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게이트> 대선자금 수사 막힌 '진짜 이유'

'의혹 투성이' 청와대-검찰 사인 오갔나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성완종 게이트'를 수사 중인 검찰이 지난 8일 홍준표 경남도지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성완종 메모'에 언급된 정치인으로는 처음이다. 홍 지사와 함께 '검찰 1호 타깃'으로 지목된 이완구 전 국무총리에 대한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친박으로 분류된 나머지 6인에 대한 수사는 제자리걸음이다. 관련 배경을 놓고 검찰 안팎에는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다. <일요시사>가 그 진위를 알아봤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사망 후 그가 남긴 '메모'의 파장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뉘었다. 첫째는 '비박'인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이완구 전 국무총리에 대한 수사, 둘째는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캠프로 전달된 불법 대선자금 의혹에 대한 수사, 셋째는 과거 정권 때 단행된 특별사면에 대한 청와대의 하명 수사다.

기소 앞둔 홍준표
소환 앞둔 이완구

우선 이 전 총리와 홍 지사에 대한 수사는 비교적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8일 검찰은 성 전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는 홍 지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수사 초기부터 금품 전달자로 지목된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은 앞선 검찰 조사에서 "2011년 성 전 회장으로부터 1억원이 담긴 쇼핑백을 받아 승용차 안에 있던 홍 지사에게 전달했다"라고 말했다.

이날 검찰은 윤 전 부사장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보고 홍 지사의 금품수수 여부를 추궁했다. 홍 지사는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지만 돈의 출처와 성격, 전달 방법 등이 구체화되면서 수사의 퍼즐이 맞춰진 모습이다. 검찰은 이르면 이주 내로 홍 지사에 대한 기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완구·홍준표 수사 마무리 예정
박 특사 공세 대선자금 의혹 맞불


이 전 총리에 대한 수사는 이달 들어 속도가 붙고 있다. 검찰은 성 전 회장으로부터 3000만원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는 이 전 총리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할 계획이다. 지난 6일 검찰은 2013년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이 전 총리(당시 후보)를 도운 자원봉사자 한모씨를 소환하는 한편 이 전 총리의 운전기사인 윤모씨를 다시 불러 조사했다.

한씨는 부여·청양 재보선 후보등록일인 2013년 4월4일 '이완구 선거사무소'에서 성 전 회장을 목격한 인물로 전해진다. 이 전 총리는 같은 날 오후 4시30분께 선거사무소를 방문한 성 전 회장에게서 현금 3000만원이 담긴 비타500 박스를 선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검찰은 성 전 회장의 수행비서 금모씨와 또 다른 운전기사 여모씨로부터 "성 전 회장이 당시 선거사무소를 방문했다"라는 진술을 받아냈다. 또 성 전 회장과 그 측근들의 통화내역, 성 전 회장의 하이패스차량 단말기 통행기록 등도 확보해 당일 행적을 복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이 전 총리는 선거사무소에서 성 전 회장과 독대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 전 총리의 일정을 관리한 비서 노모씨와 선거사무소를 총괄한 신모씨 역시 "두 사람이 만난 걸 보지 못했다"라고 검찰에 진술했다.

검찰은 이들뿐 아니라 반대 진술을 종합해 3000만원의 진위를 가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 전 총리의 측근그룹이 윤씨 등을 회유하려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을 확인 중이다. '홍준표 수사'와 비교해 진행속도가 더디지만 관련 인물이 대부분 소환된 만큼 이 전 총리 역시 소환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 전 총리에 대한 기소 여부는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7일 검찰은 현장 검증에서 1억원을 담은 쇼핑백에 대해 "개연성이 높다"라는 결론을 내린 반면 3000만원을 담은 비타500 상자에 대해선 결론을 유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지사와 달리 이 전 총리에 대한 기소는 박근혜정부에 직접적인 타격으로 돌아갈 확률이 높다.

성완종 게이트
핵심은 박근혜


'성완종 게이트'의 뇌관인 대선자금 수사는 마찬가지 이유로 시계가 멈춰있다. '성완종 메모'에 적힌 8인 가운데 6인에 대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의혹에 휩싸인 돈이 박근혜캠프와 직접 연결돼 있는 까닭에 수사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검찰 안팎에선 "청와대 차원의 가이드라인이 작동하고 있는 것 아니냐"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표면적으로 검찰은 수사 지연의 근거로 증거 부족을 꼽고 있다. 성 전 회장이 <경향신문>과 했던 마지막 인터뷰가 그 단서다. 성 전 회장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돈을 받은 8인을 열거하면서도 홍 지사를 빼고는 중간 전달자를 특정하지 않았다.

