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게이트> 홍준표 대반격 시나리오

"이대로 혼자만 죽을 수는 없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성완종 리스트가 화제의 중심에서 이동하고 있다. '비박'인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이완구 전 국무총리만 모든 역풍을 뒤집어 쓴 모습이다. 특히 검찰은 '피의자' 홍 지사와 연일 설전을 벌이는 등 혐의 입증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남은 6인'의 대선자금 의혹에 대해선 함구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에 홍 지사는 보란 듯 언론을 활용해 '공천헌금' 논란을 지폈다. 혼자만 당할 수 없다는 계산이다.

'성완종 리스트'의 진실이 미궁에 빠질 조짐이다.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 관계자는 지난 14일 "향후 수사를 종합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성완종 리스트의 실체를 밝힐 수 있는 비밀장부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잠정 결론 냈다. 현재로써는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이완구 전 국무총리를 사법처리하는 선에서 수사가 종료될 것으로 보인다.

이완구 소환
기소 초읽기

같은 날 이 전 총리는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3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소환돼 15시간이 넘는 고강도 조사를 받았다.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8인 가운데는 홍 지사에 이어 두 번째다.

다음날 오전 1시 조사를 마치고 나온 이 전 총리는 취재진과 만나 "나름대로 입장을 얘기했고 검찰 얘기도 들었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진실이 이긴다고 했는데, 이겼다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대해선 "이겼다 졌다가 아니고 저는 받은 사실이 없으니까 진실한 것이 우선이라는 말"이라고 답했다. 검찰은 이 전 총리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검찰은 "앞서 조사한 홍 지사를 이 전 총리와 일괄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알렸다. 일부 언론에 보도된 것과는 달리 홍 지사에 대해선 구속영장 청구까지 검토되는 상황이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친박계 핵심 인사들에 대해선 '기록물 확보'조차 안 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홍 지사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자신의 정리된 주장을 기자간담회 및 SNS 등을 통해 적극 알리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홍 지사가 나름의 '반격 카드'를 쥐고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여당 원내대표와 당대표 등을 두루 거치며 누구보다 '친박'의 약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란 기대다. 실제로 홍 지사는 이른바 '공천헌금' 발언으로 '무력시위'의 가능성을 열었다.

검찰이 다투고 있는 두 가지 혐의는 홍 지사의 1억원 수수 여부와 핵심 증인에 대한 회유 지시 의혹이다. 검찰은 성 회장이 한장섭 전 경남기업 부사장에게 지시해 1억원을 만들었고, 이 돈이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거쳐 홍 지사에게 전달된 것으로 보고 있다. 범행 장소와 방법도 구체적이다. 윤 전 부사장이 2011년 6월 자신의 아내가 운전하는 차로 국회 의원회관에 도착해 홍 지사를 부른 뒤 1억원을 담은 쇼핑백을 건넸다는 것이다.

검찰 이완구·홍준표 일괄 기소 검토중
늪 빠진 대선자금 수사…출구전략 고심

하지만 홍 지사는 금품수수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윤 전 부사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을 이유가 없을 뿐 아니라 돈을 건넸다는 윤 전 부사장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홍 지사의 최측근이자 당시 1억원을 들고 나간 것으로 지목된 나경범 경남도청 서울본부장은 검찰 조사에서 혐의 사실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홍 지사가 핵심 증인을 회유하려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막바지 조사를 진행 중이다. 홍 지사에 대한 구속여부가 판가름 나지 않은 이유는 회유 의혹에 대한 법리검토가 끝나지 않아서이다. 특별수사팀의 보고를 받은 김진태 검찰총장은 더욱 확실한 증거가 나올 때까지 결정을 유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내부적으로는 김해수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과 홍 지사의 측근 엄모씨 등이 윤 전 부사장과 접촉해 회유를 시도한 것으로 의견이 정리됐다. 이미 검찰은 이들과 윤 전 부사장 간의 통화 녹음파일을 확보한 상태다. 단 김 전 비서관 등이 홍 지사와 사전에 회유를 공모했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홍 지사 역시 회유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윤 전 부사장과 개인적으로 친한 사람들이 자신을 걱정하는 차원에서 진상을 알아보려 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검찰은 홍 지사 측근들이 같은 시기 조직적으로 움직인 점에 비춰 홍 지사의 묵인 내지는 방조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 지시가 있었다면 검찰은 증거인멸 교사 혐의를 추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궁 빠진 수사
만만한 홍준표?

그런데 검찰은 홍 지사를 수사하면서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혔다. 바로 '공천헌금' 의혹이다. 윤 전 부사장은 앞선 소환조사에서 "성 회장이 2012년 총선 당시 당의 공천을 받기 위해 홍 지사에게 돈을 건넨 것으로 알고 있다"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성 회장 또한 생전 마지막 언론 인터뷰에서 “내가 뭐 그때 공천 받으려고 한 것도 아니고, 아무 조건 없이 그렇게 했다”라며 공천헌금의 존재를 언급했다.

법리상 대가성 여부는 공소사실을 가르는 근거다. 공천을 목적으로 돈을 받았다면 공직선거법 위반이나 뇌물수수 혐의가 추가될 수 있다. 반대로 대가성 없는 돈이라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게된다. 처벌 수위는 공직선거법 위반이나 뇌물수수가 더 세다.

하지만 검찰의 걱정은 처벌수위가 아닌 홍 지사의 '입'에 있다. 홍 지사는 얼마 전 기자간담회에서 "(현역) 의원으로부터 공천헌금을 주겠다는 제의를 받은 적 있다”라고 폭로했다. 잘못 건드렸다간 애써 잡은 불길이 다른 '집'으로 번질 태세였다.

