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버린 스킨푸드, 왜?

실적 악화에 무너진 콧대

[일요시사 경제2팀] 박호민 기자 = 화장품 원브랜드숍 ‘스킨푸드’가 흔들리고 있다. 스킨푸드는 그동안 세일을 하지 않겠다는 이른바 ‘노세일(NO SALE)’ 정책을 전면으로 내세우며 경쟁업체와의 차별화를 꾀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이 같은 반응은 매출 감소로 이어져 지난해 기준 창사 11년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시현했다.

 
스킨푸드는 2010년 이후 계속된 경영 악화에도 불구하고 노세일 정책을 고수하며 표정관리를 해왔다. 그러나 지속되는 실적 부진으로 스킨푸드는 자존심을 하나씩 내려놨다. 처음에는 ‘1+1행사’ 등의 유사 세일의 형태로 슬며시 자존심을 내려놓더니 적자 전환 실적 발표를 앞두고는 아예 ‘전품목 최대 30% 세일’을 감행하며 노세일 원칙을 스스로 깼다.
 
맥빠진 승부수
 
2004년 창립된 스킨푸드는 2010년 기준 영업이익 167억원으로 업계 3위까지 오르며 원브랜드숍의 입지를 다져가고 있었다. 하지만 경쟁업체의 공격적인 특가세일 마케팅으로 2011년 152억원, 2012년 114억원의 영업이익을 각각 기록하며 에뛰드와 이니스프리에 3위와 4위 자리를 내줬다.
 
실적이 급격하게 악화되자 스킨푸드는 과감한 승부수를 던졌다. 2013년 TV광고를 통해 ‘일찍 산 사람은 손해 보는’, ‘세일할까 봐 구매를 망설이는’, ‘처음부터 정직한 가격으로 365일 노세일 중’ 등의 문구를 내보내며 무차별 세일 공세를 펼치고 있는 타 원브랜드숍에 ‘돌직구’를 날린 것이다.
 
당시 노세일 정책을 고수하는 명품업체들은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중저가 브랜드로 평가받는 스킨푸드가 ‘우리는 세일을 하지 않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고, 실험적이었다는 시장의 평가다.
 

그러나 스킨푸드의 ‘실험’은 실패로 끝났다. 영업이익 하락폭이 더 커진 것이다. 과감한 ‘노세일’ 마케팅을 구사한 2013년의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3분의 1도 채 안 되는 31억원으로 하락했다. 추락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든 셈이다. 같은 기간 경쟁업체들이 성장하고 있었던 점까지 감안하면 ‘잃어버린 5년’이란 평가도 나온다.
 
스텝 꼬인 경영전략 “갈수록 악화일로”
‘노세일’정책 포기…1+1에 전품목 30%
 
결국 지난해 10월 스킨푸드는 10주년 기념 세일행사 명목으로 슬며시 부분 세일정책을 들고 나왔다. 다만, ‘세일’이란 이름대신 ‘특가전’이란 이름을 붙여 노세일 정책을 스스로 깬 것 아니냐는 지적을 비껴갔다. 회사 측은 이와 관련 “그동안 받아온 소비자 사랑과 관심에 감사드리는 의미에서 준비했던 축제행사”라며 “노세일 정책은 앞으로도 바꿀 계획이 없으며 올바른 가격정책을 계속 고수할 것이다”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스킨푸드의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적 개선의 조짐은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해 실적이 창립 이래 최초로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결국 올해 3월 스킨푸드는 실적 발표를 앞두고 전품목 최대 30% 세일을 감행하면서 노세일 정책을 스스로 깨는 모습을 보여야 했다.
 
 
하지만 노세일 정책을 깬 스킨푸드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냉담하다. 스킨푸드가 세일 정책으로 방향을 선회하더라도 전체적인 업황이 냉각돼 있는 상황에서 큰 효과가 있겠냐는 것이다. 
 
실제 NICEBIZMAP 상권분석서비스가 전국 화장품 로드숍을 대상으로 상권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국 화장품 로드샵 매장은 2012년 대비 2013년 9.7% 감소했고, 2014년의 경우도 2013년 대비 6.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매출도 각각 8.7%, 4.6% 감소하면서 업계 불황을 나타냈다.
 

과거 원브랜드숍의 ‘제 살 깎아먹기식’ 세일정책이 가능했던 것은 연간 약 20%를 웃도는 높은 성장률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근 매출 증가율이 둔화됨에 따라 타 경쟁업체에서도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세일기간을 줄이고 있는 상황에서 스킨푸드가 ‘세일정책’이라는 엇박자 정책을 들고 나오는 데 대해 시장에서는 회의적인 반응이다.
 
또, 현재까지 만연하고 있는 무차별 브랜드숍 세일정책에 스킨푸드의 정책이 큰 효과를 나타낼지 여부도 미지수로 평가받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해 상위 5개사 원브랜드숍이 실시하는 세일 기간이 2013년 기준 370일에 달한다”며 “이미 화장품 브랜드숍의 무차별 세일정책의 약발이 끝났다고 평가하는 상황에서 스킨푸드의 세일 정책이 큰 의미를 가질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차별화 실패
 
일각에서는 경영실적을 견인할만한 차별화된 대표 제품의 출시가 없었던 점을 스킨푸드의 경영악화 이유로 꼽고 있다. 증권가의 한 전문가는 “매출액 규모가 스킨푸드와 비슷한 수준을 보이는 잇츠스킨의 경우 대표상품 ‘달팽이 크림’이 중국 소비자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자 지난해 매출 기준 업계 1, 2위를 기록한 더페이스숍(807억원)과 이니스프리(764억원)의 영업이익을 크게 웃도는 991억원을 기록했다”면서 “반면 스킨푸드는 회사 창립 이래 회사의 성장을 지속적으로 이끌만한 제품이 나오고 있지 않아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donky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업계 큰형’ 아모레는?
 
화장품 업계의 큰 형님격인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지난해 기분 좋은 실적을 달성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화장품 계열사들의 국내외 성장에 힘입어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지난해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이 전년 대비 21% 늘어난 4조7119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6591억원으로 40.3% 급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 수준이다.
 
이같은 성과는 화장품 계열사들의 국내외 성장 덕분으로 풀이된다. 계열사 중에서도 아모레퍼시픽 매출이 3조8740억원으로 전년 대비 25% 증가했다.
 
회사 관계자는 “시장 침체 속에서도 브랜드력 강화, 유통 채널 혁신, 해외 사업 확대 등의 노력을 통해 긍정적인 실적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을 포함해 에뛰드, 이니스프리, 아모스프로페셔널 등 화장품 계열사들의 매출은 전년 대비 23.3% 늘어난 4조4678억원에 달했다. 영업이익도 6638억원으로 44.2% 늘었다.
 
아모레퍼시픽 외에 이니스프리의 성장이 눈에 띈다. 이니스프리 매출 4567억원과 영업이익 765억원은 각각 전년 대비 37%와 54% 늘어난 실적이다.
 

반면 에뛰드의 매출은 3065억 원으로 전년 대비 9%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79% 감소해 56억원을 기록했다.
 
비화장품 계열사 실적은 부진했다. 태평양제약과 퍼시픽글라스로 구성된 비화장품 계열사의 매출은 2442억원으로 전년 대비 9.8% 줄었고, 47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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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