때문에 성 전 회장이 남은 7인에게 돈을 직접 건넸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녹취록에서 성 전 회장은 김 전 실장을 지목하면서 "2006년 9월 VIP(박근혜 대통령)를 모시고 독일 갈 때 10만달러를 바꿔 롯데호텔 헬스클럽에서 전달했다"라고 말했다. 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 대해서도 "2007년 강남 리베라호텔에서 만나 7억원을 서너 차례 나눠 현금으로 줬다"라며 "돈은 심부름한 사람이 가져왔고, 내가 직접 줬다"라고 밝혔다. 남은 녹취록을 봐도 제3자인 전달자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전달자의 부재는 검찰이 우려하는 부분이다. 대개의 정치자금(혹은 뇌물) 수사는 뇌물 공여자의 일관된 진술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이번 수사는 공여자가 사망하면서 추가적인 진술 보강이 어렵게 됐다. 검찰로선 공소장을 작성할 때 간접 진술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더구나 검찰은 수사 초기 단계에서 연이은 압수수색에도 불구하고 핵심 물증 확보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부터 수사가 꼬여버린 셈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영감들' 털어봐야 나올 것도 없는데 일부러 무리할 필요가 있느냐"라고 말했다. 검찰이 가진 딜레마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책임은 특별수사팀을 흔드는 '정치세력'에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권 보위를 위해 수사 개시를 막고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 2일 검찰은 "성 전 회장이 자신을 겨냥한 수사를 앞두고 측근들과 만나 대책을 의논했으며, 이때 오간 회의 내용을 대부분 복원했다"라고 알렸다. 관련 회의록이 중요한 이유는 '성완종 리스트'에 포함된 8인에 대한 단서가 회의 내용에 언급돼서다.

당시 검찰 관계자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얘기해줄 수는 없다"라면서도 "성 전 회장 사망 이후 회의가 열렸으며, 정치권 로비 의혹과 관련해 측근들이 서로 다른 주장을 내놨다"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성 전 회장의 대책회의는 "이번 수사와 직접 연결된 내용이 담겼다"라는 설명이다.

예를 들면 성 전 회장이 지난달 윤 전 부사장을 찾아가 '그때 홍 지사에게 1억원을 잘 줬느냐'라고 물은 것은 우발적인 행동으로 볼 수 없다. 또 같은 기간 성 전 회장은 '7억원을 줬다'라고 주장한 리베라호텔을 자신의 측근과 둘러봤다.

추론하면 검찰은 회의록에서 남은 6인에 이르는 열쇠를 찾은 것으로 보인다. 더는 '증거 타령'이 수사의 걸림돌은 될 수 없는 상황이다.

검찰 법무부
충돌 가능성

문무일 대전지검장은 특별수사팀장으로 수사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주말도 없이 직원을 독려하며 증거 확보에 열심이다. 그렇지만 대선자금 수사는 정권의 도덕성과 직결된 사안이라 문 지검장이 받는 심리적 압박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문 지검장은 "양심을 지키겠다"라며 '검사직'을 내건 듯한 인상을 내비쳤다. 이른바 '채동욱 찍어내기' 논란으로 파문을 일으킨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과 여러모로 대비된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아예 수사팀으로부터 직보를 받고 있다. 외부의 개입과 방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김 총장은 '진인사대천명'이란 당부로 성역 없는 수사를 주문했다. 국정원 사건을 지휘한 채동욱 전 검찰총장과 닮은 행보다. 공교롭게도 잠재적 수사대상자이자 이해당사자인 청와대는 그때와 마찬가지로 검찰총장을 믿지 못하는 눈치다.


위태로운 김진태 "제2의 채동욱 될라"
황교안 총리차출·민정수석 교체 변수

김 총장은 되도록 많은 정보를 언론에 노출시키고 있다. 정치적인 의도가 있어서라기보다는 국민적 관심사에 대한 '알 권리' 차원이란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반면 한쪽에서는 수사팀도 모르는 정보가 새고 있다. 야당 의원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조선일보>의 '성완종 장부' 보도가 대표적이다. 지난달 23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황교안 법무부장관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목하며 "수사에서 손을 떼라"라고 했다.