공천헌금 파장
당혹스런 새누리

지난 11일 홍 지사는 기자들에게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면서 옛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시절 총선을 앞두고 수억원대의 공천헌금이 오갔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홍 지사는 이날 "(내가) 17대 (총선) 공천심사위원장일 때 등산복 차림의 영남 지역 의원이 공천을 하루 앞둔 일요일 새벽 우리 집으로 찾아와 '저건 돈이다'고 직감해 문을 안 열어줬다”라고 말했다.

이어 홍 지사는 "(그 의원이 다음날) 월요일 (아침) 9시 국회 사무실에 찾아와 '5억원을 줄 테니 공천해 달라'고 해 내가 '왜 16대 때는 20억원을 준 걸로 아는데 17대 때는 5억원이냐'고 하니까 즉각 '20억원을 준다'고 했다"라며 "그날 오후 내가 공천심사위원회에 보고하고 (탈락하는 것으로) 공천을 바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홍 지사의 이 같은 작정 발언은 5억원도 받지 않은 내가 1억원 따위(?)를 받았겠냐는 뜻이다. 그렇지만 발언의 취지와 달리 홍 지사는 "1억원은 광역의원 공천하는 돈도 안 된다"라고 말해 또 다른 '불씨'를 남겼다. 오랜 당직 경험으로 홍 지사는 공천의 '시세'를 꿰뚫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공천헌금을 건넨 사람을 밝히진 않았지만 새누리당 안팎은 '철렁한 분위기였다'라고 전해진다.

다음날 당시 홍 지사와 공동 공천심사위원장이었던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홍 지사의 말이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김 전 지사는 홍 지사가 공천헌금 액수를 최소 5억원에서 최대 20억원으로 부른 데 대해 "그 이상일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여당 사정에 정통한 정치권 관계자도 비교적 최근까지 '돈 공천'이 있었다고 귀띔했다. 시세는 비례대표 기준 20억원 정도일 것이라 부연했다. 헌금 일부를 당에 기탁하고 일부는 심사위원에게 전달하는 식이다. 홍 지사는 이 같은 흐름을 잘 파악하고 있을 것이란 설명도 곁들였다. 그는 "받아도 되는 돈이 있고 아닌 돈이 있다"라며 "영남 의원 얘기는 정치권에 파다하지 않느냐"라고 반문했다.

정치자금 비리를 수사했던 검찰 관계자도 비슷한 의견을 보였다. 그는 "이미 별건의 공천비리 내사가 끝난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수사 착수가 쉽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홍 지사가 입을 열면 사정은 또 달라진다"라고 덧붙였다. 검찰이 사건을 덮으려 했다는 의혹을 씻기 위해 수사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예측이다.

"공천헌금 수십억 제의" 폭로
친박·태권도협 비리 만지작?


이미 검찰은 성완종 리스트 수사를 마무리하기 위한 출구전략을 찾고 있다. 리스트에 이름이 있지만 직책 혹은 액수만 있는 서병수 부산시장·유정복 인천시장·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수사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춘·허태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공소시효가 지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문제는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이다. 성 회장은 인터뷰에서 홍 의원에게 2억원을 줬다고 증언했다. 메모에도 그렇게 적혀 있다. 또 성 회장의 금고지기인 한 전 부사장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선대위 관계자에게 2억원을 전달했다"라고 진술했다. 홍 의원은 지난 대선 때 박근혜캠프에서 조직 관리를 담당해 의혹이 더 짙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홍 지사와 이 전 총리를 일괄기소한 후 향후 1~2주 내에 검찰이 홍 의원에 대한 액션에 들어가지 않으면 이달 말에 수사를 마무리하는 것으로 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홍 의원을 공개 수사한다는 것은 박근혜정부 대선자금을 정면으로 건드리겠다는 것인데 집권 중반 청와대가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는 상황에서 그게 가능하겠냐"라고 반문했다.

검찰 수사의 한계를 알고 있는 홍 지사는 이 같은 허점을 파고들 계획이다. 홍 지사는 윤 전 부사장의 '배달사고' 가능성을 꾸준히 제기했다. 홍 지사는 검찰 조사에서 "한 전직 지자체단체장이 2012년 12월 경남도지사 선거 때 '성 회장이 큰 것 한 개(1억원)를 윤 전 부사장을 통해 도지사 캠프에 전달하려 했는데 배달 사고가 났다'는 얘기를 전해왔다"라며 "이 단체장도 검찰이 불러 조사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홍 지사로서는 상황에 따라 "내가 어디서 들었는데…"라며 또 다른 '친박' 인사를 들먹일 수 있다.

회심의 카드
물귀신 작전?

홍 지사는 지난 기자간담회에서 "1억원이 아내의 비자금이었다"라는 해명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공직자윤리법 위반과 공금횡령 가능성에도 "돈을 받지 않았다"라는 입장을 강조한 것이다. 홍 지사의 주장대로 그가 '아내의 대여금고'를 몰랐다면 판례상 법적인 책임을 묻기 어렵다. 처벌을 받더라도 과태료를 납부하는 수준에서 끝날 가능성이 높다.


홍 지사는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고 1억원 수수 의혹을 방어하고 있다. 도덕적인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사법처벌을 피하겠다는 속셈이다. 홍 지사의 성격을 잘 아는 정치권 관계자들은 한 목소리로 "받지 않았다면 받지 않은 것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싸울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그가 회장을 역임한 대한태권도협회와 관련한 비리를 '회심의 카드'로 남겨 놓은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공교롭게도 '친박'인 홍 의원은 대한태권도협회의 유관기관인 국기원의 이사장을 맡고 있다. 홍 지사가 꺼낼 남은 승부수가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angeli@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