 찾았다는 유족들이 있었는데요. 당시 그 사람들과 직접 의심되는 현장으로 가 포크레인을 동원해 함께 시신을 찾았습니다. 검찰이 나서서 그렇게 하니 의혹이 사라졌죠. 유족과 똑같은 마음에서 수사를 한다는 것을 알아주신 겁니다.

-오로지 법조인으로서 살아오셨습니다. 참 법조인이란 평가가 많은데요. 그런 외부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융통성 없는 사람’이 나에 대한 평가입니다. 좋은 의미는 아니죠. 세상은 바뀌고 정치인·지도자도 바뀌고 그러니까요. 전 지금까지 살면서 세 가지를 하지 않았습니다. 검사 그만둔 지 16년째지만 전관예우를 안 받았고요. 로펌도 안 만들었습니다.
 

재벌들 기업에 장학생으로 들어가지 않았죠. 장학생이라고 하면 알겠죠? 현직에 있을 때 뒷바라지하고 은퇴하면 법률고문에 사외이사로 활동하는 것 말입니다. 그걸 하지 않았어요. 이 세 가지를 하면 내가 정의롭지 못하게 되잖아요. 뭐든 적당주의로 가면 편합니다.

하지만 시대상에 항상 그런 사람들만 있으면 역사발전이 없지 않을까요. 검사도 검사장을 하면 사회에 기여하는 점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역사의 법정에 설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피고인 신분으로 섰을 때 내 삶과 생각을 피력해서 국민의 박수를 받을 수 있다면 성공한 사람이 된다는 생각으로 살아왔습니다.

“국민 박수 받으면 성공”

-확고한 신념을 가진 계기가 있나요?
▲초등학교 2학년 때 6·25가 났습니다. 그때 선친께서 구미역장을 하셨죠. 피난길에 올랐는데 역으로 마지막 열차가 들어왔어요. 그 열차는 역에 있는 사람을 다 태우고 가야됐어요. 그때 선친께서 우리 가족들, 피난민들, 역원들 다 태울 때까지 열차를 타지 않으셨습니다. 역에는 아버지만 계셨죠.

그러고 나서 열차가 출발할 때 마지막에 타시더라구요. 당시 주위에서 ‘역장님 대단히 수고하셨다. 총알에 희생당할 수 있었는데’라며 사람들이 고마워했습니다. 그러자 아버지는 ‘역장으로서의 당연한 임무입니다’라고 대답하셨어요. 그 말 듣고 느낀게 많습니다. ‘남의 윗사람이 되려면 저렇게 해야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가지게 됐죠.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일요시사>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chm@ilyosisa.co.kr>


[최환 전 본부장은?]

▲충청북도 영동 출생
▲서울대학교 사법대학원 석사과정 수료
▲대검찰청 공안부장
▲서울지방검찰청 검사장
▲부산·대전고등검찰청 검사장
▲최환 법률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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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