황 장관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당시 채 전 총장과 선거법 적용을 놓고 마찰을 빚었다. 황 장관은 공직선거법을 적용한 기소에 반대했으나 채 전 총장은 선거법 적용에,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구속수사까지 요구했다. 둘의 갈등은 원 전 원장을 불구속기소하는 선에서 봉합됐다. 하지만 채 전 총장은 불과 석달 만에 석연찮은 이유로 옷을 벗었다.

만약 김 총장이 대선자금 수사에 착수한다면 채 전 총장보다 더 거센 역풍을 맞게 될 가능성이 있다. 청와대 전·현직 비서실장이 수사를 받는 풍경은 그 자체만으로 정권에 부담이다. 청와대로서는 검찰을 통제해야 할 분명한 이유가 있다.

같은 맥락에서 황 장관은 국무총리 발탁이 미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청와대는 개점휴업 상태인 '부패와의 전쟁'을 황 장관에게 맡기는 방안을 고려했다. 그렇지만 황 장관은 어떤 이유인지 법무부에 남아 있다. 현재로선 성완종 사건 때문이란 것이 주된 분석이다.

청와대 입장에서 보면 김 총장과 교류했던 김 전 실장의 공백이 크다. 검찰 권력은 김 전 실장의 힘이 빠지면서 내부 구도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지난 2월 김수남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대검 차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는 김 총장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됐다.


현재 김 차장은 김 총장을 거르고 청와대와 직접 소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자금 수사가 지지부진한 배경에는 김 총장의 약화된 조직 장악력이 몫을 하고 있다.

그 사이 박근혜 대통령은 공개된 채널로 '특사(특별사면) 수사'를 압박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성완종 특별사면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라고 말한데 이어 지난 4일에도 "사면제도를 전면 개선하라"라고 지시했다. 사안의 '본질'인 대선자금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언급이 없었다.

특사 카드는 성완종 메모가 발견된 직후 국정원이 기획하고 제공한 작품으로 전해진다. 앞뒤 정황상 일종의 '물타기 아이템'이란 의심이 짙다. <일요시사>는 지난달 20일 '성완종 게이트 ④박근혜 위기탈출 카드 포착'이란 기사에서 국정원의 정치개입 사실을 알린 바 있다.

문제는 특사를 대가로 참여정부 쪽이 돈을 챙겼다는 어떠한 증거도 없다는 사실이다. 메모와 인터뷰가 있는 성완종 리스트와는 결이 다르다. 이명박대통령인수위 당시 비서실에 있었던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은 지난달 21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MB 측 핵심인사가 성 전 회장의 사면을 특별히 챙겼다"라고 증언했다. 그러나 친박계는 보름이 넘도록 모르쇠로 일관하는 모습이다.

나아가 시중에는 친박계 핵심그룹이 우 수석의 비위사실을 캐고 다닌다는 말이 나돈다. 성완종 사건의 책임을 물어 수사를 컨트롤 한 우 수석을 '찍어내려' 했다는 게 골자다. 이는 대선자금 수사에 대한 정권의 부담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김 총장과 말이 통하지 않고 있다는 정황 증거이기도 하다.

홍 지사에 대한 기소가 마무리되면 김 총장은 어떤 형태로든 대선자금 수사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첫 타깃은 언론에 오르내린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 홍 의원에 대한 수사가 부담스럽다면 서병수 부산시장 쪽으로 칼끝을 돌릴 수 있다.

김진태의 반란
첫타깃 홍문종

검찰은 이미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캠프의 김모씨에게 성 전 회장이 2억원을 전달했다"라는 진술을 한장섭 전 경남기업 부사장으로부터 확보했다. 한 전 부사장은 성 전 회장의 금고지기로 지목된 인물이다.

검찰에 따르면 한 전 부사장은 2012년에만 비자금 용도로 9억여원을 인출했다. 이 돈 가운데 얼마가 누구를 통해 어디로 전달됐느냐가 대선자금 수사의 핵심이다. 홍 의원과 서 시장은 나란히 박근혜캠프에서 자금을 담당하는 직책을 맡았다.

그러나 대선자금 수사가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장 청와대는 참여정부 당시 있었던 비리도 함께 들추라고 주문하고 있다. 검찰로서는 세 갈래 수사 가운데 두 갈래를 함께 병행해야 한다. 더구나 홍 의원 바로 건너편에는 박 대통령이 있다. 김 총장 혼자 돌파하기에는 장애물이 너무 많다.

 

<angeli@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